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일본어 수업을 듣다보면 종종 교수님을 통해 일본의 부활동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일본의 부활동은 그저 학기 중에 일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평생 가져가는 취미 활동이 되고, 예체능 다양한 방면에서 인재를 발굴해내는 과정이 되어 일본의 국력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늘 우리나라가 가진 엘리트주의의 병폐와 취미 하나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예체능은 부활동을 통해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예체능을 하기로 마음 먹고 다른 것을 모두 포기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예체능에 흥미가 있어도 일반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이나 진로 선택 부담으로 쉽사리 예체능에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사회와 부모가 수능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건 나중에 취미로 어른이 되서 하면 된다.'는 말로 아이를 다독일 뿐이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기회가 점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걱정과 함께 '내가 무슨 애야? 어떻게 취미 생활을 해?'라는 벽에 부딪히며 취미를 포기한 어른이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사람들은 모두 각자 평생 가지고 갈 취미가 없다. '내 취미는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없어 집안 거실에서 TV만 우두커니보거나 회사에 다니며 억지로 참가해야 했던 등산을 하거나 매일 밤 술을 마시면서 신세한탄을 하는 일밖에 없어진 거다. 무척 슬픈 인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늘 소개할 책 <취미 있는 인생>은 취미를 즐기는 인생이 얼마나 즐겁고,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지 말하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취미 있는 인생을 사는 법', '나만의 취미를 발견하는 법' 같은 형식으로 독자에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은 그저 작가가 즐기는 취미를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겨우 남의 취미 생활 이야기를 읽으려고 이 책을 산 거야?'라는 후회와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책을 샀으니 뭔가 특별한 이야기라도 있나 싶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책을 읽었다. 책은 차례대로 저자가 한 낚시, 영화, 음악, 오토바이 등 다양한 취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이렇게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니라 글로 옮길 수 있는 삶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취미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취미로 하는 일로 커다란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방송에 보도될 정도로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저자의 감상을 함께 읽어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토바이라는 기계에 걸터앉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전원을 켜고, 엔진을 가동하고, 클러티 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그 녀석은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이어서 곧바로 전진을 하는가 싶더니 완전히 뜨고 말아, 무엇을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까맣게 잊은 나를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간신히 브레이크가 생각나 그럭저럭 멈추기는 멈췄다. 겨울 날씨임에도 땀에 흠뻑 젖은 나는 그저 후회할 따름이었고, 한동안은 정말로 그 녀석을 팔아치울 생각을 하는 처지였다. (본문 216) 이렇게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흥미를 가지고 해볼 수 있는 취미를 즐기면서 취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게 평범한 일본인의 삶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으로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렇게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는 건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야근이라는 개념의 근무가 아직도 길게 자리 잡고 있고, 주말이나 휴일도 온전히 개인을 위한 시간이라고 말하기보다 업무의 연장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는 이러한 일을 피하고자 '저녁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탈 헬조선을 꿈꾸며 호주와 일본 같은 비교적 가까운 나라를 찾아 떠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뉴스에서 기성 세대가 말한 "야근 수당도 정직하게 준다는 데 왜 우리 기업에 안 오느냐?"라는 의문에 "아니, 야근 수당을 정직하게 주는 건 당연한 거지. 야근을 시키지 말고, 칼퇴를 시켜 달라고."라고 말하며 확실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취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야 가능하다. 취미 있는 인생은 돈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사는 인생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주장이 필요하다. 과연 이런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책 <취미 있는 인생>을 읽으면서 나는 일찍 내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삶을 살고자 목표를 정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즐기는 취미도 하나씩 글로 정리해서 <취미 있는 인생>의 저자 마루아먀 겐지처럼 책으로 내보고 싶었다. 남의 취미라고 생각했던 게 어느 사이에 내 취미가 되고 있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취미를 즐기고 있는가? 혹 취미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면, 오늘 소개한 책 <취미 있는 인생>을 통해 취미 있는 인생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역시 즐겁게 살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한 법이니까.
|
|
일본에서 ‘고고(孤高)의 작가’로 불리는 그는 1943년 나가노현에서 태어났다. 스물두 살에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당시로는 최연소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후 나가노의 시골마을에 아내와 단 둘이 살며 집필에만 매진하고 있다. 일본에는 단편집을 포함 60여권에 이르는 소설이 나와 있지만, 한국에는 『물의 가족』 『달에 울다』 『천년 동안에』 『해와 달과 칼』 등 10여편의 작품만 번역됐다. 80년대 이후 마이니치 출판문학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일체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
|
마루야마 겐지는 말한다 취미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라고 그렇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한가지 이상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취미가 되었든, 종교가 되었든, 그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그것이 있어야 살아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 내안의 피가 요동치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살아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