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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하) -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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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는 비단 역사 서술 형식을 완성했다는 사실 말고도 다양한 고사를 품은 이야기 보따리라서 더 가치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계기는 과거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서양고전선 중 제5권이었던 홍석보 譯 <사기열전>과의 만남이었는데 문장이 유려하여 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책프 9기 9주(2014. 3. 3)차에 리뷰를 남겼었습니다(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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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는 비단 역사 서술 형식을 완성했다는 사실 말고도 다양한 고사를 품은 이야기 보따리라서 더 가치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계기는 과거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서양고전선 중 제5권이었던 홍석보 譯 <사기열전>과의 만남이었는데 문장이 유려하여 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책프 9기 9주(2014. 3. 3)차에 리뷰를 남겼었습니다( http://cafe.naver.com/bookishman/409754 ).


홍석보 선생의 저 책은 현재 절판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습니다. 삼성출판사는 과거 세계명작 전집을 편찬하여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던 곳인데 요즘은 완전히 아동 도서 전문으로 전환해 버린 게 (저로서는) 아쉬울 뿐입니다. 제가 출판사에 개인적으로 연락도 해 봤는데 과거 전집류는 구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번역자들의 저작권은 다 어떻게 되는 건지... (시장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겠죠) 


여튼, 아직 삼성출판사의 책들이 아직 서점에서 다뤄질 무렵 도서출판 까치에서 성균관대 정범진 교수님과 그 제자분들 중심으로 새 번역을 내었고 저는 아직도 이 에디션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김원중 교수님(그 제자 중 한 분이죠), 故 신동준 선생 번역본 등이 나왔습니다만 여튼 개인적 선호는 그렇습니다. 예전에 알마에서 김영수 선생 번역본도 출간했고, 책좋사에서도 이벤트로 나왔었는데 2012년 일이며 이때는 제가 아직 회원 가입도 안 했을 무렵이네요^^ 


홍석보 선생의 책은 열전을 놓고서도 완역이 아니라 그 중에서도 일부 발췌역이었습니다. 다만 <골계열전>은 수록되었는데 물론 정범진 교수님 진용의 이 책은 완역이라서 내용 누락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혹시 야한 내용이라서 빠진 게 아닐까 멋대로 상상하기도 했습니다만 물론 단단히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예전 사극 <용의 눈물>을 보면 베테랑 배우 장항선씨가 개국공신 조영무 역을 코믹하게 연기합니다. 본래 그는 군졸 출신이었으나 방원 밑에서 큰 공을 세워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의 지위에까지 오르죠. 귀양살이 중 울분도 달래고 부족한 부분도 채울 겸 그는 책을 파고 들며 이때 습득한 교양으로 이후 재출사하고는 주변에다 사자성어를 마구잡이로 구사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우습습니다. 그 중 그릇되이 문자를 지껄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쓰인 사자성어가 "상사실지빈"입니다. 한자로는 相士失之貧이라 쓰고 네이버 국어 사전은 다음 링크처럼 풀이합니다( https://ko.dict.naver.com/#/entry/koko/b6fb72cbba284982ab7e73cbb8dd647f ). 


그런데 이 풀이를 보면, 특이하게도 다섯 자로 된 이 성어가 어째서 그런 뜻이 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제가 좀 설명을 붙이자면, 이때의 상(相)은 품평하다, 관상을 보다 등의 뜻입니다. 그래서 相士失이란, "선비를 평가함에 있어서 저지르는 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의 "지", "빈"과 합쳐서, "그런 실수를 저지를 만한 가난한 형편"이라고 뜻이 풀립니다. 지금 이 책에도 나오듯, 대장군 위청과 동곽선생 사이에 있었던 고사가 그 출전인데, 사실 골계열전에 나오는 동방삭이나 동곽 선생 같은 이들은 그 실존 여부가 좀 의심도 되고, 실존 인물이라 해도 저런 에피소드가 다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큰 회의가 드는 게 사실입니다. 대장군 위청은 이 책의 중(中)권에 "위장군/표기열전"으로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멍텅구리는 언제나 자신의 좁은 소견 안에서 사물을 판단하기 마련입니다. 실수라는 건 어쩌다 한 번이라야 그게 실수이지, 매번 일을 그르친다면 그건 이미 본인의 진면목이지 실수가 아닙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화식열전"이 장식하는데 사농공상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으로는 과감히 할애할 수 없는 서술 혹은 편집태도입니다. 영어에 last but not the least라는 표현도 있지만, 세상을 뒤에서 진짜 움직이는 이들은 대(大)상인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드는 요즘입니다. 

v*****7 2019.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