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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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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시대적 배경 혹은 그 내용이 마음에 드는 대하소설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단행본으로 된 소설, 특히 요즈음 출간되는 소설들은 아무래도 손이 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그 이름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소설이 주는 재미를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무어라 딱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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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시대적 배경 혹은 그 내용이 마음에 드는 대하소설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단행본으로 된 소설, 특히 요즈음 출간되는 소설들은 아무래도 손이 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그 이름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소설이 주는 재미를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소설을 읽으면 불편한 감정을 처리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언젠가 읽었던 소설이 그런 선입감을 갖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는 소설책이 많이 쌓여있다. 책 중에는 쌓아놓은 지 1년이 넘는 것들도 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구매한 책이라면 당연히 읽었을 테니까, 쌓여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가 보내준 소설책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쌓여있는 책 중에서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읽고 난 후, 생각은 똑같다. 무엇인지 불편한 감정들이 사라지질 않는다. 읽은 책들이 재미가 없어서, 아님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억 저편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긴 여운을 주는데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권하은의 장편소설 [꿈꾸는 밤] 역시, 불편한 감정을 쌓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하여 한국전쟁 그리고 전후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세주, 수환, 수련으로 이어지는 삼대(三代)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철저하게 비극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렇지만 그들 가족의 운명을 통하여 저자가 말 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쟁의 와중에서 수환과 수환의 딸 수련은 피난 가는 수송선에 오른다. 세주는 그렇게 아들과 손녀를 보내고 금잔과 함께 그곳에 남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 일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하여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상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세주는 어려서 압록강가 친척집으로 가, 벌목 일을 돕는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세주가 어떻게 해서 금광이 있는 금잔의 마을로 와서 정착하는지, 그리고 그가 금광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일본인보다도 더 악랄 했고, 또한 스스럼없이 일본인을 죽일 수도 있었다. 환영이 수환을 낳고 죽지만, 수환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을 안 세주는 환영의 오라비 환수를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게 만드는 것으로, 수환을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한다. 일본인을 죽여 감옥에 있던 세주는 해방과 함께 풀려나고, 항구도시에서 나염공장으로 돈을 벌지만, 그가 공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착취하는 것은 해방전 금광을 운영하던 때와 똑같다. 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수환과 손녀 딸 수련을 피난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 남았지만 인민군이 내려왔을 때, 그는 악질반동이 되어 있었다. 인민군 대장으로 내려온 환수 덕분에 죽음을 면하지만, 다시 국군이 왔을 때는 부역자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주의 생은 끝이 났다. 그러나 그 지역 국군 사령관은 다름아닌 세주의 아들이자 수련의 큰아버지인 수철이었다.

 

소설은 세주와 수련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모든 것은 금광마을에서 세주에게 팔려 와, 끝까지 세주 곁에 머무는 금잔이 할애비의 내력을 수련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이다. 수환이 무녀 미희를 만나 결혼해서 수련을 낳고, 수철과 환수가 일본군에 끌려가거나 자원해서 전쟁터로 나가지만, 해방과 함께 환수는 인민군이 되어, 수철은 군인이 되어 나타나고, 앞을 못 보지만 물건을 띄워 올리는 재주를 가진 수환이 전쟁의 와중에서 수련을 구하고 죽는 것 모두 비현실적이다. 그렇지만 한 가족이 시대가 변하는 탁류에 몸을 맡기면서, 만났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시대의 삶과 죽음을 엮어내고 있다. 어려서부터 애정결핍으로 주눅들고 소심한 수철은 아버지 세주를 닮아 잔인하기 짝이 없지만, 그리고 끝내 국군의 최고자리에까지 이르지만, 그 역시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항상 소중한 것을 잃어 온 한 집안의 비극이 되풀이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운명도 뒤틀리게 하는 핏줄의 저주가 계속되면서, 세주도, 환영도, 수환도, 미희도 그리고 수철도 모두 비극적으로 죽어갔지만, 세주가 죽은 후 환수와 함께 떠난 금잔은 볼모지 시베리아에서 비로소 소박한 일상을 엮어간다. 수철이 죽은 후, 혼자 남은 수련이지만 그녀도 이제서야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죽은 사람은 죽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산 사람은 이제 일상을 살아가야 할 테니까.

 

일제강점기 노동에 혹사당하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전쟁의 와중에서 떠도는 유랑민들, 추위와 굶주림에 척박해질 대로 척박한 삶이지만, 그들은 곡마단의 서커스에, 수환이 띄어 올린 유리공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조금이나마 심어주는 수련의 예언에서 희망을 잡는다. 지금의 삶이 고달프고, 운명이 우릴 그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 가둔다 할지라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할 이유와 희망이 있는 법이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최소한 우리는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지 않은 결과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미희의 말을 떠 올리며 살면 어떨까 싶다. 오늘밤도 꿈꾸는 밤이기를 고대해 본다. 그리고 그 꿈이 악몽이 아니라, 희망의 꿈이기를..



k*****1 2012.02.10. 신고 공감 15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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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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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을 사랑한 소년의 성장 소설인《비너스에게》를 예스24 연재를 통해 먼저 만났고 출간된 책을 통해 다시 만났었다.《꿈꾸는 밤》또한 연재를 통해 만났으며 권하은이라는 작가와 다시 재회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꿈꾸는 밤>은 세주, 수환, 수련으로 이어지는 3대의 개인적인 가족사 뿐 아니라 일제시대를 거쳐 6·25전쟁에서 사람들이 겪는 비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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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을 사랑한 소년의 성장 소설인《비너스에게》를 예스24 연재를 통해 먼저 만났고 출간된 책을 통해 다시 만났었다.《꿈꾸는 밤》또한 연재를 통해 만났으며 권하은이라는 작가와 다시 재회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꿈꾸는 밤>은 세주, 수환, 수련으로 이어지는 3대의 개인적인 가족사 뿐 아니라 일제시대를 거쳐 6·25전쟁에서 사람들이 겪는 비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들 수환과 손녀 수련만을 피난 가는 수송선에 태워보내고 공장에 금잔과 남는 세주, 북이 그곳에 들어왔을때 인민들의 고혈을 뽑은 반동으로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환영의 오빠인 환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지만 후에 남이 다시 돌아왔을때는 부역자로 몰리게 된다.

 

자신의 삶을 위해 주변의 모든것을 이용하는 세주는 그로인해 아들 수철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주의 아내인 환영, 환영의 오빠인 한수, 15살에 세주와 인연을 맺고 끝까지 그의 가족들을 돌보는 성금잔, 잠시의 욕망의 결과물로 태어난 수철, 세주와 환영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탓에 눈이 멀어버린 수련의 아버지 수환, 수환과 미희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수련이 있다. 무녀인 엄마 미희의 피를 이어받은 수련 또한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쟁통에 아버지 수환과 집을 떠난 엄마를 찾아나서는 수련, 수련의 능력으로 그들은 위험한 장소는 피해가면서 길을 가다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옳은 것 안에는 언제나 순수함이 있습니다. 순수함이 있다고 여겨지면 옳은 것이니 괴로워하지 마세요." (p.64) 전작인《비너스에게》에서 주인공 성훈의 동성애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 책의 한 부분에도 동성애가 등장하기는 한다. 자신의 성향이 동성애인지 모르는 서커스단의 단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길위에서 만난 서커스단에 잠시 몸을 의지하던 수환과 수련 부녀, 작은 물건을 공중으로 띄워 올리는 수환의 능력이 신기하기만 하다.1부가 수환과 수련이 미희를 찾아 길을 떠도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면, 2부는 수련의 할아버지인 세주와 성금잔의 만남부터 그들의 인생역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주부터 수련으로 이어지는 그들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 가족의 역사에 꼭 등장하는 감초같은 역활을 맞고있는 성금잔, 그녀를 빼놓고는 세주의 가족사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북에서 내려온 인민군으로 인한 죽음의 위기는 인민군 대장으로 내려온 환수의 도움으로 벗어날수있었지만 남측에서는 아들 수철이 그 지역 국군 사령관으로 있는 국군에 의해 생을 마감해야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인생에는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는게 있다. 아니, 인생 대부분이 견디는 것으로 흘러가버린다. 견디는 게 힘든 건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견디는 게 싫다면 사는 게 싫은 것이다." (p.352) 수련의 엄마 미희가 수련에게 해준 말이다. 무당이기에 딸의 앞날을 내다볼수있었고 그것을 위로하고자 해준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단순히 세주 일가의 비극사가 아니라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을 세주일가를 통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28글자의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쓰여지는 글자를 한글이라 한다. 그 28자의 자음과모음이 합해져서 쓰여지는 글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어떤 말로 표현할수 있단 말인가? 책을 읽는 기쁨을 알수있어 좋고 또한 읽을 책이 많다는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 내 안에서 살아숨쉬는 이야기들을 글로서 표현하고 싶은 열정 또한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연재를 통해 한번 출간된 책을 통해 또 한번, 두번째 읽어가는 동안 그들의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에 깊이 빠져들게 되버렸으며 권하은이란 작가에게 다시 한번 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책 중 아직 만나지 못한《바람이 노래한다》와《발이 닿지 않는 아이》를 찾아 읽어봐야지. 내일은 또 어떤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을 기쁘게 만들어 줄까.



s*******1 2012.11.09.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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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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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가 담긴 소설은 일단, 흥미롭다. 하지만 읽어내기가 만만찮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하고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가능하다. 이 소설 《꿈꾸는 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소설이다. 신인 작가였고 잘 모르는 작가의 역사 소설은 읽어내기 힘들다. 아마 검증이 안 된 까닭이겠지.   우연한 기회에 권하은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어낼 일이 생겼다. 첫 작품부터 읽었고 맘에 들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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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가 담긴 소설은 일단, 흥미롭다. 하지만 읽어내기가 만만찮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하고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가능하다. 이 소설 《꿈꾸는 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소설이다. 신인 작가였고 잘 모르는 작가의 역사 소설은 읽어내기 힘들다. 아마 검증이 안 된 까닭이겠지.

 

우연한 기회에 권하은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어낼 일이 생겼다. 첫 작품부터 읽었고 맘에 들었다. 성장소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인데다 문체도 맘에 들어왔다. 두 번째 소설을 읽었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이건 더 맘에 들었다. 다음 작품도 궁금해졌다. 맘에 드는 작품을 한 권 읽고 나면 그 작가의 전작이 하고 싶어지는 마음, 아마 책을 좋아하고 읽는 독자라면 모두 가질 것이다. 세 번째 작품을 건너 뛰고(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반납해야 했다ㅠㅠ) 가장 최근작인 《꿈꾸는 밤》을 읽었다. 처음부터 흥미로웠다. 

 

권하은 작가의 이 책은 그녀가 첫 책부터 써오던 청소년 소설에서 벗어난 첫 번째 소설이다. 그래서 좀더 기대를 하고 읽은 작품이다. 나보다 먼저 읽은 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미 첫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문체에 익숙해진 나는 좋기만 했다. 책이란, 그런 것 같다. 취향도 중요하고 언제 읽느냐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지는 듯. 어쨌든 난 이 책을 아껴가며 읽었다. 적지 않은 인물들과 그들의 성격,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읽으면서 내내 긴장했다. 스토리는 분명한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더구나 책 읽을 시간이 출퇴근 버스에서만 가능한지라 꽤 오래 잡고 있었던 것.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삼대의 가족사를 풀고 있는 책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까지 이어진다. 화자는 손녀인 수련과 할아버지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금잔이다. 할아버지인 세주에서부터 할머니 환영과 오빠, 환수. 세주의 아들 수철과 아버지 수환, 무녀인 어머니 미희와 수철의 아들 운조까지 범상치 않은 한 가족의 운명.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삶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었다.

 

범상치 않은 가족인지라 그들의 운명 또한 비참했으나 아름다웠다. 무녀인 어머니와 그 피를 이어받은 딸,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아버지, 그들이 가진 작은 재주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들 운명의 밑거름이 된다. 금광, 태평양전쟁, 서커스, 좌익과 우익, 추위와 피난, 한국전쟁과 굶음, 그리고 수많은 죽음. 우리가 그 시대를 떠올리면 상상 가능한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들어 있다. 그런 까닭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떠올리면서도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역사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에게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한데 이 책이 돋보인 이유는 전작에서부터 알아왔던 아름다운 문체와 나름 탄탄한 스토리에 작은 판타지까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팩션이라 할 수 있는 소설에서 아버지 수환이 보여주는 마지막 작은 재주는 슬펐지만 그 짧은 순간의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웠다. 

 

또 한 명의 작가를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어떤 분야이든 이젠 무조건 읽어볼 생각이다.

 

 

 

 

 



j****o 2012.05.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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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지나는 모든 삶들을 위한 장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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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혼란스러워진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단순해지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이 작품을 가장 잘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그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된 까닭이 아닌, 그들이 했던 선택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인물들의 행동에서 당위성을 찾기보다는 그들의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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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혼란스러워진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단순해지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이 작품을 가장 잘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그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된 까닭이 아닌, 그들이 했던 선택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인물들의 행동에서 당위성을 찾기보다는 그들의 행동을 그저 '그렇구나'로 일축하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나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했던 정확한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부정확한 본질 자체가 꿈꾸는 밤이 가지는 최대의 메시지인 것만은 분명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현실도 아니고 환상도 아닌, 꿈이라고 말하기도 꿈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이질적인 느낌을 줄곧 받았는데, 그것은 마치 설명할 수 없는 낯선 단어와도 같아서 무척이나 기이한 느낌을 풍겼다. 내가 살아오면서 읽었던 어떠한 책들보다 혹독했던 마의 구간을 지나친 이후에도 극적인 변화는 없었으며, 3대에 얽힌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삶은 어떠한 의미에선 지극히 반복적이고 일목요연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던 것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인물들의 진심이었다. 그들의 감정선은 들여다보고 이해하기엔 너무 벅차고 복합적이어서 나는 종내엔 결국 그들의 심리를 꿰뚫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알듯 말듯 기묘하게 얽혀 있는 그 마음들은 뿌리채 단단히 꼬여 있어서 내가 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이야기로 남았다. 분명 작가가 구현한 시대는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이라는 분명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그곳은 내게 전혀 배운적 없는 완벽한 타계와 같이 느껴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정리하지 못했던 나의 느낌들은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에야 비로소 구체화됐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 작가의 전작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미묘한 불편함을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권하은 작가에게 문학이란 '건강한 것, 행복한 것, 정상적인 것, 상식적인 것 대신 아픈 것, 불행한 것, 비정상적인 것, 비상식적인 것' 이다. 청소년 문학의 꼬리표를 떼고 탄생한 소설에서는 그 본질이 더욱 가감없이 드러났기에 한층 어려웠고 힘겨웠다. 애초에 나는 이 작품이 권하은 작가님의 소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이토록 열심히 읽는 일은 분명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을 비실하게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역시 모르겠다. 심상하기 그지없었던 그 풍경을 완전히 받아들일 날은 앞으로도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꿈꾸는 밤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지속될 것 같았다. 여러모로, 어렵다. 작가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내게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 이상으로, 일반 독자들에게는 더 어렵게 읽힐 것 같은 책이다.

 

 

 

삶에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이 있고, 그때마다 사람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유들에 의해 역시 작고 사소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한 선택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더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과 그 선택을 감당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삶이란 사소한 선택이 겹치고 겹쳐 무게를 더하는 과정이며,

선택을 내릴 때 영향을 미쳤던 사소한 이유들이 역시 중대한 무게를 지니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철이 쌓아왔던 작은 선택들은 적절한 때가 되자 삶을 규정하게 되는 선택을 강요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 사소한 이유로 쌓아 올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말았다.
-222~223p

 

 

j****5 2012.01.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