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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노인이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 월터 힐은 <롱 라이더스>, <48시간> 시리즈, <레드 히트>, <와일드 빌>, <라스트 맨 스탠딩>, <언디스퓨티드>(웨슬리 스나입스+ 빙 레임즈 주연 교도소 격투 영화) 등을 연출한 감독인데 이 중 상당수에 대해선 이미 여기다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롱 라이더스>와 <와일드 빌>은 개성 강한 웨스턴물이고 실존 인물의 생을 소재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곧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다(이것도 벌써 리뷰를 쓴 줄로 착각). 월터 힐은 지난 2월 24일 리뷰를 올린 <스티브 매퀸의 겟어웨이>에서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물론 그 원작은 짐 톰슨의 베스트셀러이며 그가 한 일은 '각색'이라는 소리다.
저 중 <와일드 빌>(1995)은 물론 와일드 빌이란 전설의 총잡이가 주인공이지만 그의 영혼의 짝이었던 컬래미티 제인(역시 실존 인물. '컬래미티'는 별명)도 극중 비중이 큰데 그 역은 엘런 바킨이 맡아서 아주 코믹하게 소화했다. 월터 힐 영화에는 이처럼 톰보이 캐릭터를 애정하는 티가 종종 묻어나기도 하는데 지금 리뷰하는 이 작품은 아예 제목부터가 노골적이다. 한국어 제목은 보다시피 '톰보이 리벤저'로 붙었는데 이거는 문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근본 없는 어구이며 이 작의 워킹 타이틀 중 하나가 '톰보이, 어 리벤저스 테일'이기는 하다. 극장 간판에 걸기엔 아주 멋대가리 없는, 센스 빵점의 直敍이다. 그렇다고 이런 내용에다 '디 어사인먼트'라고 제목을 붙인 것도 납득이 안 가는 선택(이건 이것대로 무성의랄지 만용이랄지)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어사인먼트'가 무슨 뜻인지 아리송할 수 있는데, 극중에 그런 대사가 나오긴 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성(gender)을 재할당(re-assignment)하겠다'는 캐릭터 레이첼 제인의 선명한 의도가 담긴 표현이 있는 것이다. 레이첼 제인은 단연 발군의 실력을 지닌 최고의 의사지만 여성 차별 분위기와 그녀 자신의 비타협적이고 오만한 기질 때문에 조직 내에서 집중 견제를 받고 결국 기피 분자 신세로 떨어진 인물이다. 기이하게도 그녀는, 어찌 보면 사회에서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이라 볼 수 있는 범죄자 프랭크 키친에 주목하여, 그의 남성우월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품을 개조하고 여태 저지른 악행을 속죄하게 하려면 (위에 적은 대로) 성 전환을 시킨 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확신한 후, 이를 '실천'에 옮긴다. 자고 일어나 보니 없던 게 달려 있고 달려 있어야 할 건 자취를 감췄으니 이 작자가 느낀 좌절감이란.
여자로 변하기 전이나 후나 미셸 로드리게스가 계속 이 프랭크 역을 연기한다(변종 1인 2역이라고 해도 됨). 이 배우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마치 격투기 선수 린다 라우지 같은 포지션으로, 또 오래전 액션물 <S.W.A.T>이나 <레지던트 이블 1>에서 조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눈이 익은 여배우이다. 이런 걸 그 나름 매력 있다고 볼 축도 있겠고 징그럽다고 여길 수도 있겠는데, 이 영화 중에서는 자니 역의 캐틀린 제라드와 걸쭉한 키스 씬이 나온다. 캐틀린은 여자로 변하기 전의 프랭크를 염두에 두고 몸을 섞은 것이나 영화를 잘 보면 '변신 후'의 프랭크를 식당에서 만나고서 그전보다 훨씬 더 큰 친말감을 표현하는 게 눈빛에서 드러난다. 감독의 의도가 뭔지는 분명히 드러난다고 하겠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이후 프랭크는 전혀 개과천선하지 않고 자기 타고난 본성과 취향대로 날뛰며, 어이없게도 닥터 제인은.... 여기서부터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인데 감독이 두 사연의 시간적 선후 관계가 어떤지 고의로 헷갈리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잘 보면 닥터 제인의 젊은 시절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겠냐는 식으로(물론 촉망 받는 엘리트 의료인과 거리의 부랑자라는 극과 극의 신분 차이가 있으나 일단 외견상으로는) 프랭크의 비주얼을 꾸민 눈치가 뚜렷하다. 닥터 제인 역의 시고니 위버는 물론 한 시대 톰보이, 여전사 캐릭터 연기의 레전드 배우이며, 꽤 고령(월터 힐 감독보다 몇 살 아래인데 영화인으로서 데뷔 시기도 대략 그 정도 차이가 남)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장신인데다 뼈대가 꼿꼿하여, 멀리서 찍은 샷에서는 중년 초입의 스타일리시한, 아직도 남자 몇은 후리고 다닐 만한 자태를 자랑하며 착시를 유발한다(단 가까이 얼굴을 비추면 안 됨. 이미 1997년 <에일리언 4>에서도 너무 늙은 티가 났더랬음). 낼모레면 칠십인 분인데... 여튼 뭔가 의도는 좋았으나 뒤로 가면서 마무리가 안 되고 흐지부지되는 느낌이다. 이 여성 의사 이름(성씨)을 구태여 '제인'이라 지은 것도, 월터 힐 감독이 톰보이 캐릭터의 대표라 할 만한 '컬래미티 제인'을 다분히 염두에 두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힐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각본도 자신이 씀).
시고니 위버가 수갑을 차고(혹은 행동이 꽤 속박된 상태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공무원의 심사를 받는 장면은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이 영화에서도 '또야?' 같은,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반가운 감정'까지 자아낸다. 여기서 닥터 제인의 심리 상태나 유무죄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 책임자 역은, 우리에게 <탐정 몽크>로 잘 알려진 토니 샬호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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