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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는 것 같다> 그날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처음 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15p.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삶과 죽음이 싸우듯, 사랑과 미움이 서로를 찌르고 희망과 절망이 자리를 바꾸듯, 그리고 눈물이 왼뺨과 오른뺨의 길이를 재듯, 우리는 계절의 한 찰나에 핀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서로를 생각한다.
*18p. 세상 저 끝으로 간다고 말해주었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름답다.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지만, 세상에는 외롭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도 있다.
*42p. 아빠도 엄마 만나기 전에 실연 한 번 당했어 구태여 가로등을 붙들고 고백하지 않더라도,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바빌론이 베를린으로 옮겨 가듯, 고대의 달빛이 현대의 할로겐 아래 부려지듯, 자신이 놓쳐버린 사랑을 자식이 또 놓치고, 자신이 앓았던 순간을 자식이 또 앓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밥이라도 처먹고 누워 있으라고 다그치는 것으로 자신의 시간과 자식의 시간을 함께 달리며, 모든 아버지는 순간순간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70p. 삐아졸라를 들으며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말이 반복되면 강조일 뿐이지만 행동이 반복되면 그 사람이 된다.
*82p. 아버지들_정호승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세집을 얻어 떠나라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너희들은 새 구두를 사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라. 아버지는 페인트칠할 때 쓰던 낡고 때묻은 목장갑이다. 몇번 빨다가 잃어버리면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포장마차 우동 그릇 옆에 놓인 빈 소주병이다. 너희들은 빈 소주병처럼 술집을 나와 쓰러지는 일은 없도록하라 아버지는 다시 겨울이 와서 꺼내 입은 외투 속에 언제 넣어두었는지 모르는 동전 몇 닢이다. 너희들은 그 동전마저도 가져가 컵라면이라도 사먹어라. 아버지는 벽에 걸려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 고장난 벽시계다. 너희들은 인생의 시계를 더이상 고장내지 말아라. 아버지는 동시상영하는 삼류극장의 낡은 의자다. 젊은 애인들이 나누어 씹다가 그 의자에 붙여놓은 추잉껌이다. 너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깨끗한 의자가 되어주어라. 아버지는 도시 인근 야산의 고사목이다. 봄이 오지 않으면 나를 베어 화톳불을 지펴서 몸을 녹여라. 아버지는 길바닥에 버려진 붉은 단팥이 터져나온 붕어빵의 눈물이다. 너희들은 눈물의 고마움에 대하여 고마워할 줄 알아라. 아버지는 지하철에 떠도는 먼지다. 이 역의 종착역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짐을 챙겨 너희들의 집으로 가라. 아버지는 이제 약속을 할 수 없는 약속이다.
*85p. 아버지는 석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모든 일들은 지난 일이 된다. 시간은 세상의 전부였던 일들을 기억의 일부로 돌려놓는 재주가 있다.
/아버지의 스물일곱과 만났다 *106p. 기념일들_이현승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아버지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후회란 그만큼 흔해빠진 것이지만 그것은 내일의 일이니 미리 해보는 후회는 어리석다.
*123p. 아버지의 스물일곱과 만났다. 아빠는 언제 아빠가 되었을까. 자식이 태어났다고 해서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아빠의 젊음, 아빠의 좌충우돌, ㅏㅇ빠의 우여곡절을 떠올리는 일은 그래서 가슴 떨리고 울음이 솟구치는 일.
*129p. 아홉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죽음을 받아들이기 좋은 나이는 몇살일까 생각한다. 물론 그런 나이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130p. 뱀이 된 아버지_박 연준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 처제, 하고 불렀다.
*145p. 눈에 붙은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사랑이라고 모든 것이 이유이기도, 어느 것도 진짜 이유는 아니기도 하니까.
죽이고 싶은 만큼 밉다는 것은 그만큼 지독하게 사랑했던 적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149p. 얘야, 이것이 그냥 늙어 쓰러진 기차겠니 아빠에게도 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겠지. 내가 이 아이들의 아빠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니, 거리를 걷다 말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생각하는 저녁이 있었겠지. 가슴에 얹힌 돌을 꺼내버릴 수 없어 숨죽여 울던 날들. 생활은 가도 가도 부족한 것이어서, 품에 든 사표를 꺼내려다 몇번이고 마음을 고쳐먹는 동안 해가지고 계절이 바뀌었겠지. "제멋대로인, 난폭한, 울보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아빠는 매일 밤 어디까지 도망쳤을까. 아빠의 골목을 찾아가 환한 조명을 켜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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