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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토니오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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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의 단편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장편소설이다."우린 혈육이 아니냐"라는 소설집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면서 다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악스트" 편집위원이다 보니 거기에 쓴 그의 글을 보고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된장" 같은 단편을 보면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를 보게 되었다.  시적인 문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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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의 단편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장편소설이다.

"우린 혈육이 아니냐"라는 소설집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면서 다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악스트" 편집위원이다 보니 거기에 쓴 그의 글을 보고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된장" 같은 단편을 보면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를 보게 되었다. 

 

시적인 문체에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또 다른 세상 유토, 그의 이번 소설 "프롬 토니오"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의 일부분만 보고 그를 멋대로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가 되려면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는 능력, 수려한 문체 또는 남과 나를 확연하게 구분짓게 하는 독창적인 문체, 무한한 상상력 등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소설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라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아니 훌륭한 소설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로 바꿔야지 맞을 것 같다.

 

이 소설은 한국이 아닌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해가 지는 방향으로 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의 화산섬 마데이라가 배경이다. 마데이라에서 지진, 화산을 연구하는 시몬은 불과 반년 전 연인 앨런을 그 바다에서 잃었다.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는 앨런이 실종되어버린 바다를 계속 떠돌면서 그녀가 나타나지 않을 까 기다리고 있다.

 

"까만 밤바다에 달빛과 별빛이 녹아 흔들렸다. 날치가 수면을 치며 날아오르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길 반복했다. 마데이라공항에 비행기가 이착륙했고 군청색 구름이 계속 모양을 바꾸며 동쪽으로 움직였다. 시몬은 계속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앨련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손을 잡아줘야지. 수건으로 이마와 목을 닦아줘야지"

 

그러던 어느날 시몬이 지키고 있던 해변에 파일럿고래 수십마리와 흰수염 고래가 불시착한 것처럼 나타난다. 흰수염고래가 사람을 토해내는 것을 보고 그를 구해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가 바로 소설 제목에 나오는 토니오다. 토니오는 경비행기를 타고 바다에 불시착했다가 흰수염고래 "룸"과 함께 저어 먼 바다속 세계 "유토"에 다녀왔다.

 

"도시는 아름다웠다. 이토록 완벽한 구조물을 본 적이 있던가. 납작한 돌조각이 틈새 없이 고르게 깔려 있는 길, 높이 솟은 종탑들, 사층 높이의 우아하고 견고한 건물들,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진 담벼락, 둥근 광장을 둘러싼 떡갈나무와 아몬드나무들. 분수옆엔 솟구치는 불꽃처럼 수직으로 자라난 사이프러스 잎사귀가 물결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연인 콘수엘로를 찾으러 "룸"과 함께 다시 이 세상으로 나왔다.시몬과 친구 데쓰로와 마우루는 토니오를 데리고 콘수엘로를 만나게 하기 위해 그녀가 있는 프랑스 그라스로 향한다. 유토에서 돌아온 토니오는 누구였던 사람이며, 연인 콘수엘로는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시몬은 사랑을 위해 다시 돌아온 토니오를 통해 존재가 지상에서 사라져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눈으로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믿음을 배우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 간다. 

 

"영혼은 바로 그곳에 머문다네. 그리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정용준의 프롬 토니오는 아름답고 투명하다. 어렵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고 참 재미있는 소설인데 왜 더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일까? 지금 유행이 아니라서!! 이제 시적이고 수려한 소설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의 소설을 더 알릴 방법이 없을까? 요즘 만나기 힘든 소설이라서 더 소중하다.

 

끝으로 작가의 말과 추천사를 발췌한다. 다음 글들이 그의 이번 소설을 잘 설명해준다.

 

(정용준) "어떤 환함. 밝음. 더 나은 것. 미래. 절정. 변화. 이런 단어들을 부정하고 혐오하는 힘으로 써내려간 낙서가 희미한 믿음과 작은 소망으로 바뀌는 낯선 기분이 들 땐 간밤의 꿈조차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처럼. 선명한 색채처럼. 깨끗하게 써내려간 뒤 찍는 마침표처럼"

 

(이승우)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주목하게 하는 방법이 눈에 보이게 그리는, 그려서 보여주는 것임을 알게 된다. 눈에 보이도록 잘 그려냄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엄연한 있음을 사유하게 하는 것임을, 그것이 소설임을 알게 된다."

k*****7 2018.07.10. 신고 공감 11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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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듯.
"꿈을 꾼 듯." 내용보기
참 좋았다. 참 슬펐다.마음이 일렁이게 하는 책.오랜만에 만난 너무도 좋은 책.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표현이 너무도 예뻐서 더 마음이 가는 책.벌써 다 읽어버렸나싶게 빠르게 읽혀버린 책.이 책 참 좋다. 계속 말하게되는 그런 책.왠지 모르게 새벽 시간 한 번씩 떠오르게 될 것 같은,뿌연 안개 속에 무지개 빛이 나는 책.표지부터 내용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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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참 슬펐다.
마음이 일렁이게 하는 책.
오랜만에 만난 너무도 좋은 책.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
표현이 너무도 예뻐서 더 마음이 가는 책.
벌써 다 읽어버렸나싶게 빠르게 읽혀버린 책.
이 책 참 좋다. 계속 말하게되는 그런 책.
왠지 모르게 새벽 시간 한 번씩 떠오르게 될 것 같은,
뿌연 안개 속에 무지개 빛이 나는 책.
표지부터 내용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책.



d*******2 2018.06.04.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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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뒷모습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용보기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만이 가능한 삶. 희망이 없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희망하는 삶.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프롬 토니오 from Tonnio 』(2018, 정용준, 문학동네) 를 읽고   바울은 고린도 전서 15장 47절부터 49절에서 “첫 사람은 땅에서 났으니 흙에 속한 자이거니와 둘째 사람은 하늘에서 나셨느니라. 무릇 흙에 속한 자들은 저 흙에 속한 자와 같고 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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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만이 가능한 삶. 희망이 없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희망하는 삶.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프롬 토니오 from Tonnio 』(2018, 정용준, 문학동네) 를 읽고

 

바울은 고린도 전서 15장 47절부터 49절에서 “첫 사람은 땅에서 났으니 흙에 속한 자이거니와 둘째 사람은 하늘에서 나셨느니라. 무릇 흙에 속한 자들은 저 흙에 속한 자와 같고 무릇 하늘에 속한 자들은 저 하늘에 속한 이와 같으니, 우리가 흙에 속한 자의 형상을 입은 것 같이 또한 하늘에 속한 이의 형상을 입으리라”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잃어버린 연인을 찾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한쪽은 여인이 실종되었고, 한쪽은 남자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한쪽은 이 세계의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저 세계에서 온 사람이다. 그 두개의 세계가 하나의 시 공간에서 아주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엮인 이야기가 이 글의 줄거리다.

시몬은 미국인 화산학자로 포르투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동료이자 연인 앨런을 바다에서 잃고, 그녀의 실존을 확인하는 일에 미쳐, 하던 작업도 중단하고, 육개월여를 포르투칼의 마데리아 해변에서 떠나지 못한다. 시몬은 매일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가서 그녀를 애타게 찾다가, 실망하다가, 희망을 품다가, 좌절하여 되돌아오는 피폐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시몬은 갑판에 앉아 잔잔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앨런이 사라진 그날을 떠올렸다. 바다를 바라보면 그 장면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시몬으로서는 그것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그저 충혈된 눈으로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날에 대한 감각은 처음에는 너무 생생하고 고통스러워 매일 눈물이 났다. 하지만 점점 점점 무뎌져갔다. 너무 많이 되감아 늘어진 필름처럼 느낌과 디테일이 조금씩 마모되고 퇴색되어 갔다. 시몬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희미해지는 기억에 겁이 났고 둔감해지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졌던 것이다.(29쪽)

 

그러던 어느 날, 시몬은 리스본에서 천 킬로 미터 떨어진 화산섬 마데이라 남쪽 해변에서 해양 동물의 갑작스러운 집단자살 현상인 ‘스트랜딩’으로 보이는 현장을 목격한다. 파일럿고래 스물여섯 마리가 몸을 뉘인 채 죽어가는 가운데, 거대한 흰수염고래도 한 마리 있는데, 고래의 입을 열고 동물도 인간도 아닌 그 무엇이 튀어 나온다.

 

-처음엔 그것이 고래 새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래라고 하기엔 체구가 작았다.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가 붙은 모양새를 보면 사람처럼 보였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상어처럼 미끈하고 단단한 크림색 피부, 눈은 희자가 없이 온통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로만 이루어져 있었고, 눈꺼풀은 없지만 눈 안에 얇은 막이 덮여 있었다. 그것은 다리처럼 보이는 두 개의 촉수로 잠깐 동안 직립 상태를 유지하더니 이내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13쪽)

 

시몬은 고래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것’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연민과 호감을 느껴 자신의 거처로 ‘그것’을 옮겨온다. 시몬은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일본인 지진학자 데쓰로에게 그것의 존재를 숨기지만, 곧 들통이 난다. (데쓰로역시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아버지와 여동생, 조카를 잃은 상실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데쓰로는 그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지진 연구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것’은 점점 사람의 형상이 되어가더니, 어느 날 입을 열고 자신의 이름이 토니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래와는 어떤 관계냐는 시몬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야기해도 믿지 못할 거야. 친구라고만 말하겠네. 나는 아직 그것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어. 이 세계의 언어가 충분치 않아. 몸은 여기에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도착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야.(45쪽)

 

토니오는 자신을 구해 준 시몬에게 “자네는 지금 위태로운 상태일세. 슬퍼 보였네...자네는 쪼개져 있어”라고 말한다.그리고 토니오는 앨런을 찾아나서는 시몬과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곳에서 토니오는 “기다리시오”라고 말하고, 바닷속으로 수직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시몬은 앨런이 사라졌을 때의 기시감까지 되살아나 공포에 떠는데. 토니오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못한다면. “다녀올게”라고 말한 앨런을 기다릴 수도, 그녀를 찾으러 바다에 나올 수도 없을 것 같아 핸들을 쥐고 기다린다. 네 시간 후 다시 떠오른 토니오는 뜻밖의 말을 전한다. 깊은 해저의 어느 부서진 배에서 시몬의 실종된 연인인 앨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고 한다.

 

-나는 신경이 다 죽은 흐린 눈으로 주변을 바라봅니다. 이곳이 바닷속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새삼스럽게 죽었다는 인식이 들고 마침내 또다시 두고 온 삶과 일과 사람 들이 생각납니다. 그때마다 심장이 멈췄을 때보다 더 강한 뻐근함이 느껴집니다. 그냥 나와 함께 세계가 다 멸망한 것이라면, 나와 함께 내가 알던 사람들도 다 죽은 거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등뒤, 두고 온 것들, 지나온 것들, 되돌리 수 없는 모든 것, 나의 사랑, 동굴처럼 등뒤의 물은 새까맣습니다.(63쪽)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고장난 관측 기계가 된 것만 같아요. 아무도 없고 편지할 사람도 없는데 계속 뭔가를 보고 듣는 존재란 얼마나 쓸쓸합니까.(65쪽)

나의 연인 시몬 엘리엇, 그가 생각나요. 모든 일에 심각하게 구는 아이 같던 사람.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몰라 친구가 없는 사람. 책 읽기를 좋아하고 매일매일 비밀일기를 쓰는 소년 같은 사람. 그사람은 영문도 모른채 나를 기다렸겠죠. ...정말 당신은 시몬이 보낸 사람인가요. 그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나요.(68쪽)

 

시몬은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망연자실하고 토니오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한다. 그러나 토니오가 잠수 장비도 없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잠수했다는 사실과 앨런을 만나고 와서 그녀가 시몬에게 전해주라고 한 ‘말’은 연인인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었다, 더구나 토니오의 손엔 앨런의 ‘목걸이’가 들려있고, 시몬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토니오를 믿게 된다.

 

한편 토니오는 시몬과 데쓰로와 지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왜 돌아왔는지, 자신이 이 세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하나둘씩 기억을 되찾아가며 놀라운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다.

 

-“내가 누군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 왔는지는 말할 수 있네. 유토피아는 두 가지의 어원을 갖고 있어. 유토포스(eu-topos), 말 그대로 ‘좋은 곳’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우토포스(ou-topos),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네. 이 세계엔 유토피아가 없지만 내가 있었던 세계엔 있지. 바다 깊은 곳에 또다른 바다가 있네. 바다의 바다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유토(euto)가 있네. 그곳의 대기가 이렇게 황금빛이었네. 머리 위의 하늘과 흐르는 물결 속에 금이 녹아 있었지. 녹은 철과 금으로 이루어진 바다, 유토. 나는 그곳에서 건너왔네.”(96쪽)

 

 

이제 소설의 중심은 2부에서 토니오의 이야기로 옮겨진다. 토니오는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는 우편 비행사였으며 하늘을 날다가 적기에 격추되어 바다로 추락했고 그뒤로 실종 처리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오십여 년이 흘러 돌아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프랑스의 그라스에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연인 콘수엘로를 만나야한다고 말한다.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숨소리도 들리고 걸을 때 나는 발소리도 들려. 아아, 토니오. 고집스러운 작은 게처럼 날 꽉 잡고 있어줘서 고마워. 당신이 내게 했던 말. 결코 잊지 않을 거야. (333쪽)

 

그러나 토니오는 날이 갈수록 급격하게 늙어가고, 모습 또한 백발에 뼈만 앙상하고 숨이 붙어 있는 노인으로 변화한다. 토니오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리운 연인을 만나러 다른 세계로 넘어온 자인가. 아니면 한낱 미치광이 노인네가 자신을 실종된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가 살아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현실 감각이 돌아올수록 그의 표정은 딱딱해졌고 나중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무섭게 일그러졌다. 아름다웠는데,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끔찍하게 변했다. 환할수록 어두워지고, 맑을수록 탁해지며, 사랑할수록 그 사랑을 잃은 지금과 오늘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기억과 꿈의 세계(272쪽)

 

소설은 차츰 토니오의 경험/말을 빌려 중력이 없는 지구의 중심이자 바다 밑의 바다, 세계의 안쪽을 뜻하는 ‘유토’와 더는 존재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모여 있는 무덤 같은 세계를 뜻하는 ‘우토’를 형상화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에 보이는 세계로 형상화한 것이다. 유토와 우토, 그리고 그곳은 저 천상의 세계가 아니라 깊은 바닷속 심연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과 그곳은 오직 고래만이 물길을 아는 곳이라는 것이다. 토니오는 시몬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깨달은 여러가지를 털어놓는다.

 

-시몬, 나이가 들면 슬픈 게 뭔지 알아? ...과거가 그립다는 거지. 현재보다. 심지어 다가올 미래보다 과거를 다시 경험하고 싶어지네. 살아온 날들이 많으니 아는 사람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지만 정작 만나고 싶은 사람은 현재에 없네. 다 옛날 사람이지. 죽었거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자들이야.“(295)

 

낮과 밤이 없고 안과 밖의 개념도 없으며, 삶과 죽음도 현실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곳. 토니오로 하여금 안락한 ‘유토’에서 쓸쓸한 ‘우토’를 거쳐 다시 현실세계로 되돌아오게 만든 이유는 오로지 그의 연인이자 아내를 보고자 하는 한 가지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후까지 두렵다.

 

-죽음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그것은 두려워. 누군지 모르겠다는 텅 빈 눈으로 나를 반기지 않는 눈을 만나게 될까봐(288)

 

토니오가 우토의 문 앞에서 다시 유토의 세계를 지나 현실로 되돌아 가야할 결심을 하는 장면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아무것도 없는 이 우주 같은 위대한 세계는 나를 기쁘게 할 수 없다. 갈등과 고통과 불행이 없는 이 세계는 완전무결하기에 모험도 충동도 위험하고 어리석은 기쁨도 없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위태로운 감정은 사라지고 우정이라는 안전한 감정만 존재하는 평등하고 밋밋한 세계. 나는 알게 됐다. 왜 유토의 생물들이 그토록 단단한 슬픔을 지니고 있는지, 마음 깊은 곳에 암석과도 같은 허무를 지니고 사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유토에 머무는 내내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불안과 초조를 느꼈다. 존재의 위협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의미하게 남겨질 것라는 예감은 어떤 초월적 고통을 준다. 절망 한가운데서 마모되지 않는 껍데기만 텅 빈 육체로 남겨질 것이다. 그렇게 남은 것은 나일까? 그게 삶일까? (241)

 

이것은 결국 우리가 개개인의 실존적 고독을 극복하지 못해서 쉽게 “집단주의‘로 전락하는 “자유로부터 도피”를 감행한다는 프롬의 성찰과도 통한다. 밋밋한 세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의 무료함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대책 없는 고통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아닐까. 벗님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료하고, 미칠 것처럼 외로울 때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를...

 

(p.s 이 소설의 작가 정용준은 항상 가장 밑바닥의 슬픔을 쓰는 작가다. 이 소설은 온라인상으로 연재한 후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 것이기에, 글을 쓰던 당시의 우리 시대의 상황이 많이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녹아있다. 아마 작가는 그런 직접적 대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국의 땅과 외국인들로 등장인물을 구성했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후기에는 그런 고백을 써놓고 있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한편의 철학서를 읽는 것처럼 ‘세계’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되었지 정치적 의미를 떠올릴 수는 없었다. 상실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작가는 드물다. 벗님들에게 마음 놓고 소개하고 싶은 작가다.)

 

YES마니아 : 로얄 m*****8 2018.07.15.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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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두려워 하는 지금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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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또 헤어짐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듣는 이야기지만 이별이란 것은 항상 익숙해지지가 않아. 올해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두 번이나 이별을 했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서처럼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삶에 스며있는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왜 삶에 녹아있는 죽음에 대해 우리는 죽을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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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또 헤어짐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듣는 이야기지만 이별이란 것은 항상 익숙해지지가 않아. 올해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두 번이나 이별을 했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서처럼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삶에 스며있는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왜 삶에 녹아있는 죽음에 대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익숙해지지 못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너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잖아.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두려운 거야. 헤어짐의 두려움이란 것은 결국 사랑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아.

 

누군가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될수록 헤어짐의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렇다고 사랑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넌 이미 시작을 했고.

 

우리들에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죽는 순간의 통증? 더 살 수 없다는 아쉬움? 아니야.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 떠나는 자도 남겨진 자도 같은 이유로 두려워하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죽음 저 너머로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속에 데리고 간다네. 남겨진 자들은 반대로 죽은 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기억 속에 담아 함께 살아가지. 데쓰로 자네처럼 말일세. 그것이 기억이고 추억이야. 그것은 환상이나 환영같은 것이 아니야. 영혼은 바로 그곳에 머문다네. -프롬토니오 (정용준) p276-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지, 얼마나 아플지는 모르지만 없을 수는 없겠지. 그 사랑하는 사람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이고, 슬프게 만드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야. 처음부터 몰랐다면 지금의 행복감도 없겠지. 그래서 그 슬픔이 싫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거잖아.

우리의 삶에는 슬픔이 훨씬 많아. 네가 지금 느끼는 행복감들이 그 슬픔을 상쇄할 만큼 기쁜일이 많지도 않고, 슬픈 일이 적지도 않아. 하지만 널 웃게 만드는 그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면 적어도 이별 후에는 후회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사흘 만에 집에 오니 어둑한 거실 한가운데 김치를 담그려고 꺼내놓은 그릇과 조리기구가 어수선하게 놓여 있었다. 고추양념 위로 흰 띄가 앉고, 열무는 시퍼렇다 못해 검게 시들어 있었다. 집에서 퀴퀴하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어지러운 거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당신이 늘 눕던 자리 쪽으로 몸을 틀어, 당신 머리 자국이 오목하게 남아 있는 베개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바깥은 여름, 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김애란) p231

 

헤어짐 이후 남는 것은 ‘흔적’이야. 즐겨보던 미국드라마 CSI 뉴욕 편의 맥반장은 죽은 아내의 유품을 모두 정리하고도 하나는 버리지 못하더라. 그건 바로 비치볼이었는데, 아내가 직접 불어넣은 비치볼에 아내의 숨결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거였어. 힘겨운 시간 뒤에 그도 결국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이별을 극복해. 너 역시도 헤어짐을 두려워하면서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말았으면 해. 헤어지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엔 또 그 슬픔을 극복하게 해줄 무언가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 고백(최은영)-

 

네가 헤어짐을 미리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것일 지도 몰라. 너에겐 자존심이란 건 무척 중요하고 그게 전부인 것 같을 수 있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네가 기댈 어깨를 내어주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f*******y 2018.12.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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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이지만 배경과 나오는 인물들이 외국설정이어서 그런지 외국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처음에는 SF소설인가 개인적으로 SF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초반이 그래서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었다.그러면서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영화의 한장면처럼 글들이 상상이 되기 시작했다.이런 기분은 모스크바의 신사 읽을때도 같은 기분이었는데..잔잔하면서도 그안에 문장으로부터 내가 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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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이지만 배경과 나오는 인물들이 외국설정이어서 그런지 외국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처음에는 SF소설인가 개인적으로 SF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초반이 그래서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었다.그러면서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영화의 한장면처럼 글들이 상상이 되기 시작했다.이런 기분은 모스크바의 신사 읽을때도 같은 기분이었는데..잔잔하면서도 그안에 문장으로부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하고 상상도 하고 문장에 공감하면서 읽었다.토니오,시몬,데쓰로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그리워 하는..유토,우토의 삶보다 현실세계에서의 갈등,고통,불행도..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잘 이겨내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이번생을 잘 살아 봐야겠다 ㅎㅎ

책을 다 읽고나서 계속 문장의 여운이 남는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9 2024.1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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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토니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다량포함된 후기이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에 따른 상실과 허무에 관한 이야기. 소재와 상상력은 좋았다. 해변에 쓸려온 파일럿고래와 흰수염 고래.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신비한 존재. 그러나 전체적인 개연성은 조금은 아쉽다. 뒤로 갈 수록 그 긴장감이 떨어진 것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으니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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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토니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다량포함된 후기이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에 따른 상실과 허무에 관한 이야기. 소재와 상상력은 좋았다. 해변에 쓸려온 파일럿고래와 흰수염 고래.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신비한 존재. 그러나 전체적인 개연성은 조금은 아쉽다. 뒤로 갈 수록 그 긴장감이 떨어진 것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으니 만족.

g********k 2023.09.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