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좋아하는 이유는 요리 만화라는 점 외에도 담고 있는 내용의 담백함이 아닐까 싶다.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감동적 내용도 없고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음식.. 작가는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점에서,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관철시키려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것이 나는 좋다. 다이어리를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시중에는 예쁘고 실용적인 다이어리가 많이 나와있지만 올해엔 심야식당에서 받은 다이어리를 사용하며 펼칠 때마다 흐뭇하게 사용할 거 같다. |
|
드라마나 영화엔 어떤 여자 혹은 남자를 보고 한 눈에 반하는 (눈이 번쩍 뜨이고 후광이 비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나는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책을 보고는 느껴봤다. 그래서 나는 여러 작가의 ‘전작주의자’이다. 한 권 읽고 반해버리면 무조건 ‘복종’하고 마는, 철없는 전작주의자. 만화가 아베 야로 역시 그 중 한명이다. 그의 『심야식당』을 나는 늘 기다리고 기다린다. 에피소드들이 1권에 비해 약해졌다 느껴져도, 비슷한 플롯이 반복된다고 해도 나는 즐겁게 읽고 비판 따위는 하지 않는다. 무조건 ‘좋아요!’하고 박수치는 백치미를 보인다. 철없는 전작주의자답게.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심야식당8』권이 출간됐다. 보름이나 먼저 예약해놓고 크리스마스 이브 근처에 받았는데 그 기쁨이란!! 밤12시부터 아침7시경까지가 영업시간인 (말 그대로)심야식당. 정체불명의 주인장 마스터, 그가 만드는 음식을 나는 기다렸다. 실제 음식 사진이 아닌데도 군침을 삼키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 보이는 것은 음식 때문이라기 보다 ‘심야식당’이라는 설정과 식당 안의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심야식당8』, 이번엔 오전6시와 7시의 에피소드들이다. 에피소드의 대부분이 사랑이야기여서 그런지, 영업 종료 직전의 가게 분위기는 유독 더 따뜻했다. 8권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3․11 일본 대지진 후의 어수선한 일본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여기엔 오쿠보에서 작은 한국요리점을 하는 김씨 할머니가 등장한다. 김씨 할머니는 지진 직후에 슈퍼에서 컵라면을 싹쓸이하려는 가족을 제지하다가 봉변을 당할 뻔한 야쿠자 겐씨를(문어 비엔나소시지를 좋아하는 류씨의 부하) 도와주었는데, 겐씨가 그 일에 보답하고자 심야 식당을 함께 찾은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관동대지진’이 떠올랐다. 1923년 진도7의 대지진이 간토(관동)지역에 일어났는데, 이 당시의 일본 내각이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 위해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켜 결국 ‘조선인 학살’로 이어졌었다. 그래서 3․11 대지진 후 한국인인 김씨 할머니의 활약은 (물론 만화 속에서지만)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베 야로가 일부러 이 장면을 집어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첫 장을 열면 반 투명지가 나오고 그걸 넘기면 ‘심야식당’의 전체 건물이 나온다. 1권과 8권을 비교해보니 식당 뒤의 'NG‘란 이름의 가게는 살아남아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고, 뒷 건물의 대형 전광판의 그림은 달라져있다. 이런 깨알 같은 재미가 읽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든다. 아베 야로는 한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식당 주인인 마스터가 미스터리한 것 같다는 질문에 만화의 소재가 고갈되면 조금씩 보여줄 작정이라고 대답했다. 8권에도 여전히 마스터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걸 보니, 그의 아이디어는 여전한가보다. 다음 단행본은 2012년(벌써 올해다) 봄에 한국와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다는데 9권에는 마스터의 정체가 조금이라도 밝혀질지 ..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