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기록은 마치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이다. 기록하기 위해 여행을 하며, 여행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기록에는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 있겠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여정을 기록하는 것들이 있겠다. 그아말로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새롭게 견문을 넓히고 생각과 사상을 새롭게 가다듬는 한 템포 쉬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 근대 조선의 사내여걸들의 여행기가 있다. 본서의 큰 얼개는 조선남아들, 그리고 여걸들의 기행문을 쫓아 여행을 떠나 보는 데 있다. 여행이란 무엇인지, 근대 조선남아, 여걸들이 조선과 비할 때 여정지에서 느낀 감정은 무엇인지, 단순히 여행이라는 것을 넘어선 범주의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오래 지나버린 과거의 시간들을 하찮고 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뒤로 하고 매우 소중한 기록매체로써 작용하고 있다. 여행, 그리고 글이 있다. 글이 있음으로 하여 또 여행이 있는 것이다. |
|
많은 역사 관련 베스트셀러들이 저자의 머릿속에 사전에 형성된 강력한 주관, 혹은 주장에 자료를 통해 ‘작위적으로’ 객관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나는 그러한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대 조선의 여행자들>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저자는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서적들을 탐구하면서 여행기라는 사소하고 단편적인 글들을 통해 근대의 조선인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의 스케치에 역동적으로, 그러나 급하지 않게 색을 입혀간다. 저자가 색칠하는 그림은 미리 정해져있던 그림이 아니고, 오히려 자료가 건네준 물감이 저자의 손에쥐어지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근대의 조선인들은 단지 분석의 대상으로서 파악될 뿐만 아니라, 내 앞에 살아 숨쉬는 존재로 나타난다. 자료와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이인삼각의 달리기처럼 호흡을 맞추어 나아간다. 다만 이때의 목적지는 저자가 강요하는 주장이라기보다는 백년전의 조선인들이 여행하며 가졌던 고민들과 생각이다. 결국 저자가 자료와 함께 뛰며 보여주는 여정은 일직선이 아니다. 오히려 돌아가고, 멈췄다가고, 때로는 뛰어가는 여행 그 자체다. 일주일에 걸쳐 책을 다 읽고나서 머릿속에 남은 것은 그 여정이 남긴 발자국들이고, 이 발자국은 제멋대로인듯 하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조선에 대해서 생각할때 이전에는 흑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이제는 좀더 뚜렷한 색들이 떠오르는 것 같다. 좋은 책을 써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