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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위기는 좌파의 새로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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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더 쉽다? 요즘 공공담론의 시끌법석한 형세를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잘 살피면 이 말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이 말은 마치 국가와 시장의 관계가 권력을 놓고 서로 대립하는 경쟁 관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는 언제나 시장의 편이었다. 국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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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더 쉽다? 요즘 공공담론의 시끌법석한 형세를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잘 살피면 이 말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이 말은 마치 국가와 시장의 관계가 권력을 놓고 서로 대립하는 경쟁 관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는 언제나 시장의 편이었다. 국가와 시장을 대립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은 이제 쓰레기통에 버리자. 국가는 언제나 철저히 자본에 복무해왔다. FTA, 이야기 안 해도 느낌이 올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 착각은 늘 자유롭다. 만약 2008년부터 가시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자본주의의 파국의 증후로 생각하고 있는 좌파가 있다면 빨리 냉수먹고 정신차려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좌파의 새로운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좌파 진영의 현실을 둘러보면 이런 기회조차 주워먹지 못하는 걸 보면 좌파의 총체적 위기인 것으로 오히려 드러난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역사적으로 자본의 새로운 기회였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의 어머니 격인 KPFA의 프로그램 <어겐스트 더 그레인(Against The Grain)>은 진보사상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방송의 진행자 사샤 릴리가 데이비드 하비, 노엄 촘스키, 마이크 데이비스 등 여러 비판적 지성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 대안을 주제로 심도있는 대담을 나누었다. 이 책 《자본주의와 그 적들》의 원제는 프로이트의 명저 《문명 속의 불만들》을 연상케 한다. 이토록 훌륭한 책이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있지 않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적어도 독서계의 지적 빈곤을 드러낸다. 뭐, 알만한 이는 다 읽었다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안 읽었다면 빨리 읽으시라. 


책은 신자유주의의 문제, 마르크스의 생태사상, 미래 전망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캐나다 요크 대학교 정치학 교수 엘린 메익신즈 우드는 역사상 출현한 제국의 유형을 크게 상업제국(네덜란드, 스페인), 사적 소유 제국(로마), 자본주의적 제국(미국)으로 구분한다. 로마 제국은 토지의 사적 소유에 기반을 둔 최초의 제국이고, 상업제국은 상업과 무역로의 독점을 기반으로 성립한 제국이고, 자본주의적 제국은 단지 경제원리를 통한 간접지배방식에 기반을 둔 제국이다. 2차 대전 이후 성숙한 형태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대두되었는데 미국은 경제와 군사 양 갈래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전략을 실행한다.

 

자본주의는 '돈 먹고 돈 먹기의 투전판'처럼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돈을 활용하는 사회체제다. 자본주의의 혁명적 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낡은 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창조적 파괴'라는 역동성에서 나온다. 이런 창조적 파괴는 자본순환의 위기나 자본축적의 위기가 닥칠 때 본격화되는데 이런 점에서 볼 때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매개체에 해당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설명하는 이론은 노동자의 높은 임금에 따른 이윤압박설, 만성적인 이윤율 하락설, 임금의 지나친 억제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설 등 다양하다. 혹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수익률 악화설이나 규제 완화설을 언급하는데 요크대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맥낼리는 이 두 주장에 모두 반대한다. 지난 30년에걸쳐 진행된 금융시장의 규제 완화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무한 이야기고, 1970년대부터 시작된 수익률 악화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은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한다. 뉴욕 시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데이비드 하비도 같은 생각이다. 하비는 자본주의 위기에 한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반대하고 자본축적의 위기를 이윤율 저하나 이윤압박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1980년대 국제질서의 중앙무대로 화려하게 뛰어든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소비주의를 달콤한 당의정으로 삼아 극소수 엘리트층만의 '부익부'를 구현하는 "인정사정 두지 않는 계급전쟁의 한 형태"다. 사샤 릴리의 말대로 신자유주의는 전투적인 노동조합에 대한 철저한 공격, 무자비한 구조조정, 능률향상의 강요, 임금삭감, 그리고 의도적인 해고마저 찬양해 마지않는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1970년대 신자유주의의 은밀한 생일날, 급진좌파가 순진하게 넋놓고 있을 동안 신자유주의에게 이미 포섭된 학문들이 있었다. 신좌파,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진영으로 직접 투항한 급진좌파도 개중엔 있었다. 이 모든 게 반자본주의 운동의 내적인 걸림돌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상의 스펙트럼상으로는 왼쪽에 위치해 있지만 유동성, 흐름, 파편화, 그리고 세계화된 자본의 잡종성 등 신자유주의 냄새가 풀풀 나는 개념에 호감을 표한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정보기술 세계와 '무장소성'placelessness을 침튀기며 찬양하는 모습과 무척 닮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한쪽 끝에는 신자유주의에 정치적으로 패배한 급진좌파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리버테리언 소비자 선택을 강조하는 신좌파가 있다는 게 올바른 평가일 것이다. "(39-40쪽)

 

z***a 2012.0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