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갈공명'은 '삼국지연의'를 통해 동양인들에겐 꽤 친숙한 인물이다. 대단한 지략가이며, 정치가, 그리고 충신.. 위, 오에 버금가는 나라로 촉을 뒷받침한 인물..이러한 역사적인 사실 외에도 여러가지로 제갈공명(제갈량)에 대한 신비화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갈량에 대한 직접적인 조명이나 그가 직접 생각하고 적은 글을 접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록 상당 부분이 유실되어 그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제갈량 문집이란 이름으로 그의 글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인 '제갈량의 난세 경영'부분은 제갈량이 직접 적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로 공문이거나 짧은 편지인 것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글을 통해서도 제갈량이 '촉'이라는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행했던 사고의 방향 등을 알 수 있으며, 특히 '前출사표'가 온전히 보전되어 있어 제갈량의 문필의 백미를 감상해 볼 수도 있다. 2부인 '장군의 길'은 제갈량의 글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실상은 위작으로 판명된 글이다. 엮은이는 이러한 글들의 대부분이 춘추전국시대의 유명 글들에서 인용한 것이 많다고 하는데, 이러한 위작의 존재조차도 제갈량의 후대에의 위상을 가늠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이러한 글들은 제갈량의 글로 가장하기 위해 그가 했던 사상이나 생각을 모방하려 한 것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기에,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대학 2학년이던 시절에 사서 읽었던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과거에는 주로 제갈량의 인품이나 사람을 부리는 법에 주안을 두고 책을 읽었던 반면, 이번에는 그의 사상이나 세계관을 중심으로 읽으려 노력해 보았다. 그 작업의 결과라긴 뭣하지만, 나는 제갈공명이 당시의 사람으로서 보기 드문 엄청난 합리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인치仁治가 당연히 우선될 수 있을 漢의 후계 국가임을 자처하면서도, 신생국의 혼란을 염두한 철저한 법치法治 사상은 일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전 시대에 전국을 통일한 진秦의 난세경영을 벤치마킹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자식에게 유교의 경전들의 추천하며 학문에 정진하라고 독려하는 면이나, 유비를 이어 유선에게도 충성을 맹세하는 그런 유학자로서의 모습이 어쩌면 제갈량을 더욱 제갈량답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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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큰 덕으로 다스려야지 자그마한 은혜나 베푸는 것으로 다스려서는 아니 됩니다.
삼국지의 최고의 재사(才士)로 유명한 제갈량의 문집이다. 가장 세력이 약했던 유비를 삼국의 한 귀퉁이의 주인으로 만들고, 몸소 삼국 통일을 위해 나섰다가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던 제갈량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문집은 제갈량이 직접 엮은 것은 아니고, 후대의 사람들이 여러 원전들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촉한의 승상으로써 내렸던 여러 가지 짤막한 명령서들과 후학과 자녀들을 위해 적은 간략한 신조 등, 제갈량이 썼다고 알려진 여러 글들이 한문으로 된 원문과 함께 한글로 번역되어 실려 있다.
감상평
삼국연의에 나오는 신출귀몰한 제갈 공명이 쓴 비밀문서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내 실망을 하고 말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비급’이 아니라 ‘문집’이다.
흔히 문집류의 책은 어떤 인물이 쓴 시(詩)들을 모아 놓은 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제갈량이 쓴 시문집이냐, 그것도 아니다. 앞서 요약 부분에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승상으로써 어떤 관리에게 경고를 하는 글, 장수의 파면을 청하는 글, 각종 명령서, 편지, 자녀교육을 위한 일종의 훈계 등 이 글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제갈량이 썼다는 점 뿐이다.
난세에 태어나 난세를 살아갔던, 그것도 그 난세의 한 가운데서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했던 제갈량이었기에, 그가 남긴 글들은 매우 실용적이거나, 직접 업무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뛰어난 지략가이기에 앞서 현명한 행정가였던 제갈량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사실 재미로 보자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글들이 많다. 물론 그런 중에도, 사람과 세상의 이치를 읽어나가는 예리한 판단력만큼은 역시나 범상치 않아 보이긴 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읽기엔, 시간낭비인 감이 없지 않다. 한 권 쯤 만들어져 있기는 해야겠지만, 그리 많은 사람의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은 책. 동양 고전, 특별히 삼국지에서 많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