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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선물받았을 때, 나는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사전이라고 생각했다. 표지를 돌려 제목을 보았을 때 느꼈던 5초간의 정적은 내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 시집이라고? 아마 이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을 거다. 셰이머스 히니는 아일랜드 최고의 시인이자 생존해 있는 영미시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라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물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고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말 그대로 위대한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시라는 것은 소설과는 달리 쉽게 읽을 수 있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인간을 사색하게 하는 문학이다. 셰이머스 히니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작품에서 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 깊숙한 곳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한줄기 빛과 같은 생명력이다.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전집을 읽어나갈 생각이다. 한숨에 읽어버리기엔 그안에 담긴 시간들이 너무 심오해 퇴색해버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