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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키틀러의 《광학적 미디어》는 인간의 시각 경험과 예술의 역사를 '기술 미디어'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매체이론의 고전이다. 저자는 그림, 사진, 영화, 컴퓨터로 이어지는 기술적 발전이 단순한 표현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와 정체성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서사시처럼 풀어낸다. 텍스트 중심의 문자 문화가 시각과 음성을 기록하는 기계적 미디어로 넘어가는 과정을 치밀한 역사적 사료와 함께 추적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이 미디어를 만든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인간을 규정한다'는 키틀러 특유의 미디어 결정론적 시선에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시작해 영화의 프레임과 컴퓨터의 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기술적 장치들이 어떻게 인간의 눈을 길들여왔는지 단호한 어조로 밝혀낸다. 예술사나 미학의 정서적 감상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기술적 매커니즘과 데이터 처리 능력이라는 냉정한 시각으로 광학 기술의 역사를 해부한다. 미디어이론과 매체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키틀러는 이제 필독서가 되었다. 어딘가 답답한 구석이 있기도 하지만, 그의 이론에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