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002 또 다른 26년의 무게, 고광헌 시집 [시간은 무겁다]
"002 또 다른 26년의 무게, 고광헌 시집 [시간은 무겁다]" 내용보기
두 번째 시집을 무려 26년 만에 펴낸 시인이 있다. 고광헌 시인이다. 시인은 대학 시절 농구선수였고, 이후에는 체육 선생이었다.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강제해직되는데, 이 해에 첫 시집 <신중산층 교실에서>를 펴냈다. 그리고 시인은 시를 떠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시가 시인을 떠난 것으로 보였다. (스포츠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농구선수에서 교사, 해직교사) 사회운동
"002 또 다른 26년의 무게, 고광헌 시집 [시간은 무겁다]" 내용보기

두 번째 시집을 무려 26년 만에 펴낸 시인이 있다. 고광헌 시인이다. 시인은 대학 시절 농구선수였고, 이후에는 체육 선생이었다.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강제해직되는데, 이 해에 첫 시집 <신중산층 교실에서>를 펴냈다. 그리고 시인은 시를 떠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시가 시인을 떠난 것으로 보였다. (스포츠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농구선수에서 교사, 해직교사) 사회운동가, 언론사 대표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사는 그는 그렇게 보였다. 

'26년' 결코 낯설지 않은 단어다. 지난해(벌써) 말에 개봉되어 흥행에서도 선전을 한,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확보했던 영화이도, 1985년 이후 26년 만인 2011년 12월에 펴낸 시집. 제목에서 시간이 무겁다고 하므로, 자연 26년이라는 겉보기에 시인으로서의 삶이 유보되었던 시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어머니, 형수, 누님, 조카들 어머니와 또 다른 어머니인 고향을 담은 시편들이 오래 묵힌 구수한 된장내음을 풍기며 등장하고, 해바라기, 참꽃(진달래), 채송화, 차전초(질경이) 등 지긋한 나이에 어울리는 또 다른 자연들이 등장하여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새로움의 발견이 있다. 이 두 가지가 잘 드러난 시가 채송화가 아닐까. 

 

채송화

 
고향 형님 댁 앞마당
키 작은 채송화
고등학교 시절 집에 갔을 때
구겨진 오천원짜리 쥐여주며
서울 공부 잘해야 한다던
눈 큰 형수 닮았다

 

60년대 초 어느 겨울날
한 집안으로 시집와
내리 딸만 다섯 낳고, 평생
살금살금
가만가만 사시다가
일흔살도 안돼 떠난
눈 크고 키 작은 형수

 

형수가 낳은 딸 다섯
닮았다


『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12) 전문

채송화 줄기는 무더기로 번진 상태이고 군락을 이룬 상태에서 피어나기에 한두 송이만을 자세히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수\숱하게 풀 꽃 나무들을 촬영했음이에도, 정확한 꽃잎 모양이 떠오르지 않아 인터넷 이미지의 도움을 받았는데, 직접 촬영하신 미드 님이 1회용 냉커피 잔에 심은 채송화란다(2012.06.21 올림)

시를 얘기해야지 왜 그 꽃을 들고나와 얘기를 하느냐고, 보통은 꽃잎이라고 부르고 한 장을 얘기할 때는 낱장으로 부르는 것의 전문용어는 화판이란다. 채송화의 화판은 다섯 개이다. 저마다 하트모양으로 이뤄진 점이 특별하다. 물론 5개의 화판을 가진 꽃잎은 많다. 하트 모양의 화판을 가진 꽃들도 적지 않다. 60년대 시아재에게 5천원을 쥐어주며 열심히 공부하셔요, 도련님, 하고 말하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채송화가 피어 있는, 형님 댁 마당. 눈이 큰 형수를 닮았는가. 채송화 꽃잎은, 꽃술은 유난히 긴 눈썹을 떠올리게 한다. 그 형수님이 사랑으로 낳고 길러낸 딸이 다섯, 아들 하나 없다고, 아들 하나 더 낳으려고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지. 있는 듯 없는 듯 조심조심 살아가시던 모습이 꽃밭이나 울밑의 채송화를 떠올리게 한다. 배경이 되어 있는 삶, 그러나 배경이 없이는 어떤 그림과 사진의 대상도 빛나지 못한다. 다섯 딸의 어머니로서 은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지는 향기를 뿜고 있는, 채송화로 살아서, 형수의 다섯 딸의 生을 지탱하는 꽃 가운데에 천연염색 안료가 스며드는 천의 그것처럼, 자연스러운 우주의 별 하나가 빛나고 있다.

채송화는 대개 낮에는 꽃이 피고 오후에는 시드는데 맑은 날에 햇볕을 받을 때만 핀다. 꽃 한송이의 수명은 짧으나 다른 꽃이 계속 피므로(피고 지고 또 피는 무궁화처럼) 오랫동안 꽃을 보고 즐길 수가 있다고 한다. 시인은 어느 매체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중고시인이라 하였지만, 채송화가 날마다 다른 꽃을 피워내듯이 요란하지 않게 시를 간직해왔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중고시인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시는 늘 그의 삶의 배경으로(아내인 김경미 시인처럼) 늘 그의 마음 안에, 또는 실행하는 일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씌여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시 전편을 읽은 종합편의 소감을 밝히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첫 시집을 냈을 무렵의 나이에 가까운, 꼭 그만큼의 '무거운' 시간을 털고 다시 청년의 시집을 한 권을 만나는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f******p 2013.01.02.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간은 무겁다
"시간은 무겁다" 내용보기
오랜만에 너무도 정직한(?)시들을 읽은 기분이다. 모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잔인하게 들린 적이 있었다.도저히 끝날것 같지 않은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사람에게,'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사실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터널을 지나고 보니,시간은 약이 되기도 했으며,심지어 달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여전히 무서운 터널의
"시간은 무겁다" 내용보기

오랜만에 너무도 정직한(?)시들을 읽은 기분이다.

모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잔인하게 들린 적이 있었다.도저히 끝날것 같지 않은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사람에게,'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사실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터널을 지나고 보니,시간은 약이 되기도 했으며,심지어 달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여전히 무서운 터널의 시간을 만나기도 하지만,견디어 낼 수 있는 구둔살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인은 그 고통의 시간을 ~무겁다 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당신만이,힘든 시간은 보내고 있는 것 같겠지만 여기 힘들게 보내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고...

그래서 동료애도 느껴지고,때로는 나의 고통은 고통 축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도 된다.

 

차전초

 

차전초는 질경이의 한자말

수레바퀴에 깔리면서 살아가는 풀

바퀴에 깔려 몸이 납작해지며

숨이 넘어가는 순간

제 씨앗을

수레바퀴나 짐승들 발밑에 붙여

대를 이어가는 풀

 

모든 풀들은 짓눌리는 고통을 피해

들로 산으로 달아나

함께 살아가는데

그늘 한 점 없는 길가에 몸 풀고 앉아

온몸이 깔리면서

생을 이어간다

 

수레의 발길이 잦을수록

바퀴가 구를수록

더욱 안전해지면서 멀리 가는 삶

질경이는 밟히면서 강해진다

 

밟혀야 살아남는 역설의 생

오늘도 납작한 잎 속에 질긴 심줄 숨기고

온몸 펼쳐 뭇발길 받아들인다

어디 한번 멋대로 분탕질도 해보라며

거친 발길에 제 몸 맡긴다

 

차전초를 읽는 순간 질경이는 그저 꽃으로 불리는 질경이가 아니였다. 지금도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그래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이들의 모습이였다.

그럼에도 내 마음가는 대로 위안을 받고자,질경이의 삶이 밟혀 죽는 것이 아니라,그럴수록 강해지는 그 정신을 시인이 주는 '희망'의 텍스트일 것이라 믿고 싶었다.

뭉크가 절규 하듯,'시간처럼 무거운 물건은 보지 못했네'라고 시인은 말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

w*******i 2013.02.2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