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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접하고서는 [십자매기륵]였으니 당연히 십자매를 기르는 내용을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내청춘, 시속 370km]에 나오는 동준이가 매를 기르는것처럼 그 비슷한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읽다보니 방향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걸 알 수 있었다. 십자매라는 새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할때 '매'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과에 속하는 새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참새목에 속하는 조류로 사이좋게 지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새끼를 아주 잘 기르기때문에 다른 새의 새끼를 키우는 가모로서의 효용가치가 높다는것과 함께 탄광의 산소가 희박해질때 노래를 불러서 광부들의 새로 불린다는것등 새로운 사실들을 몇가지 알 수 있었다. 십자매는 주인공인 은호와 독일광부였던 할아버지를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라고 볼 수있다.
은호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지만 어른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형 은강이와 함께 떨어져사는 아버지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은호와 은강이는 어렵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무탈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는것을 은호는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느끼게 된다. 엄마는 이미 오래전에 떠나버리고 아버지는 다른 아줌마와 재혼해서 떨어져지내고 할아버지가 십자매처럼 은호와 은강이를 맡아 키우시다가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형제는 장례절차를 의논할 그 누구도 없이 할아버지의 시신옆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학교를 다니고 그저 전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했던 할아버지는 이국에서 기회를 찾기위해 돈을 벌 생각으로 독일의 탄광 광부로 지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은호에게 자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에게 플루트를 배운 은호에게 플루트는 은호에게 꿈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아는 형이 플루트를 집어던지는 바람에 망가져버리자 은호는 왈칵 눈물이 날것 같지만 울음을 속으로 삭이려고 애를 쓴다. 애써 찾아간 집에는 아버지의 흔적은 보이지않고 형은 은호의 보호자가 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지 자기딴에는 은호를 챙기려고 하는것 같다. 은호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는 도서관 사서아줌마.
은호가 학교에서 먹는 급식이 유일하게 은호가 섭취할수 있는 음식이라는것을 다른 아이들은 모르고 있다. 정부지원으로 먹을수 있는 몇군데 음식점에서조차 카드를 내야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고역인지를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을 느껴보지못한 이들이 알지못하는것처럼, 은호는 그래도 아직은 씩씩해보인다. 아버지가 찾아와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는 은호형제에게 아버지의 집으로 함께가자고 하지만 은강이는 이렇게 이 상태가 더 편하다는 말로 아버지를 돌려보낸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은호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 은강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몇가지되지않는데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빠져나온 후부터 은강이는 조금 달라보인다. 도서관에 작은음악회가 열리고 은호는 열이 끓는 상태로 음악회에 찾아가 연주자인 임상훈에게 플루트를 한번만 빌려달라고해서 은호의 연주를 들려주게된다. 어딘가 엉성하지만 진심이 새어나오는 은호의 연주를 들은 임상훈은 은호에게 플루트를 선물하고 사람들에게 연주를 들려주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라고 한다. 은호에게 찾아온 아주 뜻밖의 선물이었다.세상의 모든 행복과 행운들은 은호를 비껴 가는 줄만 알았던 은호에게도 선물같은 만남이 있을수도 있다는것을 알게된 순간이었다.
간혹 뉴스나 기사에서 시신과 함께 생활하던 아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은호형제가 할아버지의 시신을 옆에두고 일상생활을 하는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하기어려웠지만 은호형제에게는 시신이 중심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중심이라는것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플루트라는 악기로 세상을 연주하며 살아갈 힘을 얻어가는 은호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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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닥 선호하지 않는 <좋은 생각>과 같은 류의 소설이다. '세상엔 이렇게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행운, 행복들도 세세히 들여다보면 아주아주 많답니다. 당신만 못 느낄 뿐이지~!' 뭐.. 대충 이런 느낌?! 유행처럼 읽었던 <좋은 생각>을 안 읽게 된 건, 세상이 <좋은 생각>처럼 그리 녹록치 않을 뿐더러~ 내가 사는 세상과 <좋은 생각> 속의 세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깨달으면서이다. 그 괴리감과 좌절감, 서글픔이 참 싫었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은호가 나온다. 은호의 아이답지 않은 생각이 내 가슴을 아프게 콕콕 찌르면서도, 청소년 소설 특유의 헤피엔딩이 더 아프게 쿡쿡 찌른다. 이런 류의 인생 반전 스토리가 아예 없지는 않은 까닭이다. TV를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보여준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반전이 내 얘기는 아닐 때의 그 씁쓸함이 나는 싫다. 좌절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도전조차 안하는 내가 더 싫어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더 기피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햇님달님의 동아줄은 아무에게나 내려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 동아줄이 호랑이의 썩은 동아줄이 아니란 보장도 없으니 시도도 해보기 전에 마음부터 접는 삶을 살았다. 씁쓸하지만 새삼 또 깨닫게 되는 내 삶의 패턴..
<마리의 사생활>과는 너무 다른 류의 이야기라 적응은 잘 안됐지만, 말투가 동화틱해서 그런가.. 읽히기는 훅훅~ 잘 읽혀서 좋았다.ㅋ
예전에 플룻을 불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녀석은 그때 어떤 마음으로 플룻을 불렀을까? 지금도 그 악기를 가끔이라도 연주할까? 괜히 그 녀석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밤이다.^;;;ㅎ
p.72 집으로 가는 내내 사내의 바구니를 떠올렸다. 그 낡고 더러운 바구니가 사내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인생이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그 사내도 바구니보다는 훨씬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을 테고 바구니 말고도 지키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바구니뿐이다. 바구니만큼만 벌면 되고 바구니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내는 죽지 않고 살아간다. 이 사실이 무얼 뜻하는 걸까?
p.82 "널 그렇게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미안하게 됐구나." 형이 겨우 울음을 그치고 코를 훌쩍이고 있을 때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선생님이 틀림없이 좋은 사람일 거라고 확신했다. 사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충분히 좋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형에게 그런 선생님이라도 있어서 퍽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p.125 인생에 있어 뭐가 옳고 그른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런 건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맞고 틀린 것을 따지는 문제집이 아니라 단지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껴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를 다 알았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애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닐까?
p.138 시장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그런 다음에는 어느 상가 앞에서 꼼짝 않고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러고 있으니 좀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가게 주인이 나와서 당장 꺼지라고 말했다. 나는 어딜가나 환영받지 못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나 같은 아이들은 커서 뭐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p.181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내 삶을 진지하게 꾸려가야 한다고 말했더랬다. 지금까지 언제까지나 빈둥거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뭐든 한 가지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는 빈둥거린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꾸려가야할 삶이 있다는 사실이 내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삶에 대해 생각하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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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아마 반나절 쯤 걸렸을 게다. 소설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 그랬다. 한편으로는 우울하기도 했다. 소년의 삶보다 내 삶을 풍족하다는 걸 느낀 때문이었다. 소설에서만 아니라 실제로도 벼랑 끝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안다. 다만 잊고 살았다. 애써 기억하지 않고 살았다. 그래도 소설 속에서는 멋지게 자라주어서 고맙더라. 현실에서도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책 한 권이 그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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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암울하고 희망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좋은 변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속의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자신의 나은 처지를 깨닫는 일도 필요하겠고, 우리 주변에는 책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있는 가여운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계기를 만났으면 하니까.
판타지나 무협지나 만화나 잡지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이 소설처럼 내 친구의 이야기 같은 글을 좀 읽게 되기를. 그래서 문득문득 현실을 인식했으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허공에서 부모님이나 남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디딘 땅 위에서 자신과 같은 혹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리고 혼자만이 아니라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런 고민도 좀 해 보았으면.
쉽게 읽힌다. 읽기만 한다면 흥미를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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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제가 열세 살일 때는 어땠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별로 생각나는 것은 없었습니다. 생각나는 것은 없는데 여기에 나오는 은호보다 더 어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가 같다고 해서 철이 드는 것도 같지는 않죠. 그래도 비슷한 경험은 했습니다. 은호보다 더 어릴 때. 뭐냐구요. 집에 쌀이 없어서 밥을 굶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은호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은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형하고만 살았습니다. 엄마는 집을 나간 듯하고 아버지는 다른 곳에서 다른 아줌마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줌마는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을 은호 형제가 아버지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은호와 형 은성이는 할아버지 시신과 함께 지냈습니다. 은호와 형 은성이가 믿고 말할 수 있는 어른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기보다 다른 사람한테 자기들 처지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은호가 도서관 사서 아줌마나 형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