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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올 한 올 키워온 소중한 삶이 깨어지는 느낌, 바로 그것이 수천 장의 담요가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일 것이다. -12p 
수천 장의 담요가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라니. 마음으로 느끼는 아픔이 어떤 건지 단박에 알 수 있는 문장이었다. 월간 정여울의 4월호는 무너짐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 와르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이유 하나로 온 몸에 생채기가 생기는 날들이 많다. 악의없이 툭 던진 말인걸 아는데도 소심한 내 마음은 생채기를 입고, 대놓고 드러내는 악의 서린 눈빛에 상처 받기도 하는 등 마음은 잠시도 쉴 틈 없이 타인에게 반응하고 기뻐하고, 웃고, 울고, 상처받는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회복탄력성으로 인해 치료되어가고 아름다운 흉터를 남기며 한층 더 성숙해져 간다.
상처가 아물어가고 딱지가 않는 과정의 길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금 튼튼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겠다고 느낄 때. 아, 내가 한발자국 더 나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에 치여 피곤한 날에는 내 마음에 생채기든 남의 마음에 생채기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을 때도 있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지만...사실 겁이 난다. 상처를 다시 마주하는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
와르르를 읽으면서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여러번 끄집어 냈다. 토닥이고 극복하려 애를 쓸수록 당시에 느낀 우울,분노,짜증,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등의 감정이 올라와서 내가 왜 상처를 끄집어 내서 이러고 있나....싶었는데 글이 끝나갈 즈음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상처 또한 간직하고 있지만 상처를 드러내고 살펴보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부족하고 미숙했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토닥이고, 괜찮다 말해줄 수 있었다. 또다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좀 더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호는 와르르 무너지고 다시금 일어서는 중간과정이라는 길고 아프고 처절한 시간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는 호였다.
책 속 문장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상처를 단지 망각하는 힘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잊지 않으면서도 상처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능력, 나아가 끝내 자신의 힘으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그런데 두 번째 문제, '상처를 견디고 아파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
드라마에도 영화에도 상처를 견디고 난 뒤의 성공적인 극복의 결과가 강조될 뿐, 그 지난한 극복의 과정은 아주 짧게 생략하거나 축약하여 보여줄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95~96p 조지 오웰 -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혁명이 된다.' -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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