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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한 번씩 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과연 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의 낮은 시급을 받았고,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해결하는 그들의 삶은 상상조차 힘겨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질 좋으면서도 값이 싼 편을 택하기 마련이다. 원자재의 가격이야 정해져 있으므로, 결국 기업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함으로써 전체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정년을 보장하는 직업일랑 없다. 정규직일지라도 40대 초중반이면 퇴사의 압박을 받는다. 문제는 애초에 정규직 채용을 않는다는 것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겐 경력이 있을 리 없건만, 대다수의 정규직 채용이 3년 이상 혹은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청년들이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란 말 안에는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포함돼 있다. 모기업이 직접 고용했으나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일하고 정규직에 비해 박봉인 형태도 있겠지만, 파견 등 변칙적인 형태의 고용도 존재한다. 후자는 골이 아프다. 누가 어떠한 형태로 고용됐는지 일터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실질적으로 나를 고용한 측이 누군지 파악할 길이 없고, 문제가 발생해도 어디에 따져야 하는지 자체를 알지 못한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폐해다. 비정규직 천국 대한민국과 유럽, 그 중에서도 노동 강국이라 일컬어지는 독일은 확연히 다를 줄로만 알았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휘청이고 있음에도 독일이 있어 버티는 게 가능했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독일의 경제는 탄탄한 편이다. 나의 믿음은 실제 노동시장에 잠입해 끔찍한 노동 조건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깨졌다.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왠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은 전 세계 어디나 동일한 모양이라며, 눈높이를 낮춰 숱한 비정규직 자리를 노려보라는 식의 조언에 대한 경멸을 느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다. 그 내용을 꼼꼼하게 훑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따름이다. 제3 국에서 노동을 위해 독일을 찾은 그래서 독일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또한 근로계약서 체결에선 고려되지 않기도 했다. 내용을 살펴볼 시간을 부여 받은 경우에도 막상 체결 테이블에 앉았을 시엔 이야기가 달라졌다. 분명 자신이 보지 못한 내용이 원래의 근로계약서 뒤편에 20장도 넘게 추가돼 있는데,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서명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거나 아무런 보상 없이 본국으로 추방되더라도 아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없게끔 약속하고야 만다. 일은 대개가 단순했다.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큰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문제는 속도였다. 옆 사람과의 대화 금지, 잠깐의 휴식도 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아파도 마찬가지였다. 혹 쓰러질지라도 치료는커녕 그에 따른 손실을 노동자 측에서 보상해야만 했다. 돈은 쌓일 틈이 없었다. 원체 낮은 시급인데 거기서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있다 보니 모을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뭔가 밉보여서 더는 출근하지 말라는 해고 통보를 받으면 끝장이었다. 조금은 독특한 형태의 고용 아닌 고용도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가맹점 주인이나 택배 물류차량 운전자 등은 개인 사업자로 불리고는 한다. 그들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고용된 입장이 아니기에 본사의 횡포에 노동자로서 대응할 수가 없다. 독일도 상황이 같았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지만 돌아오는 금액을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본사는 점주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감시했으며, 때론 보복과도 가까운 치졸한 행위 끝에 제 가맹점을 망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대체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게 저들(!)의 논리인 듯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노동조합에 해당할 ‘종업원평의회’의 도입 시도 또한 많은 방해를 받았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독일 노동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천만 명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며 노동하고 있다 했다. 아마존, 다임러-벤츠 등 익히 이름을 들어본 세계적인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을 물어뜯으라고 우리는 시장에 그토록 어마어마한 권한을 쥐어주고 있는가. 그토록 시장이 중요한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 같다. 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한 돈이 필요하므로 어쩔 수 없다고 답하기엔 서글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