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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에세이는 언제 만나도 반갑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미술작품들이 있다. 그 많은 작품들 중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가들의 삶을 들려주고, 저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미술 에세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김수정 작가의 글은 처음 만났다. '우연처럼 그림을 만나 숙명처럼 미술인이 되었고, 배워서 가르치는 일에 푹 빠져 내내 공부하고 일해왔다'는 그녀는 나에게 어떤 작품들을 만나게 해줄까?
태풍이 지나가고나니 가을의 찬란함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 계절을 오감으로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의 유혹이 더 강했다. 빨래를 해서 널어두고. 주말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햇살 따뜻한 창가에 앉았다. 오늘 만난 첫번째 그림은 '앙리장 가욤 마르탱'의 [정원에서]라는 그림이다. 프랑스 신인상주의 화가라고 하는데,낯설었다. 초기에 성공하지는 못해서 가난했지만, 아내와의 사랑은 돈독했고, 인생 후반기에는 주류미술계로 올라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그런 삶을 뒷받침해줬던 아내의 모습을 예쁜 꽃들과 함께 담은 이 그림이 왜 이렇게 예뻐보이는걸까?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그의 또 다른 그림 [연인]을 떠올렸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난 나의 남편을 생각했다. 저렇게 예쁜모습으로 함께 해나가기를 바라면서······
페르디난트 게오르크 발트뮐러의 [기대하는 여인]는 사진을 보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빛이 아름다웠다. 이 그림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왜 제목이 기대하는 여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른쪽 구석에 분홍 꽃을 든 남자가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진정 그녀가 기다리는 남자일까? 제목으로 본다면 장미빛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다.
저자는 10대때, 20대때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그리고, 삶에 배신당한 누군가를 위로할 때면 '운명이 나의 정당한 소원을 들어주지는 않을지라도, 그 일부조차 들어주지 않을만큼 막강하지는 않을거야;'라는 말을 들려주고, 일본 공익 광고의 카피였던 "인생의 멋진 일은 대부분 후반부에 일어난다."라는 말을 잊지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네 삶의 모퉁이 모퉁이 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그래서, 인생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왠지 기가 꺾이는 그런 날 보게되면 슬며시 힘이 생길 것 같은 그런 그림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면서 어렸을때 배웠던 피아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너무 너무 힘들게 배웠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하여 버티는 삶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또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단순히 보면 피아노를 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일 뿐이지만, 화가의 생애와 자신의 경험이 겹쳐지면 그 그림은 커다란 의미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예전엔 쉬웠는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일이 하나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다. 참 쉽게 얘기했던것 같다.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거야. 힘들었겠지만 더 좋은 일이 있을거야. 힘내······" 이런 말들이 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을지도 의문이고, 너무 쉽게 내뱉은 말들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어느순간부터 들기 시작했다. 같이 기뻐해주는 것은 쉬운데,위로를 해주고 싶은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끊임없이 망설이게 된다.
미술 책을 보면서 자주 만났던 그림이다. 젊은 여인에게 슬픈 일이 있었고. 할머니가 그녀를 위로하는 장면이구나 쉽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 할머니는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 말없이 등을 쓰다듬는것만으로도 온기를 주고 있는 것일까? 나라면 어떤 말로서 그녀를 위로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저자의 말을 옮겨본다.
슬픔은 거대한 것이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크기이며, 감히 참견할 수 없는 깊이이며, 감히 조언할 수 없는 복잡함이며, 감히 직면하기 두려운 세상의 불합리함이다. 누군가의 슬픔에 참견하지 않는 것, 그 슬픔 곁에 그저 머무는 것, 그의 슬픔을 존중하는 것만이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p 162
어줍잖은 나의 위로가 상대에게 더 큰 아픔으로 남았던 적은 없었으면 좋을텐데.
에세이라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글이기에 솔직한 글들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이 책은 훨씬 더 그 느낌이 강했다.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 정말 진심을 담아 풀어내는 그녀의 글들로 이 책에서 만난 그림들이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나에게 남아있을듯하다. 화가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들이 있다. 하지만, 그 그림 속에서도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가 있을테니 어찌보면 이 세상의 모든 그림,더 광범위하게 모든 예술작품들은 나의 스토리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아래의 저자의 말처럼 내가 만난 그림에서 나를 만나고, 위로도 받고, 행복을 배가시키는 그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것 같다.
매일 그림 같은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내 삶 같은 그림을 만나면 그냥 보내지 마세요. 마음 춥고 손 시린 날의 핫팩처럼 꽉 붙잡으세요. 그림은 당신 곁의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이렇게 잘 살고 있다니 대단해요"라고 속삭이는 그림은 언제나 식지 않고 따뜻합니다.- 시작하며
ps : 에두아르 마네의 [하얀 라일락] 소담스러운 라일락과 투명한 유리병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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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벽난로 같은 무언가가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야 한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나도 그만 그 그림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리고플 정도로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 안의 감성을 읽어낸다. 그녀가 들려주는 작가들의 삶 또한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아주 친근하게 다가와 그들의 그림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녀가 그림을 바라보듯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본다면 그 안의 깊은 마음까지 들여다 보는 눈을 가졌으리라. 그래서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슬프겠지만 세상에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눈 또한 지녔으니 더 많이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