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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본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읽으면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건축이라는 걸 이렇게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구나. 2014년 돌연 세상을 떠난 건축전문기자 구본준의 미발표 원고를 모아 낸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말 그대로 큰 건축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묘, 파르테논신전, 이세 신궁, 자금성, 경복궁
등. 그러나 이 커다란 건축물을 얘기하면서도 조그만 세부에 대해서 눈을 놓지 않고 있다.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높고 길게 짓는다는 원칙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건축물들에 대한 비판이 주(主)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건물이 어떤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이념을 구현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건물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비록 자금성의 무지막지한
크기에 바쳐진 수많은 목숨을 생각하면서 비정한 권력을 비판하지만(“자금성이나 베르사유 궁전은 황제가
백성을 얼마나 함부로 다루며 횡포를 부렸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자금성이 건축학적으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 것(‘문화의 힘’!). 그런
기조가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고, 그래서 그 메시지는 책의 두께보다 훨씬 두텁다. 인상 깊은 것은 우리의
종묘와 일본의 이세 신궁이다. 극도의 엄격성을 지니면서 단순하고 웅장함을 함께 나타난 종묘는 왕조와
함께 성장해나갔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상징 건물과도 차별점을 지닌다. 또한 이세 신궁은 영원성을 지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한 건물이다. 건물의 신성함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20년마다 새로 짓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구본준은 이 두 건물을
함께 다루면서 “한 번에 시간을 뛰어넘는 건물을 짓지 않고 건물 안에 시간을 담아 시간과 공존하는 건물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그대로
건물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크게, 혹은
화려하게 지은 건물이 아닌 것이다. 그런 건물을 보는 눈을 구본준은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의 건물들을
생각해보았다. 물론 우리에게도 정감이 가는 건물이 있고, 또
신성함을 느끼게 하는 건물도 있다. 그런 건물들을 찾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 콘크리트로, 혹은 유리로 싸맨 건물뿐이다. 이 건물들이 수백 년이 지나 구본준 같은 기자가 봤을 때 어떤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