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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되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한 사람이여야 하지만, 대략적으로 2~3명의 작가에게 이 타이틀이 붙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미셸 투르니에와 르 클레지오, 마지막으로 쥘리앙 그라크르이지요.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왜 그들에게 이러한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은 더없이 즐거울 일일 아닐는지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었습니다. 그저 미셸 투르니에의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앞 뒤 재지 않고 찾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죠.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생각의 거울>이란 이름으로 접한 책이었더군요. 개정판으로 예담에서 나왔네요. 이 책은 산문 에세이집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바로 구성이었습니다. 사물의 근본을 이루면서 서로 상대가 되는 개념 둘을 짝지어 놓고는, 뒤집고 비틀고 상하좌우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목민과 정착민, 주인과 하인, 나무와 길, 소금과 설탕, 태양과 달, 양과 질, 오른쪽과 왼쪽, 관념론과 리얼리즘 등, 이런 주제로 말이죠. 특히 <사랑과 우정>편에서 사랑과 우정에 관한 그의 관점이 눈에 띄더군요. 우정은 상호 작용으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에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한 반면 사랑은 상대의 어리석음과 비겁함, 천박함 때문에 외려 더욱 격렬해진다고 투리니에는 말했습니다만 저자의 의견에 토를 조금 보태자면, 미드 하우스에서 닥터 하우스와 닥터 윌슨의 우정에는 닥터 하우스의 천재성에 기인해 그의 괴팍함을 견뎌내는 괴상한<?> 우정도 있습니다. 상대의 이기심, 괴팍함 때문에 ‘인간애’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보통 이런 글은 일방적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지녔습니다. ‘우리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 보자’가 아니라, 저자의 개성 짙은 관념들에 관한 고찰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 번에 읽기보다는 원하는 주제를 찾아 읽거나, 혹은 몇 장씩 나누어 시간을 두고 읽는 것도 좋습니다. 토마스 만과 헤르만 헤세를 역사와 지리처럼 대조적인 사실을 알려 주는 일에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덧보태기도 하고 저자의 생각에 토를 달기도 하면 더욱 책을 즐기게 되는 거겠죠. 이 책의 제목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인데, 개인적으로 상상력보다는 잠들어 있는 사고를 깨우는 책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주제들에 관해서도 기꺼이 생각을 해 보게 만들어 주고, 자신의 새로운 흥미로운 꺼리를 발견하기에도 좋습니다. 단순하게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기억했다가는 그의 다양한 이야기꺼리들에 조금은 놀랄지도 모르겠군요. 한 번 쯤은 미셸 투르니에를 읽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그의 이야기가 마음에 닿는 것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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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무신론이 말하는 신의 부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 존재인 악마에 대립되어 있다. 또한 존재는 비(非)존재가 아니라 실제의 체험이 나타내는 무(無)에 대립되어 있고, 우정은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립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양면적인 방법이 매우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 전체가 이런 방법으로 쓰여졌다고 말할 수 있다." (P.9)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위대한 작가로 추앙되는 미셸 투르니에의 신작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전통철학에 익숙한 현대인의 사고에 물방울처럼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위에서 인용한 작가의 서론은 현대 철학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주의" 개념을 무겁고 딱딱하고, 때로는 근엄하기까지 한 철학적 이론에서 한 발 물러나, 철학가의 입장이 아닌 일반독자의 수준에서 이해를 돕고자 하는 작가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이런 발상은 그가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낙방한 뒤 작가의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조명하고 해석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볼 때 문학을 통하여 철학적 사유에 접근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여전히 철학에서 멀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한다고 하겠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소르본느 대학에서 동문 수학한 질 들뢰즈나 미셸 푸코는 현대 구조주의 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사람들이기에 작가의 사상이나 사유의 체계를 그들과 구별지어 생각하기는 어렵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했던 실존주의나 전통철학과는 달리 구조주의에서는 명증하게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를 포기한다. 오히려 '나 자신은 타인이다'라는 말에서 보여지듯 나는 말하여지는 존재, 생각되어지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삶의 외부적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만들어진 개체이다.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실제적 대상이나 개념을 자세히 관찰하고 무심코 흘려보낸 세세한 것들을 꼼꼼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 돈 후안과 카사노바, 웃음과 눈물, 어린이와 사춘기 소년, 내혼과 외혼, 건강과 병, 황소와 말, 고양이와 개 등 서로 대립되면서도 한편으론 유사성을 갖고 있는 실제적 대상을 통하여 삶 자체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중요 요소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사유를 한 차원 더 높여보고자 하는 노작가의 지혜가 돋보인다.
"이 116개의 생각들을 옥타브 아멜랭의 방법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종합해야 할까, 아니면 잡다하지만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유의 자료로 그냥 내버려두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생각들을 제시하는 순서 자체가 의미를 드러내는 선택이다. 따라서 나는 가장 특수한 것으로부터 출발해서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고양이와 말에서 출발해 신과 존재에 이르는 순서를 택한 것이다." (P.10)
작가는 이 책에서 삶을 둘러싼 인식론적 개념을 어떤 범주와 이론적 해설이 아닌 사유의 방법을 제시하고 반대되는 대상을 설정함으로써 우리의 사유를 확장하고 그 틀을 형성함으로써 전체적인 삶의 의미를 통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 오류와 거짓된 사실 인식이 우리의 철학적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이 모든 것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어떠한 노력도, 어쩌면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 사는지도 모른다.
"존재와 무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한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공의 이미지이다. 예를 들면, 별들이 떠 있는 공간을 떠다니는 지구 같은 이미지 말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 이전의 어떤 텍스트들은 존재를 이러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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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책이지만 집중하지 못한 탓인지 흥미롭게 읽지 못한 책이다. 가장 의미 있는 주제를 뽑으라면 類와 差이다. 모든 대립되는 주제어들은 비슷하거나 혹은 어긋나거나이다. 어쩌면 두 개의 상관 관계에 놓인 주제어들을 폭넓게 생각하는 힘, 그것이 이 책의 주제인지도 모르겠다만 앞서 말했듯이 집중하여 읽지 못한 탓에 내 머리는 그 주제어들을 나열한 것만으로 마무리 지어버렸다.
<귀퉁이가 접힌 주제들> 고양이와 개 - 고양이는 고양이의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 개가 사람의 산책을 이끄는 것이다. - 고양이가 쓸데없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게으르기 때무이 아니라 지혜롭기 때문이다.
; 고양이에게서 품위가 느껴진다.
목욕과 샤워 - 정치적으로 샤워는 좌파 쪽에 위치해 있으며, 목욕은 우파 쪽이다.
; 난 욕조를 좋아하는데 이사 온 이후로 욕조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점점 좌파 쪽으로 가나보다. 그래도 난 욕조를 꿈꾼다.
척추동물과 갑각류 - 절지동물에게 있어서 단단한 것은 몸 바깥에 있고, 물렁물렁한 것은 몸 안에 있다. 척추동물에게 있어서는 단단한 것이 안에 있고, 물렁물렁한 것이 밖에 있다. 결과적으로 척추동물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 때문에 멸종할 수도 있다. -확신으로 무장한 신자는 정신적인 평안을 누린다. 그는 그 평안이 보수주의자가 누려 마땅한 보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평안 안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귀먹음과 눈멂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 그러므로 당신들은 곧 멸종하겠군요.
시와 산문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 산문, 시에서 언어는 가장 중요한 것
; 어머, 난 이제야 이걸 알았다, 바보!
유와 차 - 가장 독일적인 작품이지만, 놀랍도록 넓은 지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팽창된 개별성이라는 해결책이다. -승화된 차별성이라는 해결책
; 유와 차는 결국 합의해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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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마무리하며 한 해의 끝을 맺는 책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미셸 투르니에의 책,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이다. 한 해의 마무리는 늘 분주하다. 이 시간이 되면 기분이 오묘하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려는 설렘이 교차한다. 해가 지고 떠오르는 것은 똑같은데 또 한 살이 더해지고, 더해지면서 어느새 나의 나이는 손과발을 합쳐도 한참이나 모자랐다.
위대한 작가답게 그의 책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 한 해의 끝으로 읽었던 그의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사물등 존재하는 것들을 둘로 나뉘어 닮음과 다름을 이야기한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을 시작으로 그는 짧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글을 써내려간다. 요즘같이 정신이 산란하고 정신없을 때, 그의 글은 따끔한 일침처럼 신선한 자극을 준다. 문득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존재론적 고민에 빠져있을 때 그는 언제부터 둘로나뉜 닮음과 다름의 차이를 통해 거울을 바라보듯 하나의 뿌리에서 다른 언어들이 파생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떠올리며 생각하게 되었다.
철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미셸 투르니에의 글은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관념들을 트루며 생각의 전환을 시켜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마지막 날 한해를 정리하며 읽었지만 새해에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그가 쓴 <황금구슬>을 사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글이 더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을 필두로 많은 작품을 2012년에 미셸 투르니에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
그의 철학적 성찰이 묻어나는 글은 순간적으로 끝을 맺기 보다는 하나의 단어를 통해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봐야한다. 단순하게 파생되는 단어가 아닌 역사와 시공간이 어우러진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놓기 보다는 자주자주 그의 글을 통해 깊이 사유해볼 수 있다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더욱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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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엉뚱한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무척이나 어색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자리라는 개념이 원래부터 그런 명제를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되었고 그게 당연시 되었을 뿐이다. 모든 것에 붙여진 이름이라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붙이니 하나의 명제가 되었다. 그런데 독립된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고립된 개념은 사색에 매끈한 표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색은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러나 반대개념을 그 개념에 대치시키면, 그 개념은 파열되어버리거나 투명해져서 그 내적 구조를 보여준다.’ 독립이란 말은 처음부터 상호작용이 있음을 암시한다. 독립적 개념은 반대개념을 통해 더욱 형상화된다. 이러한 지적인 놀음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자본론적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색은 인간을 지탱해온 유일한 즐거움이자 고통이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자신의 의미를 잃는 것과 같다. 무엇에 대한 즐거움보단 극적인 삶의 반전을 이루고 싶다면 지적은 유희를 깨닫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그 지명도에 비해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하지만 그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작품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그가 생각하고 있는 개념에 관한 범주를 다룬 책이다. 그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에 무한한 공기를 불어넣어준다. 마치 탄소가 가득한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 멀어져가는 지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현기증나는 유희를 선물한다. 편중된 사고는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없다. 사선이든 직선이든, 우린 수평적인 구조에 만족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수평적이지도 수직적이지도 않다. 무엇에 대한 명제는 그가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거울이 될 뿐이다.
사랑과 우정은 인간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이다. 둘은 아직까지 비교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구원은 너무도 일방적이다. 그에 비해 우정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정엔 상호성이 존재한다.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우정이 없듯이 우정은 서로 간에 우정을 나누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일방적이다. 사랑은 상대가 비속하거나 천박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문명이 사랑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사랑이 지닌 열정 때문이다. 하지만 열정은 너무도 쉽게 사그라진다.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굳건해지지만, 사랑은 점점 더 약해진다.’는 장 드 라브뤼예르의 말은 사랑과 우정의 보편적인 진리를 한 계단 앞서나간다.
1950년 증기기관차는 강하고, 우아하며 가장 관능적인 매력을 지닌 구조물이었다. 쉭쉭거리는 소리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던 기관차는 그 위상만큼이나 특별한 사회관계를 형성했다. 기관차를 모는 기관사는 특별한 직업으로 인식을 받았고 이들은 마치 짜인 거미줄을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야하는 일을 하늘이 부여해준 임무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도로가 건설되고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기차는 멋진 고철이 되어버렸다. 웅장하고 관능적인 모습은 여전하지만 그들에겐 ‘자유’가 없었다. 자동차는 목적지가 없다. 목적지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든 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관차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자동차를 극히 이기적인 현대사회의 문명으로 간주한다. 우리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기차와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생각하는 삶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몰개성적이고 획일적인 시스템에 속박당한 교육은 아무리 높이 치솟아도 결국 떨어지는 일밖에 남아있지 않다. 우린 다양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습관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창의력이 부족한 시대니, 독서능력이 부족한 시대니, 정말 말만 많다. 단어 하나에 대한 인식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개념이 부족한 시대에, 개념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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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작가로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1967년 43세에 처녀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는 신화 및 종교적 상상력, 깊이있는 통찰, 사소한 것에의 철학적 사유와 성찰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라는 카피를 내세웠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다.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 사소한 사물들, 사소한 관계들에 짝을 지워서 깊이있는 철학적 사유를 하고 있다. 그 각각의 짝들은 (예를 들면 '소금과 설탕', '물과 불', '목욕과 샤워', 문화와 문명' 등) 서로 상반되는 것일 수도 있고, 서로 같은 범주에 속하는 비슷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상반되는 것을 대조하여 차이점을 추출해내고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수월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욕과 샤워' 처럼 거의 동일하게 느껴지는 어떤 것들을 내밀하게 파고들어, 미묘한 차이를 이끌어 내며 투르니에만의 방식으로 철학적 사유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한 사유는 또한 독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속한 일상 세계의 모든 것들이 철학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철학적인 접근과 사유를 하는 연습을 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각자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물과 일상에 상상력과 철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다른 방식의(철학적 방식의)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좋았다.
-고뇌는 인간에게 고독을 일깨워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까지도 일깨워준다. 그것은 사색과 문화의 열매이다.(130p.)
인간이란 존재는 누구나 고뇌라는 것을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 고뇌가 우리 삶을 뒤흔드는 힘든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고뇌라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서, 고뇌가 고독을 일깨워주며 그것이 나아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까지도 일깨워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색과 문화의 열매라고 귀결 지으며 고뇌라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 철학적인 사유를 하고있다. 이러한 사유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일상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대목이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긍정' 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가지고 음미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책이어서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북곰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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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목욕이 좋아요? 샤워가 좋아요? 이 책의 저자 미셸 투르니에는 목욕하는 사람은 우파적이고 샤워하는 사람은 좌파적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왜 그러냐구요? 따스한 물속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엄마의 자궁같은 상태를 좋아하기에 그 수평적인 욕조에서 나가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반면에 서서 샤워하는 사람은 맑은 물이 채찍처럼 후려 갈기는 그 수직적인 순간, 죄로부터 씻김을 받는 듯한 순결성과 적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풀어가고 있거든요.
이 책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철학교수가 되고싶었던 남자가 작가가 되어 철학을 다름과 닮음, 이라는 두개의 쌍을 통해서 이야기의 형식으로 만들어낸 산문집이지요. 그다지 두껍지는 않지만 진지하되 딱딱하지않고, 우아한 문장과 사유가 감탄스럽습니다. 또한 두가지 대비되는 개념을 이용하되 그것이 영어단어의 반댓말이 아니고 이분법적인 대조법도 아닌 그런 발상이 확실히 나의 상상력과 지식에 자극을 주었습니다.
왜 매해 노벨상후보에 그가 거론되는지 알만해요. 몇개의 인상적인 구절을 살펴볼까요?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 산문이다. 주르댕씨는 우선 슬리퍼를 신을 생각을 했고,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다음,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맞는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 언어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시는 언어의 울림과 어떤 리듬에 실려있는 언어의 고리이다. 언어가 실어 나르는 생각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산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산문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에서 쏟아나는 영감에 휩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 p 173
이 책<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다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비이커에 용해되어있는 그런 상태말이죠. 어제와 이제, 너와 나, 남자와 여자,소금과 설탕, 조롱과 찬양, 기억과 습관, 사냥과 낚시..이 모든 것들이 녹아서 한 곳으로 졸졸졸 흘러 미셀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의 종이,그 펄프속으로 쏘옥 스며들었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마치 산산히 부서진 '나의 뇌'속 분신들이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다가 만나서 낯선 성분들과 부딛히고, 뒹굴고 서로 간지럼을 피고, 세세세를 하고, 절교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나와 이 세상, 내 개념과 철학을 만드는 개념들이었습니다.엄밀히 말하자면 구지 미셀 투르니에가 정의한대로만 고정적인 모양일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이런 개념들을 다시 내속에 체로 걸러내고 응고시키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나만의 '핵'이 되겠지요?
그래서 이 책이 좋았어요. 그 재치와 통찰력과 날카로움과 깊이있는 사유가 편한 내 슬리퍼마냥 일상생활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특히 수려한 문장들이 너무 담백했는데, 그 명료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장의 힘은 아마도 시인이자 번역가인 김정란씨의 번역이 더 빛나게 해준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근데 이 책의 장르가 모냐고 누가 물어볼까봐 걱정되네요. 이 책은 시와 산문,철학을 오가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미셀 투르니에'가 바로 장르라고 표현해야 할듯^^
창조적 사고와 지적 유희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풍부한 향을 지닌 와인같은 이 책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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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운전사마저 철학가라는 소리가 있다. 프랑스인들은 스스로의 교양을 보이기를 꺼리지 않는데, 그들이 즐겨 말하는 주제가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살롱 문화를 떠올려보면 그럴 만도 하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미셸 투르니에가 철학 책을 냈다. 사랑이란 단어 하나도 32개의 변형을 만들어내는 프랑스인이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목차는 죄다 철학적일 단어고 그게 116개나 된다. 남자와 여자, 유와 차 (유사와 차이), 행위와 힘, 관념론과 리얼리즘, 존재와 무…보기만해도 철학적이라, 관심이 생겨 한 번 펴 보았다가 세 장 읽고 덮을만한 목차들이다. 아 대체 이 인간은 내 뇌를 얼마나 괴롭히려고 이런 주제를 펼치는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더니 정말 그 지성의 끝을 보여주려 하는건가! 하지만 책은 몹시 얇고 가볍다. 악명 높은 교수의 시험을 위해 책을 달달 외워야 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차에 족보를 받은 것과 같은 감동(?)이 온다. 얇고 단락이 단순해, 두 가지 주제-두 주제를 짝을 지어 설명한다. 주로 반대되는 개념들이다.-에 보통 너덧 페이지라 읽기 쉽다. 주석이나 설명을 달아야 할 부분은 폰트와 색을 바꿔 본문 자체에 달았기 때문에, 일일이 눈을 아래위로 굴릴 필요가 없어 더욱 좋다. (최근 위즈덤에서 나온 책들은 주로 이런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주석이 아래 달려있지 않아 글을 읽을 때 흐름이 덜 깨져서 좋아한다.) 내용 또한 많은 상식을 요하지 않으며, 기본적인 개념을 잡는 개념서도 아니다. 통용되고 있는 것을 끌어놓았기 때문에 아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개념서는 아니지만 개념서와 같은 위치다. 상반되는, 혹은 비슷한 개념을 옆에 두었기 때문에 자연히 둘을 비교를 하게 되므로 더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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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평도서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예담)은 제목에서 너무 끌려 선택한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가벼운 상상력의 자극이 아닌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심도 깊은 사유로 이루어진 책이라 읽는 것이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았다. 글 하나 하나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인 책의 맥락에 일부로서 그 자리에서 무게와 깊이를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평단 신청에 또 다른 영향을 준 것은 번역자 김정란 시인의 역할도 컸었다. 대학시절 그녀의 시를 많이는 보지 않았으나 워낙 문인이 번역한 책들에 대한 기대감이란...그리고 시인이기에...시적 표현을 제대로 살렸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서평 책으로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선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미셸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의 또다른 장점은 책의 크기가 적당해서 휴대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시집 정도의 크기라 가지고 다니며 독립된 내용의 글들을 조금씩 조금씩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글들이 독립되어 있기에 독서를 하다 맥이 끊어지는 느낌을 크게 받지 않는 것이 각각의 소제목 글들이 가지는 장점이 아닐까? 제목만으로 자기계발 서적 코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창의력 관련 책들과는 그 사유의 깊이가 다르니 그러한 책들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사유의 깊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과 문예창작과 후배들에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미셸 투르니에의 문장들과 그와 관련한 선배 작가·철학자들의 글들을 곱씹으며 사유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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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과 다름. 대립되는 두 개의 쌍을 통해 존재는 그 의미를 부여받는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개념들은 혼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각 대립되는 무언가에 의하여 그 자체의 의미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받는다. 예를 들자면, '남자와 여자', '웃음과 눈물', '건강과 병', '동물과 식물' 등 수없이 많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이렇게 짝을 이루는 듯이 보이는 개념들을 한자리에 놓고, 풍요로운 사색의 기회를 마련한다. 각기 하나씩만 존재했을 때 생각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여러 개의 상반되는 혹은 유사한 것들이 모여 더욱더 활기차고 다양한 생각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젠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항상 철학을 지망하고 있었던 '미셸 투르니에'는 그동안 철학적으로 사유했던 많은 것을 이 책에 풀어놓는다. 단순히 한 가지의 의미만 유추할 수 있었던 개념도 그의 사유를 거쳐 또 다른 개념들로 확장된다. 철학과 관계없어 보이는 사물들 - 예를 들면 '목욕과 샤워' (목욕은 퇴행 상태의 것이며 욕조에서 나와야 하는 시련의 순간을 고통스러워하며 지연시킨다.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맑은 물에는 세례의 의미가 둘러싸여 있다) 척추동물과 갑각류' 등 - 에 대하여 풀어놓은 글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생각의 기회를 마련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이 붙여졌지만,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철학 에세이' 쪽이다. 원제는 '생각의 거울'이니, 작가가 사유하고 있는 대상들에 대해서 표현한 '철학에 관련된 책'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어렵게 읽히지는 않는다. 우리 곁에 있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철학적 이야기와 관계되고 그 모습을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게 작가는 풀어냈다. 각각의 주제마다 짧게 편집된 내용과, 글의 끝머리에 인용된 '명언'이나 '발췌문'들은 본 내용과 함께 더 좋은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짧지만 주의 깊게 읽어보길 바란다. 정말 좋은 글들이 많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호성이 없는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우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정을 느낄 수 없다. 서로간에 우정을 나누는 경우가 아니면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없다는 불행으로부터 자양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행한 사랑은 비극과 소설의 주요한 동기가 된다. 시인은 말한다. "나는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행복할 텐데." 슬프게도, 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 경우는 드물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의 친구가 당신이 천박하다고 여기는 생동을 했다면 그는 이미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경멸은 우정을 죽여버린다. 반면 사랑의 격정은 사랑하는 대상의 어리석음, 비겁함, 천박함 따위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고? 때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탐욕, 욕심 등의 가장 나쁜 단점들 때문에 더욱 격렬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추잡한 것을 먹고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p)
1950년 이전의 아이들은 운이 좋았다. 그들은 아주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증기기관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은 증기기관차처럼 그렇게 크고, 위풍당당하고, 뜨겁고 쉭쉭대는 소리를 내고, 한숨을 헉헉 내쉬고, 강하고, 우아하고,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것을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증기기관차 운전수가 가장 근사해 보이는 직업이었다. 더구나 이 멋진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이마에 거대한 운전용 렌즈를 달고, 그을음으로 새까매진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71p)
흙이나 돌로 된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무엇보다 물이 스며든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 위에 조심스럽게 멈추게 되고, 물이 스며든다는 특성 때문에 땅속 깊은 곳과 관계를 맺게 된다. 반면 물이 스며들지 않는 아스팔트의 너무나 매끈한 표면 위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미끄러진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멀리 지평선을 향하게 된다.
나무와 집들은 도로 때문에 토대에서 들떠 있어서, 빙빙 도는 미끄럼틀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것처럼 흔들려 보인다. 그때문에 사람들은 그토록 옛날의 화강암 포장도로를 찬양해 마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고집스러운 개인주의와 파괴할 수 없는 둥근 곡선 그리고 매끄러움을 역설적으로 한데 이어놓는다. (92p)
아름다움이 유한하며 조화롭다면, 숭고함은 무한하며 역동적이다. 숭고함은 우리를 쾌락과 공포가 기이하게 뒤섞여 있는 현기증 나는 불균형한 상태에 데려다놓는다. 아름다움은 질에 속하며, 숭고함은 양에 속한다. 아름다움이 유희, 의무도 제재도 없는 천국의 신적인 무상성을 환기시키는 데 반해, 숭고함은 신학적, 도덕적, 종교적 개념으로 귀결된다. (148p)
시에서 언어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시는 언어의 울림과 어떤 리듬에 실려 있는 언어의 고리이다. 언어가 실어 나르는 생각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생각들은 생각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이어진다. 산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산문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에서 솟아나는 영감에 휩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문의 덕성이 명확성이라면, 시의 덕성은 감동과 암시적 환기력에 있다.
그러한 특성으로부터, 산문에서는 생각을 존중하는 한에 있어서는 언제나 말을 바꿀 수 있다. - 특히 외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 - 는 결과가 생겨난다. 반면 시는 시를 이루고 있는 단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외국어로 옯겨놓을 수 없다. 한 편의 시와 외국어로 번역했다고 하는 시는 같은 주제로 쓰인 두 편의 다른 시이다. (174p)
* 처음엔 제목보고, 글쓰기 관련 책인줄 알았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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