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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중이라 평일 시간을 쓸 수 있어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우면서 전주에 있는 작은 책방을 들르고 싶어 6-7군데 정도 알아두었다(밥 안 챙겨먹고 장시간 영화 보느라 급 체력이 저하되어 결국 '두권책방'과 '조지오웰의 혜안'만 들렀음 ㅠ_ㅠ). 그 중 하나였던 '두권책방'은 고맙게도 객사 근처 영화의거리 한가운데에 있다. 영화의거리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반가웠고, 어서 들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영화 상영 시간 사이에 들를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이 무색하게도 책방 분위기는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나는 좋았다. 공간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스텝이 계신 곳 근처에 눈이 갔다. '기획자의 코너'에는 여기 '우깨' 대표의 신간이 나왔다며 홍보를 하고 있었다. 작은 책방에 들르면 의무로 책 한 권씩 구입하기 때문에 의미 있게 이 책을 구입했다. '의미있고 신나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온다'고 써 있는 엽서와 함께.
피곤해서 21시 대 영화 관람을 포기하고 숙소에 일찍 들어와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거짓말 안하고 손에 들자 마자 다 읽었다. 전주에서 읽는 전주 지역 청년 운동가?이자 문화기획자의 경험 이야기는 생생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을 때 유망할 듯하고 언어를 좋아하는 편이라 중국어를 전공하고 싱가포르에서 인턴 생활, 기업에 아주 잠시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는 삶은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단다.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경제 생활을 영위할 구조도 만들지 않은 채 지금하는 일에 뛰어들어 4년 간 하나 하나 만들어왔다.
그 자신이 전주 출신 청년이라 지역 출신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일단 지역 청년들은 직업을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편이고, 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문화 기반이 약하기도 하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소규모로 청년들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여기 청년들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할 기회 없이 남들 사는 대로 사는 삶에 떠밀리는 상황임을 절감했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청년들은 각종 갑질에 시달리거나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괴로워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퇴사하지 못하고 감내하고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저자가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 점은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미리 도와주거나 모여서 고통을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청년들이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기를 소명으로 삼았다.
독서를 하면서 저자의 에너지와 열정을 전해받는 경험이 오랜만이었다.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분야에 대해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독자도 그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 한 권만으로 사람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가진 강점은 다양한 관심사, 열정, 사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있다는 점인 듯하다. 책 말미에 부록처럼 수록한 기획 노하우들은 실제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 기획과 행사 운영력을 키우는데 쏠쏠한 도움을 줄 수 있겠다. 특히 홍보물 디자인과 온오프라인 홍보에 신경 써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아무래도 기획사는 제조업처럼 안정적으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그는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업 공모에 지원해서 예산을 따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 하나 부딪쳐가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 예산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에 지원할 기획서를 작성하며 쌓아간 노하우를 보니, 학교에서 숱하게 작성했던 공문들이 떠올랐다. 공무원 세계란 하는 일이 똑같다 싶었다. 외부에서 그러한 생리를 파악하기 고생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직 교사이다보니 뭘 읽어도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직업병이 있다. 나도 청년이지만, 요즘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이 학창시절에 진로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자기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읽거나 들을 때마다 교사로서 슬프고 뜨끔하다. 도덕 교사이고 진로 수업을 할 기회도 자주 있으므로 마음 먹으면 인생을 길게 보고 건강한 가치관과 인생관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개인 학생이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거기 맞게 생생하게 진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로 교재 연구, 수업 운영을 할 때 그렇게 하고 싶어서 노력하곤 했다. 그러나 여러 여건 한계로 인해 주위를 둘러보면 제대로 진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의미 없이 흘러가서 안타깝다. 요즘 교육계 화두는 '가까운 미래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이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적인 삶의 모습을 공부하여 실천하고 가르쳐주고 싶다. 저자가 익산 한 작은 중학교에서 했던 수업 경험과 생각을 읽으며 그 자신이 생생한 '사람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즐겁고 행복할 뿐만 아니라 굶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청소년들도 용기낼 수 있도록 돕고, 저성장 현실과 함께 4차산업혁명이 다가온 가까운 미래에는 남들과 다르게 살 수록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빨리 알려줄 책임이 교육자들에게 있다. 선생님 아닌, 그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청년 선생님이 와서 나 자신이 이렇게 살고 있고 너무 재미있다고 말해주었던 그 진심이 수업 상황에서 중학생들에게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청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앞날을 찾아가도록 소통 공간을 열어주는 모습도, 지역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문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확산시키려는 의지도 멋지다.
책은 작은 단행본 형식에 생생하고 예쁜 사진들을 얹어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쓰고 있어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구사하는 짧은 문장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혀서 인상 깊었다. 오래 공부했거나 전문적으로 책이나 글 쓰시는 분들일 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그런지 현학적으로 길게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중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 중국어를 구사할 때 얼마나 짧게 말하고 쓰는지 알고 있다. 저자는 되도록 한 문장을 한 두 줄 이내에 쓰고 있다. 저자가 중국어를 했기 때문일까, 기획서 작성하며 훈련 되었을까, 원래 성향일까? 직접 얼굴 뵈면 좀 더 좋았을 텐데 두권책방에 들렀을 때가 계시지 않았을 때라 아쉽다. 아직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책 써보지 그래?"라거나 "샘과 같이 근무할 때 교육활동 정리해서 책을 냈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젝트 교수평기 3년 간 기록을 이 책처럼 이야기 형식으로 부담 없이 가볍게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연구물 같은 느낌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우리 경험과 이야기를 생생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튼 인용한 부분 외에도 책 전체가 흥미롭고 재미있으니 일독을 강추한다. 꼭 남들이 사는 모습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