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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이다. 장르는 미스터리지만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짜릿한 해결과 반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이야기에는 죄값을 치르고 추궁 받아야 할 범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형식은 어엿한 미스터리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장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친숙한 사람과 세상 이야기에 녹아든다. 미스터리 형식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미스터리이다. 이것이 이른바 미야베 미유키식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고구레 사진관은 그 곳에 살게 된 고등학생 소년이 심령이 찍혀 있는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각각 개별적인 4가지 사건이 1,2권 각각 600여 페이지 속에 펼쳐진다. 그 과정 속에는 심령, 종교, 영화, 전쟁, 인터넷 등 각종 테마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다소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테마들도 순수한 소년들의 눈을 통해 재미있는 묘사와 대사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사연의 시작은 한 장의 심령사진이다. 그 곳에는 찍혀있어야 할 피사체 이외의 것들이 찍혀 있다. 그것은 오싹한 심령의 모습에서 반복된 동일 인물, 알 수 없는 봉제 인형 같은 것들이다. 여러 차례의 탐문과 수색 끝에 사진 속의 진실은 밝혀진다. 심령사진이라고 불렀지만 사연을 지닌 주인공들은 모두 산 자들이었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사연과 한이 사진 속 심령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진실과 한을 풀어내면서 마음 속 짐을 덜어낸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이따금 죽은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야. 난 그건 대단히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현세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
심령과 원혼은 결국 세상을 떠도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 억울함과 한과 그 자체인 “관념”인 셈이었다. 원혼이나 심령에 대한 출연의 공포는 내 안의 죄의식에서 기인한다. 인간이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원초적 공포이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이런 원초적 공포를 잃어버린 것은 성숙해져서가 아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속삭이는 내적 양심과 죄의식에 대한 불편한 의식을 묵살한 채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연을 풀어나가는 주요 인물이 어린 학생들인 것은 그들이 심령사진을 외면하지 못하는 원초적 공포심을 아직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심령을 외면하지 못하고 사진 속에 가둬진 원혼을 풀어주고자 한다. 사진 속의 사연을 풀어나가며 동시에 그들은 스스로를 옭죄던 죄의식을 함께 풀어낸다. 누구나 마음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말하고 싶지 않는 비밀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짐이다. 그 깊은 곳의 이야기를 의식해보고 스스로에게라도 위안 받아 보자. 이는 마음 속 오래 가두어 두었던 원혼을 떠나보내는 산 자들의 살풀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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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다양한 일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개중에는 신기한 일도 있다..." (- 상권, p185)
어렸을 적, 심령사진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흐릿한 사진의 배경 한 구석에 떠 있는 기묘한 웃는 얼굴, 어느 학교 수학여행 단체 사진에 찍힌 머리 없는 여학생 사진. 당시 한동안 자기 전의 컴컴한 어둠 속에서 싫어도 머릿속에 자꾸만 두둥실 떠오르는 통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고, 다 큰 지금도 어쩌다 떠올릴 때면 문득 섬뜩해질 때도 있다.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기분 나쁜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이 사진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이번 신간, <고구레 사진관>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 사진들에도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란 마음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심령사진'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조금 특이한 부모님 덕(?)에 오래되어 낡아빠진 옛 사진관으로 이사를 오게 된 에이이치 가족. 바라던 새 집도 아닐 뿐더러 여기저기 크고 작은 보수공사가 필요하고 옛 사진관의 낡은 자취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집의 모습이 에이이치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죽은 옛 사진관 주인인 고구레 씨 유령이 나타나곤 한다는 황당한 소문.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싶은 에이이치에게 의도치 않게 심령사진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의뢰가 속속 들어온다.
울고 있는 여자의 얼굴, 어느 일가(一家)의 슬픈 모습, 하늘을 나는 봉제인형 갈매기. 환하게 웃고 있는 피사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절대 찍힐 리 없는 기묘한 형체. 이 사진들엔 정말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찍힌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된 결과물일까. 그리고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에 얽힌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 가깝기에, 그래서 더욱 깊고 깊이 각인될 수밖에 없는 상처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양한 일들이 생길 수 있고, 드물게는 믿을 수 없는 특별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독립되듯 이어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마칠 때마다 아련한 여운이 감돈다.
신흥종교나 등교거부와 같은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비롯해서, 가족이란 틀 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갖가지 사정이 작품 속에 풀어져 있다. 하지만 단지 그들의 문제와 상처를 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에게도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거야."란 희망을 품게 해준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속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이 작품에서는 더더욱 강하다. 때문에 훈훈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든달까.
절로 주눅이 들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럴 수밖에 없었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꽉꽉 들어차 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함께 그들이 벌이는 사건들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취침시간이 훌쩍 넘어간 적도 몇 번이던지... 언뜻 가볍고 유쾌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할 거리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이런 작품, 역시 너무나 좋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한 에이이치가 소년시절과 작별하는 동시에 나도 조금은 성장한 느낌이 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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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모방범'의 기억은 또렷하다. 한 권에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3권이나 나왔던 '모방범'은 그 분량의 방대함으로도 이미 기가 꺾일 판이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스피드가 숨 가쁘게 붙기 시작한다. 그 가속도가 지칠 때 즈음에 터지는 충격적인 사실들, 그리고 다시 불붙는 스피드 이런 식의 '밀당'이 긴박감을 더해줬던 스릴러였었다. 은근 무서웠고, 기가 막혔고, 불쾌했고, 화가 났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그렇게 미야베 미유키 작가를 만났으니, 표지부터 으스스한 신작 '고구레 사진관'에 대해 진짜배기 소름을 기대함은 당연했다. 갑자기 찾아온 이 긴장감 있는 추위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써도 진정시킬 수 없는 털들을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뜨릴! 같은 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에게 이런 소녀감성까지 있는 줄 몰랐다. 딱 일본 스타일 학원물 만화에 미스터리가 살짝 가미된 그런 이야기다.
설정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만화 '백귀야행'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백귀야행'은 어떤 장소에서 움직이는 귀신의 사연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라면 '고구레 사진관'은 평면 사진에 찍힌 유령의 등장 원인을 밝히는 미스터리로 살짝 다른 출발선이다. 하지만 튀지 않는 무난한 외모의 주인공과 그와 반대로 별난 주변 인물들(독특한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들) 그리고 그들과 얽히면서 사건을 저절로 끌어당기는 에피소드들 등 이런 느낌은 상당히 비슷해서 읽는 내내 '백귀야행'이 생각났다. 그러해서인지 이 소설 역시 만화처럼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범인과의 숨 막히는 추격신이 아니라 감성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총 2권에 걸쳐 4편의 이야기들이.
괴짜 부모님 덕에 폐점한 오래된 건물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 온 고등학생 에이이치가 주인공이다. 에이이치 가족이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 오면서 바로 그 문제의 사진, 영혼이 찍힌 심령사진과 우연히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사진을 본 후 찝찝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유령이 누구인지, 왜 그런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나타났는지 등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작정하고, 목적한 물고기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낚으면 그 나름대로 즐거운 여러 가지 살아온 이야기들을 듣는 탐문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생판 모르는 타인, 그저 단 한 번 스쳐 지나는 타인에게, 가깝고 친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는(p.172)' 그들에게 다가가 가상의 택시 기사가 되어준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숨겨둔 비밀을 혹은 무거운 짐을 모르는 택시에 잠시 놓고 내리듯이 유령의 사연들은 그렇게 마음 따뜻한 주인공 주변으로 모여든다. 각 에피소드들마다 에이이치는 사진 속에 나타난 쓸쓸한 '영혼들'에게 찾아가 응어리들을 토해내게 하고 마음의 병을 매듭을 지어준다. 굳이 토닥이거나 위로의 한 마디가 없어도 조용히 들어주는 이가 옆에 앉아 있다는 것으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으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해결해야 할 가치가 있고, 언제나 갈구하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로 다 표현해낼 수 없는 영역이라 깊은 사연이 만들어지에 딱 적합한 장소다. 그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리는 외롭고 쓸쓸한 영역, 어쩌면 우린 누군가 똑똑똑 노크를 할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지도 모르겠다. '맥락 없이 똑같은 애기만 되풀이하는 노인 특유의 횡설수설에 질리기도 하고,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런 자신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 탐문을 끝내면 지긋지긋해서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p.151)' 주인공 에이이치처럼 먼저 탐문하면서 '사랑'과 소통을 시작할 수도 있는 데 말이다.
쫓고 쫓기는 범인이 등장하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간만에 만화를 읽는 것 같은 감성에 빠져 통통 튀는 젊은이들의 대화와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은근히 빠져들었다. 나는 이미 화석으로 변해버린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어서, 독특한 성장기를 통과하는 현재 진행형 주인공의 신선한 방문이 그저 즐거웠다. 한층 젊어진 미야베 미유키 풍의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 이것도 역시나 묘하게 매력있다. 신세대와 구세대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소통을 시도하는, 가볍게 읽히지만 가슴 떨림이 살짝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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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사진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표정과 나의 아픔과 나의 행복이 그대로 녹아 있다. 주변의 인물 뿐 아니라 내 생활의 단면들도 사진에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나의 어릴 적 사진은 거의 없다. 그나마 기억하는 사진은 우리 4남매의 올망졸망한 흑백사진? 자전거 뒤에 언니 오빠가 서고, 나는 자전거를 운전한 운전기사였고 동생은 자전거 뒤에 앉아 한 곳을 바라보는 땟국물 줄줄 흐르는 그런 사진? 그 이후 내가 기억하는 사진은 가족사진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자연농원(지금의 용인 에버랜드)의 대 관람차가 뒷 배경이 된 칼라사진의 시초 쯤 되는 사진일 게다. 이렇듯 사진은 한 가족의 가족사를 웃으면서 혹은 눈물 흘리면서 기억하는 메모리칩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필름 카메라에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시간까지 시간과 돈이 들었지만 기다리는 순간 만큼은 행복했다. 사진기가 포착한 나의 표정은 어떤 것이고, 나의 기분은 어떤 것인지.. 사진은 다 말해주는 그림 같았다. 가능하면 웃긴 모습으로 찍기도 하고, 가능하면 예쁘게 나오도록 찍기도 하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순간의 포착,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포착은 우리에게 쉽게 오지 않아 더 설레고 더 기대되는 사진 현상의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최적의 순간을 우리는 알아서 찾아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릴 수도 있다. 편리하고 좋아진 건 맞지만 추억을 저장하듯 앨범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괴짜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오래된 고가를 구입한 부모님 덕에 폐점한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 온 16살 소년 에이이치. 요즈음 시대에 이런 집에서 산다는 것도 싫지만 사진관 자리를 그대로 살려 거실로 만든 부모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불만이 쌓여 갈 쯤 죽은 고구레 씨의 영혼이 나타난다는 괴담이 돌고, 이상한 사진이 에이이치에게 날아든다. 행복한 표정의 6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진. 하지만 구석에 찍힌 슬픈 표정의 여자는 누구일까? 또 네 명의 가족이 웃으면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울고 있는 표정의 사진이 찍혔다. 과연 이 사진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상당한 분량의 상, 하 두 권. 모두 연결된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사건을 풀어가는 주요인물은 그대로인데 해결되는 사건은 2가지다. 모두 사진과 연관된 이야기이다. 사진에 찍힌 다른 표정의 사람들을 찾아 사연을 알아가는 이야기. 크게 무섭지도 크게 자극적이지도 않다. 우리는 많은 만남을 갖고,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정작...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나와 있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알고 싶고 알아야 하는 내면은 알지 못한 채 묻어두는 경우도 많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 전후 사정이야기 하지 않고 내 안의 모든 것을 이야기 할 때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은 사진일 뿐. 그들은 깊은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말하고 나면 시원해지는 기분. 누군가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들고 와서 나의 사연을 묻고 간다면 나는 시원하게 이야기할 꺼리가 있을까? 입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지만 이야기 하고 나면 시원해지는 사연들... 하지만 나는 묻어두련다.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야기는 그냥... 묻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은 건 아닐까? 나름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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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야베 미유키 <고구레 사진관>
흔히 '거기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찍힌 사진'을 가리켜서 '심령사진'이라고 부른다. 이미 죽은 사람 또는 살아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어야할 사람이 사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심령사진이라고 해서 꼭 죽은 유령이 찍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심령사진들의 대부분은 죽은 사람들, 또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어딘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찍힌 사진들이다.
어쩌면 이것은 '심령사진=공포물'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자신이 죽은 장소를 떠나지 못한다고 하던가. 그냥 죽는 것도 서러운데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그 원통함을 간직한 원혼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산 사람이 자신의 장소에 침입해서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기를 쓰고 그 사진에 얼굴을 내밀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아직 여기에 남아있다고, 억울하고 원통해서 이대로는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다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것이다.
오래된 사진관으로 이사 온 가족
미야베 미유키의 2010년 작품 <고구레 사진관>은 이런 심령사진을 소재로 한다. '고구레'는 사진관을 운영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이다. 이 사진관이 있던 건물에 어느날 한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다. 열여섯 살의 남학생 하나비시 에이이치와 그의 여덟 살짜리 남동생 히카루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다.
이 건물은 지은지 삼십삼 년이나 지났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당시의 간판이나 내부장식도 그대로 남아있다. 하나비시 부부는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내부장식과 간판도 그대로 둔 채 이 건물로 이사 온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족의 집은 가게가 딸린 주택인 셈이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다. 건물의 가게에서 전 주인인 고구레 씨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구레 야스지로는 몇 달 전에 여든다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직전까지도 가게는 영업 중이었다. 손님이 없었지만 고구레 씨는 새벽 다섯 시에 문을 열고 저녁 일곱 시에 문을 닫는 일과를 반복했다.
그 사진관은 고구레 씨의 인생 그 자체였던 것이다. 유령 소문이 돌아도 주변 사람들은 그다지 신기해하지 않는다. 건물이 남아 있는 한 고구레 씨의 영혼도 그곳에 머물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이사 온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집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은 그다지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소문을 뒷받침하듯이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 여학생이 고구레 사진관에서 인화했다는, 귀신처럼 보이는 인물이 찍힌 사진을 들고 나타난다.
유령의 사진관, 유령의 사진
심령사진이라는 다소 무거워보이는 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약간 고지식해 보이는 고등학생 에이이치는 친구와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사진의 정체를 추적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함께 즐거운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그 사진이 에이이치의 인간관계를 넓히고 성장을 도와주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심령사진은 카메라 고장이거나 이중 인화 같은 트릭의 산물일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해명하더라도 여전히 심령사진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과학은 과학으로 존중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사진에 유령이 찍히는 불가사의한 일도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거기에는 죽는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 또는 기대가 깔려있다. 고구레 씨는 죽은 다음에도 사진관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죽고 나서도 가게에 앉아서 마을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거리를 바라본다.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변해가는 시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아름다운 기억들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고구레 씨를 붙잡고 저 세상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망자가 찍힌 사진들은 무섭다기 보다는 슬픈 사진들에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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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진관을 했던 집에 이사온 하나비시 에이이치네 식구들, 그런데 이사간 사진관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면? 그것도 예전 사진관을 운영하던 주인이 유령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보통의 고등학생들이 그러하듯 주인공 에이이치도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에이이치에게는 히카루(피카 짱)라는 남동생이 있고 그 사이에는 후코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어릴적 병으로 잃어버렸다. 엄마와 아빠는 지금도 후코와 살아가고 있다는듯 행동하시는데, 친구들은 에이이치를 하나짱이라 부르는데 가족들 또한 그를 '하나짱'으로 통일해서 부른다. 에이이치의 절친인 덴코(다나코 쓰토무)는 에이이치의 동생인 히카루의 우상이기도 하다.
고구레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어떤 가족들의 사진에서 이상한 사진이 발견되고 여학생은 그 사진을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온 에이이치에 찾아와 의뢰(?)를 했으며 에이이치가 그것을 해결해주면서 본의 아니게 귀신을 볼수있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게 된다. 집을 소개한 부동산도 집을 판 사람도 혹시라도 가격에 영향이 미칠까 걱정이 되어서인지 <고구레 사진관>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사람이 죽어 유령이 되서라도 남아있으려는 것에는 어떤 풀지못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데, 고구레 사진관을 지키고 있는 전 주인의 영혼도 그런 이유로 남아있는 것일까?
고구레 사진관에 사는 고구레 일가로 소문난 에이이치네 가족들, '네가 들고 온 그 심령사진. 해결했으니까 이젠 걱정할 거 없어.' (p.235) 우연히 사건을 해결하면서 의뢰를 해왔던 여학생이 소문을 퍼트리면서 그가 해결사가 되버리게 되버린 것이다. '달려오는 전차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 미스 가키모토, 그녀는 달려오는 전차를 정면에서 보기위해 선로에 섰다 위험에 처하기도 해봤으며 자살하려는 것이라는 오해도 받아봤다. 유령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에이이치를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고 에이이치는 싫다면서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미야베 미유키(이하 미미여사)는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국내에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연히 만난《모방범》을 시작으로 도서고나에서 미미여사의 책들을 무작정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왜 사람들이 그녀의 글을 그토록 읽기 원하는지 알게 되버렸고 나 또한 강팬이 되어 있었다. 고구레 사진관은 우리의 역사인 고구려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라 혹시나 일본인의 손에 쓰여진 '고구려'의 역사소설아닐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선택했던 면도 있다. 외국인 그것도 일본인의 손에 쓰여진 고구려 역사소설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이 강했던 탓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사진 한장에 들어있는 수많은 사연들을 주인공과 파헤치다보면 때로는 가슴아픈 사연과 만나기도 하지만 비정함을 느낄때도 있었다. 필름을 넣는 카메라를 오랜만에 접해보기도 했고, 예전에는 필름이 들어가는 카메라를 많이 사용해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손에서 필름카메라가 떠나고 디지털카메라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필름을 현상해 사진이 나올때까지 사진이 잘 찍혔는지 궁금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단순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는 것이 왠지 안타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현상소에 들러 똑딱이 카메라를 빌려 사진이나 찍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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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미유키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퀴퀴 냄새 가득한 방에 모방범 3권이 언제 내 안전(眼前)에 올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워낙 추리소설로 명성을 떨치고 수많은 애독자들이 있기에 고구레 사진관을 접하면서 작품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고구레라는 뜻은 사전에 찾아 봐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둠이 시작되는 어스름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그러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고구레 사진관의 스토리를 나름대로 이야기의 전개와 상상,예측을 해가면서 읽어 내려 갔다.
염사(念寫)는 비록 실제론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 깊게 자리한 대상이 강렬하게 작용하여 환영 비슷하게 흐리게 나타나고 그 마음 속에 떠올린 영상을 필름에 인화시키는 힘을 가진 사람들을 염사라고 한다.죽은 자의 영혼과 산 자의 마음이 교감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예전 친척 중에 마음이 허하여 헛귀신을 봤다느니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 채 마음이 허할 때 죽은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든지 했다는 섬뜩한 얘기도 전해 들었다.
에이이치의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온 에이이치(일명 하나짱) 가족은 2층 목조건물이 사진관으로 쓰였던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에이이치는 불명의 사진 한 장을 발견하면서 피사체와는 다르게 뿌옇게 보일듯 말듯한 심령 사진을 발견하면서 사진의 주인공을 부동산을 비롯해 고구레 사진관의 주인 고구레씨와 사진관의 발자취,사연을 알만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심령 사진의 정체를 묻고 경청한다.그러면서 에이이치는 자신의 동생 후코의 죽음을 어렴풋이 기억해 내기도 한다.
고구레 사진관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공포의 그림자가 결국 알 수 없는 심령 사진 1장으로 주인공 에이이치,피카,덴코,주변 인물들이 펼쳐 나가는 마음으로 느끼는 비과학적인 염사는 결국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은 비존재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리라 생각한다.고구레 사진관을 둘러싸고 주인공 고구레씨와 주위 인물들의 생각과 의견들이 2부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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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이란 제목이 왠지 고구려와 관련있는 역사서 같은 느낌이라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원래는 역사 소설을 좋아하지만 워낙 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보니 자세히 보지 못하고 겉 표지의 사람이 붕 떤 느낌과 제목만으로 별 호감을 느끼지 못한 책이다, 그러다. 미야베 미유키님의 모방범에 완전 넋을 놓아. 이젠 미야베 미유키 책을 다 구매했다. 그 중에 한권이 이 책이다. 제목이 고구려랑 전혀 상관없는 인명이었다. 나 참 우서운 상상을 한 거임..
구구레 사진관은 상.하로 분리된 두권이다. 네개의 이야기가 있으며 두개씩 상하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상권에 두 이야기는 고구레씨라는 분의 사진관 건물에 이사온 가족을 통해 전 주인인 고구레씨 이야기가 그려지며 기본적으로 책 전체에 고구레 사진관의 배경과 히스토리가 깔린다. 그 사진관에서 파생된 사진들의 이야기 들중에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도 있다.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고구레 사진관에 이사온 에이이치와 친구들이 풀어 가는 이야기들이다.
이야기 중에 늘 느끼는 것은 일본인 이름 외우기도 힘든데, 꼭 번역하면서 까지 한 사람의 이름을 여러개로 부르는 원작을 그래도 따라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약간은 든다. 우리 나라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 말이다 보니 더 힘들게 느껴 지는 듯하다. 김영자면 김영자씨, 영자씨, 자야, 영자야, 김양, 미스김, 등 다양하게 불리긴 하지만, 일본은 더 어려운듯하다.
에이이치와 별명이었나? 탄빵과 덴코등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의문의 사진들을 용케도 잘 해석해 나가고 그 사진에 얽힌 한도 나름 풀어 주는 스타일의 전개다. 하지만 미스터리로는 약간 부족한, 그것도 내가 너무 미쳤던 모방범에는 한참 못미치는 듯한 작품이었다. 특히, 상권 마지막에 파본으로 인한 두번의 교환사태, 그리고, 교환시 생긴 나의 발송비용의 손해까지 소심한 난 상처받았다.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은 다 읽고 말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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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기존의 미야베 이유키와는 다른 작품이는 말을 들었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전작 모방범만을 읽어 본 상태에서 이번 작품을 본 바 과연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색체를 가진 작품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미야베 미유키하면 사회파 추리소설, 미스터리의 여왕인데, 이번에는 미스터리에 필연적으로 들어 있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버리고 새로운 New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색체를 가진 작품을 선보였다. 그 동안의 작품 세계와는 다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재미만은 여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살인이라는 소재를 버리고 심령 사진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방식에 대하여 좀 비현식적이지 않을까 하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주인공 하나짱은 16세 고등학생이다. 하나짱 가족은 어느 날 30년이 넘은 낡은 건물로 이사한다. 전 주인은 고구레 사진관을 경영했던 고구레씨인데 하나짱 가족은 약간의 리모델링을 한 후 이 건물에 이전의 특징을 그대로 남겨 두고 생활한다. 어느 날 한 소녀가 하나짱을 찾아 와서 이상한 사진을 내미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사진에는 정상 사진과는 다른 이상한 얼굴이 들어 있다. 웃고 있는 가족들 사이로 한 여인이 울고 있는 듯한 얼굴만 나온 사진이다. 그리고 하나짱은 이 사진을 시작으로 왜 이런 사진이 찍혔는지를 조사한다. 이런 저런 조사를 통해 사진에는 그 인물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음을 밝혀 낸다. 이 일로 하나짱은 심령술사라는 명성(?)을 얻는다. 이 후 진행되는 2편의 이야기로 마찬가지로 심령사진이라는 것을 통해 그 사진 주인의 내면과 그들이 가진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보게 된다.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스타일을 가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라 처음과 걱정과는 달리 잘 읽혔다. 그리고 색다른 재미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꼭 잔인하거나 누가 죽음을 당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에서 기존의 미스터리 영역을 아우르면서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가진 상처를 보듬어 주는 가슴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에 어느새 나도 적응이 되었다. 여러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과 아픔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이전과는 다르게 행복해 지는 모습에서 나도 덩달아 가슴이 훈훈해 졌다. 앞으로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계속 지켜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