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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으면서, 어느덧 시골생활에 익숙한 시인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시들이 모두 그것을 창작한 시인의 개성을 담고 있듯이, 김해자의 작품에는 일상에 뿌리를 단단히 내린 그의 일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에는 ‘밥과 술 그리고 웃음까지 나눠 먹는 이웃들과 친구들’의 모습이 뚜렷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아마도 ‘시인의 말’처럼 그의 지인들이 ‘이 시들 중 몇 편이라도 듣고 껄껄 웃’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전에 저자가 펴낸 산문집을 몇 편 읽어본 적은 있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시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책 말미에 수록된 ‘발문’에 이전의 시들과 비교를 하면서, 시인의 ‘발걸음은 과거 쪽으로는 더 깊이 내려갔고, 동시대적으로는 더 멀리 나아갔으며, 이웃과의 관계는 더 농밀해졌고, 문명에 대한 통찰은 더 심원해졌다’는 평가가 제시되어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 발문에서 하고자 했던 표현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비록 시를 쓰면서 서툰 농사일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시인은 이웃들과 어울리다보면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실감나게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머리맡에 막걸리 두 병 놓여 있었다’는 어떤 이의 ‘고독사’에 대한 내용을 형상화하면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뒤늦게 ‘주역과 사주 명리학’ 따위를 접하고 다른 이들의 점을 봐주던 사람이 어느 날 ‘이름 두자 빌려 돌라드니 / 걸어 댕기는 점집을 차리고 말았으니 그 이름하야 해자네 점집이라’ 붙였던 사연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시인은 다른 이들의 사연을 그대로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시인의 언어가 아닌 해당 인물의 구어를 그대로 살려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생각되었다.
때로는 오래전 시인 자신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고, 끝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던 지난 시절 ‘기울어가던 대한민국호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촛불시위에 참여하여 ‘여기가 광화문이다’를 외쳤던 기억을 풀어내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비참한 최후를 소개하며, 진심으로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정어린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정권 연장을 위해 획책한 부덕한 정권에 의해 조작되었던 이른바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형장의 이슬로 박노수 선생의 사연을 듣고서 눈물을 흘리던 ‘염무웅 선생의 눈물’을 형상화하기도 하고, 난해한 소설로 평가되던 작고한 ‘소설가 박상륭’에 대한 추억이나 ‘김사인 시인의 시 낭송’의 기억을 떠올려 형상화한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다.
뒤늦게 접한 시인의 작품들이 애써 눈을 감고 살아가던 이들에게, 이웃들과 주위의 풍경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따끔한 충고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김해자 시인에게 시는 일상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대신하여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그리하여 발문에서 표현하고 있듯이, 누군가를 위해 ‘대신 울어주고, 대신 말해주고, 대신 노래하’는 시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