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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날에 따라 나는 참 가볍기도 하고 제법 무겁기도 하다. 요 며칠의 나는 무척이나 가벼워서 에그2호의 여행 바람에 살랑살랑 마음이 들떠버렸다. 아, 떠나고 싶다! 변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서, 그 어떤 순간에도 듥 있고 싶은 책 몇 권을 챙기고서, 내가 위로 받듯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을 찾으러, 걷다가 개똥을 밟고 "Welcome to Paris!"를 듣는 진짜 파리를 향해서, 어느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파리의 여름밤을 꼭 기억하며, … 딱히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그 순간이 좋은 그 느낌을 즐기러.. 살아간다는 것, 단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아름다운 것이었구나를 느끼러.. 그렇게 무겁지 않은 가방 하나매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ㅎㅎㅎ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만으로, 떠나고 싶은 곳이 생긴 것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구나.. 지금 기분이 참 설레고 가볍다. 지금 이 기분이라면 17시간의 장거리 비행도 견뎌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정말이지 완전 뻥 & 오바이고, 그 정도로 나는 지금 무척 설렌다. 스텐딩 에그, '시간이 달라서', 'Like', '넌 이별 난 아직', '어떨까', '너라면 괜찮아', 웃는 것밖에'.. 내 핸드폰 속에 저장된 6곡이 저장되어 있었는데, 오늘 하나 더 저장했다. '여름밤에 우린' 들어보지도 않고 노래를 다운받기는 HITCHHIKER를 읽을 때 빼고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들어보지 않았지만 왠지 듣자마자 좋아할 거란 예감이 팍팍 들었다.ㅎㅎ 인연이란 게 참 재밌다. 처음엔 좋아하는 배우가 피쳐링한다고 해서 알게 된 노래, 가수였는데.. 처음 들어본 노래가 좋으니 다른 노래도 찾아서 듣게 되고, 우연히 예스24에 음반이 아닌 책분야에 이 가수의 이름이 있으니 또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고, 읽다 보니 또 그 책속의 노래가 듣고 싶어져 다운받게 되고..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서이는 것만 같은데, 이 뫼비우스의 띠는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계속 계속 걸어도 계속 계속 좋은 것만 나오니까!^ㅎ
아~~~~ 진짜!! 여행, 가.고.싶.다.!!! 여름밤의 파리, 차테이 하토우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도쿄, '사람 사는 일', '평범한 인상' 그 자체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한적한 주택가가 있을 도쿄의 낫포로.. 그리고 냉정과 열정 그 사이를 느끼게 해줄 피렌체의 두오모로.. 그냥 훅- 떠나고 싶다.
p.54 고요한 방이다. 방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한 발 한 발 밟을 때마다 다다미의 미묘한 폭신함이 전해져온다. 사방의 벽은 차분한 올리브색이다. 벽의 색깔에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침대 위에는 가느다란 세로 줄 무늬가 들어간 은은한 광택의 거위털 이불이 매끈하게 깔려 있따. 이 방은 분명 요즘 들어 유행처럼 생겨나는 부티크 호텔의 세련된 인테리어, 스타일리시한 감성과는 영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굳이 세상 모든 것들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변하지 않기에 소중한 것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힘겹게 자신을 마주하고 속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하는 작가들에게는 취향과 멋으로 윽박지르는 듯한 부티크 호텔의 객실보다는 몇십 년 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기다려준 듯한 이방이 훨씬 편안하지 않을까.
p.126 내가 만약 하느님이라면 저 높고 뾰족한 첨탑 꼭대기보다는 오히려 낮고 평평한 곳,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는 곳, 우연히 누군가와 마주치게 되는 곳, 양손을 활기차게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을 것 같은데……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어깨마다 내려앉은 정오의 햇살이야말로 신성하게 느껴졌다. 내가 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도 홀로 높은 곳에만 있노라면 역시 쓸쓸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신의 위로가 필요하듯, 신에게도 사람들의 위로가 필요할 것 같다.
p.150 "Welcome to Paris. 걷다가 개똥 한 번은 밟아봐야 내가 진짜 파리에 왔구나 싶지요."
p.162 "사랑해." 마음이 너무 급했던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녀가 웃었다. 나도 머쓱하게 따라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나 지금 웃고 있어요'라는 게 선명하게 보이는 웃음이기에 나는 그녀가 웃는 게 좋았다. 우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의 금빛 청동상 아래에서 수많은 연인들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파리의 여름밤은 어느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밤이었다.
p.219 "뭐, 어때, 이렇게 다시 떠올랐잖아. 그리고 그때도 정확히 그곳에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냐. 특별히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닌 데다 그냥 그 순간이 좋았을 뿐이야. 그 순간의 온도, 그 순간의 빛, 그 순간의 분위기가 좋았던 거라고.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간다고 '그날의 분위기' 그대로일 거란 보장도 없잖아. 그럴 바엔 영원히 다시 갈 수 없는 곳으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영원히 갈 수 없는, 나만 알고 있는 세상이 있다는 건 은근히 짜릿한 일이잖아."
p.220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아담한 집들, 작은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만한 주차장, 도로에 맞닿은 출입문, 그 앞에 오랜 시간 무심하게 놓여 있었을―몇몇은 연두색 새잎이 돋아나고 다른 몇몇은 회갈색으로 말라가는 이름 모를―화분들, 좁고 긴 화단에 심긴 샐비어, 볕이 잘 드는 담 위에서 실처럼 눈을 가늘게 뜬 채 둥그렇게 몸을 구부리고 낮잠을 자는 얼룩무늬 고양이들, 낮은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빨간 장미와 초록 잎들이 만드는 리드미컬한 색감……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모든 장면들이 마음을 살살 간질인다. 우리가 걷는 이름 모를 골목들은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간다는 것, 삶의 방식이야 각자 다르더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그 자체만으로 이미 너무 아름다운 것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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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뒤에 여행책을 읽으니 많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책에서 소개하는 곳과 같은 곳을 간 것도 아닌데도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게 느껴지면서 동질감이 든다. 어쩌면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마음이랄까? 스텐딩에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중의 한 팀이다. 에그2호가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모른다. 팀원 중의 한 사람일 것이고, 노래를 만들거나 부를 것이고, 그러면 된 것이다, 내게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이 쓴 글, 찍은 사진이 이런 모습이라니, 이런 감수성이 그런 노래를 만들어 낸 것이겠거니, 이런 정도의 짐작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게는. 이 책은 스텐딩에그에 대한 내 호감을 높이는 데에 충분했다.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글은, 수월하게 읽히지 않은 편이었다. 아니 굳이 읽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설렁설렁 넘기면서 눈이 머무는 행에서만 잠시 집중했다. 아마도 새로움을 못 느꼈던 탓일 것이다. 대신에 사진들은 나를 슬쩍쓸쩍 끌어당겼다. 봐 달라고, 너도 이런 장면 보지 않았느냐고, 네 눈도 이런 화면에서 깜박이지 않았느냐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듯한 사람이 보여 주는 사진들. 구체적인 장소보다는 막연한 분위기로 자리잡은 공간들. 여행은 평소와 다른 시선을 갖게 해 준다는 말이 생각난다. 늘 보던 것들도 다르게 보여서 좋고, 못 봤던 것들은 새삼 보게 되어서 좋은, 좋은 게 점점 더 많아지고 쌓이는 경험이 바로 여행이라고. 스텐딩에그가 서울 어딘가에서 카페도 운영한다는데 그곳도 좀 궁금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작게작게 소박하게(서울에서 운영하는 카페라면 이미 소박한 건 아니겠지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삶이 부러운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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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었던 보이스가 너무 좋아서 이책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가수 그만두고 작가로 활동하셔도 성공하실 분들입니다. 정감어린 사진도 좋지만, 따뜻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세계 여러나라의 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바야흐로 휴가철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가방하나 둘러메고 카메라 손에 들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이여름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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