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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두 축이 대립했던 역사가 지난날이 되어버린 지도 어언 2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만이 감돌고 있다. 대립의 촉각을 곤두세운 채 언제라도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것이 전쟁임을, 우리는 휴전국에 살고 있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언사들이 심심찮게 행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실제로 소원이 통일인 이들도 존재하겠지만, 마음의 간절함과는 무관하게 서로 간에 공유하는 지점들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비극적인 역사가 낳은 평온이 아이러니하게도 DMZ에 존재한다. 1953년 7월 27일 탄생해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DMZ는 세계의 냉전이 낳은 살아 있는 결과물이다. 그 길이는 약 148마일로,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생태계가 아주 잘 보전되어 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깔린 다양한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못하다. 국토 어느 곳에도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DMZ 역시 한때 평범한 삶의 배경이었다. 그 곳에서도 어린 아이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어르신들의 헛기침소리 따위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고요함은 어색함의 또 다른 이름이다. DMZ는 그와 같은 고요함에 둘러 싸인 상태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비록 생겨나지 말았어야 하는 DMZ이지만, 이제는 그 정의를 DeMilitarized Zone 이 아닌 Dream Making Zone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다양한 가치 중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시선을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던 게 이제까지 우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DMZ 역시 일상이 행해지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 곳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그리고 고성군을 살펴봄으로써 이는 더욱 명확해졌다. 사실 이들 고장은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더딘 발전을 보여왔다. 무언가를 투자하기에는 너무도 북쪽이라는 게 흠이었다면 흠이었다. 실제로 무언가 사건이 벌어질 때면 이들 고장이 그 배경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디 무서워서 살겠느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고향인데 어찌 그리 쉽게 떠날 수가 있겠는가 싶은 마음까지 드는, 이들 고장은 그런 곳이었다. 여전히 서울이나 기타 거대한 도시들에 비한다면 이 장소들은 충분히 발전치 못했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게 꼭 휘황찬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제 지방에 맞는 색깔의 옷을 찾아 입는 것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하다. 사람에게 정체성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들 고장이 공유하는 전쟁의 아픔이 남다르다는 점과 전쟁의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지난 전쟁이 하나의 상품으로써 포장,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장소들이 그러했겠지만 남방한계선 주변에 위치한 지역들의 경우 남과 북, 모두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다 싶은 북한식 건축물 등 따위를 만나볼 수 있는 색다름이 존재한다. 체제에 대한 미움이 거세다 보니 사람들은 북한에서 지었다 싶은 건물은 모두 없애 버려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 부분 역시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기에 생각을 잘 해야 한다. 이를 남겨두는 것은 역사를 지키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치욕도 우리 역사의 일부요, 불행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천예의 자연환경 역시 이 곳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여타의 지역에 비한다면 자율성에 제약을 받겠지만, 살아 숨쉬는 지질과 역사를 접목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참고로 나는 오는 주말 양구 쪽으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이 책에도 소개된 박수근 미술관을 관람 후 두타연 트레킹에 나설 예정이다. 김신조 일당이 남한으로 넘어올 때 이용했다는 이유로 40여년 가량 출입금지 되다 최근 개방한 우이길을 걸을 때와는 아마도 또 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우이령길이 과거의 흔적이라면 DMZ 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지 조금은 불분명했는데, 책을 읽으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리라 다짐을 했다. 그것 역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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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느끼는 단어일 것이다. 그리고 DMZ의 생태적, 군사적 가치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DMZ라는 공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시대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는, 그동안 우리에게 외면당하고 잊혔던 공간인 DMZ와 그 주변지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p.262). 저자는 이 책에서 DMZ와 관련된 담론 몇 가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첫째, 저자는 일반인들이 DMZ와 민통선, 군사분계선 등의 기본개념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통상적으로 쓰이는 군사분계선의 길이를 '155마일(248km)'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수치라고 한다(p.24). 실제로는 148마일(238km)에 가깝지만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관례적으로 잘못된 수치가 계속 쓰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철조망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남방한계선이다(p.25). 남방한계선이란 군사분계선의 남쪽으로 2km 떨어진 선으로, 북측의 북방한계선과 대응한다. 그리고 DMZ는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의 사이에 있는 지대를 말한다. 그리고 이 지대 또한 남북 양측의 군사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조금씩 전진하여, 지역에 따라 그 폭이 최소 750m까지 축소되어 있는 곳도 있다(p.232). 한편 '민통선'이란 민간인통제선으로, 6.25전쟁 휴전 후 미 육군에서 민간인의 귀농을 규제하기 위해 설정한 선인 귀농선에서 비롯된 것(p.26)이다. 이는 남방한계선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지대로, 북한의 선전촌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자립안정촌, 재건촌 등이 정책적으로 건설되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수많은 출입제한, 개발 억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외에도 해상에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언급하는 등, 저자는 이렇게 접경지대와 관련한 여러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이 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셋째, DMZ는 보존이 양호한 자연경관이지만, 생태낙원이라고 과다하게 포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저자도 DMZ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무조건 보존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 생각하여 DMZ지질공원을 추진하려 한다(p.258). DMZ와 민통선 지역 일대에는 범람원이 이룬 드넓은 평야, 용암대지와 그 사이를 흐르는 현무암협곡, 높이 솟은 산지와 태백산지의 하곡을 따라서 발달한 감입곡류하천, 동해의 파도를 맞고 형성된 석호와 사빈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지형,지질군이 있다(p.256). 하지만 그 전에 DMZ의 생태공간을 제대로 파악하고 답사한다면, 생태낙원이라는 말을 함부러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DMZ는 항간에서 말하는대로, "휴전이후 한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DMZ는 오히려 전쟁기간에 수많은 포탄이 투하된 격전지로서 집중적으로 폐허가 되었던 지역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군사적 목적으로 지뢰가 살포되고 철조망이 둘러처졌으며 시계확보를 위한 인공적 산불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래서 화마가 지나간 곳은 초지로 뒤덮여 한국의 일반적인 산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한다(p.240)고 한다. 이러한 곳은 생태적으로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진으로 봐 온 DMZ의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리는 모습은 사실 민간인이 제한적으로 출입가능한 '민통선' 이북의 사진인 경우가 많다(p.242). 저자는 DMZ라는 공간의 생태적, 사회적, 정치적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여러 DMZ의 자연경관의 가치를 조사하고 파악해야 함을 역설한다. 넷째, DMZ의 군사적, 생태적 중요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 곳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DMZ를 둘러싼 여러 담론에 관해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그 중심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한다(p.261). DMZ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부터 다른 우리나라 땅과 다를 바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던 일상적 공간이다. 그러나 남북분단과 6.25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특별한' 삶을 살게 되었다. 1910년대 지형도에서 발견되는 현 DMZ 지대에는 총 427개의 마을과 약 4600동의 가옥이 있었다고 한다(p.39). 이 마을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파뭍혀 사라졌다. 게다가, 전쟁 이후에 이곳에 정책적으로 이주되어 온 사람들 역시 수많은 규제와 감시에 억눌려서 제대로 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특별한' 삶을 살게 되었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리고 지뢰를 밟아서 발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위협에 노출되었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해안분지의 선전촌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바로 보인다는 이유로 북향의 가옥을 건설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한다(p.179). 저자는 사라진 마을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하고(p.47), 향후 통일시대를 맞아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이루는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파악하여 개발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현재 접경지대에 있는 정착촌의 경우에는 이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지리학자이다. 그래서 DMZ를 지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인 시각이란, DMZ란 공간의 자연적, 인문적 현상을 인간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생태 낙원'이라는 추상적 개념만을 강조하거나, 남북 분단의 특수한 외적 상황에만 주목한다면, 정작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소외될 것이고 결국은 DMZ의 지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DMZ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반 대중의 접경지역 이해용 교양도서, 또는 관광안내서로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