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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의 책, '미안한 마음' 이후로 꽃봇대를 보네요.
전등 밝히는 전깃줄을 땅속으로 묻고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 올렸으면....
이건 내가 가끔 어수선한 동네 전봇대 보면서 상상하던 풍경인데,
시인의 글에 이렇게 표현이 되니 무지무지 반갑더군요. 이심전심인가? ㅋㅋ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을 시로 읽으니 더욱 정감이 갑니다.
'미안한 마음'도 참 따뜻하게 다가온 산문이었는데, 꽃봇대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군요.
함 시인의 책은 뭐든 강추입니다. 사람냄새가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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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봇대 전등 밝히는 전깃줄을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 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낮밤으로 돌아가다 보니 전기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낮에도 전기가 꼭 필요한 세상이다 그러나 시인은 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 사람마다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이 곧 그것이다 2. 사과로부터 배처럼 신맛과 단단함으로 주의를 못 드려 죄송해요 손아귀 힘이 아닌 칼로 저를 등분하실 때 저의 중심을 피해주실 수는 없나요 물론 여러분들을 믿지만 불안해요 저의 꿈 씨앗이 사과의 이야기를 들은 어느 날부터 나는 사과 씨를 주머니에 챙겼다가 흙이 있는 곳에 뿌려주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함민복 시인의 책은 불편하다 독자 마음을 한없이 따스하게 어루만져주지만 그이가 한없이 따스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을 쓰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떠올려 보면 내가 너무 많이 갖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스스로 성찰하게 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좋은 책이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함민복 시인의 책이 꼭 그러하다 그런데도 시인이 책을 내면 가장 먼저 책을 산다 함민복 시인이 주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이번에는 사과 이야기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사과의 이야기를 듣는 시인 사과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 씨를 주머니에 챙겼다가 흙이 있는 곳에 뿌려주는 습관을 갖게 된 시인 어느덧 내게 그 습관을 전염병처럼 안겨 준다.
3. 다리의 사랑․2 허공으로 연결된 징검다리는 수직의 다리지요 받치는 힘만 존재하는 다리지요 허공으로 받친 출렁다리는 수평의 다리지요 당기는 힘만 존재하는 다리지요 두 다리 만나 받치고 당겨야 긴긴 대교가 될 수 있지요 시인은 지금 다리 근처에서 일을 한다 50년 만에 같이 살게 된 아내와 함께 하루 종일 함께 지낸다 아내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다리의 사랑」연작은 아내에게 바치는 연애시일지도 모른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 아내에게 연애시를 쓰면서 시인은 수직의 힘과 수평의 힘이 만나야 오랜 세월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노래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치가 어디 사랑에만 해당하는 것이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치도 그럴 것이다 수직과 수평의 조화는 어디에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수직으로 치닫는 세상에 수평의 조화를 위해 힘을 당기는 존재이다 4. 단추 2년 전, 병상의 어머니는 의식이 가물가물했다. …… (중략) …… 어머니가 거짓말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아름답고 예쁜 여자로 피어났다. 나는 내 눈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평생 자식을 담고 다닌다 함민복 시인의 어머니도 그렇고 내 어머니도 그렇다 함민복 시인 또한 평생 어머니를 지우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시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어머니를 지우지 않는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아름답고 예쁜 여자라는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도 시인이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다 숙명처럼 어머니는 시인과 평생 함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