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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위메프에 예스24 전자책 상품권 3만 원짜리가 1만 원에 풀리면서 냉큼 득템. 바로 예스24로 달려가 전자책 몇 권 질렀다. 그 중 한 권. 소설가 박상의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 폼』. 드미트리가 박상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문장이 웃기다. 작품 속에 메탈이 등장한다. 록 스피릿을 향한 절규가 잊을 만하면 자꾸 나온다. 게다가 동향 출신이다. 부산 싸나이! 그리고... 소설가 본인의 눈이 참 맑다. (마지막 이유는 너무 변태적인가...) 얼마 전 소설가 최민석의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를 읽고 빵 터졌는데, 『이원식 씨의 타격 폼』도 빵빵, 터졌다. 이 소설, 약 빨고 썼나... 할 정도로 또라이틱 했는데... 우선 소설집 제목부터 좀 설명해 보자. 소설가는 단어 하나도 허투로 쓰는 법이 없는데 그렇다면 제목은 말해서 뭣하리. 박상 소설에 보면 이원식은 지겨울 만큼 등장한다. 이번 장편 『예테보리 쌍쌍바』에서도 세차장 주인으로 나왔는데, 왜 이렇게 이원식에 집착할까.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원식은 박상의 친구다. 대학 때 본인보다 더 잘 썼는데,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문학을 포기했다.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계속 이원식을 쓴다는데... 소설을 읽다보면,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원식은 대학 때 매우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왜냐하면 이원식이 등장하는 소설, 그러니까 박상의 소설은 '추모'나 '경배'라는 정서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상의 소설은 어떤가. 그냥 웃기다. 엉뚱하다, 정도의 형용사로는 박상 작품을 설명할 수 없다. 이번에 발표한 『예테보리 쌍쌍바』에서는 실험을 자제하고 좀 더 정통소설에 가깝게 쓰려고 했다고 박상은 말했는데.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갸우뚱했다. 여전히 드립이 난무하고, 문장은 톡톡 튀는데??? 하지만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 폼』을 읽어보니 알겠다. 이건 정말... 그가 낸 작품의 제목을 빌리자면, 『말이 되냐』고... 작품집에는 총 9편이 실렸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인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이 그나마 말이 되고, 나머지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좋다. 딱 드미트리 취향. 개인적으로는 미발표작이었던 <가지고 있는 시 다 내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키는 초반이지만, 내용은 훨씬 더 문학적이다. 터널을 지나자 전혀 다른 세계에 도착한 주인공. 그 세계에서는 돈이 화폐가 아니라 시가 화폐.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개다리춤에 의미를 과다하게 부여한 <춤을 추면 춥지 않아>나 등장인물이 죄다 이원식인 <홈런왕 B>, 다소 더러운 상황을 묘사하면서 웃기는 <연애왕 C>, 표제작이자 박민규의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연상하게 하는 <이원식 씨의 타격폼>도 하나 같이 빵 터졌는데... 레이첼 대장군님은 본인 취향은 아니라고. 여하튼 소설로 이렇게 웃기는 꽤나 오랜만이네. --- 주차 단속반은 도롯가에서 어쩐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딱지를 떼고 있고, 떼인 차주들은 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딱지를 찢고 있었다. 새들은 먹이를 좇으며 허겁지겁 날다가 허둥지둥 똥을 싸고 있고, 달리는 자동차들도 부리나케 달리며 부랴부랴 배기가스를 뿜어댔다. 또 한쪽 구석에서 힘센 놈은 힘없는 아이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이 세계는 여전했다. 아름다워 보일 리가 없었다. 나는 원인을 한참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무지 생각하지 않고 사는 무식한 자들 때문에 세상의 스타일이 망가졌다. (<치통, 락소년, 꽃나무> 중) 음악은 죽음의 반대말이다. (<치통, 락소년, 꽃나무> 중) 돈도 안 되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내 상황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런 걸 왜 하고 있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돈 되는 음악도 많은데. 그럼 돈 되는 음악을 하는 건 쉬운 줄 알아?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돈 안 되는 음악을 하려면 얼마나 처절하게 미쳐야 되는지를 안다면 꼼짝도 못 할 것이다. 밥을 위해 부르는 노래와, 숟가락도 버리면서 부르는 노래는 본질이 다르다. 바보들이 모르는 건 본질이다. 음악의 본질은 진짜 노래하는 것이고, 의약의 본질은 인류의 고통과 진짜 싸우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치통, 락소년, 꽃나무> 중) "돈 많고 행복하면 소주 맛을 어떻게 알겠어." 그녀가 게속 말했다. "바보들, 돈 때문에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모르고, 돈이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소주도 안 마시려고 하지?"(<치통, 락소년, 꽃나무> 중) 내가 생각하는 타격 폼이란 남다른 꿈을 빠는 자세이어야만 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웃기려는 몸부림이거나 세상을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는 바로 그 자세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라면 미안하다. (<이원식 씨의 타격 폼> 중) 그 대학에서 이원식 씨를 좋은 곳에 취직시키기 위해 갖은 지랄을 다하고 있었다. 취업 알선소, 직업 훈련원들을 우습게 만드는 수준의 발광이었다. 비싼 등록금을 처 받고 그런 '먹고사는' 일이나 가르치다니.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먹고사는 것은 퍽 중요한 것이지만 라면으로 충분히 연명이 가능한데 왜 대학처럼 특별한 곳까지 먹고사는 논리에 지배되어버렸는지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이 유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웃기려고 그러는 거라면 다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원식 씨의 타격 폼> 중) 누군가는 나보다 매우 괜찮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매우 괜찮지 않다. (<연애왕 C> 중) 순간적으로 보기에 어수룩하고 몹시 허접한 것들에 대해서 에전에는 '그러려면 집어치워라'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분야에서 최소한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나는 그들 모두가 그 분야에서는 훌륭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애왕 C> 중) 초등학생들은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떄문에 부럽다. 그들은 자라서 분명히 그들이 욕하는 사람보다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다. 그러나 서른을 넘겼으면 그게 불가능하니까 절대 욕해선 안 된다. ((<연애왕 C> 중) 애인과 헤어졌다. 내가 방귀를 많이 뀌어서 헤어졌다. 춥고 외로웠다. 개다리 춤이 저절로 춰질 만큼 다리가 치를 떨었다. 외로운 사람들은 옆구리가 시리다고 말하지만 나는 다리가 시렸다. (<춤을 추면 춥지 않아> 중) 아등바등 살면 추억을 남기지 못한다. 인생이 끝날 때 추억할 것이 없는 사람들은 불쌍할 것이다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 중) --- 이런 박상 작품에 어떤 평이 붙을까. 아쉽게도, 약간은 상투적이고 식상한 내용이 붙는다. 책 말미에 붙은 박진 평론가는 '유머의 정치성과 사랑의 경제'라는 제목을 단 해설에서 이렇게 쓴다. <이원식 씨의 타격폼>은 자본주의적인 욕망을 넘어서는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고, 신자유주의의 거짓 환상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가치와 다른 행복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하지만 그 자유와 행복은 내면적 구원이라는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상 작품을 이렇게 진지하게 읽어낼 필요는 없다. 진리와 거짓의 투쟁이 아니라 거짓과 거짓끼리 싸움이 되어버린 이 시대, 윤리가 아니라 미학적 세계로 바뀌어버린 21세기. 문학도 굳이 진지해질 필요 없지 않나. 그냥 재밌게 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