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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가요, 우리...【모르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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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사람들의 삶을. 그건 비단 소설가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 공통된 소재이자 근원적 욕망이다. 신경숙 또한 그렇다. 그녀 역시 동시대인들과 연결된 삶의 고리를 통해 문장들을 선물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작가의 8년동안의 내면적 아우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타의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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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사람들의 삶을. 그건 비단 소설가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 공통된 소재이자 근원적 욕망이다. 신경숙 또한 그렇다. 그녀 역시 동시대인들과 연결된 삶의 고리를 통해 문장들을 선물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작가의 8년동안의 내면적 아우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타의와 청탁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간간히 씌여진 글들이라서 더 우리에게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그 말인 즉슨 에둘러 가기 보다는 작가의 의지 속 깊숙히 바글거리는 이야기가 곧바로 내 가슴에 부딪혀 온다는 의미이다. 예약구매를 할때는 장편인지 단편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구매버튼을 누른걸 보면 퍽이나 작가의 글이 읽고 싶었나 보다. 신경숙을 통해 여인들(혹은 동시대인들)을 투과해 나에게 와닿는 활자의 나열들을.

 

<세상 끝의 신발 속> 주인공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질 때는 상대방의 신발을 유독 관심있어 했다. 그래서 소녀시절엔 또래 여자아이들의 운동화 속에, 처녀시절엔 그 남자들의 구두 속에 몰래몰래 발을 넣어보곤 하며 그 사람들의 온기를 발끝을 통해 점점 위로 위로 종아리를 타고 엉덩이를 거쳐 심장까지 솟구치는 그 감각을 기억속에 담아두곤 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때 내가 취하는 행동은 동성과 이성간에  차이를 보이는데, 이성인 경우는 부러 더 쌀쌀맞게 대하고 틱틱대는가 하면 동성에게는 티가 확 나도록 애정표현을 서슴없이 하곤 한다. 좋으면 좋은거지 아닌척, 싫은데 좋은척 거짓스런 행동은 하고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동성들에게는 아낌없이 다가가는 편이고 이성들에게는 친구의 감정을 넘어서는 사람에게는 차갑게 대해 버리곤 하는것 같다. 무튼, 이 주인공의 직업은 인터뷰어로 다양한 유명인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더듬어 나가는데 또 한사람의(정확히는 두 사람) 인생도 주인공의 뇌리 속을 맴맴 돈다. 자라면서부터 줄곧 작은아버지라 불리었던 아버지의 친구인 낙천이 아저씨와 그의 딸 순옥언니, 낙천이 아저씨와 순옥언니의 성향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부녀지간이라고 할 정도로 꼭 빼닮았다. 베풀고 나누고 아낌없이 타인을 배려하는 삶. 그 삶 속에서 좌절을 겪었을때 조차도 낙천이 아저씨는 언제나 허허거렸고 40살에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딸, 순옥언니를 헌신적으로 돌봤다. 낙천이 아저씨는 주인공의 아버지 목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고 순옥언니는 주인공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펴주었다. 이 두사람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이들이다. 살벌한 사회에 치이고 어린시절의 추억은 추억 그 자체로 묻어버리고 있던 냉소적이기까지 한 주인공의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히 파장을 일으키는 호숫가처럼 소리없이 내 가슴으로 스며드는, 잔잔하면서도 내밀함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메일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에게서 빠른우편으로 부쳐진 편지가 온다면 조심할 일이다. 우리는 때때로 어쩌면 항상....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 소중함을 망각상자 속 깊숙히 쳐박아 두는 때가 있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이란걸 알았을때 그 사랑은 날개를 달고 떠나가버렸다. 나는 평범한 일상 속의 속삭임이 좋았는데 상대방은 그 일상적인 순간들이 못견디게 식상해졌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 였을 테다. 사랑 따윈 믿지 않을거라고, 사랑한만큼 미워해주겠다고. 그 실연의 늪 속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훗날 돌아봤을때 왜 그런 바보같은 가슴앓이를 했나 돌이켜보곤 했다. 하지만 딱히 납득할만한 이유란건 없었는걸. 굳이 이유라면 사랑했다는 그 자체가 이유였을뿐. 사랑하는 사이가 속속들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상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거나 다름없는 것처럼 선후배 사이인 그녀와 K의 사이도 더 나은 기미는 없다. <화분이 있는 마당>에 등장하는 프리랜서 사진기자와 인터뷰어로 만나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이들에게는 사소한 취향따위는 간과하기 일쑤다. <화분이 있는 마당>의 주인공 여자는 실연을 통해 말을 잃고 배고픔을 잊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이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녀의 동네로 이사를 오게된 K의 집 마당에서 꽃이 만개할때부였을 것이다. 우리집 마당에도 K의 마당처럼 꽃은 아닐지언정 생명들이 잔뜩 심어져 있다. 향기와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이 아니라 우리가족의 위를 든든히 채워줄 채소들 일색이지만, 이 생명들이 싹을 틔우고 하루가 다르게 그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사력을 다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 기쁨이 말로 할 수 없다. 하나 생명이 만개한 곳에는 또한 소멸도 존재한다. 언어와 식욕을 잃어버린 주인공과 생명이 활짝 피어난 K의 집에서 만나게 되는 정체 모를 여인이 그렇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난데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이 여인이라는 장치를 통해 존재여부 자체가 모호한 미스테리의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이 단편에서 주인공의 전 연인은 '창'으로 표현한다. 이 '창'이 언급될 때마다 나는 또다른 창窓을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녀가 보지 못한 혹은 보려고 하는 또다른 세상, 길과 길을 잇는 통로 '창'.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오류를 범한다. 그 중에 하나가 일반화의 오류다. 나의 경우에 비추어 다른 사람들도 그럴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고 마는.... <그가 지금 풀숲에서>는 그 오류를 범하는 남자를 제대로 꼬집어 준다. 더군다나 가족을 통해서, 남자는 죽음앞에 직면한 고립된 상황에서 기억의 저장고를 하나하나 열어제낀다. 그 속에는 어머니와의 기억, 아내와의 기억이 엇갈려 오버랩된다.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 일명 외계인손증후군을 앓고 있던 아내와의 어리둥절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행동들의 기억과 죽기 직전까지 그것(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어머니와의 기억. 남자는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야 그동안 그토록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아내가 왜 병명조차 낯설기만하고 발병자조차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수 있는 병에 걸린 것일까. 그 의문의 답은 어쩌면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딱히 사랑따위는 없이 결혼한 아내와는 애정이랄것조차 자랄 틈이 없었고 작은 관심조차 건넨적이 있을까 싶게 어색하기만 하다. 아내의 왼손이 왜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남편인 자신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지, 도대체 그녀의 왼손은 무슨 메세지를 전하려 한것인지, 남자는 자신의 교통사고를 통해 인적이 드문 도로가에 내던져진 상황에서 되짚어 본다. 어쩌면 여동생이 지나는 말로 흘렸던, 언제나 수동적인고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아내가...정확히는 아내의 왼손이 했던 행동은 정말이지 그녀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그에게 하고팠던 말을 대변한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언제나 관심도, 변변한 대화조차도 없던 둘의 사이에서 남편의 그 무관심을 향해, 혹은 시어머니의 시도때도 없던 불만의 표출에 대한 아내가 던진 작은 혁명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남자는 곧 죽을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야 아내와 어머니의 내면을 돌아다 본다. 후회로 점철되었기 보다는 회한이 가득하게 넘쳐나는, 살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이제서야 삶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트여버린 감정으로 무던히도 애를 쓴다. 두 여자의 행동의 의미를 알아가고자, 혹은 살고자.

 

<어두워진 후에>는 '처음 만나게 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한 문장으로 어떤 상상을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딱히 낭만적일수는 없는 -낭만성이라고는 전혀 없을지도 모를- 첫만남의 시작이다. 이 단편 속에는 -소설가들의 여느 소설들이 다 시대를 말하고 있겠지만- 부쩍 시대를 향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언젠가 연쇄살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재림한듯한 소재가 소설족에서는 주요장치로 등장한다. 할머니,어머니,자폐를 가진 형이 일명 묻지마 살인, 연쇄살인범에 의해 무참하고도 잔인하게 난도질 당해 죽음을 당한뒤 삶의 의욕을 잃은 주인공은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게 된다. 이 부분에서 가족과의 정이 무척이나 돈독했을거라 상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자는 가족들의 세세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 그저 무던하게 바라보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가족을 잃고서 2년여의 세월을 방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이는 가족의 결속이란건 굳이 눈에 보이는 애정의 잣대로만이 아닌 내면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무언의 언어 즉,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어져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어머니의 '취향대로 만들어진 집'에서 유일하게 자리하지 못한건 '우물'이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상기시켜야할 매개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서 만들고자 했던 우물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하고,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내비쳤던 집에서 어머니는 피를 낭자하며 죽음을 맞았다. 가족 누구에게도 딱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남자는 최초의 목격자이자 용의자로 지목되며 타인에 노출되기를 극히 꺼려하게 되고, 급기야는 방랑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난 여자는 남자가 원하는대로 절의 입장료는 물론 밥,잠자리까지 두말없이 내어준다. 요즘같은 세상에는 참으로 비현실적인 상황이 아닐수 없지만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여자와 남자는 계속해서 이어간다. 여자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된 남자는 거동자체가 불편한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는 여자를 보게되고, 그 어촌 시골집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도 바라던 우물을 대면하게 된다. 2년여간 악몽에 시달려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그가 그 집에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되고 우물을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된 죽은 가족들을 통해 자신의 행색을 돌아본게 된다. 남자는 떠돌던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떠돌던 만틈 초라해지고 헤져있는 자신의 신발을 바라다 보면서 더이상 고통속에 자신을 내던져두는 무책임한 행동은 종지부를 찍기로 마음 먹게 된다, 새로운 신발과 함께. 타인과 타인이 그 어떤 연고도 없이 암묵적으로 신뢰를 주고받는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더군다나 부랑자 같은 모습의 사람에게서는. 하지만 떠돌다가 만난, 묵묵히 가족을 보듬어안고 있는 여자를 통해(혹은 그 가족을 통해) 남자는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나갈 희망을 얻는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정신적 공황 속에 빠져 있는 남자의 모습을 시니컬하게 그러낸 작품이다. 살인자의 살인 동기나 수법 등은 뉴스에 등장해서 우리를 뜨악하게 만드는 이중적인 성향과 잔인한 폭력성을 두루 보여준다. 광폭한 광기의 사회와 그로 인한 피해로 무기력에 빠진 남자의 대로조 인해 현 세태의 난장판의 모습을, 냉소적인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에서도 여자의 따뜻한 배려라는 장치를 깔아놓아 자칫 지독히도 건조해져버릴 이야기가 됐을법한 것을 오히려 뭉클한 이야기로 탈바꿈 시키는 마술을 신경숙 작가는 부려놓았다.

 

<성문 앞 보리수>에서는 세 여인이 등장하고 두 친구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S의 시선이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생을 더 살아감에 따라 점점 메말라져가는 일상을 표현해낸 이 작품은 각자의 다양한 삶의 공허(바쁜 와중에서 틈틈히 상기하게 되는 고통과 외로움에 따른)를 노래와 함께 이야기한다. 슈베르트가 빌헬름 뮬러의 시에 곡을 붙인 '보리수'를 기저에 깔고 세 여인의 삶을 담담히 토로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보리수의 가삿말처럼 '사랑'을 잃고 한겨울 우물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외로움을 노래한 젊은이와 같은 심정을 들려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차디찬 겨울한기 속에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져 있는 쓸쓸한 마음을, '이만큼 지나고 보니 그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는 회상과 함께 담담히 쏟아내는 모습은 그래서 더 스산하다. 당면해 있는 순간이 아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그 무엇인들 지나가는 일이 아닐게 있으랴. 결국은 누구나 떠나게 되어 있잖아. 그전에 이런저런 떠남을 반복하다가-p154 남편의 사랑을 잃고 떠난 '경'도 새 집을 마련하고 홀연히 죽음을 택한 '수미'도, 이들의 인생을 가깝게 그러나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S도 결국은 언젠가는 떠날 인생들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가까운듯 하지만 실은 친구들 각자의 내면을 실낱만큼도 헤아릴 수 없었던 은연중의 무관심을 질타하기 보다는 잔잔히 읊조리는 이 단편은 일상에 시달려 내 주위의 모습을 얼마나 잃어버리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사회생활도 인간관계도 어차피 내 일상의 한 부분 부분의 나열인 뿐인것을, 잘 알면서도 관심의 촉을 끊고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각 단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하는 취향에 따라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각양각색으로 나뉘어질것이다. 7편의 단편들 속에는 사랑도, 삶도, 일상도, 사회도, 사람들도..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이 모든 의미를 가질수도 어떤걸 많이, 혹은 덜 가질수도 있다.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모르는 여인들>은 사랑을 이야기 하는 듯한 뉘앙스를 띄다가 홀연히 사랑의 부재(떠남)을 전면적으로 관통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첫사랑 남자의 군화 속 짓눌려지고 땀이 흠씬 베어있는 냄새나는 발을 떠올리자마자 이별을 결심했던, 취직도 일상적인 삶도 그 어떤 하나도 되는게 없었던 고단했던 20대에 군화 속 그 발이 싫어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되뇌이던 여자는 20년이 지난후에 첫사랑의 부인조차도 남자를 떠났다는걸 알게된다. 20대의 막연한 두려움 속에 말없이 남자를 떠났던 자신과 암으로 인해 도망치듯 떠나버린 남자의 부인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첫사랑의 부인과 가사도우미 아줌마의 대화가 담긴 노트 한권을 통해, 그들이 타인에서 친밀한 감정의 교류를 주고받는 변화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제목 <모르는 여인들>은, 순전히 제목 그대로가 주는 이미지만 생각하자면 우리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게 아닌가 싶다. 모르는 남자, 여자들은 '모르는 사람들'로 증폭되어 우리들 모두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따지고 보면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모르는 이들이 모여 인연을 만들어가고 그 인연의 빨간실이 어디까지 이어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제의 살가운 인연이 오늘의 '남'이 될지도 모르는 삭막한 세상 속에서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서로의 배려와 이해와 관심은 그래서 퍽이나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면서 외로워하고 고독에 치를 떠는 우리에게 던지는 각성의 메세지가 담긴 단편들은,내 주위를 한번 주의깊게 돌아보라고 말한다. 단편 중 언급하지 <숨어있는 눈>은 이 속에 든 7편의 단편들 중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여인을 통해 여인의 삶의 균형이 깨어져버린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조목조목 그려내는데 이 자체가 상당히 폐쇄적이고 음울하며 고립되어 있는 분위기이다. 주인에게 버려져 공원에서 떠돌던 고양이의 죽음을 목격한 직후부터 시작된 여인의 버려진 고양이에 대한 집착은 미스테리한 실종으로 막을 내리는데 각 단편들이 전하는 고유의 메세지 즉, 신발이라는 중첩되는 근본적 소재로 인해 삶의 제일 내밀하고 누추한 면을 돌아보는 방식과는 다르게 공포와 미스테리를 적절히 조합해 사회의 불완전성과 한낱 미물 따위는 버림에 익숙해져 있는 잔인성을 미미하게 그려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동네는 밤 7~8시만 되어도 쥐 죽은듯이 고요해진다.  간간히 빛을 발하는 불빛이 아니라면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적막하기까한 이 곳에서 나의 부모님이나 나도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 때문이다. 이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 아니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다. 한마디로 거주하는 연령대의 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가끔 낮에 동네를 걸을 일이 있으면 집 앞 길가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져계신 어르신들. 그 '정'이 보기 좋아 내 입가엔 살며시 미소가 걸리곤 한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요즘같은 시대에 한집 건너 한집의 일을 자기네들 일처럼 속속들이 알고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어쩜 성가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정'의 온기를 알고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은 '정'없이 , 인간미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난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우리 가족이 조금 낙후되었을지언정 우리동네를 사랑하고 아직은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단편 하나하나, 딱히 눈물을 찍어낼만큼 신파극이 아닌데도 눈시울이 설풋 붉어지곤 했다.  신경숙의 8년의 기록,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쓰여있는 이 소설은 어쩌면 모두가 내 이웃의 이야기 같아서, 주인공들 각자가 한겨울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어제끼듯 외로움과 고독감을 토로하고 있어서 더 뭉클했는지 모른다.(공포스러운 부분은 살짝 배제하고서) 사람은 누구나 다 고독을 안고 산다. 나의 고독이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동화됨에 따라 나의 감정기류는 서서히 고조되어 갔고 그들을 보듬어 안아주고 싶었다. 첫 단편을 읽으며 뜻모를 눈물을 찍어내고 두번째에서는 오싹함과 뭉클함을 체험하고, 그 감정의 찌꺼기는 여전히 남아 각 단편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호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옆의 주위를 한번 돌아보게끔 만드는 시선의 확장도 함께 선사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위로를 바라며 이 세상 한가운데에 흩어져 살고있는 모든 고.독.한. 이들이다.

 

 

*작가님이 읽어주시는 '작가의 말' 북 트레일러

 

 



w*****8 2011.12.07. 신고 공감 20 댓글 29
리뷰 총점 종이책
[모르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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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이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니, 마치 예전에 즐겨보던 TV 문학관을 보는 것처럼 담백하고 생생했다.   최근작이였던 '어나벨'은 그저 그랬는데...그러고보니, 이 단편은 지난 8년간 써놓은 글들을 모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신경숙의 느낌이 오롯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신경숙의 글을 보면...조금은 어렵게 자란...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냇가에 나가서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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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이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니, 마치 예전에 즐겨보던 TV 문학관을 보는 것처럼 담백하고 생생했다.

 

최근작이였던 '어나벨'은 그저 그랬는데...그러고보니, 이 단편은 지난 8년간 써놓은 글들을 모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신경숙의 느낌이 오롯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신경숙의 글을 보면...조금은 어렵게 자란...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냇가에 나가서 빨래를 했던 경험이 있으며, 그다지 풍족하게 자라지 못한 각종 '막내 이모'들의 경험치가 일단 모든 글의 근간이 되어 있는 듯 싶어...그렇게 써내려 나간듯 싶어서... 친근하다.

 

이 번 작품에는 중간에 '왼손에 이상(?)이 있는 와이프'를 제외하고는 각종 인물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거나, 혹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던지...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어느날 씩씩하게 잘 살아가다가...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생길 것 같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그럴 일이 없지만...

살포시 다른 사람의 신발 속에 내 발을 넣어봤던 경험이...나도 있기 때문에. 

 

남들이 언니문학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 은근 우울하다고 폄하하곤 하는데...

내 입장에선 그녀의 글을 보다보면..잠시 여유가 생기고, 뭐랄까...뜨끈 뜨끈한 아랫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서 실컷 수다 떨고난 후의 개운함 같은 것이 있어서...어쨌거나, 나에게는 소중한 글이고, 소중한 작가이다.

 

이젠 박완서 선생님도 안계시고, 양귀자는 글을 쓰지 않고 있으니...신경숙은 오래 오래 살아서, 나에게 문학적 감동과 여운과 즐거움과...암튼 이것 저것 팍팍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다.

 

덧붙임.예약판매로 구입했더니,  녹색 펜으로 싸인이 되어 있었고...

          작은 미니 책도 한 권 동봉되어 배송이 왔다.

YES마니아 : 로얄 c******m 2011.11.27. 신고 공감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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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다운 7개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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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7권이 모여있는 책인것도 모르고, 일단 '신경숙' 이라서 주문했던 책이였다.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100만부 기념 양장본이 나올 때 까지 신경숙이라는 작가와 그리 친숙하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 익숙해짐을 시작하고 나서, 한 권씩 책을 접할수록 '신경숙'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믿음이 점점 커졌다. '모르는 여인들' 역시 신경숙에 대한 믿음을 배반하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다운 7개의 이야기들" 내용보기

  단편 7권이 모여있는 책인것도 모르고, 일단 '신경숙' 이라서 주문했던 책이였다.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100만부 기념 양장본이 나올 때 까지 신경숙이라는 작가와 그리 친숙하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 익숙해짐을 시작하고 나서, 한 권씩 책을 접할수록 '신경숙'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믿음이 점점 커졌다. '모르는 여인들' 역시 신경숙에 대한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내용으로 이어져나갔다. 7개의 이야기 중 한 단편의 제목이 '모르는 여인들'이긴 하지만 대체로 이 책속에는 여인들이 화자로 등장하거나 화자가 남자이더라도 결국 여인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곤 했다. 그리고 분명 단편이지만 묘하게 책 전체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도 가지게 됐다.

 

  ● '화분이 있는 마당' 7편 중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단편.

 

  갑자기 오랜기간 사귀어온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여자가 있다. 오랜기간 서로 함께 해 온 연인인 만큼, 그녀가 온몸으로 경험하는 충격은 상당했다. 그에게 온 친필편지를 여러 번 읽어봤지만, 내용은 같았다. 그녀는 그대로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더듬거리기 시작했고, 덩어리가 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든 생활은 조금씩 많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 때, 한 후배가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그 후배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후배가 새로 이사온 곳 마당에 화분들을 가꾸어주며 그렇게 그녀는 후배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공간에서 만난 한 여인을 통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더듬던 증세도 아무것도 씹어삼키지 못했던 것도 자연스럽게 고쳐나갔다. 여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여인이 타준 차는 달큰해서 한 달음에 마실 수 있었고, 여인이 차려준 밥은 꿀맛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다친 마음을 여인을 통해 풀어나갔다.

  모든 이별이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한 동안 사람들 사이의 인연으로 이어진 끈은 끊어지고 난 뒤에 아픔이 뒤따라 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지나고, 변화가 찾아오면서 그렇게 또 사람들은 새롭게 인연을 마주하고, 닫혔던 마음을 다시 열게 되는 것이 아닐까?

 

 

  ○ '모르는 여인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타인

 

  우연히 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오랜 시간만에 편지를 받게 된다. 남편이 하필이면 병원에 입원한 기간, 그리고 오래간만에 만난 그 친구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떠나버린' 그 때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나서 우연히 받은 한 노트속에서는 그의 아내와 그의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대화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집안일을 안내하고, 도와줘야 할 사항을 안내하던 노트가 그 사람들의 소통의 방식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만나게 된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오히려 가까워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타인. 그래서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들에게서 위로도 편안함도 얻게 되는 것 같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어쩌면 타인보다 더 타인같았던 모습 때문에 그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20년전에 헤어진 여자를 생각하며 자신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방법대로 해결해왔을 남편을 보며, 결국 끝내 남편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타인에게 이야기 한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7편의 단편은 읽을 수록 자신의 생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읽고 나서 바로 다시 한 번 더 읽게 된 책은 오래간만에 만나게 된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을 만나서 참 반갑고, 많은 생각들을 하며 이 시기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개인적 감상이 떠올라, 제대로 된 리뷰를 쓰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YES마니아 : 골드 m******2 2012.01.21. 신고 공감 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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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이 그뜻이였어 ,감정의 오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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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를 만났던때는 20대초반 어느날 친구네집에 놀러갔다가 " 풍금이 있던 자리" 가 실려있는 단편소설 모음집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녀와 나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책을 펼친 순간 앉아서 책을 덮을수가 없었고 친구와 노는 것도 잊어버릴만큼 집중했다가 결국은 빌려서 와서 읽고 다시 사기까지 했다. 그녀의 한구절 한문장이 너무나 좋았고 마음이 아리면서 다시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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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를 만났던때는 20대초반 어느날 친구네집에 놀러갔다가 " 풍금이 있던 자리" 가 실려있는 단편소설 모음집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녀와 나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책을 펼친 순간 앉아서 책을 덮을수가 없었고 친구와 노는 것도 잊어버릴만큼 집중했다가 결국은 빌려서 와서 읽고 다시 사기까지 했다.

그녀의 한구절 한문장이 너무나 좋았고 마음이 아리면서 다시 가슴이 따스해질수 있는 글들이었다.

그녀의 모든책을 사서 읽었고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학교졸업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글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너무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그랬던걸까? 세상의 풍파에 시달려 감정의 소진을 다해버렸서, 아님 감정을 소진할까봐 감정을 닫고 살았서 일까? 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최근에 다시 이책을 보게 되면서 내 오해가 깊엇다는 생각이든다.

내감정의 부재도 그녀의 문학적인 글이라고 생각한것은 나의 오해이다.

그냥 20대의 순진한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편지한통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 모르는 여인들"에서 그와 그녀의 사랑도 나처럼 오해로 시작되었다. 그와 그녀의 감정사이의 오해가 아닌 그녀 자신만의 오해로 시작된 이별이었다.

20대에 헤어져 40대 만난 남자친구에게서 한권의 노트에서 그의 아내와 그의 집 도우미 아주머니의 대화를 읽으면서 지난날 자신이 그를 버렸던 감정과 만나게 된다.

그가 또다시 그의 아내로 인해 버림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아직도 그날의 버림을 이해하지 못한 그는 20대때 자신을 버린 그녀를 만나면 그버림에 대한 이유를 알수 있을까 싶어 그녀를 만나러 나온것이다.

그녀에게 그가 묻는다 " 왜 나를 버렸냐고 왜그날 나를 롯데백화점에서 앞에 버려두고 소리질러 부르는 나를 외면했냐고 " 말이다.

그녀는 어떤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이야기를 한다.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그 자유가 나쁘지 않다"

라고 말이다.

 

그녀는 20대가 버거웠다. 20대의 사랑이 버거웠던 것이다.

나 또한 신경숙 작가를 멀리하게 된 나의 20대가 버거웠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게 된다.

이제는 온전히 그녀의 글들을 느낄수 있다. 버거웠던 20대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아직 책속의 글처럼 쓸쓸한 자유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신경숙 작가의 글을 단순히 내감정이입하는 것이 아닌 그문장속에서 내자신의 마음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녀가 모르는 여인들 노트내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것처럼 신경숙작가의 글들속에서 모르는 여인, 모르는 그들을 통해 나도 점점 쓸쓸한 자유를 찾아갈수 있지 않을까 싶다



m******6 2012.12.16. 신고 공감 4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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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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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책에서 유독 내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단편이 하나 있었다. 어두워진 후에 라는 단편을 읽으면서 작년 내가 알고 있던 지인의 친정집 사건이 떠 올랐다. 그녀는 딸만 있는 집의 장녀다.  그녀에겐 친정엄마, 아빠 그리고 까다롭기 이를데 없는 지인에겐 할머니이자 친정엄마에겐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있었다.  딸들 모두를 출가시키고 그녀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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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책에서 유독 내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단편이 하나 있었다.

어두워진 후에 라는 단편을 읽으면서 작년 내가 알고 있던 지인의 친정집 사건이 떠 올랐다.

그녀는 딸만 있는 집의 장녀다.  그녀에겐 친정엄마, 아빠 그리고 까다롭기 이를데 없는 지인에겐 할머니이자 친정엄마에겐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있었다.  딸들 모두를 출가시키고 그녀의 친정 부모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지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지라 그녀도 늘 5분대기조 상태로 친정엘 다녀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할머니가 손목을 그었고 그 모습을 처음 발견한 친정어머니는 실신을 해버렸다.  그렇게 덜덜 떨며 경찰에, 병원에 연락했지만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지인의 친정엄마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석달간은 딸네집으로, 아님 다른 친척집으로 늘 오돌오돌 떨며 생활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집으로 들어가셨지만 그 당시를 회상하며 지인은 자신도 그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어두워진 후에 라는 단편은 한 남자의 정신적 공허함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자폐인 형이 살고 있던 집에서 살해되었다.

어머니가 그 집을 지을 때 당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정성을 들인 바로 그집...

그 집을 설계하며 미래에 생길 아이들을 상상했고, 꿈을 상상했다.  

살인범이 잡히고 그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나온다.  그는 살인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살인이 직업이라는 그 인간의 출현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진의 처지에 남자는 절망한다.  그리고 그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 광경을 보고 나서는 잠도 잘 수 없다.

그 모습이 그대로 꿈속에 나타나고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집에서 멀리 멀리 달아나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어떤 절에 입장권도 사지 않고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매표소 직원인 그녀는 제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에게 밥을 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  그곳은 그녀의 집이다.  남동생, 여동생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의 어머니가 사는 곳. 결코 부자도 아니고, 결코 화려한 평수의 집도 아닌 그 집엔 따스한 웃음과 생기가 있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웃음소리가 끊기질 않는다.

그는 그곳에서 울고싶어도 울 수 없었던 눈물을 흘렸다.  나직이 시작된 남자의 눈물은 오열로 변했고 차츰 격해졌다.  그리고 남자는 처음으로 그곳에서 편안하게 숙면을 취한다.

그리고 남자는 느낀다.  이제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은 집이라는 것을..

아니 이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을...

 

자살이든, 살인이든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죽어간 곳이 집이라면,  특히 그 광경을 목격했다면

누구든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3자의 입장에서 듣는 것과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봤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테니까...   섬뜩하고 무섭고 그리고 그 남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어제까지는 추억이 있던 곳이고, 가족들이 웃었던 곳이고, 가족들의 사랑이 있던 곳이 하루 아침에 살해 현장이 되어 짓밟히고, 언론이 노출된다.   위로를 한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제대로된 위로로 받아 들일 수 있을까?  힘겨워하고 아파하는 남자, 그리고 전혀 위로 같지 않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을 줄 아는 여자를 보면서 마음의 치유는 작정하고 오는게 아니라 물처럼 스미듯 올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사소하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기 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다.  아픔과 상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맞는듯하다.  이젠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마음자세가 되었기에 여자의 따스한 친절이 그 남자를 무장해제 시킨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12.01.04. 신고 공감 4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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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어 꽃을 그려 드립니다.
"꽃이 없어 꽃을 그려 드립니다." 내용보기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뻔.하.다.고. 느꼈다. 그녀니까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 아무리 부정해도 그녀의 소설을 내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또 내게 책을 들게 하니까.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괜찮을까.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어떨까. 그러다 비로소 일곱까지 왔다. 마지막이 표제작이었다. 중간에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건조해
"꽃이 없어 꽃을 그려 드립니다." 내용보기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뻔.하.다.고. 느꼈다. 그녀니까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 아무리 부정해도 그녀의 소설을 내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또 내게 책을 들게 하니까.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괜찮을까.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어떨까. 그러다 비로소 일곱까지 왔다. 마지막이 표제작이었다. 중간에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건조해졌다. 느끼는 내가 그럴 수 있고, 그녀의 문체는 변하지 않았을 수 있다. 요즈음 나는 아무 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 관대함을 표방한 우유부단은  매력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어줍잖은 선함보다는 차라리 악함이 낫다. 적어도 솔직하니까. 나는 지금 둘다 놓칠까 전전긍긍. 어느새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모두에 민폐를 끼치는 중이지만, 다만 아련함이 있었다. 내 몸이 다 성장하기 전에 읽은 오래된 소설집에는 환상과 비일상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꿈길을 거닌 적도 있는데, 여기에는 없잖아. 실망보다는 세월이 만져졌다. 내친김에 끝까지, 마지막 페이지 전에는 일어서지 말자. 종종 내 독서에는 타협과 협상이 없다. 

 

서른이 되기 전에 나는 서른이 지난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채와 함께 지냈던 이십대가 즐겁기만 했다는 얘긴 아니다. 나는 채가 내 곁에 있었던 이십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행복하다고 여겼던 적이 별로 없다. 매일매일이 막연했고 불안했고 때로는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채를 거기에 두고 도망쳤던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뜨기 싫어 밤에 아예 잠을 자지 않은 날도 많았다. 어렸을 때 인간의 나이는 서른까지라고 써놓았던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p.254) 

 

여기저기 삶의 헛헛함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작품마다 페이지마다. 어쩌다 눈을 감으면 인물들이 박차고 나올 것만 같다. 우리들 뭐 하나 다를 게 없군요. 내가 당신을 읽듯 당신이 나를 읽는다면, 우린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말해 무엇하나. 그조차 공허한 울림으로 퍼질 것을. 닿지 못한 공기는 되려 서리가 되어 시린 눈에 맺힐 것을. 따뜻하게 그리려는 이야기를 차갑고 건조하게 읽는 나는 어딘가 비뚤어진 곰인형같다. 강아지 다섯 마리를 마당에 풀어둔 터라 택배가 와도 우편이 와도 아빠는 대문을 열 수가 없었다. 낮은 대문 위로 손을 번쩍 올려야 택배 기사나 우체부가 건네주는 것을 받을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강아지가 있어서요. 자꾸 나가려 해서 문을 열 수가 없네요. 나가서 돌아오지 못한 한 마리가 눈에 밟혀 나머지 다섯 마리마저 잃을까 두려워 자꾸 문을 건다. 나도 아빠도. 친구를 잃은 녀석들은 반드시 나가려는 의지가 없는데. 하필이면 그 아이일 필요가 없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어도 반드시 그 아이여야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아픈 이유는 이어지는 일상과 드문드문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이다. 결국 우리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부재하거나 힘들거나 윽박지르거나 싸워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일상으로 솟구치듯 떠오르는 기억이 아프기 때문이라는 게 한낱 소설 따위로 명확해지다니, 어쩐지 비참한 기분이었다. 아직 덜 배운 것이 남았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p.231)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는 내게도 두려운 일이었다. 한데 당신은 내가 가진 걸 빼앗겠다고 한다. 나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미처 말하기도 전에 간혹 뺏기고 싶은 상대를 만날 때가 있다. 상대가 나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는 상관없다. 취재를 하고 언론공부를 하고 기사를 쓰고 지역 신문사의 대학신문팀에서 레이아웃, 학보를 발행하고 발송하면서 먹던 점심의 자장면 맛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았다고. 울고불고 했던 나쁜 기억의 찌꺼기는 이미 다 사라졌다고. 그때 당신은 왜 그랬었냐고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신부가 예뻤냐고 묻기 전에 그때의 내가 어떠했냐고 묻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할 것 같다. 갚지 못한 빚을 평생 짐으로 안고 가야 했던 남자와 반대편에서 거꾸로 달려오는 헤드라이트를 피하지 못해 풀숲에 처박힌 남자, 너와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연인의 말을 들어야 했던 여자와 프랑크푸르트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을 감당할 수는 있어도 의문이 침묵으로 치환될 수는 없을 것이다. 동질의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 일갈했다.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와 살던 집의 마당에 화분을 키우던 남자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꽃과 나무를 훼손해버린 자괴감과 남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 멀리멀리 도망가버린 아내를 이해할 수 없어 20년 전 자신을 보고 도망쳤던 첫사랑을 찾아가 그때 왜 도망쳤냐고 묻는 남자의 깨달음과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을 집에 들였던 어떤 여자의 공허함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를 바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달이 환하고 별이 반짝이는 그런 밤 아니 어둠 속에 머리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또는 평상에 나란히 앉거나 누워 산들바람과 꽃과 나무의 소곤거림을 들으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느 밤, 핫바와 우동, 어묵을 먹겠다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우리와 한밤 중에 카트가 터질 만큼 장을 봐서 빈 집에 가서 밤새도록 고기를 굽고 맥주를 마시다 일어나 해장으로 라면을 끓여먹던 우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추운 밤에 커플끼리 거리를 달려 바닷가 앞에 차를 대고 조개구이를 먹던 일, 다 먹고 비틀비틀 방파제를 걷던 일. 우리의 이야기와 시간이 칵테일처럼 뒤섞이고 흔들려야 가능했던 모든 것들. 거기 우리가 있고 풍경이 있다.

 

목련나무에 새가 날아앉아 출렁거리는 것 같아 목련나무 쪽을 쳐다보았으나 무성한 잎새가 여름 밤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을 뿐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 밤하늘엔 별들이 가득 떠 있고 산들바람을 타고 마당의 치자향이 은은히 코끝에 맡아졌다. 오래전에 헤어진 사람을 우연히 만나 날이 새도록 얘기를 하고 싶은 그런 밤이었다. (p.73)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해줄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아니게 되었다. 그 공기, 웃음, 친밀감, 온도가 예전의 것들이 아니게 되었다. 모두 알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 사실이 우리를 그립게 하는 지도 모른다. 치자향이나 아카시아향, 하늘하늘 흔들리는 가을의 코스모스를 알고 있다.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이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경운기의 뒷자석은 나를 포함한 꼬마들 모두의 차지가 되었다. 올라타면 터덜터덜, 덜덜거리며 논길, 밭길, 들판을 달린다. 청량한 산을 뒤로한 맑은 냇물이 흐르고, 봄이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가을이면 대추나무와 모과 그리고 코스모스가 우리들 옆으로 지나쳐갔다. 이야기들을 과거에서 끄집어 내지 않고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말이 아니라 글로 전한다. 행동이 아니라 뜻으로 전한다. 어느새 추억이 글과 말로만 읽힌다. 서른 후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던 어떤 이의 절규처럼. 아무리 잡으려 해도 빠져나가는 고운 모래처럼, 당신처럼 자꾸만 모든 것을 놓쳐버린다.

 

달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밤구름에 대해서, 어딘가 물이 많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 같은 저 느릿한 달의 움직임에 대해서. (p.115)

 

말하기 어렵더라도 지금 말해야 하는 이야기다. 아련히 지나가버린 이야기지만 꺼내야 하는 이야기다. 씌어진지 오래된 일곱 편의 소설은 무지개빛으로 하늘 가까이에 떠 있다. 나를 불러내주세요. 모두 꽃처럼 나무처럼 단정하고 소중한 존재이지 않았나요. 행여 잃어버리더라도 슬퍼마세요. 시절은 시절을, 시간은 시간을, 아쉬움은 아쉬움을, 하지 못한 고백은 하지 못한 고백을, 해주고 싶은 말은 해주고 싶은 말을 불러오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사라져버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아무리 잊어도 나만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설사 당신이 나를 거쳐 가더라도 혹은 갔더라도. 기억하는 것이 고통이라면 빠른시일의 망각도 능력일 것이다. 오래 기억될 이야기, 얼른 잊어야 할 이야기,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모든 것들을 작가는 꺼냈다. 감당은 독자의 몫. 책을 덮을 즈음 딱 한 가지가 궁금했다. 나에 대한 당신의 기억. 

s*****d 2011.12.01.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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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따뜻하고 푸짐한 상차림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어요, 우리.
"[모르는 여인들] 따뜻하고 푸짐한 상차림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어요, 우리." 내용보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극중 고등학교 교사인 서이수(김하늘)가 반 학생 문제로 도진(장동건)의 무조건적인 부름에 응해야 할 때에 사무실에서 기다리다 지쳐 가방에서 꺼내 읽고 있던 책 입니다.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검색하니 신경숙님 책이더군요. 신경숙님은 미국을 비롯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엄마를 부탁해'로 2011 맨아시아문학상(Man Asian Lite
"[모르는 여인들] 따뜻하고 푸짐한 상차림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어요, 우리." 내용보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극중 고등학교 교사인 서이수(김하늘)가 반 학생 문제로 도진(장동건)의 무조건적인 부름에 응해야 할 때에 사무실에서 기다리다 지쳐 가방에서 꺼내 읽고 있던 책 입니다.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검색하니 신경숙님 책이더군요.

신경숙님은 미국을 비롯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엄마를 부탁해'로 2011 맨아시아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한국 최초는 물론, 여성 최초로 수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이전에 받았던 책이었는데 인기가 높다고 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리진' 역시 준비과정이 담긴 신문기사를 보고 당장 샀는데 막상 읽으려고 하니 흥미가 나지 않아 덮었습니다. 그리고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 커플 보다 메알 커플을 더 응원하던 저는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이 책과 함께 카트에 넣고 당장 주문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렇게 저에게는 신경숙님의 최신 장편 3권과 이 단편집 1권이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이 씌여진 시간들이 특별하다고 합니다. 지난 팔 년 동안 앞서 제가 말한 장편 3편을 쓰던 중 쓰고 싶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쓴 작품들로 가장 침울했을 때나 내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동시대로부터 혹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마음이 훼손되거나 쓰라림으로 얼룩지려고 할 때마다 묵묵히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관계'에 대한 그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단편소설인데 한 편씩 읽고 나면 여운이 남고 기분이 멍해집니다. 잘쓴 단편소설들이 늘 그렇듯 흠뻑 빠져들어 보다가 끝나버림이 아쉽습니다. 소설집의 제목은 마지막에 담긴 소설의 제목과 동일하지만 7 편 전체를 관통하기도 합니다. -모르는 여인들

화자 혹은 화자가 떠올리는 그 모르는 여인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모두 서늘하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온기를 지울 수 없습니다. 모든 이야기에 푸짐하고 뜨끈한 먹거리와 상상만으로도 흐드러지게 아름답게 핀 온갖 꽃과 나무들이 나옵니다. 각박하고 서늘한 그녀들의 삶에 온기와 찬란함을 잃지 않도록. 고단함이 느껴져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줍니다. 그리고 대화의 중요성. 말했더라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이해받지 못하고 외롭게 소외된 여인들의 모습에서 종종 지인들과 따뜻한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끝의 신발 -순옥일 보면 하느님이 진짜로 있능가 싶당게. 환갑을 보낸 뒤론 일요일이면 읍내 성당에 나가는 게 거의 유일한 아버지의 낙이었다. (p93)

:첫번째 이야기가 너무나 강렬해서 다음의 모든 이야기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너무나 불쌍합니다. 기가 막히고 눈물이 울컥. 하지만 고단하고 기가 막힌 인생에도 만발한 꽃들과 잃지 않는 웃음, 그리고 희망. 그렇게 삶은 살아갈 만 하다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 해 줍니다.

 

화분이 있는 마당 -여자가 안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앵두화채였다. 오미자 우린 물이 담겨 있는 화채볼이 눈부시게 희었다. 볼 안에 빨갛게 익은 앵두가 동동 떠 있고 앵두 가운데에 통잣 다섯 알이 하얗게 떠 있었다. (p207)

가지무침과 백김치와 미역찬국과 애호박새우젓나물과 밭에서 좀 전에 똑똑 따온 것 같은 상추와 깻잎 쑥갓과 곰취 그리고 찐 호박잎이 담긴 바구니를 차례로 내려놓는 걸 나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쌈 야채가 담긴 바구니 옆에 강된장을 놓고 현미와 차조와 강낭콩이 섞인 밥이 소복하게 담긴 밥그릇 옆에 국그릇을 내려놓으며 여자가 오이무름이에요, 말했다. (p214)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에요. 반전장치를 마련한 듯 하지만 이미 복선부터 눈치챘기에 반전은 힘을 잃습니다.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습니다. 각종 화분과 꽃과 나무들이 만발하고 가득한 마당의 묘사도 얼마나 좋은지요. 다 옮길 수 없을 만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부 발췌한 부분을 비롯한 음식 묘사. 저는 한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먹음직스럽고 군침이 돕니다. 진심어린 위로가 담겨 있는 따뜻한 밥상이 주는 치유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는 요즘 음식 관련 서적을 찾아 뒤적이는 중입니다. :)

 

그가 지금 풀숲에서 -이따금 아내의 왼손은 장모가 기르고 있는 두릅나무들을 정겹게 쓰다듬기조차 하는 모양이었다. (p362)

야성적인 잣나무의 푸른 빛깔조차도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p388)

:가장 빠른 속도로 읽었던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너무나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풀숲에 있는 그가 내내 떠올리는 아내가 참 불쌍합니다. 어쩌면 그리도 답답하게 살았을까요. 그녀의 왼손이 '아내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것도 어찌하여 그는 자신의 여동생으로부터 듣고 이해하나요.

 

어두워진 후에 -갓김치, 곰취나물과 멸치볶음과 메추리알과 오이 길쭉하게 썬 것과 잔 고구마 삶은 것 들이 접시에 담겨 남자 앞에 놓여졌다. 잠시후에 주인남자가 들고 와 내려놓은 것들을 남자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멍게와 해삼이 반반씩 담긴 접시, 피문어 데친 것이 한 접시, 꿈틀꿈틀거리는 산 낙지가 한 접시, 껍질 벗긴 새우 한 접시, 게 삶은 것이 한 접시, 소라 삶은 것 한 접시가 나왔다. 다시 가운데에 모시조개로 끓인 조개탕이 놓였고 그 곁엔 꽁치구이가 올려졌으며 종내에는 회를 친 우럭이 소복이 담긴 접시가 나왔다. (p439)

상 위의 밥그릇들 옆에는 파란 배추된장국이 한그릇씩 놓여 있었다. 파를 종종 썰어넣어 무친 생굴에서 참기름 냄새가 맡아졌다. 큼직한 깍두기, 멸치볶음, 깻잎, 계란찜. (p492)

:어두움의 끝까지,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닿은 후에 다시 기운내서 시작하려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의 사연은 역시나 너무나 불쌍하고 상상하기도 싫을만큼 끔찍합니다. 그런 그가 다시 새로운 신발을 신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힘을 준, 이 책의 제목을 빌어 '모르는 여인' 덕분에 희망과 따뜻함을 느끼고 기운냅니다. 믿을 수 없을만큼 인심 넉넉한, 따뜻하고 푸짐한 상차림과 함께. :)

 

성문 앞 보리수 -경에게 어떻게 수미 소식을 전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쉽게 얘기해버린 셈이다. 얘기를 하고 나니 그리 어려웠던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 S는 공허해졌다. (p610)

이런 말들을 하면서 살아야 했었는데......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미안. 수미도 나도 너를 외롭게 했겠다는 생각. 십 년쯤 마음속의 얘기를 안 하고 살다보니 나중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되더라. (p626)

:사람과 사람 사이에 중요한 가치. 대화의 중요성. 말했더라면, 털어놨더라면. 덜 아프고 덜 힘들었을텐데.

 

숨어있는 눈

:가장 싫었던 이야기입니다. A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은 그녀가 데려온 고양이들이 모두 귀머거리였다는 것을 모릅니다. 고양이들이 모두 듣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A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A의 마음만 이해받아야 하나요. A가 데려온 12마리의 고양이로 인하여 난장판이 된 집에서 살아야 하는 남편의 마음은 왜 이해하지 못하나요.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소통의 부재.

 

모르는 여인들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p786)

가끔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기막힌 인생을 듣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편하게 기대고 있던 등이 나도 모르게 곧추세워져요. (p842)

생각해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는 살고 싶었으나 살지 못한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능한 한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p844)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요? 상상도 못했던 전개에 두번 놀랐습니다. 최고입니다. 전개 뿐 아니라 내용도 좋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도 많습니다. 일생에서 두번씩이나 이유를 듣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한 그가 참 딱하고 그의 아내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아내의 노트에 그녀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참 맘에 듭니다. 그래서 알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를 만나고 돌아와서 주인공이 하는 행동도 공감이 갑니다. 있을 때 잘해, 잘하자. :) 

YES마니아 : 로얄 f*******6 2012.10.30. 신고 공감 2 댓글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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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꼭 장편을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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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나를 책의 세계로 천착하게 만든 것은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세로쓰기로 된 두꺼운 양장본의 그 책은 고향집에 내려간 대학1학년 겨울방학을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게 책이구나, 이래서 고전 문학, 톨스토이, 톨스토이 하는구나’ 뼛속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문·사회서적만 탐독하는 나를 발견했다. 우연히 읽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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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나를 책의 세계로 천착하게 만든 것은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세로쓰기로 된 두꺼운 양장본의 그 책은 고향집에 내려간 대학1학년 겨울방학을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게 책이구나, 이래서 고전 문학, 톨스토이, 톨스토이 하는구나’ 뼛속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문·사회서적만 탐독하는 나를 발견했다. 우연히 읽게 된 고(故)리영희 선생님의 책 이후로 계속 그랬던 것 같다.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동안 또 문학만 파고 들었다.

나의 독서 패턴은 늘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책장을 정리하는 데 문학, 특히 내가 읽은 소설 중 대다수가 남성 작가의 작품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스라칠 정도는 아니지만 꽤 놀랐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경숙, 은희경, 심지어 박경리씨의 작품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다.

부랴부랴 책을 구입 해 읽었다.

 

이 책 「모르는 여인들」은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읽은 「엄마를 부탁해」는 왠지 읽기 싫어 「모르는 여인들」을 구입했는데, 단편소설집이라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구입했다.

 

처음 읽어 본 신경숙의 글은 따뜻했다. 이것이 7편의 단편 모두에서 받은 느낌이다. 문장의 호흡이 짧아 좋았다. 내가 워낙 김훈의 글과 문장을 흠모해서 인 탓이겠지만 호흡이 길고 너무 많은 것을 의도한 문장을 읽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 면에서 신경숙의 글과 문장은 김훈의 그것과 닮아 있는 듯 보였다. 두루뭉술하게 펼치기만 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은 요즘 신경숙의 글과 문장에서는 베테랑 다운 작가 자신만의 글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신선했다.

7편의 단편이 모두 따뜻하다. 그리고 또한 처연하다. 애달프고 애처로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서늘하고 담담하다.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공감이 안 될 듯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그가 지금 풀숲에서]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내와 [모르는 여인들]에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와의 메모 교환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는 아내는 머리로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공감이 되는 캐릭터였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린 시절 읽었을 때 받았던 느낌과 장성한 뒤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이 여성 작가가 창조해낸 여성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독자의 욕심으로 머릿속에 우겨넣으려 하는 것은 말그대로 욕심일 뿐일 것이다. 다만, 7편의 단편소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공감한 따스함과 처연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욕심이 아니다.

 

 

“파를 종종 썰어넣은 무친 생굴에서 참기름 냄새가 맡아졌다. 큼직한 깍두기, 멸치볶음, 깻잎, 계란찜. 언제 만들었는지 숭늉이 담긴 큰 양푼이 밥상 아래 놓여 있다.” (p.147)

“산수유에 복숭아나무에 배나무에 살빛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그런 봄날이었어.” (p.153)

 

 

한눈에도 맛있게 차려진 밥상이 그려지고 온갖 꽃들로 만발한 봄의 산이 그려지는 작가의 문장은 그대로 캐릭터의 감정선과 공유되고 평행하게 흘러간다. 7편의 작품 모두에서 동일했다. 이 부분이 나는 가장 좋았다. 무심하게 관망하는 듯한 말투가 작가의 문장에서 그대로 배어난다. 그리고 평행을 유지한 채 공감을 이끌어 낼 뿐 과도하게 캐릭터에 끼어들지 않는다. 단어 하나로 독자의 머릿속에 그대로 그림 그려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어렵지 않고 흔한 굴이니, 참기름이니, 계란찜이니 하는 단어의 선택 또한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읽었던 젊은 작가들의 소설집의 그 자질구레하고 무슨 말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감정의 고저는 읽는 내내 불편하고 짜증스럽게 했다.

 

처음 접한 작가 신경숙의 글과 문장은 따뜻하지만 처연했다. 호흡이 짧아 좋았고 쉽고 간편해 읽는 독자가 바로 이미지화 시켜 체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와도 적정한 감정선을 유지하고 관망하는 것이 좋았다.

결코 어려운 단어와 문장을 쓰고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서 좋은 글과 문장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신경숙의 글은 좋았다.

 

불쑥불쑥 ‘이게 더 정확하게는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이런 문장을 왜 여기에 썼을까?’ 하는 등의 물음이 울컥 치받기도 했지만 큰 의미를 찾지 못해 그만 두었다.

 

 

다음번엔 단편소설집이 아닌 장편을 읽어볼 생각이다.

작가 신경숙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으로.

 



l****h 2012.07.03. 신고 공감 2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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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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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모르는 여인들"까지 읽게되면서 이제 신경숙작가의 완전한 팬이 되었다~ 이책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이 밝은 내용은 아니라서 다 읽고나서 씁쓸한 여운이 남긴하나 신경숙작가 특유의 필체와 스토리전개에 푹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손에서 놓기 싫은 흥미로운 책을 접한것 같다. 다음번에는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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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모르는 여인들"까지 읽게되면서 이제 신경숙작가의

완전한 팬이 되었다~

이책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이 밝은 내용은 아니라서 다 읽고나서 씁쓸한 여운이

남긴하나 신경숙작가 특유의 필체와 스토리전개에 푹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손에서 놓기 싫은 흥미로운 책을 접한것 같다.

다음번에는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외딴방",

"리진"등을 읽어보려 한다.

k******7 2012.01.08.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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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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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자들' 작가님 특유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는내내 시종일관 먹먹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가 8년 만에 출간한 '모르는 여자들'는 7편의 마스터피스라고 칭해도 좋을 단편 걸작들이다.    '세상 끝의 신발'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간직하고 있던 혈연이 관계가 아닌 의형제로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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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자들' 작가님 특유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는내내 시종일관 먹먹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가 8년 만에 출간한 '모르는 여자들'는 7편의 마스터피스라고 칭해도 좋을 단편 걸작들이다. 

 

'세상 끝의 신발'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간직하고 있던 혈연이 관계가 아닌 의형제로 맺어졌다고 말해도 좋을 작은 작은아버지의 딸 순옥언니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떠오리는 이야기다. 순옥언니의 부츠를 몰래 숨기며 신발이 없으면 하룻밤 더 자고 갈거라고 생각 할 만큼 순옥언니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세월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며 가족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화분이 있는 마당' 오래도록 연인 관계를 유지하던 남자는 인터뷰어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에게 그녀와의 미래를 떠올릴 수 없다고 이별을 통보한다.  남자 친구의 이별로 인해서 말더듬이가 된 여자.. 자신의 집 옆으로 이사오는 사진작가 k.. 그는 앞마당에 여러가지를 화초를 심으며 자신이 출장을 떠나며 그녀에게 마당의 화초를 부탁하는데 주인공은 화초를 돌보며 서서히 자신을 회복해 가는 도중 마당에서 우연히 만난 미지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녀는....

 

'그는 지금 풀숲에서' 유달리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다. 주인공은 '외계인손증후군"을 왼손에 가지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다. 맞선으로 만난 여자와 세번만에 청혼하고 결혼한 남자.. 까탈스러운 시어머님 수발을 다 들으며 묵묵히 성실한 삶을 살아온 아내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왼손으로 인해서 아내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외면한 남자... 그는 아내의 왼손에게 수시로 따귀를 맞는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 역시도 이런 자신을 감당할 수 없어 친정으로 내려가는데..... 여동생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자신이 한번도 아내에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서서히 아내가 그와 결혼해서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두어진 후에' 자폐증을 앓고 있던 형과 엄마와 할머니.. 세 사람은 강도에게 끔찍한 살해를 당하는데 경찰은 오히려 범인으로 혼자 남은 동생을 의심한다. 자신에게 속해 있는 모든 가족을 잃어버린 남자의 방황... 그에게 인간의 따뜻한 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무뚝뚝하게 친절을 베푸는 여자.. 여자와 그녀의 가족을 보면서 용기를 내는데...

 

'모르는 여자들'는 자신이 20년 전에 떠난 남자 채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받게 된다. 병원에서 아픈 상태의 남편을 수발 들고 있는 여자는 지나간 사랑을 만나야하나 말아아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고 채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내미는 노트 한권을 통해서 채의 가정사를 알게 된다. 채는 궁금하다 20년 전 약속 장소에 나와 놓고도 자신을 보고 도망갔던 여자의 심정이....

 

'모르는 여인들'의 주인공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대 보다는 30대가 좋고 30대 보다는 40대가 나쁘지 않다는 말... 난 가끔씩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는데 주인공은 오히려 지금이 좋다고 한다. 주인공은 불안정한 상태의 연애 심리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 비해 연애 감정에서 멀어지니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비록 낭만이나 애틋하며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은 사라졌어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쓸쓸한 자유가 오히려 더 자신을 평화롭게 한 다는것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전함과 공허함, 상실감, 쓸쓸함과 불안전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모르는 여자들.. 나나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한 이야기들을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q******5 2011.11.27.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