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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체성은
흔히 미국이라고 하면 김동섭의 <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처럼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50개 주(State)의 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콜린 우다드(Colin Woodard, 1968~ )는 이 책, <분열하는 제국>을 통해 미국을 11개의 지역 국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 국민은 주(州)의 경계는 물론 캐나다나 멕시코의 국경까지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니 황당무계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수 세기 전에 형성된 미국의 지역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이주해 온 무리들에 의해 그들이 가졌던 문화, 인종, 종교적 신념 등이 퇴색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윌버 젤린스키(Wilbur Zelinsky, 1921~2013)는 “주인 없는 땅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 혹은 원주민을 쫓아내고 그 땅을 점령한 사람들이 독자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을 경우 맨 처음 거주민의 특성은 이후 그 땅의 사회, 문화지리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설령 그 최초의 정착민들이 아무리 소수였다 하더라도 말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영향력을 봤을 때, 수백 명 혹은 수십 명에 불과한 초기 정착민들이 몇 세대 후 이주해온 수만 명의 새로운 이주민보다 문화지리학적으로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pp. 28~29]라고 대답한다.
미국을 구성하는 11개의 지역 국민(Regional Nations)
The 11 nations of North America
출처: 콜린 우다드, <분열하는 제국>, pp. 4~5
출처: https://www.businessinsider.com/the-11-nations-of-the-united-states-2015-7
1. 엘 노르테(El Norte)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유럽 문화의 전파는 스페인의 군인과 선교사에 의해 남쪽, 뉴멕시코 북부의 건조한 고원과 콜로라도 남부에서 시작됐다. 이들 스페인계 미국인들은 “17세기 스페인의 전통과 기술, 종교관습을 20세기까지 고스란히 보존”[p. 39]했다고 한다. 스페인인 여성이 부족했던 결과 1700년대 초가 되자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과 스페인계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소를 중심으로 하는 히스패닉이 멕시코와 엘 노르테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을 가장 미국인답지 않는 국민이라고도 한다.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결과로 멕시코로부터 캘리포니아 남부, 텍사스 남부, 아리조나 남부, 뉴멕시코 등이 미국에 편입되었지만, 이들은 멕시코 북부의 주들과 함께 ‘노르테뇨(norteno)’라고 하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미국도, 멕시코도 아닌 자신들만의 제3국가를 염원한다. 참고로 미국의 카우보이 문화는 이들이 스페인 남부에서 이식한 문화로 미국 최초의 카우보이는 인디언이었다고 한다.
2. 뉴프랑스(New France) 톨레랑스(Tolerance, 관용)가 살아있는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신대륙으로 진출한 프랑스인의 후예다. 이들은 인디언을 정복하려는 스페인이나 쫓아내려는 영국과 달리 인디언을 포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이곳에는 프랑스 문화만큼 원주민 문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인종적으로도 캐나다 프랑스인과 북미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 메티스(metis)가 형성될 정도로 거의 공생관계가 되었다.
3. 타이드워터(Tidewater) 영주들이 경제 사회 정치를 지배하는 반(半)봉건사회를 이식하고자 한 영국 남부 젠트리의 후손이다. 이들은 소수의 농장주와 다수의 계약 노예로 구성된 사회를 형성했지만, 훗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흑인 노예를 구입, 사유재산으로 삼기 시작했다. 스스로 ‘왕당파’로 규정한 이들에 의해 직접선거를 치르지 않고 의회가 임명하는 상원의원 제도와 선거인단 제도라는 귀족적 요소가 미국 헌법에 삽입되었다.
4. 양키덤(Yankeedom) 뉴잉글랜드 황야에 교회와 학교를 중심으로 각 공동체가 자치 공화국으로 작동하는 종교적 유토피아를 세우겠다며 정착한 칼뱅주의자의 후예다. 따라서 종교가 다른 이들은 모두 추방할 만큼 종교적, 도덕적으로 불관용 정책을 펼쳤다. 이들은 젊은 비(非)숙련 남성 계약 노예 위주인 타이드워터 정착민과 달리 가족 단위로, 교육 수준과 경제 수준이 높은 중산층 가족 단위로 이주를 했기에 안정적이고 응집력이 높았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전파하는 ‘선교’를 위해 주변을 활발하게 정복했다.
5. 뉴네덜란드(New Netherland) 1600년대 초반 지구상에서 가장 근대적이고 세련된 국가였던 네덜란드에 의해 형성되었기에 이곳은 종교적 관용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의 관용은 무역과 사업을 위해 다양성을 참고 견딘 것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다양성과 관용, 계층 이동, 민간 기업 육성은 바로 이들이 남긴 유산이다.
6. 디프사우스(Deep South) 17세기 후반, 영국의 식민지였던 서인도제도의 바베이도스에서 미국의 남부 지역으로 이동한 농장주의 후예다. 노예제를 기반으로 소수의 백인 농장주에 의한 과두제 사회를 형성하였으며 인종에 따른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적용되었다.
7. 미들랜드(Midland) 미국의 여러 국민 중 가장 ‘미국인’다운 혹은 전형적인 미국인에 가까운 사회가 영국 퀘이커 교도에 의해 건설된 미들랜드다. 이후 기근과 종교적 박해, 전쟁을 피해 독일에서 온 농부와 수공업자들이 합류해서 다수가 되었다. 정치에는 무관심한 편이지만, 이들의 영향인지 톱-다운 방식의 정부 개입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다.
8. 그레이터 애팔라치아(Greater Appalachia)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마지막 국민인 그레이터 애팔라치아는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려 온 영국 북부의 분쟁지대에서 계속 오르는 세금에 시달리다가 신대륙으로 이주한 스콧-아이리시인들의 자손이다. 거칠고 호전적이며 혈연에 집착하는 이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레드넥(redneck, 교육 수준이 낮고 보수적인 시골 사람을 일컫는 모욕적인 표현)’, ‘힐빌리(hillbillies, 두메산골 촌뜨기)’, ‘크래커(cracker, 남부의 가난한 시골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 ‘하얀 쓰레기(white trash, 가난한 백인을 뜻하는 은어)’라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배타적이나 개인의 자유와 주권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컨트리 음악, 스톡 카(일반 차를 개조한 경주용 차) 레이싱, 기독교 복음주의 등에 영향을 미쳤다. 특이하게도 자신들의 뿌리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까닭에 “이름 없는 사람들”로 불리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미국인’ 혹은 ‘미국 원주민’이라고 말한다.
9. 레프트 코스트(The Left Coast) 뉴잉글랜드에서 온 상인, 선교사, 벌목꾼 무리와 그레이터 애팔레치아 출신의 농부, 채굴업자, 가죽 무역상 등으로 구성되었다. 덕분에 뉴잉글랜드의 유토피아 이상주의적 성향과 그레이터 애팔레치아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결합되어 근대적 환경운동과 글로벌 지식혁명의 산실이 되었다.
10. 파웨스트(The Far West) 미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정복한 땅으로 “민족적 지역 문화가 아니라 외부 수요에 따라 정체성이 형성된 독특한 지역” [p. 336]이다.”이다. 광활한 황야지역이기에 대규모 산업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뉴욕,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나 영유권을 지닌 연방정부 주도로 (식민지 개척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이곳은) 해안지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착취되고 수탈당하는, 일종의 내부 식민지 취급을 받았다.” [p. 23]. 때문에 이들은 개인의 자유에 극도로 민감한 자유지상주의자가 되었다.
11.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 새롭지만 가장 오래된 지역국민으로 북미 원주민들이 자리잡고 있다. 공동체 의식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한 사회이다.
지역 국민으로 본 미국 역사
1. 미국 독립 전쟁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독립 전쟁은 양키덤, 타이드워터, 디프사우스, 그리고 북부 그레이터 애팔래치아가 군사동맹을 맺어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관습, 제도를 위협하는 영국을 물리치고 이에 동조했던 미들랜드의 평화주의자와 뉴네덜란드의 왕당파를 정복한 전쟁이다.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첫째는 국가적 지위의 특성을 가진 느슨한 정치적 연대체가 생겨난 것이고, 둘째는 각 국민의 지도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p. 198] 그 결과 식민지 연합을 이룬 6개의 지역 국민은 내부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타협하여 새로운 헌법과 연방을 만들었다. 타이드워터와 디스사우스는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뉴네덜란드는 양심과 표현,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 장전을, 미들랜드는 각 주의 주권 보장을, 양키덤은 작은 주들도 상원에서 동등한 발언권 보장을 각각 반영시켰다.
2. 남북 전쟁 “남북전쟁 시대는 오랫동안 ‘북부’와 ‘남부’ 사이의 투쟁으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은 문화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그래서) 역사가들은 남북전쟁이 과연 노예 해방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켈트족과 앵글로색슨족, 게르만족 사이의 세력 다툼이었는지 여부를 놓고도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어떻게 분석해봐도 명확하지 않고 불만족스러운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았다.” [p. 311]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남북전쟁은 노예제 사회였던 타이드워터를 포함하는 디프사우스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양키덤 세력의 충돌이라고 한다.
오늘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일상 생활과 경제 활동의 범위는 확대되었지만, “국민들 사이의 차이점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08년 언론인 빌 비숍(Bill Bishop, 1953~ )과 사회학자 로버트 쿠싱(Robert Cushing)은 <대분류(The Big Sort: Why the Clustering of Like-Minded America is Tearing Us Apart)>라는 책에서 1976년 이후부터 미국인은 자신과 가치관 및 세계관이 비슷한 커뮤니티로 각자 헤쳐 모이고 있다고 주장”[p. 29] 했다. 즉, 현재의 미국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여러 개의 지역 국민들로 재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사를 11개 지역 국민의 각축으로 보는 이 책의 관점은 독특하다. 그리고, 다른 국가를 살펴볼 때 우리가 무심코 가지게 되는 선입견에 대한 경고와 발상의 전환에 대한 단서로도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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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친구의 권유로 지금 열독하는 데요. 이 주식이라는 것도 기실 세계의 흐름 특히, 미국을 모르면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이건 장기 투자자에게 국한 됨) 책보다 번역이 너무 좋네요. 단문으로 끊어 번역해서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정유진씨 다음 번역도 기대됩니다. (다음 책은 10년후에 세계사를 골랐습니다. 이 책도 정유진이 번역했어 선택했어요. 번역자보고 책 선택하기는 처음이네요) 주식하는 분들에게 꼭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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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내린 수많은 결정으로 인해 세계는 한동안 경악과 혼돈에 빠져들었다.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며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치고 실행하였으며, 이를 위해 적대적으로 여겼던 국가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도 개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동안 유지되어왔던 세계의 정치ㆍ경제 질서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책은 당장은 미국에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길게는 미국의 위상이나 이익을 오히려 해칠 수 있을 것으로 염려했다.
미국의 정체성을 감안할 때 그런 위험천만한 정책을 내세운 그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사이에 이런저런 불만이 누적되었고 그 분위기에 휩싸인 국민들이 일시적으로 오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같은 오판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전무에 가까웠고 어쩌면 임기 중에 탄핵될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는데도 그의 지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임기 말에는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기까지 했다. 선거운동 막판에 코로나 감염으로 가장 중요한 시간에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다행스런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미국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그가 그토록 높은 지지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비로소 그동안 내가 미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시종일관 내가 알고 있던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미국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의 좋은 모델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전체이지도 않고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건국 이래로 단 한 번도 분열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들은 서로 경쟁했고 때로는 서로를 적으로 여겼다. 그들이 힘을 합쳤던 때는 런던이 그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위협이 되는 결정을 내렸을 때가 유일했다. 그래서 다 같이 힘을 모아 공동정부를 수립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하나의 공화국을 세우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전쟁 이후 연방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일부는 탈퇴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들이 연합체를 구성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맹관계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결코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없으며, 여러 개의 미국으로 존재했다.”
저자가 서술한 바와 같이 “미국은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없으며 여러 개의 미국으로 존재했다”는 것은 결국 미국은 연방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여러 주(state)로 이루어진 국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른 성향과 다른 목적으로 수립된 여러 국가(State)로 이루어진 국가연합체라는 말이니,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용어야말로 미국의 정체성을 가장 핵심적이고 집약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미국을 공통의 문화와 민족적 기원ㆍ언어ㆍ역사적 경험ㆍ유물과 상징 등을 공유하는 혹은 공유한다고 믿는 11개의 국가(State)로 분류한다.
열한 개의 다른 국가
1. 양키덤(Yankeedom)
1620년 메이플라워 상륙 이래 영국 청교도들이 종교적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고 뉴잉글랜드 황무지에 정착했다. 그들은 종교가 다른 이들은 모두 추방할 만큼 종교에 관한한 관용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수준과 경제수준이 높은 중산층 가족 단위로 이주를 했기에 안정적이고 응집력이 높았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전파하기 위해 주변을 활발하게 정복했다. 각 도시는 인구 구성도 다양하고 완벽한 자치 공동체를 형성해 마치 하나의 공화국과 같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깊다. 정부는 그들을 위해 그들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여겼다. 뉴잉글랜드ㆍ뉴욕ㆍ펜실베이니아 북부ㆍ오하이오ㆍ인디애나ㆍ일리노이ㆍ아이오와ㆍ다코타ㆍ미시간ㆍ위스콘신ㆍ미네소타ㆍ캐나다 연해주 일대가 이에 속한다. 주로 민주당 지지.
2. 뉴 네덜란드(New Netherlands)
1600년대 초반 지구상에서 가장 근대적이고 세련된 국가였던 네덜란드에 의해 형성되었기에 이곳은 종교적 관용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의 관용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무역과 사업을 위해 참고 견딘 것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다양성ㆍ관용ㆍ계층 이동ㆍ민간 기업 육성은 바로 이들이 남긴 유산이다. 원래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었던 뉴욕(New York)은 처음부터 오직 상업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도시였고, 온갖 화물의 집산지이자 다양한 인종의 집합소였다.
3. 미들랜드(Midland)
미국인 중 가장 미국인다운 사회로, 영국 퀘이커 교도들이 건설했다. 기근과 종교적 박해와 전쟁을 피해 독일에서 온 농부와 수공업자들이 다수를 이룬다. 인종ㆍ이념적 순혈주의를 배척하며 끊임없이 유입되는 정착민들을 반갑게 끌어안아 다원적 사회로 토양을 다져나갔다. 잘 조직된 서민층이 중서부 내륙의 농촌 문화를 형성했다. 톱다운 방식의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며 정치에는 무관심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부동층으로 미국 정치의 흐름을 점치기 위한 풍향계 역할을 한다. 펜실베이니아 동남부ㆍ뉴저지 남부ㆍ델라웨어와 메릴랜드 북부ㆍ오하이오 중부ㆍ인디애나ㆍ일리노이ㆍ미주리 북부ㆍ아이오와 대부분ㆍ사우스다코타 동부 일대ㆍ네브래스카ㆍ캔자스 일대 지역이 이에 속한다.
4. 타이드워터(Tidewater)
영주들이 경제ㆍ사회ㆍ정치를 지배하던 봉건사회를 꿈꾸는 영국 남부 젠트리의 후손이다. 소수의 농장주와 다수의 계약노예로 이루어졌지만,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흑인 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삼기 시작했다. 스스로 ‘왕당파’로 규정한다. 직접선거로 선출한 것이 아니라 의회가 임명하는 상원의원 제도와 선거인단 제도라는 귀족적 요소를 미국 헌법에 반영시켰다. 보수적이고, 권위와 전통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일반인의 정치참여를 반기지 않는다. 어쨌든 미국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17세기 중반 양키덤과 극과 극의 관계였다. 양키덤은 영국 내전에서 청교도가 주축이 된 의회파를, 타이드워터는 왕당파를 지지했다. 이 같은 두 지역의 갈등으로 미국의 패권 다툼의 시작되었다. 버지니아ㆍ메릴랜드ㆍ델라웨어 남부ㆍ노스캐롤라이나 동북부가 이에 속한다. 공화당 표밭.
5. 그레이터 애팔래치아(Greater Appalachia)
영국의 국경 분쟁 지대인 잉글랜드ㆍ스코틀랜드ㆍ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으로 씨족을 기반으로 한 전사(戰士) 문화를 퍼뜨렸다. 인디언ㆍ멕시코인ㆍ양키들과 싸우면서 남부 산악지대ㆍ오하이오ㆍ인디애나ㆍ일리노이ㆍ아칸소ㆍ미주리 오자크 지역 남쪽으로 퍼져나갔다. 자존심 강하고 독립적이며 또한 폭력적이어서 북미 대륙의 반항아로 남아 있다. ‘레드넥(교육 수준이 낮고 보수적인 시골 사람)’, ‘힐빌리(두메산골 촌뜨기)’, ‘크래커(남부의 가난한 시골 사람)’, ‘하얀 쓰레기(가난한 백인)’라고 조롱받지만 그들 스스로는 양키덤ㆍ타이드워터ㆍ디프사우스의 우월감을 오히려 경멸한다. 거칠고 호전적이며 혈연에 집착하지만 대중문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주권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컨트리 음악ㆍ카레이싱ㆍ기독교 복음주의의 온상이다. 남부 산악지대ㆍ오하이오ㆍ인디애나ㆍ일리노이ㆍ아칸소ㆍ미주리 남부ㆍ오클라호마 동부ㆍ텍사스 힐컨트리 지역이 이에 속한다. 공화당 성향.
6. 디프사우스(Deep South)
17세기 후반 영국의 식민지였던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 노예 소유주들이 세운 곳이다. 바베이도스는 영국 식민지 중 가장 부유하면서 가장 잔인한 사회였다. 이들은 서인도 노예국가 제도를 미 대륙에 확장시키고자 했다. 노예제가 극성을 부린 곳은 물론 디프사우스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다수 다른 지역은 노예가 있는 사회였지 디프사우스처럼 노예사회 그 자체는 아니었다. 북미에서 가장 반민주적인 일당 체제 사회였으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첫 번째 변수는 여전히 인종이었다. 애초부터 부와 권력이 철저히 불공평하게 나뉜 사회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양키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1861년 남북전쟁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ㆍ조지아ㆍ앨라배마ㆍ미시시피ㆍ플로리다ㆍ루이지애나ㆍ테네시 서부ㆍ노스캐롤라이나 동남부ㆍ아칸소ㆍ텍사스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7. 뉴 프랑스(New France)
‘톨레랑스(관용)가 살아있는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신대륙으로 진출한 프랑스인의 후예다. 인디언을 정복하려는 스페인이나 인디언을 쫓아내려는 영국과 달리 인디언을 포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이곳에는 프랑스 문화만큼 원주민 문화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인종적으로도 캐나다 프랑스인과 북미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 메티스(Metis)가 형성될 정도로 거의 공생관계이다. 다문화를 수용하고 현실을 인정하며 평등ㆍ합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자유민주주의적 성향을 띤다. 독립 국가를 이룰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민주당 성향.
8. 엘 노르테(El Norte)
아메리카 대륙 중 유럽 문화가 가장 먼저 전파된 지역으로, 이를 전파한 스페인 군인과 선교사들이 오랫동안 17세기 당시의 스페인 전통ㆍ기술ㆍ종교관습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인디언과 사이에서 태어난 메스티소가 많아져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히스패닉이 엘 노르테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래서 ‘가장 미국인답지 않는 미국인’이라고도 한다.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으로 캘리포니아 남부ㆍ텍사스 남부ㆍ애리조나 남부ㆍ뉴멕시코 등이 미국에 편입되었지만, 이들은 멕시코 북부 여러 주와 함께 ‘노르테뇨(Norteno)’라고 하는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후 캘리포니아 북부와 콜로라도 일부로 확장되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히스패닉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히스패닉이 미국 인구의 30% 정도까지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제3국으로 독립하기를 희망한다. 20세기 후반까지 하나의 주 정부도 장악하지 못했지만 이후 뉴멕시코ㆍ텍사스 남부ㆍ애리조나 남부의 정치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 남부까지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샌안토니오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주요 도시의 시 정부를 장악했고, 뉴멕시코 주지사와 뉴멕시코ㆍ콜로라도 상원도 배출했다. 미 연방의회에도 진출했다. 민주당 성향.
9. 레프트 코스트(The Left Coast)
기후가 온화하고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뉴잉글랜드에서 온 상인ㆍ선교사ㆍ벌목꾼ㆍ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출신 농부ㆍ채굴업자ㆍ가죽 무역상 등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를 신뢰하고 개인의 성취를 중요하게 여겨 이를 뒷받침해줄 사회개혁을 추구한다. 근대적 환경운동과 글로벌 지식혁명의 산실로 마이크로소프트ㆍ구글ㆍ아마존ㆍ애플ㆍ트위터ㆍ실리콘밸리가 있다. 게이 권리운동 및 1960년 문화혁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초기 정착민 대부분이 양키여서 양키덤의 가장 큰 아군이다. 이웃인 순종적인 엘 노르테나 자유지상주의 파웨스트에 맞서 끊임없이 대립한다. 태평양과 캐스케이드, 코스트 산맥 사이에 끼어 있다. 샌프란시스코ㆍ포틀랜드ㆍ시애틀ㆍ밴쿠버가 이에 속한다. 민주당의 성지.
10. 파웨스트(The Far West)
미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정복한 땅으로 광활한 황야지역이어서 대규모 산업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대도시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나 연방정부 주도로 식민지 개척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착취되고 수탈당하는 일종의 내부 식민지 취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들은 개인의 자유에 극도로 민감한 자유지상주의자가 되었다. 이 지역의 정치인들은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의 이익을 적극 옹호하면서 연방 정부를 공격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에 반대하는 자유지상주의 성향을 띤다. 애리조나 북부ㆍ캘리포니아 내륙ㆍ워싱턴ㆍ오리건ㆍ브리티시컬럼비아의 상당 부분ㆍ앨버타ㆍ서스캐처원ㆍ매니토바ㆍ알래스카ㆍ유콘 일부ㆍ노스웨스트ㆍ다코타ㆍ네브래스카ㆍ캔자스 서부ㆍ아이다호ㆍ몬태나ㆍ콜로라도ㆍ오타ㆍ네바다가 이에 속한다. 공화당 성향.
11.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
원주민들이 점유하는 북방 산림ㆍ툰드라ㆍ북극 빙하 같은 척박한 땅이다. 원주민들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오랜 문화적 관습과 지식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자주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유콘ㆍ노스웨스트ㆍ래브라도ㆍ누나부트ㆍ온타리오 북부ㆍ매니토바ㆍ서스캐처원ㆍ앨버타ㆍ브리티시컬럼비아 서북쪽ㆍ퀘벡 북부가 이에 속한다.
사안에 따른 각 국가의 입장
환경문제; 1960년대를 지나면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딕시연합(디프사우스ㆍ타이드워터ㆍ애팔래치아)ㆍ파웨스트ㆍ엘노르테는 천연자원 보호에 회의적이었다. 2009년 연방하원은 탄소배출권 거래법을 뉴 네덜란드ㆍ레프트 코스트ㆍ뉴잉글랜드ㆍ양키덤의 전폭적인 지지로 겨우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파웨스트는 결사적으로 반대했고 애팔래치아와 디프사우스는 압도적으로 반대 여론이 높았다.
양성평등; 양성평등 관련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디프사우스와 찬성하는 양키덤ㆍ미들랜드ㆍ레프트 코스트로 극명하게 갈렸다.
동성결혼; 뉴잉글랜드ㆍ양키덤ㆍ레프트 코스트는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파웨스트ㆍ엘노르테는 동성결혼을 허용한 법원의 결정을 주민투표로 뒤집었으며, 딕시연합은 하나같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에 대한 사안도 동일했다.
기업정책; 딕시연합은 정치권이 자본가 편이었고,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식민사회에나 어울릴 것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노동조합 결성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를 노동할 권리고 포장했다. 그리고 낮은 세금ㆍ느슨한 규제ㆍ노조 약화를 장점으로 내세워 기업을 남부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양키덤과 미들랜드의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이 크게 잠식당했다. 교육과 이성을 강조했던 양키덤과 레프트 코스트에는 혁신적인 연구가 바탕이 되는 구글ㆍ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ㆍ아마존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모여들었다.
전쟁; 딕시연합은 183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상대방이 누구든 목적이 무엇이든 무조건 전쟁을 지지해왔다. 미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무력으로 눌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원에서 제1차 세계대전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은 모두 양키덤과 레프트 코스트 출신이었다. 이상주의적이고 지성적이고 개신교도의 공공적 사명을 중시하는 양키덤은 세상을 좀 더 문명화시킬 수 있는 외교정책을 펴고자 했다. 군사적이고 명예를 중시하는 딕시연합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양키덤은 연방의회의 외교위원회를, 딕시연합은 군사위원회를 장악해왔다.
분화냐 융합이냐?
미국 대선을 치를 때마다 세계의 관심은 늘 Swing State에 몰린다. 어쩌다 보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인들의 성향은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각 국가의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성향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왕래가 잦아지고 소통이 늘어나면 벽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이 비록 11개의 다른 국가로 이루어졌지만 결국에는 명실 공히 한 국가로 수렴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벽은 시간이 가면서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기동성은 한층 좋아졌지만 이는 국민 사이의 차이점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키는 기재로 작동했다. 실제로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20% 이상 압도적으로 앞서는 선거구에 속한 인구가 1976년 26.8%에서 2004년 48.3%로 늘어났다.”
말하자면 자기 가치관과 세계관이 비슷한 국가로 헤쳐모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ㆍ문화적 성향의 벽은 오히려 공고해진다는 것이니 어느 한 국가의 정치적 선택이 바뀔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하겠다. 그러니 앞으로 이루어지는 선거의 승패는 Swing State에서 갈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연방 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면 각 국가가 서로 타협하여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딕시연합과 북부동맹으로 대표되는 양쪽의 세력은 서로에게 양보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미국 전체를 위협하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국가는 이 상황을 크게 반기고 어떤 국가는 반대할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끼리 뭉치게 되고 결국은 연방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물론 이는 허무맹랑한 가설로 들릴 수도 있지만 40년 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역사를 고려한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상황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방정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주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경우 미합중국은 존재하겠지만 역할은 국방ㆍ외교ㆍ국제 통상으로 제한될 것인데, 이는 결국 현재의 유럽연합이나 미국 출범 당시의 느슨한 연합체로 돌아가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과 예측은 트럼프 재임 당시까지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이든 취임으로 미국의 정치가 예측 가능한 범주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럴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혀 다른 기원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11개 국가의 연합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꼭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딕시연합의 정서를 대변하는 집단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고, 트럼프 때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연방 해체 가능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될 것이고.
저자는 내내 미국의 특징은 미국 전체에 해당되는 사실이 아니라 부분집합으로서 사실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한다.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둘 책이 아니다. 언제든 미국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생겨날 때마다 사전처럼 꺼내볼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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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읽으면서 이 미국이란 나라 참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사회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교적 역사가 짧더라도(어쩔 수 없이 콜럼부스의 상륙 이후만을 볼 때), 거기에 살았던 다종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일들이 압축적으로 있었을 것이고, 그로부터 맨아워 식의 단순 접근을 했을 때 한반도에 살던 이들의 500년의 경험과 비교해서 훨씬 많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구나라는 소소한 생각이 들게 되더라. 그리고 이 책을 또 잡았더니, 이건 또 완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역사이야기였다. 일단 가장 앞부분에 언급이 되던 엘노르테라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그래 이런 이야기들이 왜 지금에서야 처음 접하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코르테즈와 피사로이 점령 이야기는 여러차례 들었었고, 멕시코라는 나라가 꽤나 오랬동안 유지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왜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에 살 수 있었을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국이란 나라의 과거를 설명할 때 텍사스공화국을 점령했던 이야기에서 시작이 되는가 하는 궁금증이 간혹 들었었다. 읽어보니, 단순한 과정이었다. 역시나 가장 먼저 자리잡은 지역이라고 하는 게 맞고, 주류역사에 밀릴 정도의 멕시코계 내부의 갈등이 있었기에 비주류로 밀려난 것이 맞으며, 단지 히스패닉들의 출산율때문에 그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내부에서도 비주류인 특성으로 인해 20세기에 이주가 많아졌다는 사실...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여태 몰랐던 거다. 양키라는 말... 어릴적 아버지에게 처음 들었던 것 같고, 어떤 소설에서 접해봤던 이야기. 양키고홈이란 이야기... 그런데 워싱턴과 제퍼슨은 그 지역이 아닌 것 같은데? 링컨도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땅이 크니까...그래도 그들도 양키인가? 민중사와 다소 거리를 두는 민족사(?) 관점에서 보는 이 사회의 역사가 던져주는 흥미가 정말 나를 쏠쏠하다. 게다가, 이것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라는 것이 20세기 들어서 바뀌게 되는 과정, 뭔가 엉클어진 정치지도자의 출신과 그들의 정치전략에 따른 정당들의 입장변화 및 내부에서의 부정합성(상대적으로 단순한 한국 정치 지형의 시각에서 봤을 때)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나름 새로웠다. 빌클린턴의 출신이 양키가 아니라는 게 나름 특이 했었는데... 버락 오바마가 최근에 흔하지 않은 양키출신 대통령이라는 것도 참신했고. 가장 우습게 읽혔던 부분은 "...당대의 저명한 과학자들도 '비는 농부를 따라온다'는 황당한 이론을 지지하며 이런 생각을 부추겼다. 유명한 기후학자인 사이러스 토머스는 '인구가 늘어나면 수분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는 이야기. 파웨스트 지역에 대해 토지를 분양하기 위해 대자본들이 혹세무민하던 역사의 이면에 이런 사기꾼 기후학자들과 그 이론들이 있었다니... 1860년대란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이 혹시 그 사회에서 현대 기후변화 이론에 대해 거부하고 저항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 페북에서 한 페친이 소개한 것을 보고 호기심에 잡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좀 소개를 시켜보고도 싶어지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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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저 멀리 경상남도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언어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발음만 들으면, 어찌 보면 일본어랑 억양이 비슷하다고.. 그리고 저 북쪽, 흔히 TV 에서 들어왔던, 우리의 선입견에 따르면, 그쪽 사람들은 평양이라는 단어를 그들의 억양으로는 "핑양" 이라 발음하는 것이.. 중국어랑 좀 비슷하다는 생각을.. 이 책은 미국의 건국과정에서 각각의 주가 짠하고 태어난것이 아니라,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각 주에 정착을 하게 되고, 그 각주가 유럽에서의 출신 지역에 따라서 톡특한 성격을 지닌다는 전제로 전개되고 있다. 남부지역은 이미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멕시코가 이미 국가를 세웠는데, 어찌 저찌 하여 지금의 캘리포니아서 부터 텍사스 까지의 영역이 미국으로 편입이 되었고, 동부지역에서는 각각 네덜린드와 영국이.. 북부 캐나다 근접지역의 작은 지역엔 프랑스인이, 미국 중서부에는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인이 각각 정착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미래의 어느날 미국이 분열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분열이 된다면 멕시코 북부와 미국 서부 해안가등이 같은 문화권으로 새로운 나라가 건국될 수 도 있다는 내용도 있는데,. 어떻든 신대륙에 정착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면 이 책도 그 중의 하나가 될것이다. |
| 이 책에서 기술하는 대상은 현재의 국경선으로 이해하려는 대상이 아니다.현재의 북미국경선은 캐나다,미국,멕시코로 크게 삼분되어 있다.하지만 그 국경선은 아프리카 대륙을 서구열강들이 나눠놓은 그것과 유사한 면이있다.여기서는 11개 국민에대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