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이전은 삼국시대 설화의 원전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문헌의 제목이다. 실제로 오늘날 수이전 자체는 전해지지 않지만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수많은 문헌에 이름만 남아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설화 외에도 또다른 작품들도 있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또한 수이전은 여러 버전의 책이 한꺼번에 전해지면서 누가 진짜 저자인지도 모호한 문헌이다. 신라시대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최치원이라는 설도 있고, 고려시대 정치가였던 박인량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이 밖에도 김척명이 저자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이 책은 박인량을 저자라고 간주하고 편집한 편집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여러 버전의 수이전에 실린 글들 중에서 중복된 작품을 제외한 12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전래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들 - 예컨대 연오랑과 세오녀 같은 - 과 김유신이나 최치원 같은 실존인물들에 얽힌 신화인지 일화인지 불분명한 이야기들로 이미 줄거리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우리 글이 아닌 한문을 차용하여 작성한 문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불분명해지고, 여러 판본이 함께 전해져 내려옴으로써 원본이 어떤 것인지 알기도 힘들어졌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판본을 함께 소개하여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확실히 40가까운 시간을 사이에 두고 동일한 이야기를 낯선 표현으로 그 의미를 읽어내는 일은 새롭기는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교양인으로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변화되어 우리 곁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이 국어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수이전과 같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
|
그동안 개별적으론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수이전이란 뜻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이전은 박인량의 작품이란 것만 상식적으로 알고 왔지만 이 역시 정답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역시 고전문학은 어렵다.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렵고, 수세월을 지나면서 각색,윤색이 이루어지다보니 본연의 뜻이 왜곡되기도 하고 각자 나름의 해석의 틀에 의거 다양한 학설이 난무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는 게 다반사, 수이전 역시 그러하다.
수이전은 기이한 것을 전달한다는 뜻처럼 문학을 인식하고 쓰인 한국 최초의 고대서사자료집이란 점에서 의의를 갖지만 원형대로 '전문'이 전승된 게 아닌 '일문' 형식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부 21편이지만 선덕여왕,수삽석남,보개,지귀는 일화, 탈해는 신화, 영오세오는 일월전설, 호원, 죽통미녀, 노옹화구는 민담, 최치원은 창작설화, 아도,원광은 고승전으로 분류되어 단순히 기이한 것을 전달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에 그치고 있어 일정 형식의 '전'은 아님을 일깨우고 있다. 따라서 당시 전하던 기이한 이야기들을 전한다는 문학의식을 가지고 채록해 한국 고대 서사문학의 원형을 정리한 순수 서사 자료집으로 평가받는 데 의의가 있다.
12편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도>-아도의 출생, 불교적 행적, 죽음을 기록한 이야기
<원광>-여우가 원광의 중국 유학을 도와주고 원광은 여우의 극락왕생을 도와준 불교 영험담
<보개>-민장사의 관음보살에게 기도해 조난당한 아들이 스님 인도로 귀환하는 불교 영험담
<최치원>-초현관에 갔다가 요절한 두 자매 영혼을 만나 하룻밤의 사랑을 주고 받은 이야기
<지귀>-선덕여왕을 사모하자 왕이 절에 갔다오면서 자신을 기다리다 잠든 지귀 가슴에 팔찌를 놓고 왔는 데 사랑을 이루지 못한 지귀는 상사병에 걸려 불귀신이 되었단 이야기
<영오세오>-두 부부가 풍랑을 만나 일본으로 건너가자 일월이 사라져, 세오가 짠 비단을 얻어와 제사 지내 천괴가 사라졌다는 일월 전설
<탈해>-난생의 탈해가 신라로 와서 지혜로 호공의 집을 뺏고 왕의 사위가 되었단 신화
<선덕여왕>-당 태종이 보낸 모란씨, 모란 그림을 보고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은 향기없는 꽃이라는 예언의 선덕여왕 지혜담
<수삽석남>-부모 반대로 상사병에 걸려죽은 최항이 첩을 인도해 자신의 관을 열게하고, 다시 살아나 20년동안 해로하다 죽는다는 이야기
<죽통미녀>-김유신이 만난 나그네가 죽통 속의 두 여인을 소개하고 사라진 이야기
<노옹화구>-김유신을 찾아온 노인이 신술로 여러 짐승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개로 변해 사라진다는 이야기
<호원>-김현이 흥륜사 탑돌이를 하다가 호랑이 낭자와 인연을 맺고, 죽음으로써 김현의 입신양명을 돕는다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