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하고 뜨끗하고 푸근한 것들이 떠오르는 계절에 만난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꼭 어느 한적한 프랑스 마을을 떠올리게 만드는 표지의 이곳은 가상의 마을 쓰키부네초,
“노면전차가 지나는 마을로 저녁이 내리고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에 불이 켜지면 사랑스러운 이웃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동화 같지 않은가? 거기다 음식이 등장한다. 나에게 이보다 사랑스러운 책은 없으리라.. ^^;;;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가상의 마을 쓰키부네초를 배경으로 한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의 자매소설이란다. 음,, 아직 회오리바람식당의 밤은 읽지 못했지만,,, 책을 덮고난 순간 요시다 아쓰히로 작품,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과 <레인코트를 입은 개>를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건,, 이 작가의 작품이 맘에 들었단 얘기겠지?
신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액서사리로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창문 밖 엷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햇살이 십자가를 부드럽게 떠받치고 있는 광경에 반해 방을 계약한 주인공 오리이씨,,, 우연히 시작된 필연은 지금부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 본인은 그리 생각지 않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충분히 이해불가할 수도 있을 법한 청년 오리이씨, 좋아하는 영화는(그것도 아주 오래된) 반복해 보는 음,, 무려 26번이나 반복해 볼 정도로, 그것도 존재감 미약한 조연 여배우(마쓰하라 아오이)에 빠져 그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관엔 꼭 앉아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래서 직장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청년 오리이씨가 쓰키부초네 마을에 정착한다. 음,,, 세상에 대한 욕심이 전무한, 그래서 시대로부터 뒤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랄까?
p41 예전의 시간은 지금보다 느긋하고 두터웠다. 그것을 ‘시간의 절약’이라는 미명 아래 아주 잘게 조각내버린 것이 오늘날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다양한 이기가 문자 그대로 시간을 잘라내 일단 무언가를 단축하긴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잘라낸 것은 ‘느긋했던 시간’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세상에는 시대에 뒤쳐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을 종경하기 때문에 누나가 말하는 ‘세상’이 어찌 되었든, 그런 사람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어딘가에 존재했다.
뒤쳐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는 그 느긋하고 두터웠던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무튼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3이란 의미)의 샌드위치 맛에 반해, 안도씨의 권유로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고, 안도씨 샌드위치에 어울릴 만한 수프 만드는 일에 전력을 쏟게 된다. 무언가에 빠지면 거의 홀릭 수준이라고나 할까? 오리이씨는 새로운 수프 만드는 일에 전념하면서, 언젠가 영화관에서 마쓰하라 아오이를 닮은 초록 모자의 여인이 마시던 수프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수프 만드는 일과 함께 흐르는 시간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소중함, 그리고 그들을 통해 사소해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p44 안도씨는 늘 이런 식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기보다 예전의 느긋했던 시간 속에 의연하게 몸을 두고 있는 희귀한 사람으로 보였다. 다만 안도씨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주의나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 느긋함이 존재했다.
p112 트르와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손님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서, 일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누군가’를 가능한 한 웃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일의 정체가 아닐까. 어떤 직종이든 그것이 일이라고 불리면,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미소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샌드위치와 수프를 만들어 건네는 것이 여러 사람의 미소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귀중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p123 "이 빵 뭐지?” “그렇지. 이상한 빵이지?” “처음 먹을 때보다 다음 먹을 때가 더 맛있네.” “그렇다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말 맛있는 거란 그런 것 같아.” 누나는 그런 식으로 이따금 이상한 지점에서 자기 나름의 철칙을 선보였다.
소설은,,,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수프 한 그릇 같은 포근함을 지니고 있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세상에 대한 욕심 없이 서로에게 기대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채,,, 느긋한 일상을 차분히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바라보자면 밋밋한 얘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책망을 스스로에게 건넬지도 모르겠다. 조마조마, 허겁지겁, 허둥지둥,,, 세상을 제대로 즐기며 살아가는 방법은 천천히, 여유롭게, 뭉근하게,,,가 정답이란 사실을 따뜻한 수프 한 그릇과 함께 제대로 대접받은 느낌이었달까?
p220 이름 없는 수프 만드는 방법 · 기대를 하지 말 것. · 어떤 수프가 완성될지는 냄비밖에 모른다. · 냄비는 위대하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깨끗이 닦는다. 그러나 기대는 적당히 · 잘 닦은 냄비는 한동안 비어있는 채로 놔둔다. · 빈 냄비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적당히 기대한다. · 그러나 모든 것은 냄비에 맡긴다. 그러면 냄비가 만들어준다. ·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고 그 때 거기에 있는 것을 냄비에 집어넣는다. · 뭐든지 상관없지만 좋아하는 감자는 넣는 것이 좋다. · 물론 감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것만큼은 빠트릴 수 없다 하는 것을 뭐든지 한 가지 넣는다. ·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켜면 잠시 후에 김이 난다.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 역시 위대하다. · 환기시키는 것을 잊지 말 것. 창문을 열고 내친김에 바깥 상황을 본다. · 날씨가 맑든, 흐리든, 비가 오든 수프는 어떤 하늘과도 잘 어울린다. · 전부 위대하다. · 잠시 후 감자가 익어 흐물흐물해진다. · 감자 이외의 재료도 그 사이에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 흐물흐물해져서 재료들의 구분이 없어지면 그걸로 완성 · 사실 완성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됐다. · 따뜻할 때 먹는다. · 그리고 식기 전에 이웃에게도. · 아니면 생각나는 사람에게, 귀찮으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좋다. · 이것을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라고 한다. · 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 그 훈련을 위해 수프를 만든다-는 것이 원칙 · 여기에 쓴 것을 전부 잊고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 어쨌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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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말이야 연인이라는 거는 여차할때 아무 도움이 안돼 이건 정말이야 하지만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 어느 때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이것이 내가 찾은 진실 중의 진실이지 그러므로 무엇보다 레시피에 충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P162) 왜 그런지, 아직 내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모두 자진해서 감상을 말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내가 이리저리 캐물어야 겨우 대답이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스푼을 입에 넣을 때마다 맛있다, 정말 좋다 같은 얘기들이 연달아 나온다. 맛있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이리라 (P171) 주인공 오리군은 '그녀' 가 나오는 영화만 본다 오래된 영화, 같은 영화를 스물여섯 번이나 보기도 한다. 단지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녀가 나오는 부분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실업자 상태를 유지하기도 했다. 안도씨는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의 주인이다. 퉁명스런 리쓰군은 안도씨의 아들. 이외에 오리군이 세들어 사는 집주인 마담, 녹색 모자를 쓴 묘령의 여인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도 없고 화끈한 연애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따숩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마치 안도씨의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는 기분이다. 오리군이 안도씨에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비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빵에 손가락 자국이 남으면 안 됩니다" 혹은 ' 자기 식대로 만든다' 거나 당연한 이야기를 말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안도씨는 하나의 음식에 정성을 담는 전형적인 일본 요리가였다. 그래서였을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 소설도 이유야 어찌되었든 마음을 평안하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비오는 거리, 인적 끊긴 거리의 분위기같기도 했다. 투닥 투닥 비오는 소리만 들리고 분위기는 센치해지고 따끈한 국물만 있으면 행복해질것 같은 기분. 혼자만의 고독에 잠겨있다 왠지 힘을 내야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사람 특유의 장인 정신이 난 참 좋다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고 마음을 담는다. 특히나 먹는 것에 그런 장인 정신이 투영되면 감동이 피어오른다. 샌드위치 하나 수프 하나, 심지어 팝콘 마저도 하나하나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인생의 자세의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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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하나밖에 없고,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도 하나밖에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요런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참 좋아함. 어딘가 낯익다 싶었는데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의 박경연님 작품이더라는 ~ 스타일이 맘에 들어 가볍게 검색해봤는데 이곳에 들어감 이분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http://www.byillust.com/artistGallery/43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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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량짜리 노면전차가 지나가는 교외의 작은 마을 이야기다. 역 앞 상가 내 작은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는 평범하지만 맛있는 샌드위치를 팔고, 근처 낡은 영화관에서는 팝콘 냄새와 함께 오래된 영화가 상영중이다. 아주 오래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한 마을이다. 또는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 마을이다. 잔잔하지만 따뜻함이 있고, 음식을 만드는데 진심인 트르와와, 관객이 거의 없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함께 샌드위치, 스프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영화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들은 함께 서로의 끼니를 챙기고, 다른 사람의 집을 편하게 드나들고, 진심으로 서로를 믿는다. 잔잔하고 따뜻하고 평화롭고 소소한 행복들이 가득찬 마을이다. 꼭 가보고 싶은, 아니 살고 싶은 마을이다. 저자가 소년 시절을 보낸 도시인 '세타가야' 구의 '아카쓰쓰마'를 무대로 '달의 배 마을' 삼부작을 썼다. 그 첫번째가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두번째가 이 책이다. 세번째 책 '레인코트를 입은 개' 도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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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가 된 한 남자, 오리가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들고다니는 3자가 들어간 종이봉투를 의아해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분위기, 스릴러로 갈 것인가 싶지만, 곧 차분하고도 경쾌하게 흐른다. 집주인 오야(마담)와 때로는 오리이로 불리는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 그리고 극장에서 자주 마주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아오이. 샌드위치 가게 주인인 안도 씨와 그의 아들 리쓰 군, 리쓰 군의 친구이자 아오이의 손자인 모리타 군, 영화관에 마지막까지 남아 혼자서 영화관의 모든 일을 다 하는 매니저. 이들이 등장인물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쓰키부네 시네마라는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라고는 관객수가 손에 꼽을 정도의 것들이다. 1950년대의 영화들을 상영하는데 오리는 누군가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배우 마쓰하라 아오이를 찾아서 몇 번이고 그 영화를 본다. 처음에 얼굴에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 마담, 알 수 없는 안도 씨, 그대로 드러나는 오리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갈지 궁금하다. 어른들만 등장했다면 심오하게 전개되었을 이야기가 리쓰 군을 통해 모두가 알지만 모르는 척 하는 가출, 아버지와 보이지 않는 유대감과 긴장이 재미있다. 실업자인 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해서 트르와(3)에 들리지 않은 오리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면서 맛있는 수프를 준비하는 과정이 2번의 실패에서 다시 시작한 안도 씨의 모습과 중첩된다. 수프의 맛을 생각하느라 자신이 리스트를 준 영화관에 가 보지도 못할 정도로 열심인 사람. 샌드위치 전문점의 경쟁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샌드위치를 구입하는 실업자에서 직원이 되면서 안도 씨를 걱정하며 열심히 수프를 만드는 그의 행동 변화가 은근히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이 책에서 태엽감는 시계를 보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공중돌기를 하는 모리타 군을 보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속 중년남자가 떠오른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들의 과거 모습이 어떻든 7분 빠른 시계에 적응하며 살고, 누군가는 그 시계에 자신의 배터리 시계의 바늘을 움직이는 모습처럼 말하지 않지만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일본문학가 중에서 음식과 관련해서 요시모토 바나나만 떠올린다면 이제 이 작가를 함께 생각해도 괜찮을 듯. 음식 자체가 주는 따뜻함과 사람의 마음변화를 간결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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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에는 그 어떤 나라의 소설들보다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읽은 듯, 안읽은 듯 편안한 소설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무언가 심각하고 심오한 주제를 비롯하여 역사적 사실이나 대서사적 구성, 사회적 부조리 등을 꼬집는 소재와 주제가 아닌... 그저 우리 일상을 편안하게 읊조리듯 써놓은 이런 소설들은 에세이가 아닌데도 우리의 삶을 그저 나열해 놓는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심심한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왠지 손에서 놓을 수 없어 단 한두시간만에 다 읽어버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왠지 아쉽고 자꾸만 생각난다.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도 그렇다. 왠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어느 한적한 마을에 가면 있을 듯한 2류 영화관이 있고, 노면 전차가 다니는 이 길은 사람들에게 옛추억을 선사하며 설레임을 갖게 한다. 옛날 영화에 심취(실은 그 영화들에 등장하는 한 여배우에 대한 것이지만)한 오리군은 그런 설레임을 간직하며 영화를 보고 싶어 '쓰키부네초'로 이사를 한다. 그야말로 시대의 역행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 핸드폰도 없애버리고 싶고 직장을 구하는 대신 팝콘을 들고 보고 또 본 옛날 영화를 감상한다. 소설의 주인공 치곤 참으로 독특하다. 그런데 이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주인공이 하나도 특이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소설 속에선 이런 주인공보다 한술 더 뜨는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의 주인 안도 씨도 있고 그의 아들 리쓰군도 있다. 거기에 집주인 마담은 또 어떤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이 쓰키부네초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적시고 그 마음은 자꾸만 퍼져나간다. 큰 사건도, 큰 감동도 없지만 그냥 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놓고 싶지가 않다.
"무엇보다 인간은 안쓰러울 정도로 단순하다. 그런 단순한 삶이 이것저것 모여 가게 안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146p "나는 언젠가 영화 대본을 쓰고 싶어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 <휘파람> 같이 지극히 평범한 마을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움직임도 없지만 그래도 역시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 있는,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가는 것 사이에서 무력한 마을 사람들은 종종 길을 헤매다 말을 잃는다."...211p
영화 속에선 그렇지만 쓰키부네초에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따뜻하다. 이런 마을에서 이런 삶을 사는 그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매일 똑같은 듯 조금씩 발전하지만 옛날 것도 지키고 싶어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래서 좋다. 가끔은 이렇게 편안하게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소설이 내게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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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일본소설은 실증이 난 상황이었는데 꽤 괜찮은 책을 읽은것 같다 오랜만에 미소짓게 하는 소설!!
마을의 주인공이 사는 집, 가게, 영화관, 옛날 영화의 조연여배우, 휘파람을 부는 소년, 토스트 가게의 주인과 아들. 읽는 내내 이런것들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아.. 나도 토스트먹고싶다 라고 생각하고 맛있는 스프의 향을 느끼며 정말 즐겁게 책을 보았던것 같다
옛날 영화를 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주인공 청년을 초반에는 참 현실적이지 못하군 하며 비난했다가 점점 소설에 동화되어 나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 현실과 동떨어진 삶도 괜찮지 않을까?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며 스프를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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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절하게 샌드위치의 특성과, 수프에 대해서 자잘 하게 풀어놓은 책도 아니라서 위험하다. 책을 읽는 동난 샌드위치와, 수프때문에.....참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는 주인공, '트르와' 라는 샌드위치 가게 주인과 엉뚱하고 성숙한 어린 아들, 아름다운 여인, 후르륵 메밀 국수집, 오래된 극장, 노면 전차, 교회 십자가가 보이는 옥탑방, 그 건물의 여주인, 정말, 어디서 이런걸 만들어 낸거야..작가는...요시다 아쓰히로의 '회오리 바람'식당보다 훨씬 강한 책입니다. 강추!!!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글 읽으면 막 일본 어딘가에 거기가 있는 듯해서 찾아가고 싶어질 정도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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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요시다 아쓰히로가 <삶의 수첩>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가공의 마을 쓰키부네초가 배경인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의 자매소설이다.
책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음식, 영화,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이웃이 함께 등장하는 소설이다. 트로와라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안도씨, 그의 아들 리쓰 군, 조연 여배우에 빠져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오리 군, 오리 군의 집주인인 마담, 주인공의 영화 친구 아오이씨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리 군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조연배우인 아오이가 출연하는 영화를 찾아 상영하는 곳만 있으면 시간을 내서 일본 전역을 돌아다녔다. 영화 대본을 쓸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고 결국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는 영화관 의자에 또 앉아있다. 오리 군은 조용한 영화관에서 녹색 모자를 쓴 여성을 알게 되고, 그녀가 준 수프를 먹게된다.
"예전에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그런 느낌에 종종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실은 회사를 그만둔 것도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그때 내 귓가에서 지금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잖아? 라며 또 다른 내가 악마처럼 속삭였던 것이다."
"나도 제일 뒷자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른쪽 끝에 자리를 잡고, 왼쪽 끝에 앉은 사람을 힐끗 봤는데 전에 어느 영화관에서 봤던 초로의 여성이라는 사실이 기억에 되살아났다. 아마도 그녀는 작은 휴대용 포트에 따뜻한 수프를 담아 가지고 와서, 차를 마시듯 조금씩 맛보고 있는 듯했다. "팝콘만으로는 배가 고프죠? 아침을 제대로 챙겨먹어야 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로비로 사라졌다. 설마 말을 걸어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태도도 아주 거침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먹다 남은 팝촌을 든 채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며 그 후로 한동안 수프만 생각했다."
오리 군은 트로와라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된다. 트로와의 주인 안도씨는 바쁜 세상속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일찍 여윈 안도씨의 아들 리쓰군은 어딘지모르게 어른스러운 표현을 사용한다.
"예전의 시간은 지금보다 느긋하고 두터웠다. 그것을 '시간의 절약'이라는 미명 아래 아주 잘게 조각내버린 것이 오늘날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다양한 이기가 문자 그대로 시간을 잘라내 일단 무언가를 단축하긴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면 잘라낸 것은 '느긋했던 시간'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영화관에 함께 앉아 있는 그 순간은 같은 거리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 아닐까.
"나와 그 모자를 쓴 여성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 거리와는 다른 세계로밖에 얘기할 수 없는 옛날 영화를 봤다. 우리만이 한때 타임머신을 타고 모습을 감췄다가 오후 5시의 소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글귀 중에서 일의 정체는 그 누군가를 가능한 한 웃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이 일의 좋은 점은 선보인 것에 미소가 돌아온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예전의 나처럼 미소를 통해 정말 맛있었어요, 라고 감탄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아니, 미소가 있긴 있었지만, 그것이 누구의 어떤 미소였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르와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손님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서, 일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누군가'를 가능한 한 웃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일의 정체가 아닐까, 어떤 직종이든 그것이 일이라고 불리면,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미소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샌드위치와 수프를 만들어 건네는 것은 여러 사람의 미소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귀중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놀람'은 최근에 발견한 것이다. 대단하다, 맛있다, 근사하다보다는 뭐니 뭐니 해도 가능하면 놀랐다, 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다. 결국 나 자신도 진심으로 놀랄 만한 일을 만나면 좋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그리 쉽게 놀랄 일이 없어진다. 놀랍다는 기분이 들기 전에 늘 무언가가 막아선다. 막아서는 것은, 아마도 '냉정'이나 '침착'이나 '태연'이라는 것이 아닐까. 그것들도 나름 이따금 필요한 것이라 복잡하다. 그런 점에게 마담은 '냉정'과 '놀람'을 적당히 가진 사람이라, 맛을 보게 하는 데 그보다 좋은 사람은 없었다."
사실은 알면서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거짓말은 어떤 차이일까. 리쓰 군이 오리 군에게 물어보는 그 대사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모르는 척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 아니에요?" 결국 그 이야기는 흐지부지되었는데 '모르는 척'이라는 단어가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그것이 어느새, 누나의 '먼 길로 돌아오기'와 연결된 것이다.
오리 군의 영화친구인 아오이가 전하는 맛있는 수프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맛있는 걸 만드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지. 다들 열심히 만들었을 테지만 열심히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지. 그래.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을 위해 열심이지만 그게 아니라 연인을 위해 만들려고 해야 해. 나는 그랬어. 그러면 열심히 말고도 또 하나의 소중한 게 더해지지. 놀랐지? 거짓말이야. 그런걸 생각하고 몰두했다가는 맛있는 걸 하나도 못 만들지. 연인이라는 거는 여차할 때 아무 도움이 안 돼. 이건 정말이야. 하지만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 어느 때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이것이 내가 찾은 진실 중의 진실이지. 그러므로 무엇보다 레시피에 충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
트로와의 맛있는 수프를 먹으러 달려가고 싶다. 그곳에는 미소를 띤 사람들이 전해주는 수프를 맛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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