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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볍게 읽으려고 집어 들었던 소설이 나를 이토록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있던가. 문장이 어렵거나 문체가 어려워서 그런것은 아닌 듯 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연결되지 않은 이 소설의 8개의 이야기에 무척 당황했다.
정신을 차리고 읽어보아도 한번 읽어서는 이 소설의 깊은 맛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선 저자의 이름이 분명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 속에는 한국인도 등장하지만, 외국인들도 대거 등장하는데다가, 처음 시작은 한국의 '황령산 드라이브'로 시작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도쿄, 뉴욕 등등 세계 곳곳을 누빈다. 게다가, 후반부에서는 저자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책 속에 등장해서 혹 이게 소설이 아니고 논픽션인가, 아니면 이 부분에서 이야기가 끝난 것인가 마구 헛갈렸다.
그만큼 사실 정신없이 느껴졌던 구성에 평소 추리소설이나 읽기 평이한 소설을 많이 선호했던 나의 책읽기 수준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렇다. 이 소설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좀 난해한 소설이라는 게 내가 이 소설을 접하고 느꼈던 첫 느낌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이란. 여자와 남자가 아닌, 여자와 여자와의 사랑, 그것도 교수와 학생이라는 입장이 낯설고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물론, 그게 현실인지 가상인지 그 경계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도 소설을 읽어나갈때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충격이었지만 말이다.
또, 각기 다른 이야기같지만, 장소도 나라도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그곳에는 공통하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텔은 각각의 장소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화려하고 깨끗하고 무언가를 해결해줄 그런 호텔이 아니라, 허름하고 때로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가 없다가 또 호텔도 영업을 하고 있다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폐업 상태였다가 하는 등 호텔 안에서의 사람들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등 느낌이 제각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정체모를 약과 현재인지 미래인지 모호한 경계에서 각각의 이야기 속에 등장한 사람들이 사랑을 하기도 하고, 모험을 하기도 하고, 또 죽음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는 모호한 구성이 무척 독특했던 것 같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지닌 의미가 시간 여행의 통로로 작용하는 듯, 그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의 사랑의 기억이 그리움인 것 같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집착이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절망하고, 나중에는 종교적인 믿음으로까지 붙잡고 싶어하는 그런 광적인 느낌도 있다.
나에겐 난해한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이해한 것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풀어낸 듯한 느낌이랄까.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대한 기억, 그 통로에 있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치명적이면서도 읽었다는 느낌보다 뭔가 모호하고 확실하지 않은 느낌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중독성 있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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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억을 주제로 한 연작 단편집이다. 첫 번째 '부산'이 배경인 단편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배치하고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워싱턴DC', '라스베가스', '뉴욕' 등 일곱 도시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야기를 전개한다. 일곱 개 단편이 각각 독립적이지만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장치는 이 곳이 일종의 '차원 통로'로 이 연작 단편집이 '시간 여행'을 테마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수록작 중 두 번째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40년 전에 신혼여행을 왔던 곳인 샌프란시스코를 홀로 찾아 온 미국인 노인의 이야기이다. 노인의 아내는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부부는 양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결국 결혼에 성공하였다. 아내는 5년 전에 세상을 떠나 버리고 노인은 홀로 살고 있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그 동안 모은 저축과 연금으로 그럭저럭 살 수는 있지만, 매일 저녁 티브이를 켜 놓고 냉동 음식을 데워 홀로 먹는 지독하게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로움에 지친 노인은 자살을 결심하고 가장 돌아가고 싶고, 사랑스러운 기억이 있는 허니문의 도시에 홀로 온 것이다. 예전에 묵었던 그 호텔, 그 방, 그 침대에 홀로 누워 옛날을 회상하면서 비싸게 구입한 'Chew-X'라는 약을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 그 약은 고통없이 죽을 수 있다고 은밀하게 돌아다니는 약이었다. 그런데, 노인에게 죽음 대신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가장 행복했던 그 허니문의 순간으로 돌아간 것이다.
첫 번째 단편이 주인공 여대생이 연상의 물리학 여 강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동성애라는 코드가 있긴 하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가 두 번째 단편에서 갑자기 비약한다. 배경도 분위기도 문체도 완전히 바뀌어 버려 '어 이거 봐라!'하는 마음이 든다. 이어서 헤어진 미국인 연인을 찾아 난생 처음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일본인 아가씨, 마이애미에서 악몽과 같은 12시간을 보낸 쿠바 태생 건달남자, 인터넷 채팅 중에 자신도 모르는 자기의 정체가 미래에서 이 곳으로 보내진 시간 여행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여자, 라스베가스에서 인생의 막다른 순간에 몰린 청춘 남녀 커플, 그리고 뉴욕에서 소설가와의 만남을 꿈꾸던 여자가 차례로 등장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예전에 '하트모텔'이라는 제목으로 쓴 작품집 속에 있던 4개의 단편을 새롭게 확장하고 3개의 단편을 새로 썼다고 한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 함께 이 작품집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는 '기억'과 '사랑'이다. 사랑은 가고 기억만 남은 외로운 저녁과 같은 달콤한 비애의 정서를 적어도 두 번째 단편에서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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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 ~ 1745)”가 “시간여행자(Time Traveller)"였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시간여행자의 증거로 소설에 등장하는 ‘끊이지 않고 반짝이는 불빛’이 현대의 형광등을 의미하고, 또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와 우주인에 대한 표현이 현대의 우주선과 우주인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며, 소설 속에서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두 개의 위성에 대한 묘사가 151년 뒤 밝혀진 사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식 이야기지만 “시간여행자”라는 해석이 참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인터넷에 시간여행자의 증거 사진들이라고 해서 화제가 된 몇 몇 사진들을 본 기억이 난다. 대부분 착각이나 또는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그래도 꽤나 그럴싸한 사진들이었다. 아뭏튼 시간여행은 실재(實在)와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UFO와 함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번에 이런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독특한 우리 소설을 만났다. 바로 “서진”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예담/2011년 11월)>이 그 책이다.
책은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들은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라스베가스 등 세계 곳곳의 7개의 도시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등장한 곳이 바로 제목이기도 한 “하트 브레이크(Heart Break)" 호텔이다. 하트 브레이크, 직역(直譯)하면 ”심장이 깨지다“라는 뜻 일 텐데 심장이 깨질 것 같이 지독한 슬픔, 즉 ”비통(悲痛)”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호텔이 일종의 시간여행자들의 통로 역할을 한다. 즉 이 호텔을 통해서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여행을 하고, 이곳을 통해서 다시 자신들의 시간대로 귀환하는 곳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의 시간여행은 “H.G.웰스”의 <타임머신>처럼 실제 과거로 가는 그런 여행일까? 작가가 시간여행 기술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있진 않지만 단편들에서 제시한 단서들을 종합해보면 이 소설에서 시간여행은 ‘Chew-X’라는 약물을 통해 자신의 과거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종의 가상체험 스타일로 보여진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의 가상현실이나 영화 <토탈 리콜>에서의 기억 조작과 같은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평행우주(平行宇宙)” 개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시간여행의 방식이 불분명하지 않은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서 시간여행은 일종의 소재로 등장할 뿐 그 “방법”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편들 속 등장인물의 각자의 “사연”들이 바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일테니 말이다.
책의 첫 시작과 마지막은 <황령산 드라이브>를 PART1,2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장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출판사 소개글에는 소설의 입구이자 출구로 역할을 하는 “뫼비우스 띠”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하는데, 이야기의 연계성은 있겠지만 끝없이 순환 반복되는 뫼비우스 띠와의 연관성은 딱히 발견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작품인 <두번째 허니문>부터 본격적인 시간여행자들의 이야기 - 물론 <황령산 ~>PART1 편도 시간 여행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지지만 짐작해볼만한 힌트들은 없었다 - 가 전개되는데, 서로가 다른 지역이지만 공통적으로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여행의 출발이자 종료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 - <두번째 허니문>, <당신을 위한 테러>-도 있고, 시간 여행임을 직접 언급하는 이야기 - <미래귀환명령>, <황령산 드라이브> Part2 - 도 있지만 좀비가 등장 - <휠 오브 포춘>- 하고, 머릿 속에 핸드폰이 들어가 버리는 - <내 머릿속의 핸드폰> - 등 시간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묘한 이야기들도 실려 있다. 이처럼 이야기들은 제각각이지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지만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처럼 애잔한 감동이나 깊은 여운을 느껴볼 수 는 없었다.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감동 코드는 부족했다고 할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재적 실험과 이야기 구성력만큼은 결코 녹록치 않은 작가임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그런 소설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끝으로 나는 이 소설의 작가를 “여성”으로 알았다가 다 읽고 나서 작가가 “남성”이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었다는 사실을 밝혀둬야겠다. 이런 오해를 왜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선 작가의 이름인 “서진”을 여성의 이름으로 착각을 했고, 책 첫 단편에서 등장하는 여학생들의 동성애 장면들 - 남자가 상상으로 썼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럴싸하게 묘사하고 있다 -, 그리고 이야기들 곳곳에서 묻어나는 감성(感性)적인 면들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듯 하다. 나 혼자만의 오해였겠지만 나에게는 “반전(反轉)”이 되어 버린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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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솔직히 그가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제1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서진의 두 번째 소설이란 사실도 모른 채 제목에 끌려 펼쳐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소설은 머릿말이나 도입부만 읽어봐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집작이 되지만 통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사실 프롤로그를 읽어보고 읽어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을 미룬 채 살짝 뒷장을 넘기는 반칙을 감행하여 에필로그 마저 읽어봣지만 에메모호하긴 매한가지다. 분명 주인공이 황령산 드라이브 길에 밤도 깊고 때마침 내리는 빗속에 운전이 위험할 것 같아 잠시 쉬었다 가려고 들른 곳이 바로 제목과도 같은 '하트브레이크 호텔'이였는데. 이 소설의 입구로 들어섰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내친김에 읽다보니 어느덧 미리 본 마지막 부분이지만 정작 내용이나 이야기의 줄거리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이거야 원, 책을 끝까지 읽고서도 헤메니 대충 흝어 보고서 알수 없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여대생인 주인공과 그녀가 수강하고 있는 물리학 수업, 그리고 미모의 물리학 여강사. '하트브레이크 호텔'로 들어가는 두 여자를 보며 이건 뭐 동성애 이야기인가 했더랬다. 하지만 천만에, 이 소설은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로 시작했지만 외형은 '시간여행'이라는 SF 성격을 띠고 있다. 게다가 그게 다가 아니다. 평행우주론이니 공간 이동이니하는 현대물리학과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들은 모두가 시간여행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된 작가에 의해 쓰여진 특이한 소설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라스베가스, 뉴욕 등 7개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어김없이 한 곳으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바로 하트브레이크 호텔. 그곳은 사랑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 불가능한 사랑을 일종의 환각을 통해 잠시나마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림머신'인샘이다. 주인공들을 따라 SF 영화속 한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시간여행을 뒤쫒기도 벅차다. 젊은 작가의 우주적인 상상력을 따라가기엔 상상력의 부재와 시공을 초월한 빠른 전개방식에 넋이 나갈 지경이다. 한 노인이 옛 허니문 장소였던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 들른다 노인은 비록 오래전에 이혼햇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별한 옛 중국인 아내와의 첫 만남과 신혼여행을 회상하며 그 때가 가장 행복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살을 택한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Chew-X'라는 알약을 먹고 눈을 떠보니 분명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한 기억속에 분명 신혼 시절로 돌아와 있다. 그는 후회와 연민으로 사랑의 기억을 부여잡고 부인과의 이혼을 막아보려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후회와 더 깊은 절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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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곳, 하트 브레이크 호텔에 사람들이 투숙한다. 하트 브레이크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시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들려지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을 번역한 사람이 이 책의 소설가 서진이다. 그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 어딘가에 장기 투숙한 채 머리 속의 핸드폰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신하고, chew-X라는 약을 먹여 사람들의 꿈을 채록한다. 호텔에 들어오거나 주변에서 배회하다간 그렇게 이야기를 빼앗긴 채 섹스를 하거나 잠드는 것이다. 이야기 뱀파이어. 그것이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장기 투숙자 서진의 진짜 정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를 조심하라! 소설 속 곳곳에서 그는 정체를 감추고 나타나 사람들의 심장을 부수는 말을 던진다. 때론 중성적 매력의 여자 물리학 강사로, 때론 영어강사인 척 하는 테러리스트로, 때론 십년 째 크레딧이 없는 한물 간 시나리오 강사로 나타나 하트 브레이크 호텔로 당신을 유인한 뒤 심장을 도려내는 이야기를 토해내라고 고문한다. 묘하게 혹은 야하게. 서진의 소설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사랑 이야기다. 외로운 혹은 기억을 찾는 사람들이 방문해 사랑을 나누거나 추억을 사랑하는 곳. 좀 낡고 고색창연하지만 둘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옆 방의-옆 방은 다른 도시의 호텔 방으로 이어져 있다-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곳. 다른 듯 닮은 사람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안락한 삶을 구하다 지쳐 찾아온 곳. 거기서 각각 다른 속도로 사랑을 불러와 위로받는 곳.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나누고, 위로받기까지 한다면 그걸로 훌륭하지 않은가. 좋은 소설이다. 같은 모티브나 소재로 이뤄지는 연작 형식의 소설이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점은 각 단편(중편)의 화자가 각각의 목소리(문체)를 내고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령산 드라이브'는 여자를 좋아하게 된 여대생의 조심스런 목소리, '두 번째 허니문'은 퇴직한 노동자 사내의 담담한 회고, '당신을 위한 테러'는 일본 소설에 나오는 갸루 캐릭터의 목소리가 자동 번역기를 통해 들리는 듯하고, '휠 오브 포춘'에서는 <웰컴투더언더그라운드>에 등장하던, 아메리카에서 표류하는 지친 한국인 사내의 목소리가 애잔하다. 그럼에도 모두가 작가의 분신답게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나는 외로운 길을 걸어가요. 내게 잠시 누울 곳을 제공해주시지 않을래요? 당신이 내 옆에 같이 누워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함께 잠든다면 같은 꿈을 꿀 수도 있겠죠." 그것이 과거의 기억이든 미래의 희망이든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이란 단어를 발화하며 마주볼 수 있는 곳. 거기서부터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들려주기만 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침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이야기 말이다. 섹스보다 훨씬 짜릿한 이야기. 그런 야한 이야기라면 심장이 터져도 좋은 것이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성업을 기원하며! take care alex 행복이 저축되는 것인 줄 알았다. 불어나는 통장 잔고처럼 지금 당장의 행복을 참으면 나중에 복리 이자로 불어난 행복을 인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행복이라는 것은 비누 거품처럼 끊임없이 터뜨려야 계속 생겨난다는 것을. 왜 이제야 그런 걸 깨닫게 되었을까? 가질 수 있는 듯하면서도 여간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체념하기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제니와 나 주변에는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잭팟을 맞더라도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은 고작 그런 것밖에 없다. 그 이상의 것들은 경험해 보지 못해서, 갖고 싶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포기해 버렸지만, 제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라스베가스도 그중 하나다. "사연이 길어요." "좀비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심했어야지." 그는 피식 웃었다. "뱀파이어 이야기를 쓰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만 계속 꾸고 싶었던 것이다. 막상 이루게 될 낌새가 보이면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꿈을 향한 부단한 노력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나 미완성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것, 그런 상태로 도달할 수 없는 꿈을 바라는 것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우리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운이 좋아 꿈을 이룬 사람들을 비웃어 주는 것이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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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작가인 서진은 상당히 인상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오직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한 작품뿐인데도 말이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는 한국이 아닌 북러버들의 성지라고 하는 뉴욕의 서점 순례기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다소 혼란스럽다. 서점을 찾아 다니는 서점 순례기를 겸한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서진만의 특색이 작품 속에 엿보이는 것이다. 서점 탐방과 함께 픽션이 가미된 소설이 이 책 속에 또 담겨 있는 것이다. 로버트와 제니스라는 가공의 인물과 서진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픽션을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점 순례에 관한 여행 에세이와 소설적 픽션, 그리고 인터뷰 기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특색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읽으면서 책 속의 단편소설은 몽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때론 황당스럽기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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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진이 그에게 있어서는 두 번째 소설인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원래는 이 소설이 작가의 자비로 2005년에 출판을 하였으나 별로 신통치 않았던지 잘 팔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더 이상 쌓아 둘 장소를 찾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책 중의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를 엮어서 이번에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 책 속에는 8 편의 연작소설이 소개되는데, 작가는 구태여 이 소설들을 연작소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이 책은 단순한 소설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작소설도 아니고,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과학소설도 아니고, 로맨스나 스릴러도 아니다. 그냥 야한 (야하고 싶었던 소설이라고 해두자 혹은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소설, (...) " (작가의 말 중에서 p363)
"몰입해 읽다보면 현실과 비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져서, 사랑은 가고 기억만 남은 어느 저녁에, 외로운 길을 혼자서 걷고 있다는 비애로 충만해 질 듯도 하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평론 중에서, p 36)
작가 자신의 말과 문학평론가인 이명원의 평론의 일부분만을 보아도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란 소설이 그리 평범한 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속의 8편의 단편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황령산 드라이브 part 1 부산>과 <황령산 드라이브 part 2 부산>만 같은 배경, 같은 인물, 같은 사건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6편은 각각 배경, 인물, 사건의 모두 다르다. 그러나, 그것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기억의 속도라는 반복 모티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도시들도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워싱턴 DC, 라스베가스, 뉴욕 등인데, 그곳에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호텔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이 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도시에 있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 여행의 통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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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드라이브 part 1 부산>은 이 소설의 입구인 셈인데, 여대생과 여자 대학 강사사이의 데이트 신청으로 시작하여 하트브레이크 호텔까지 가게 되는 동성연애를 다루고 있느니, 처음에는 동성연애인 줄 모르고 소설을 읽어 내려가던 독자들은 처음부터 황당한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작품들 속에서 시간여행, 공간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신혼여행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찾은 샌프란시스코의 신혼여행지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한 여행을 온 노인이 겪게 되는 시간여행. 모든 생을 마무리 짓기 위한 여행에서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다 알고 있기에, 추억 속의 그 시점에 지금의 노인이 시간여행으로 도달했다면, 그 노인은 자신의 운명을 돌이킬 수까지는 없어도 앞 날을 내다 보는 선견지명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구원의 날>, <미래 귀환 명령>등에서도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에서 이미 서진의 소설의 특징을 알고 있는 나이지만, <하트 브레이크 호텔>속의 단편소설들은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환상 소설인지, 아니면 꿈 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서진 소설의 특이성인 '경계 소설', '경계'를 횡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편들은 생판 딴 이야기들이지만, 어떤 연결고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 서진은 은근히 자신의 소설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내 머릿속의 핸드폰>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말하기도 한다. 뉴욕에서 서진이라는 소설가를 만나기 원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의 내용이 바로 <하트브레이크 호텔>집필하는 작가의 이야기와 같아서 더 흥미롭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의 출구이기도 하면서 또 다른 입구이기도 한, 에필로그인 <황령산 드라이브 part 2 부산>의 이야기로 프롤로그에서 석연치 않았던 이야기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명쾌하게 해설되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8편의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경로를 통한 시간여행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변한다고 해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사랑의 기억, 사랑의 속도....
지금 이 순간, 사랑의 기억만은 영원하다는 것을, 아니, 사랑의 기억만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이들 작품 속에 담아 낸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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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라는 작가가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07년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지만,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통해서 그를 알게 되고, 이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통해서 작가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서진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책을 사서 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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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간부터 서서히 백일몽을 꾸듯 책의 몽롱한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발견하기 전까지 그 주변의 묘사 등을 통해 환하고 뚜렷한 선명함 보다 명도와 채도가 낮아 흐릿한 이미지를 주기에 약간 졸린기운에 취한 듯 하게 이야기에 섞이게 됐다. 갑자기 칼바람이 불어 성에가 낀 창문을 바라보며 따뜻한 쇼파에 앉아있어 그 안락함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는데 여름에 읽었더라면 한여름의 꿈처럼 몽롱하니 선선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하트브레이크 호텔>에 도착하여 사랑의 추억에 대해 갈망한다. 끈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심신이 말간한 사람이기보다 하나 둘 기워지고 덧대어진 캐릭터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어 그들의 상실감을 배가시켜주고있어 더 드라마틱하다.
테마별로 구성 된 이야기들은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단편소설을 보는 듯 하다. 물론 중간중간 이야기 속에 짐작되는 다른 테마의 연결도 없지않지만 단편소설로 빼도 손색없을만큼 짧은 이야기 속에 진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호텔문을 열어주 듯 캐릭터들의 감정이 시작되는 테마부터 시작하여 마무리를 초반의 테마와 연결하는 구성, 작가와 동명의 캐릭터를 넣어 내용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여 다양한 시도가 보기 좋았다. 그런 구성이 서로 다른 테마들이지만 한데모여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완성를 높여준다.
섬세한 묘사로 시각적 연상을 충족시켜주므로 영상물로 소화시키기도 적격일 듯 하다. 애초에 영화로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순간순간 한편의 영화 스틸컷을 보는 기분이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 빳빳했던 나였지만 서서히 시작되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환각적인 장치는 타임머신에 탑승한 듯 자연스럽게 시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케 했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사회적으로부터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함에도 그 안에서 현실성을 찾으려 했던 나를 발견하곤 아연해졌다. 익숙치 않은 내용이 처음엔 이물감을 줬지만 사랑을 얘기하면서도 사회적 장치에서 발을 못 빼는 정서적결핍을 완화시켜주려는 듯 대놓고 비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어 읽는 입장에서도 머리에 나사하나 풀고 기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한가지씩은 있다. 그 중 농도가 짙은 순으로 보자면 사랑에 관한 추억이 우선으로 쳐지지 않을까? 그것이 꼭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연민, 가족애, 우애 등 '사랑'은 살아가는데 가장 깊은 기억을 남기고 진한 그리움을 만든다. 그 추억과 그림움의 정서적 허기짐이 만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시공간의 통제없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 잘 씌어진 소설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소재를 토대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는 책 이라고 하던데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특별한 환경에서도 내 머릿속을 다 안다는 듯이 캐릭터를 통해 큰 공감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행복이 저축되는 줄 알았던 '두번째 허니문'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 다음은 없다는 것은 안좋은 경험을 통해 알게됐던 나의 기억의 문에 빗장이 솔솔 열리게 했다. 마치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던 지인의 죽음을 통해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고 지금 내 주변인에게 최선을 다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어느순간 또 잊고 전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니.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달은지 몇년이나 흘렀다고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건이 터질 때에야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기억이 출렁이며 다시 떠오른다.
잊을 수 없거나 잊고싶지 않은 추억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타임머신 <하트브레이크 호텔>. 꿈을 꾸고 싶고 꿈 꾸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만가만 도닥여준다.
"해당 서평은 예담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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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기시감을 느꼈는데, 어디서 본 건지 떠오를 듯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별것도 아닌데 생각이 날듯 말듯 하면 더 궁금해지는 법이라 책을 몇 번 덮었다 폈다 했었더랬다.
작가의 말인 즉, 2005년 자비출판으로 <하트모텔>이라는 소설을 펴냈다가 6년만에 '모텔'에서 '호텔'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세 편의 단편을 새로 써서 출간했다고 한다. 내가 이전에 출간 된 <하트모텔>을 읽었다는 뜻?? 그럴리가...!! 이제 앞 부분만 봐도 아, 이 책 내용은 이렇게 흘러가겠군..을 읽어내는 초능력자도 아니고, 전에 알아오던 작가도 아니고, 내가 겪은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이 자꾸 든 건지..원.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굳이 하나를 연결시켜 말을 하자면, 아마도 여름 쯤에 재미있게 읽었던 <최제훈의 일곱개의 고양이 눈>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뫼비우스 띠를 돌 듯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이야기, 같은 일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다각도적 시각교차,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다른 이야기들...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많구나!!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다면 2011년 한국 문단에 나름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독자에게 각인시킨 최제훈의 방식을 모방한건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것이다. (내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럴수도 있다. ㅠ) 그러나, 이 책의 원작이 먼저 나와 있었다고 하니(..이번엔 최제훈을 의심??--;;) 그럴리는 없고 거 참, 아무래도 모를일이다. 각설.
부산의 황령산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위싱텅DC,라스베가스, 뉴욕을 거쳐 다시 부산의 황령산 드라이브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모두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공통적인 장소와 연결되어 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다가 어느 순간 환상의 세계로, 몽환적이면서 환각상태이다가 아무도 모르는 미래의 어느 시간까지 우리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공간을 유빙하며 천천히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는 그 길들을 걷게 된다. 다른 듯 같은 장소인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지나간 기억을 찾는 곳이자 잃어버린 시간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내가 누군지 모를때도 떠나간 사람이 못견디게 보고 싶어 찾아갈 때도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때도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그들의 의식을 누이고 의식이 침잠하는 깊은 곳으로 데려가 새로운 의식을 하게 하는 묘한 장소이기도 하다. 장자몽에서처럼 내가 꾼 나비의 꿈인지 나비가 된 내가 꾼 장자의 꿈인지 어느것도 확연히 드러나는 것 없지만, 하트브레이크의 꿈속에서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꿈꾸던 사랑을 만나고, 누군가는 구원을 얻는다. Heartbreak와 Hotel ..묘한 역설이 주는 야릇한 호기심을 담은 책이다.
각각의 단편으로 떼어 보자면 하나 하나가 갖고있는 특이한 소재와 캐릭터들의 개성, 배경이 달라지는 도시들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다. (이 작가는 여행을 많이 다녔거나 외국에 거주할 일이 많았구나..싶어 은근 부러웠다.^^) 다른 도시는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휠 오브 포춘에서의 라스베가스는 내가 걸었던 길들이 그림이 되어 살아와 왈칵 반가웠다. 책 속에서 책 밖의 기억 떠올리기..이래서 기시감이?? 그 놈의 기시감, 참.
재밌게 읽었지만, 어쩐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면 이것도 죽일놈의 기시감 때문일까?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하나의 문을 통과해 또 하나의 문을 건너가 마지막 문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특이한 소재와 생각치 못한 캐릭터의 신선함은 분명 있었지만, 죽으면 죽었지 절대 죽지 않는 좀비의 등장과 미래 귀환을 종용하는 목소리, 미래에서 걸어 와 과거와의 조우...돌아나갈 길을 표시할 실을 가져 오지 않은 나여서 그런지 미로에서 길을 잃기를 몇 번했다.
그러나, 누군가 책 속의 하트브레이크에서 나를 초대한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 비록 사랑은 깨어질 지언정 내 의식속에 침잠되어 있는 거부할 수없는 운명이 분명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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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재밌다. 책이 재밌다기 보다 작가의말을 읽다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종일관 소설을 읽으면서 명쾌하다거나, 몰입된다거나, 재밌다거나,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고 어렵다, 난해하다, 무슨말을 하고싶은 걸까, 등장인물들은 왜 이럴까만 되뇌이다가 책의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게되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온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작소설도 아니고,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과학소설도 아니고, 로맨스나 스릴러도 아니다. 그냥 야한(야하고 싶었던) 소설 이라고 해두자. 혹은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소설...(후략)"
독자들의 불편한 심정을 눈치채버렸다. 작가가.. 어찌보면 별개의 일곱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묶여있어서 단편집이라고 생각될수도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전세계에 같은 장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공간적인 배경 으로 삼고있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이야기라고 볼수도 없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시종일관 흐르면서 각각의 단편들이 난해한 메시지를 남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야하게 쓰고싶다고 말했다. 에로스적으로 야한게 아니라 작가가 생각하는 야함은 가슴을 파헤치고 지지직, 심장을 긁어내릴수 있는 소설이 야한소설이다.
작가가 2005년 자비로 출판했던 소설 '하트 모텔'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 이 '하트브레이크 호텔' 이다. 처음에 네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던 소설이 일곱개의 단편으로 늘어났고, 제목도 모텔에서 호텔로 승격됐다. 소설속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의 핵심 문구가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드는 곳이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었다. 그리고 이 책도 각각의 다른 일곱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이들 일곱이야기는 연결되어 있다. 그 점을 보여주려 첫번째 에피소드였던 '황령산 드라이브' 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나오는거 아닐까? 마치 사회생활 하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가깝게는 두어다리, 멀게는 서너 다리 연결하면 전부 아는 사람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것이 밝혀지듯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 고민, 걱정, 기쁨, 행복이 모두 모르는듯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허무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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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무렵 마치 간밤에 일곱가지의 꿈을 꾸고 일어난 듯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꿈-현실보다 더 현실같은-이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데리고 가는 것처럼 처음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러 끝이 난 순간까지 나는 현실이 아닌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책 속 어딘가에서 둥둥 떠다닌 것만 같았다. 근래 읽은 국내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신선했던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제목과 같은 문제적 장소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8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처음 등장하는 '황령산 드라이브'가 이 작품의 머리글과 꼬리글로 양분되어 8가지 이야기일 뿐 실상 7편의 단편으로 봐도 무관하다.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황령산 드라이브 Part 1'이 끝나기 무섭게 책의 제일 뒤쪽으로 순간이동 해버린 나 같은 독자에게는 '황령산 드리이브'가 나눠져 있어도 큰 의미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내 머릿 속의 핸드폰'까지 읽고 다시 마주한 '황령산 드라이브 Part 2'의 느낌은 처음과 달랐지만 말이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에는 시간의 이동과 사랑이라는 큰 줄기를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이어나간다. 국경을 초월해 존재하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에 머무는 동안 사람들은 욕망을 드러낸다. 그것이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작가가 그리고 있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그 자체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 하다. '황령산 드라이브'에서는 도입부에서부터 독자들의 예상에 강한 변화구를 던지며 서진 작가 특유의 글솜씨를 펼쳐 보인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은밀한 유혹과 긴장감은 그가 이 작품을 그저 '야한 소설'이었으면 했다는 바람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랑의 기억이 남은 곳에서 죽음을 맞으려는 노년의 남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굳게 믿고 있지만 그 사랑이 곧 테러라는 것, 계획과 어긋나버린 현실에 쫓기는 듯한 죽음, 육체가 없는 영혼이 육체를 찾아 떠난 영혼과 나누는 대화, 일확천금을 얻은 순간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버리는 악몽같은 일들, 그리고 저자가 직접 등장하여 그의 창작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 하는 등 <하트브레이크 호텔>에는 각자의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에 이 소설은 욕망에 대한 야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했던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는가 보다. 잠시 잠깐이라도 사랑의 순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머물고 있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의 나는 여전히 사랑을 잃고 가슴 아파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그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욕망을 결코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더욱 집착하는 지도 모른다. '휠 오브 포춘'에서 꿈에 대해 언급하고 있듯 말이다.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만 계속 꾸고 싶었던 것이다. (중략) 언제나 미완성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것, 그런 상태로 도달할 수 없는 꿈을 바라는 것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우리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휠 오브 포춘' 中 p.264
마지막에 문학평론가 이명원 교수의 이 책에 대한 해설도 실려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작가가 쓴 책의 내용보다 더 난해하여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해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겠다는 노력은 분명 잃어버린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황령산 드라이브'의 그녀처럼 일생을 걸고 되찾아야 할 그 무엇이 내게는 있었던가? 사랑, 추억, 꿈, 미래, 희망... 가진 줄도 모르고 놓쳐 버린 지난 시간들이 지금도 그렇게 내 곁을 스치고 지난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