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군가를 배신했단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중하고 오랫동안 배신했지. 저 신중하고 오랫동안 배신했다는 말이 좀 좋았고, 와닿았다. 바람 핀 아내에 대한 묘사인데, 간결하고 간접적인 묘사가 어쩐지 조금 아름답다. 나는 키릴 사니치에게 전화해서 또다시 일주일간의 무급 휴가를 애걸했어. 이 기간이 지나자 너와 네 엄마는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출근을 할 수 있었단다. 그러나 출근 첫날 이 제도판에서 저 제도판으로 돌아다니면서 담배를 태웠고, 네가 잠을 자고 있을지, 목 뒤에서 꾸르륵 소리를 내고 있을지, 아니면 젖병을 빨고 있을지, 거울 같은 진한 푸른 눈으로 주변을 응시하고 있을지를 생각했단다. 여기서 아들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런 자신을 마주하지 않는, 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