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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시 앱, 시요일에서 엮은 시집, 몇만명 돌파(?) 기념으로 나온 시집을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누에고치에서 물레를 돌려 실을 뽑 듯 한편 한편 정성스레 쓴 시를 모은 시인의 모든 것인 "시집"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출간되는 이런 편집 시집도 좋아한다. 왜냐하면 내가 미처 제대로 읽지 못한 시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이별시를 모아놓았다. 이미 "눈길이 머물렀던 시"가 있는 가 하면 이런 시가 있었어 하는 "처음 본 듯한 시"도 있다.
내 눈길을 잡아끌었던 시들은 여전히 좋다. 이번에 처음 발견한 시들은 내게 와 휘황한 보석이 되었다. 이 얇다랍고 조그만 책에게 나는 시간의 공기와 한숨의 무게를 빚졌다. 시집을 읽을때마다 똑같은 고백이지만 내가 될 수 없었던 나로, 내가 살 지 못했던 세계로 점핑시키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시를 읽는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시들은 내게 강력한 박카스와 모르핀이다. 내 인생의 권력자들,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채무를 내게 지운 그들은 오늘도 더 많이 내게 빚을 쌓는다. 나는 시를 캐는 채굴꾼이고, 시를 찾아 헤매이는 심마니이다.
여전히 좋은 시인은 김사인, 기형도, 이성복이다. 너무 유명한 시겠지만, 다시 한번 또박또박 써 본다. 그러니 한번 더 읽으시라, "시고 쓰지만" 읽기에 나긋나긋하고 듣기에는 감미롭다.
- 화양연화(花樣年華),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 처럼 물러서는 저녁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 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 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 간은 눈가에 내려않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 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 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 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 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 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 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절실한 상실을 느꼈던 적이 없다. 나는 사랑도 이별도 시로 배웠다. 외면하려는 나를 돌려세워 정면을 보게 하는, 사랑에도 불안에도 잠잠하던 나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가만 가만 얉은 곳부터 발을 담가보지만 순식간에 내 키를 훌쩍 넘는, 문장 몇개로 저 깊은 심연을 보게 하고 홀려버리는 것은 단언컨대 시 밖에는 없다.
새로 발견한 시들은 셀 수 없다, 끝이 없을 지도 모른다. 천일을 읽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쓰다가 관둘 수 밖에,,
-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은 꿈이었다
-바깥에게, 김근-
너와 헤어지고 나는 다시 안이다 아니다 꽃도 피지 않고 죽은 나무나 무성한 무서운 경계로 간다 정거장도 없다 꽃다발처럼 다글다글 수십개 얼굴을 달고 거기 개들이 어슬렁거린다 그 얼굴 하날 꺽어 내 얼굴 반대편에 붙인다 안이 아니다 내 몸에서 뒤통수가 사라진다 얼굴과 얼굴의 앞과 앞의 무서운 경계가 내 몸에 그어진다 너와 헤어지고 나는 무서워진다
너를 죽이면 나는 네가 될 수 있는가 모든 안은 다시 바깥이 될 수 있는가
- 오이지, 신미나-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지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게 미안했다
-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이제니 -
꿈을 꾸고 있었다 구두를 잃어버린 사람이 울고 있었다 북해의 지명을 수첩에 적었다 일광의 끝을 따라 죽은 사람처럼 걸었다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었다 그 밤 전무한 추락처럼 검은 새는 날아올랐다 언덕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는 사이 그사이 흉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의 손목에 그어진 열십자의 상처였다 한번 울고 한번 절할 때 너의 이마는 어두워졌다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바닥에 앉아 꽃을 파는 중국인 자매를 보았다 모로코나 알제리 사람인지도 모르지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그것이 너 자신의 심장을 겨 눌 때 거리의 싸구려 과육과 관용을 함부로 사들일 때 나는 그것이 네가 병드는 방식인 줄을 몰랐다 말수가 줄어들듯이 너는 사라졌다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발설하지 않은 문장으로 너와 내가 오래 묶여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잊혀진 줄도 모른 채로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습니까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밤 우리는 둥글고 검은 것처럼 사라졌다 문장 사이의 간격이 느슨해지듯 우리는 사라졌다 누구도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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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시를 읽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운율과 간결한 표현으로 긴장감을 만들고 포근함을 이끌어내는 언어의 마술을 우리는 시에서 본다. 많은 정서가 짧은 언어의 조율로 드러난다. 그것은 하나의 강물의 흐름 같다. 은은하게 흘렀다가 도도하게 흐르기도 한다. 폭풍우가 치는 상황도 있고 엄마의 품속같이 넉넉할 때도 있다. 시는 각자의 많은 씨앗을 뿌리고 그것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오늘도 시를 읽으면서 언어의 씨앗을 건네 받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
이 책은 많은 시를 모아 놓고 있다. 우리에게 뷔페와 같이 시를 골라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많은 시들을 4개의 소제목으로 묶어 놓고 있다.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으로 14편의 시가 담아 놓고, <벽 뒤에 살았습니다>로 15편의 시를 넣어두고 있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로 13편의 시를 담고 있고, <그리운 차마 그리운>의 소제목에도 13편이 담아 놓고 있다. 다 합하면 작가가 다른 55편의 시가 조각되어 있는 책이란 말이다. 다양한 시인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모음집이다. 이런 시집을 소장한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옆에 두고 수시로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시들은 편편이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꾸며 놓고 있다.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음미하면서 머물기도 하고 걸어가기도 하면서 언어에 조각된 의미에 동참한다. 언어가 주는 향기가 놀랍게 다가든다. 몇 편의 향기에 취해 보면서 이 책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 읽기>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장석남의 ‘옛 노트에서’
연륜의 잔잔함이 느껴지는 언어들이다. 오랜 시간 빛을 좇아 많은 일들을 만들며 그리움을 쌓았던 기억들, 이제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주어지는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시적자아의 너그러운 삶의 태도가 보인다. 앵두가 익을 무렵의 시간에 그 진한 사랑을 느끼며 숨죽이는 삶의 자세를 본다. 지난 기억들은 빛들로 화한 나날들이다. 노트에 남은 지난 일들은 수런댐으로 만든 지난하고 빛나는 일들이다. 그것은 스스로 삶의 개울을 만들고 그 개울에 비친 시적자아의 바람에 맞닿은 삶이었을 게다. 그것이 이제는 고요로, 넉넉함으로 안온함으로 사진을 보듯이 관조하고 있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본다. 여유와 평화로움을 볼 수 있는 글이다.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속에서 가져왔다. 그리움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시에 그리움이 없다면 얼마나 시가 삭막할까 생각도 해본다. 시는 리듬과 그리움이 생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고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이 났습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백일홍은 눈에 선연하게 다가옵니다. 하늘 가까이 각양각색의 빛깔로 장닭의 벼슬처럼 아름다운 놓여 있습니다. 고운 형상이 눈부시게 세상을 수놓습니다. 배롱나무는 언제고 그렇게 뜨거운 숱한 날들을 우리 곁에 머물며 애증의 시간을 같이 합니다.
시작자아는 그 뜨거운 여름 지독히도 열병을 앓은 모양입니다. 무엇을 해도 결과가 나지 않은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지독히도 아픈 느낌을 잘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배롱나무의 붉은 자태와 함께하고, 그 꽃잎의 주름 속속들이 들어 있었던 듯합니다.
그 절망의 자락이 목 백일홍의 치열한 삶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중, 어느 때 불현 듯 진한 사랑으로 모든 것들이 다가온 모양입니다. 배롱나무 꽃이 치유의 기능까지 하고 있는 듯합니다. 꽃들 기억하는 저의 마음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풍성한 가을을 연모하는 시간으로 변해 있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여름의 치열한 아픔이 끝이 나는 모양입니다.
내 몸에 선명하게 새겨진 너를, 내 몸속 생생한 기록이었던 너를, 오래도록 내 행복과 불행의 주문이었던 너를 오늘 힘주어 지운다.
사납게 너를 지우며 나와 섞여 내가 지워지는 이 참상
이제야 깨닫는다. 너를 지우는 일은 몸이 부서질 듯 나부터 지우는 일임을
지워야 할 너의 자취만큼 내 몸엔 베어 먹힌 사과의 퀭한 이빨자죽!
종이에서 그득 털어내는 나의 부재 이선영의 ‘지우개’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관계를 지우는 일도 무척이나 어렵다. 이 글은 지우는 일의 어려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만나고 사랑하고 더불어 살았던 많은 시간들 속에 서로는 하나가 되었던 삶을 가졌으니까, 지금이 어떠하더라도 상대를 지운다는 일은 자신을 지우는 일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 사실만 인지되면 만남과 헤어짐, 어울림과 지움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으리라. 시적자아는 상대를 지우는 일을 자신을 지우는 일이라고 본다. 그것은 자신의 부재를 인지해야 상대가 지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부인하는 일이 아닌가? 진한 아픔이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의 소제목에는 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 신용묵의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도종환의 <스물몇살의 겨울>, 자크 프레베르의 <아침 식사>, 남진우의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신철규의 <눈물의 중력>, 함민복의 <가을>, 정호승의 <북한강에서>, 박규리의 지금 오는 이 이별은>, 이상국의 <한로>, 이대흠의 <귀가 서럽다>, 박정만의 <해 지는 쪽으로>, 이제니의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등이 실려 있다. 13편이다. 다른 네 개의 소제목에도 이렇게 실려 있다는 말이다. 작가가 외국인도 있다. 아마 저자의 마음에 다가오는 작품들을 모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어떤 작품이 실려 있는가에 따라 저자의 성향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나가기
많은 시편들, 하루에 하나씩 의미를 확인해보는 것도 뜻이 있으리라 생각해 낭독도 해본다. 묵독으로 읽는 것보다 낭독을 해보니 더욱 의미가 살아서 다가온다. 시는 낭독을 할 때 또 매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옆에 두고 읽고 느끼니 신선이 따로 없다. 나무를 벗하여 언어를 벗해 그들의 주는 세계를 행해해 보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을 듯하다. 오늘도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내 정서를 조율해 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시를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 이 책이 내게 고마움으로 다가와 있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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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에 실린 이상국 시인의 시를 읽고 시집을 한 권 살까 하다가 이런 선집으로 다른 시를 한 번 더 만나는 것도 괜찮지 싶어 사 보았다. 다른 리뷰어 분들 말씀대로 정말 작고 예쁜 외양을 한 시집이다. 까만 바탕에 별이 빛나듯 총총 박힌 금박 글씨가 입혀진 표지가 너무 너무 마음에 든다. 시라는 게 일상에서 고갈되어가는 낭만과 감성을 충전하려고 읽는 건데 이왕이면 책도 예쁘면 더 좋지 않나 싶다. 암, 그렇고 말고. 펼쳐보니 대체로 짧은 분량의 글들로 완성된 시들이 많아서 더욱 좋다. 독특한 시선으로 쓰여진 짧은 글은 경쾌하기도 하고 생각을 길게 하게 만드니까. 그런 면에서 산문시는 나와 좀 안맞다고 느끼는 게 가뜩이나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끝까지 읽어도 나는 끝내 모르지 싶은데도 왠지 시를 도중에 끊는 것은 문학을 사랑한다는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자괴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얇기까지 하다. 책등을 볼 때 마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 미처 다 읽어내지 못한 다른 시들을 떠올리며 한숨을 쉴 필요가 없다. 부담없이 시에 접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가히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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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의 왕좌는 여전히 서정시가 차지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최고봉은 역시 사랑시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사랑과 돈이라고. 돈이 시가 될 순 없으니(시가 돈이 되지 않듯이), 오직 사랑만이 시가 될 수 있을진대, 시인들은 사랑시를 꽁꽁 숨겨둔다. 좋아서 혼자 즐기려고 그런가, 남부끄러워서 그런가.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는 그 중에서도 좋은 사랑시들을 뽑아 가려낸 책이다. 사랑에 관한 뻔한 인식이 아니라 특이하고 날카로운 사유를,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 사랑시들.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했거나,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시집이다. 이런 시집을 목말라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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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집 참 가볍다 무슨 시집이 저렇게 까맣게 제목만 떡하니 박혀있나 싶었는데 받아보고 나서 뭐야 메모패드인가 싶다가도 이게 책이구나 싶은 것이 근데 또 좋다 가볍고 작아서 가방 안에 잘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책이 들고 다니기 무거워서 잘 못 읽는 것도 있었는데 이 책은 당장 내일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머니 큰 외투에는 주머니 안에도 들어갈 듯 하다 책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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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만에 시집을 샀다. 고백하자면, 시집의 주제가 무엇인지도, 누구의 시집인지도 모르고 그냥 샀다. 이 시집을 사면 시구절이 찍힌 맥주잔을 사은품으로 준다기에 그냥 샀다. ![]() 주객이 전도된 구매였다. 심지어 시집과 표지가 똑같은 백지 노트도 사은품으로 준다. 원래 이렇게 팔려고 만든 기획상품인건지, 이렇게라도 해야 겨우 시집이 한 권 팔리는 건지.
아무튼 사고나서 제목을 보니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이별 시들을 모은 시선집이었다. 이별을 해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그때의 감정이 잘 되살아나지도 않고, 또 그런 우울한 감정 느끼기에는 아까운 햇볕이 바깥에 쨍쨍해서 그냥 뒤부터 뒤적이다가 맨 뒷장에서 재미난 시를 발견했다. 아마 이 시의 화자는 고대 왕국의 왕이었던 것 같다. 왕비와 함께 죽어서 왕릉에 문을 닫고 들어갔다. 우리 부부 다 죽어 이 세상 막음했다고 두런거리면서. 칼, 금관, 옥대, 금신발 살았을 때 그대로지만 몇 세기를 거쳐 흘러가는 동안 이 시를 읽는 우리와 무덤 속에 있는 그들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시간이 자리잡아 서로 잊게 되었다. 그 가물거리는 불빛이 이 시집의 마지막에 자리잡는 게 제법 잘 어울려 보였다. 몇 번 반복해 읽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왕은 누굴까?
같은 교무실을 쓰는 역사 선생님께 여쭤 봤다. 왕릉에 문이 있고, 석실이 있고, 이러저러한 유물이 있는데 무슨 왕이었을까요? 여쭈었더니 다 듣기도 전에 "무령왕!"이라 하신다. 왕릉에 문이 달려있다는 것이 아주 특징적인 거라 무령왕에 대한 이야기일 공산이 크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수업 시간에 국어와 한국사가 협동으로 수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시를 우선 함께 읽는다. 화자의 심정과 상황을 여러모로 상상해보고 공감해본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왕은 누굴까? 시에 제시된 단서를 바탕으로 어느 왕의 이야기인지 유추해보도록 하고 각자 근거를 들어 발표한다. 정답은 무령왕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사 영역에서는 무덤의 양식, 해당 국가의 유물 등을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국어로. 정체가 드러난 그 왕에게 답시를 쓴다. 시가 어려우면 그냥 편지같은 편한 글을 써도 좋다.
"긴 칼을 찼어도 금신발을 신었어도 금관을 쓰고 옥대를 찼어도 결국 골방에 문 닫고 틀어박힌 당신의 불꽃은 여전히 외로이 떨고 있군요. 화려했던 시절을 보낸 왕도 죽으면 끝이라는 걸 당신도 미리 알고 있었겠지요. 그래서 당신들은 부처를 믿게 되었나요. 이제 우리가 당신의 어금니를 찾아 다시 불을 밝히니 그 불과 함께 당신의 불꽃도 다시 한 번 빛나시기를."
뭐 이런 식이면 좋겠다. 시 한 편 읽는 데 여러 사람의 인생이 얽히고 시간의 흐름이 스미고 내 삶과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복잡하게 얽히면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 된다. 정기고사가 끝나면 실제로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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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입구에 읽기 참 좋은 책입니다 계절별 구성이 참 좋네요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려 다시 구매하러 들어왔습니다.그 안에 엮어진 시들 하나하나 글자들이 참 잘 정제돼 있어서 이래서 시를 읽는구나 싶습니다. 시요일 앱도 깔았어요 ㅋㅋ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책 많이 엮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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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시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음 시집입니다.
- 찔레꽃 :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 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앴어라 벙어리처럼 하앴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아래에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 꽃 피지 않았던 들: 그대 사랑/ 꽃 피는 바람에 사라졌습니다/ 꽃 피지 않았던들/ 우리 사랑 헤어졌을까요... - 작별: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장 아끼던 씨앗을 바람에게 건네주며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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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시를 좋아해 시집을 자주 구입하는 편입니다. 보통은 좋아하는 시인 개인의 시집을 구매하고, 여러 시인들의 시가 엮여져 있는 시집은 잘 구매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시집이 평도 좋고 보니까 대부분이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이라 구매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책이 많이 작아서 당황하기는 했는데 작으니까 오히려 들고 다니기에는 편할 것 같아요. 시집 구성도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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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비 시요일에서 편찬한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리뷰입니다. 시요일에서 골라주는 시를 좋아해 하루 한편씩 시를 읽고는 하는데 이번에 책으로 나왔기에 구매해보았습니다. 폰으로 보는 것과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시인의 시집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러 시인의 지를 모아 읽어보는 것도 좋네요. 다음 묶음집이 나오면 또 구매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