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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젖니 빼는 것을 싫어했을까. 젖니가 흔들흔들 흔들려도 젖니 빼는 것을 자꾸 미루었다. 젖니를 빼야 더 튼튼한 영구치가 자랄 텐데 젖니 빼는 것을 자꾸 외면했다. 젖니가 흔들흔들 흔들리면 실을 묶어 살짝만 잡아당겨도 빠지는데 젖니 빼기가 싫어 어른들한테 젖니가 흔들리지 않는 척하기도 했다. 젖니 빼는 것을 그렇게 싫어한 것은 젖니를 뺄 때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내 몸의 일부가 빠져나간다는 상실감 때문이 아닐까. 몸의 일부를 잃는다는 느낌이 무서움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젖니를 빼는 것은 아이에게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보미는 젖니를 빼야 하는 상황인데다 엄마의 사랑을 쌍둥이 동생한테 빼앗긴 상태다. 엎친 데 덮쳤다고 해야 할까. 그나마 할머니가 있어 다행이다. 흔들리는 이를 실로 단단히 묶어 빼 주는 사람도 할머니다. 반면에 엄마는 보미가 이를 뺐다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일을 하거나 쌍둥이 동생을 챙길 뿐이다. 친구 지우의 이를 빼 주는 사람은 엄마인데 보미는 할머니가 엄마를 대신한다. 아빠도 쌍둥이 동생한테만 입을 헤 벌리고 싱글벙글할 뿐이다. 이를 뺐다고 하니 못난이가 되었다며 놀리기까지 한다. 보미는 아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난다.
쌍둥이는 보미를 진짜 귀찮게 한다. 스케치북이 장난감이라도 되는 양 갖고 논다. 짜증이 나서 스케치북을 힘껏 잡아당겼더니 세 명 다 뒤로 발랑 자빠진다. 쌍둥이가 앙앙 울음을 터뜨린다. 보미도 머리가 부딪쳤는데 엄마는 보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쌍둥이 동생만 보살핀다. 그나마 할머니가 머리를 살살 문지르며 입김을 불어준다. 엄마가 미울 수밖에. 그런데 앞니 하나 뺐는데 옆에 있는 이가 또 흔들린다. 할머니는 시장에 가서 이를 빼 줄 수 없고 엄마가 나설 수밖에 없다. 엄마는 손을 덜덜 떨다가 마침내 보미를 이를 묶자마자 실을 홱 잡아당겨 이를 빼는 데 성공한다.
“뺐다! 이 뺐다!” 엄마가 큰 소리로 외쳤어. “처음으로 빼 본 건데, 엄마 잘 했지?” “응, 엄마 정말 잘했어!” 엄마를 꼭 껴안고 토닥토닥해 줬어. “엄마, 나도 처음 이 뺄 때 진짜 무서웠어. 근데…….”
엄마와 딸의 관계가 뒤바뀐 듯하다. 엄마는 처음으로 이를 빼 주었다며 신나하고 딸인 보미는 엄마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한다. 화면 가득 채워진 분홍색 담요에 함께 눕거나 엎드려 있는 둘의 역전된 관계를 통해 보미는 한 뼘 쑤욱 자란다. 벌어졌던 엄마와의 사이도 성큼 가까워진다. 이제 보미는 아랫니를 스스로 뺄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할머니랑 엄마가 씩씩하다고 칭찬해 줄 정도다. 그리고 앞니가 없는 상황을 즐기기까지 한다. 앞니가 없으니까 물을 분수처럼 멀리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귀찮게만 여겨지던 쌍둥이 동생들이랑 물 뿜기 놀이를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