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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here Else; 어딘가에
"폴라로이드 포토에세이"라는 설명을 단 책, Anywhere Else; 어딘가에 작가 장현웅씨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수록하였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겪은 여행이야기가 조금 소개되어 있다.
목차는 간단하다. 유럽, 터키 / 미국, 캐나다 / 아시아(중동, 서아시아) / slow slow life 곳곳에서 찍은 멋진 사진들이 가득하고, 간간히 나오는 여행이야기가 은근히 재미나다. 때로는 어린왕자의 글을, 이상의 시를 툭툭 던지며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감히 말하건대 이상의 시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작가가 찍은 사진에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다. 작가가 몰래 찍은 사람들도 있고,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챈 사람들도 있다.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 챈 사람들은 그 카메라를 응시해 준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은 좋아하지만, 반대로 누군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하기 바쁘다. 그런데 작가의 사진 속 그들은, 바라봐준다. 그것이 환한 웃음이던 경계심 가득찬 표정이던 간에 중요한 것은 그들은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본다는 것. "그들은 아직 순수하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참 따뜻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순수해 보였고, 작가의 여행기는 (여행의 베테랑일 텐데도) 풋풋했다. 사실, 사진이 많은 책이라서 글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의 글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사람, 밀당(밀고 당기기)의 고수다. 한참 웃음 지어지는 이야기를 목마르게 들려주면서 조금씩 길들이더니, 어느 순간(특히, slow slow life) 갑자기, 아무말 없이 사진만 몰아쳐서 보여 준다. 왠지 작가에게 놀아난(?)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끈 첫 번째 이유는 제목이다. "어딘가에" 얼마나 상상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제목인지.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 "어딘가에 당신을 위해 있어줄, 그리고 당신을 위로해줄 모든 것에게 안부를..."이라고 말했다. 난 이 책을 읽고, "당신이 보여 준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과 그 풍경에게 인사를 전해 본다." 혹시 살면서 한번쯤 만날 수 있다면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에세이라고 하기엔 사진이 조금 많고, 사진집이라고 하기엔 글의 소소한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다. 단 한장으로만 순간을 담아낸다는 폴라로이드, 그래서 더 귀중한 그의 감성적인 사진과 풋풋한 프로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은 (아마도) 따뜻해진 것 같다.
- 사물들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건 한편으론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내 무릎, 종아리, 발목 밑의 신발도 내려다봤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 - "anywhere Else; 어딘가에"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