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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해가 밝았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면 2가지 종류의 책이 출간 러시를 이룬다. 하나는 대통령 선거 후보군에 속하는 이들의 자서전 출간이고, 또 하나는 대통령 선거 후보군에 속하는 이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담긴 책이다. “대통령의 자격” 은 후자에 속하는 책이지만, 대한민국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2013년 2월, 국민 앞에서 대통령 선서를 하는 이가 과연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짚어보고 있다. 먼저 이 책을 쓴 저자에 대해 언급을 해야겠다. 저자 윤여준은 최근 대한민국 정치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안철수 교수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政), 관(官), 언(言)계를 모두 경험하면서 대통령의 꿈을 꾸었던 이들, 대통령이 되었던 이들을 곁에서 직접 보좌하고, 조언하고, 일하고, 관찰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신문기자, 청와대 비서관,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등의 다양한 커리어를 통해 그는 대통령을 꾸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을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 란 단어로 압축한다. 스테이트(state)란 국가를 의미하고, 크래프트(craft)란 특정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의미한다. ‘치국경륜(治國經綸)’ 또는 ‘국가 통치 리더십’ 등으로 옮길 수 있는 스테이트크래프트는 대통령을 꿈꾸는 수많은 정치가, 행정가, 명망가와 진정한 국가지도자를 구별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낯선 스테이트크래프트에 대한 설명과 동서양 국가에서 나타난 스테이트크래프트의 의미와 사례를 설명한다. 책의 출간 이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국가지도자(Statesman)와 정치인(Politician)을 구분해서 사용했는데,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해도 스테이트크래프트를 갖추지 못하면 국가지도자 감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해방 이후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적’ 이라 칭찬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남북분단과 대립의 문제, 극한대결로만 치닫는 정치권을 우려한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언급되는 저자는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 경제, 사회, 문화, 계급, 계층, 민족 – 모두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총체적인 틀로서의 국가, 즉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를 운영하는 스테이트크래프트야 말로 대통령의 가장 우선되는 자격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테이트크래프트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라는 공공 집단에 대한 총체적 관점을 지녀야 한다. 또한 특정 이론에 물들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국정운영에서 지도자가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다양한 가치의 충돌 속에서 올바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되 이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지도자에게만 특히 요구되는 것이 북한 및 주변 열강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이다. 2부에서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들에 대해 스테이트 크래프트라는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 저자가 손꼽는 가장 탁월한 스테이트크래프트를 발휘한 대통령은 박정희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이승만 퇴임 이후 등장한 제 2공화국의 혼돈 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정치가이기 보다는 혁명가이자 군인에 가까웠던 박정희는 국내적으로 수출 위주의 경제, 경공업 발전과 중화학 공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한일국교 정상화 및 일본으로부터의 외화조달을 통해 경제개발의 틀을 마련했으며, 냉전 분위기가 화해모드를 타는 데탕트라는 국제정세 속에서 베트남 파병을 통해 주한미군의 주둔을 유지하면서도 대한민국이 중진산업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필수적이었던 외화 획득을 통해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이념이 아닌 현장을 중시하는 실무 스타일과 공적(公的)인 문제의식, 청렴하고 헌신적인 자세는 오늘날에도 충분한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 박정희는 공과가 격렬히 충돌하는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많은 이들은 박정희 향수를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이야기하지만, 과연 지금의 민주화된 사회에서 당시로 시간의 화살을 되돌리는 것을 원하는 자가 몇이나 될까? 일제 시대에 태어나(1917년) 교육받고 자란 군인 박정희는 국가의 산업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는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원죄를 보상받기 위해 노력하고 결실을 맺은 경제발전은 자연스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왔고, 이에 대한 박정희의 처방은 유신체제였다. 정치권력이 고도로 인격화되고 경직된 상황에서 인권을 중시하던 미국 카터 대통령과의 갈등,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의원 제명이라는 무리수, YH 무역 노동자들의 폭력 진압, 여기에 경제 불황과 불만에 시달리던 대중들의 항의시위 속에서 궁지에 몰린 박정희는 아끼던 부하의 총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박정희 외에도 이승만,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의 지도자에 대한 거침없는 저자의 평가가 계속된다. 윤여준의 잣대는 항상 스테이트크래프트이다. 명분 없는 쿠테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야 말할 필요가 없고, 6.29 선언에 이은 양 김씨의 분열로 탄생한 노태우 대통령은 이미지를 중시하고 여론에 민감했던 ‘하루살이 정권’ 지도자였으며, 김영삼은 하나회로 대표되는 군내 사조직을 척결한 군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개혁은 있었지만 국가운영은 없었다는, 그래서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대란을 불러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가차없는 낙제점을 내린다. 수평적인 정권 교체를 통해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2위에 해당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준비된 대통령’ 이라 늘 말하고 다녔던 김대중은 외환위기 극복, 햇볕정책 실시, 복지제도 도입, 인권 신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대지소심(大志小心)형 지도자였지만, 이러한 지도자가 갖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문제도 드러났다. 또한 IMF 위기 및 여소야대 정치상황의 한계점과 신자유주의 본격화 그리고 정권 말기에 주변 사람들의 부패를 막지 못한 점을 김대중 대통령 스테이트크래프트의 한계로 짚는다. 저자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권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천안함 사건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짓는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가 ‘최초의 진보 정부’ 인 참여정부를 이끈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는 점수는 야박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국가지도자는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이루는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다독이는 존재이다. 이러한 국가지도자가 가장 의식하고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다. 자연인 노무현이 얼마나 매력적인 인간이냐와는 상관없이 대통령 노무현은 스스로를 일종의 헌법기관으로 인식하고, ‘헌법적 가치’ 에 대한 책임과 진정성을 갖고 매사 국정에 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잦은 말실수와 야당과 보수언론과의 극한대립을 통한 국정돌파 방식, 늘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임한 자세 등을 통해 국가 운영에서는 낙제점을 받는다. 물론 양김 시대 이후 보스 정치의 청산과 지역주의, 권위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균형적인 외교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2012년을 마지막 임기로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한가?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큰 530만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저자는 일단 유보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성과와 문제점을 통해 잠정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무엇보다 국가지도자는 스스로를 당선으로 이끈 시대정신과 과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탈냉전, 세계화,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의 제 분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한편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어륀지 놀음에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이어 발표한 공직 인사에서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조롱 당하고, 곧이어 터진 광우병 파동 및 촛불집회를 통해 지지도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20% 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는다. 이를 어느 정도 수습하여 국가운영이 정상화될 무렵, 미국발 경제위기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반감으로 이어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약화되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의 특징은, 우선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 대통령이라는, 국가라는 공적인 영역에 사적 회사의 운영원리를 투여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국가지도자 인식은 공공성 결여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임기 내내 문제가 되었던 상왕 이상득 의원의 존재, 영포 라인, 소망교회 인사 등 사적인 서클의 회전문 식 국가운영을 낳았다. 또한 용산참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부족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에서 드러난 공적 의식의 부재,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대대적인 반발을 가져왔다. 국제 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자세 유지와 중국을 경시하고 친미로 흐르게 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국제적 공조를 이루지 못한 점을 한계로 꼽고 있다. 선거의 해인 2012년이 밝았다. 저자는 그렇다면 다음 번 대통령은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무엇보다 지도자의 스테이트크래프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국가관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합법적 권력을 독점하는 국가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이 필수적이며, 이는 무엇보다 ‘헌법적 가치’ 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정직성과 도덕성은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18대
대통령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자면, ‘1987년
체제’ 의 극복, 즉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타협에
의한 민주화로 탄생한 ‘87체제’ 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
국가가 미래를 향해 굴러갈 수 없다는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2013년 체제’ 에 대한 올바른 변화의 방향 설정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지도자의 스테이트크래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수해가
나서 온 집안이 물바다로 변한 피해민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 말하는 대통령, 5.18 민주화 묘역에서 목젖이 보이도록 파안대소하는
대통령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이해를 상실한 낙제인(落第人)이다. 또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도 있지만, 원칙 없는 말 바꾸기를 하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저자는 본다.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지도자 후보에 대해서는 언론과 시민사회와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정 후보를 의식한 듯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오늘도 대권을 꿈꾸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을 몇몇에게 날리는 저자의 따끔한 일침과 함께 마무리를 해야겠다.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검증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후보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성
정치인과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 심리라는 점은 이해될 수 있지만, 선거에 임박하여 신선함을 무기로 혜성처럼
등장하는 후보를 일종의 ‘충동구매’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실체가 드러나자 후회하는 식의 행태가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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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다. 이후로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 '대한민국의 장자방'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그 이후의 선거에서는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그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종합경제일간지 재경일보(www.jknews.co.kr)회장직을 역임하고 현재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www.kldi.re.kr),
2004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본부장, 2003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 2000년-2004년 제16대 국회의원 1998년 한나라당 총재 정무특보 등을 엮임했다.
그런 저자가 지난 9월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야권 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씨의 선거캠프로 영입되었다.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막연하게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사회는 '국민이 분열'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고, 5%의 기득권과 정치권이 95%의 대다수 국민과 민중을 분열시키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전략통이 변절하거나 변심하여 야당의 캠프로 들어온 것인가? 이에 대한 설명은 신문기사 몇 쪼가리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최근 발간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윤여준씨는 서문에서부터 자신의 논리 전개에 적용한 객관성과 공정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합법적 폭력의 행위 주체'로서의 '국가'를 강조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과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의 중요성에 대해 소홀하고 있고, '인민주권'을 거론하지만 국가운영의 원리로 내세우지 못하여 국가주의와 관료중심의 '통치'를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합의되었고, 독재 치하에서도 전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였다"고 말하지만, 실제 한국의 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합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개헌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그 이전에는 한국사회에서 통용된 이념은 반공주의와 숭미사대주의, '잘살아보세'에 불과하다.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 체제와 유신체제는 독일의 히틀러식 군사파시즘과 왕조체제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윤여준씨의 말은 자칫하면 박근혜 후보의 "내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라는 궤변이 성립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어떤 이유로 어떤 구체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사실관계 없이 정치 혐오만 강조한다. 지금까지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식 정치로 상대 정당과 유권자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것이 누구인가? 국회에서 사전 협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국회 본회의 날치기를 한 측이 어디인가?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 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 현대정치사 중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107건이나 되는 등 보수정당이 극한대결을 주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저자는 '양비론'을 통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편들고 있는 셈이다.
본론에 들어가도 윤여준씨의 한계와 오류는 다수 발견된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진영의 이념과 정책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 부분은 말 뿐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이 볼 수 있다. 물론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적 이념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라 분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이념과 정책이 실천을 통해 실패로 평가되었으므로 진보진영도 실천해본 후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부적절해 보인다. 저자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진보 정부'라고 평가하고 싶겠지만, 두 정부는 사회민주주의 등 진보적 이념에 근거하지도 않았고 실제 정책 추진도 신자유주의와 형식적 민주주의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진보 정부'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민주정부'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아주 보수적이거나 우편향일 경우 그 왼쪽에 존재하는 이념을 모두 싸잡아 진보라 인식할 수는 있다. 이는 최근 일부 수구우익 진영이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후보에 대해 '종북좌파'라고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저자는 '리더쉽'이라는 정치적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스테이트크래프트(통치 리더쉽)'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의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인민주권에 기초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통치, 관리, 육성하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민주권이 아니라 통치-피통치로 대통령과 인민을 관계시켜 민주주의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애초에 제한시킨다. 전근대적인 사고와 현대적인 시대정신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는 정치체제, 정치적 상황, 국가운영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언론, 관료, 지식인, 경제인, 학자들을 무시하여 정치와 리더쉽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실패한다. 특히 공정언론 상실에 대한 지적이 없기 때문에 현대 정치의 작동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부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안철수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씨나 몇몇 학자들과 다른 점은, 그가 '87년 체제'를 설정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87년 체제'가 정치권에 '흑백논리'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1987년 전후 흑백논리를 이끌어 온 집단은 항상 민정당-새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대구 등지에서는 일반 유권자가 '김대중은 빨갱이. 문재인과 안철수도 빨갱이'라고 애기할 정도다. 이 책은 '대통령 자격론(자질론)'이 주요 발간 목적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자질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보수진영이나 우파진영에서 우월해야 할 대북관, 안보관의 기준이 크게 부실하다. 대북관의 경우, 최대 현안을 평화와 공존이 아닌 북핵과 견제로 둠으로써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 처리과정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측이 미국과 남한이라는 사실을 왜곡한다. 그리고 안보관을 말하지만,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민주정부 10년의 안보가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 10년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튼튼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의 자질론에 근거하여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을 평가해 보면, 적어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불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의 캠프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ㅎ 저자가 역대 대통령을 자신의 '자질론'에 근거하여 평가한 것을 보면, 문재인 후보가 왜 저자를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윤여준씨의 역사인식은 박근혜 후보에 비해 특별히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거의 '찬양' 수준이다. "박정희의 강렬한 공적 열망과 치열한 문제의식, 개인적 물적 욕망을 자제한 헌신적인 자세, 그리고 현장을 장악하면서 끊임없이 관계자들을 독려하는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귀감이 된다.", "그 역사 인간적으로 적지않은 약점을 안고 있으며 공인으로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항상 공적인 것을 앞세우면서 진정성이 있고 성실하고 매사에 두려워하는 진지한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자신과 시대의 한계, 그리고 좁은 이념의 폭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상황이 불가피하였다 하더라도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슬러 또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어 장기간 스테이트크래프트를 성공적으로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면교사의 교훈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p.321) 그리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거의 '폄하' 수준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참여정부는 양김 이후 지역주의적,권위주의적 리더쉽을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적 국가운영의 원리를 제시하고 실천해야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 점에서 노 전대통령은 올바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 문제를 국가운영의 핵심과제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수파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 외롭고 이념적으로 비타협적이며 계층적으로는 현상타파적인 의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 급진적 사회정책과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였다.", "국가와 헌법, 특히 대통령직과 스테이트크래프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지 못한 채 이념과잉의 아마추어리즘에 토대를 둔 코드정치, 편 가르기 정치, '뺄셈의 정치'로 일관한 결과 새로운 국가운영 전략을 제시하지도 새로운 국가운영의 주도세력울 창출하지도 못하였을 뿐 아니라 국정 자체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의 실패가 한 정권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향후 국가운영에 엄청난 혼란과 후유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p.494)로 되어 있다. 이 책을 나서 저자를 문재인 캠프에 영입한 결정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무척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범보수'의 전략통으로 평가되는 인사,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17년간 한국의 정치경제의 민주화에 역행하는데 일조해온 윤여준씨를 문재인 후보가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어보는 중에도 전체적으로 정치를 '통치'로 인식하고 유권자를 주인이 아니라 '관리대상'으로 생각하는 그가 문재인 후보의 정책이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 2012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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