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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도 몰라요.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번호를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 자살한 중학생 친구의 유서 중에서 -
신문을 읽지 않던 아내가 요 며칠 동안 아침마다 신문을 읽으며 분개한다.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부모라면 누구나 자살한 친구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가해한 친구들에 대하여 극단적인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마음정리하기 연습’을 읽으며 중학생 친구의 유서가 생각이 났다.
14살의 어린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했을 때 그 마음은 두려움, 분노, 갈등 등으로 인해 어지럽혀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극한 상황 속에 있을 때 “이 책이 아니, 이런 부류에 속한 자기계발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란 회의적인 물음을 던졌다.
온통 초록으로 물들여진 들판에서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자는 양팔을 벌리면서 환희에 찬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표정을 자세히 볼 순 없지만 삶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감성적인 표지 때문에 책의 내용을 오해했다. 한 밤에 홀로 일어나 음악을 틀고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먹으면서 읽으면 자신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책인 줄 알았다. 감성을 다스려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인 줄 알고 서평에 응모했는데 머리말을 읽으면서 번지수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계발서다. 이런 부류의 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어울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마음도 정리할 수 있어, 버리는 연습을 하면 돼” 이런 식의 지혜로운 말들을 듣고 감동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나이 들었고 영악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한 문장, 한 페이지 나아가 이 책의 모든 부분을 빨강줄을 치며 읽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펴놓고 인생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주옥같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마음을 정리한다는 것은 ‘이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처리한다.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지 않는다. 또 이번에는 도전해 본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꾼다. 바꿀 수 없는 것은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마음의 정리학은 일의 정리학과도 통한다. 이것은 받아들인다. 저것은 거절한다‘ 고 말한다.
내 삶의 주체는 자신이기에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맞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이라면 회의가 생긴다. 자신이 삶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거절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은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두부모를 자르듯 쉽게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삶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머리와 가슴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는 말에 공감을 하며 슬픈 표정으로 “마음정리가 연습으로 되는 것은 아니야” 라고 말한다. 책에 빨강색 색연필로 밑줄을 빼곡히 그었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도 지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의지가 변해야 하기에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자신의 의지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고민을 현미경으로 보는 습관 버리기’, ‘불합리한 사고의 틀 깨기’등 주로 동사로 끝나는 문장을 통해 자신의 의지가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중학생 친구도 자살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마음의 고통을 이해할 때 비극은 가슴으로 다가오고 분노하게 된다.
자기계발서는 청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의사는 청진기를 들이대고 병의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감기군요. 3일치 약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병의 증상에 따라 의사는 개인적인 처방전을 작성해 준다. 감기처럼 단순한 병이라면 처방전은 간단하고 병도 쉽게 치유될 수 있다. 문제는 병의 원인이 쉽게 진단할 수 없을 때 온다. 이 책을 읽으며 감동이 적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마음을 감기처럼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믿는데 있다. 감기약만 가지고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쉽게 진단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인 명제를 가지고 개인의 마음을 진단한다면 치유가 될 수 없다. 이 책이 가진 아쉬움이다.
대부분 마음의 병은 대인관계나 환경에서 온다.
문제의 원인이 나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 상대방으로 인해 아파하고 상처를 입는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그 문제를 다룬 것은 책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비로소 ‘마음의 품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백전백승의 강자이면서도 마음의 품격이 없는 사람이 있다. 부를 추적한, 현대 사회의 승리그릅에 속한 사람이다. 연전연패를 했지만 마음의 품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 가난해도 웃으며 사는 사람이다.‘ (209쪽)
누군들 백전백승의 삶을 원하지 않을까
강자가 누리는 삶의 쾌락을 부러워하며 그것을 성공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성공한 강자에게 마음의 품격이 없을 때 사회는 점점 더 경쟁으로 인한 거칠고 고통스러운 삶으로 전락해 간다. 이 시대의 문제는 마음의 품격이 없는 강자가 점점 더 느는데 있다. 그러나 내세울 것이 없고 가난해도 마음의 품격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개인과 사회는 건강해진다.
‘12층에 이사 왔어요! 자기소개입니다. 힘세고 멋진 아빠랑 예쁜 엄마와 착한고 깜찍한 준희 귀여운 여동생 지민, 저희는 12/16일 날 이사 왔어요, 새해복만이 바드세요-1206호사는 준희올림’
‘준희야 이사 와서 반가워 앞으로 보면 인사하고 지내자 항상 웃는 얼굴로-605호’
‘산타할아버지께서 우리 통로에 큰 선물을 주셨구나 ㅎㅎ 모두가 행복해하니 떡 잘먹고 반갑다-406호 아줌마가’.
충북 청주시 용암동 건영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지난 22일 정성 들여 쓴 꼬마글씨에 알록달록 색칠한 스케치북 벽보가 붙었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7살 꼬마 준희는 이웃에 사는 어른들께 첫인사를 했다. 이웃 주민들은 손 글씨로 작성한 메모지로 준희네 가족을 환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만 명에게 퍼지는 위력은 없을지라도 따뜻한 손 글씨에 담긴 이웃의 정이 연말 한파를 따스하게 녹이고 있다. 글=강정현 기자
- 12월 27일 중앙일보 사회면 기사 중에서 -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신문 기사를 보며 우리는 마음이 품격이 없는 친구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천진난만한 7살 꼬마의 마음의 품격 때문에 즐거워하고 건강한 사람, 사회를 꿈꾼다.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마음 정리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보다 7살 꼬마 준희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을 때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그 평화는 메아리 되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내 마음이라는 단수보다 우리 마음이라는 복수가 얼마나 더 따뜻한가?
“손잡을 수 있는 그 사람으로 인해 삶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 책을 닫는다면 이 한 겨울에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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