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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좋은 일 정혜윤 창비/2019.7.26. sanbaram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뜻밖의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실은 그 것이 마음속으로 수많은 날 기다리던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한 가지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해서 그 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p.26)” 이에 대한 답을 찾아 4개의 주제, 사는 맛, 자아, 사랑과 우정,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 따라 하나씩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이 <뜻밖의 좋은 일>이다. 저자 정혜윤은 CBS다큐멘터리 <불안>과 CBS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으로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독서 에세이 <침대의 책>, <삶을 바꾸는 책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등 여러 권의 여행서와 저서가 있다.
구별하기 시작할 때 사는 맛이 난다 : 모든 변화는 그동안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하고 만회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정확해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즐거운 일이다. 이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p.68)
세상의 압력에 찌그러지지 않는 방법 : 나의 아버지 덕분에 자연, 특히 나무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게 되었다. 은행나무를 유달리 좋아하는 아버지는 똑같은 은행 알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반쯤 굽은 허리로 은행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 덕분에 근본적으로 경이감을 갖고 사물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97) 나의 어머니 덕분에 작은 일에도 평생에 걸쳐 감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눈이 내려!’ ‘천지 사방 꽃향기 때문에 어질어질해.’ ‘귀뚜라미 운다!’ 내 어머니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들이다. 많은 인간적 약점이 있지만 그것을 추진력으로 감지 않을 때 얼마나 강한지도 몸소 보여줬기 때문에 나 역시 내 약점에 힘을 싣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p.97) 사람은 타인의 모습에서 종종 자신의 얼굴을 본다. 나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 얼굴을 발견하면 행복할 것이다. 어떤 얼굴, 목소리, 손짓, 표정, 이름에 대한 따스한 기억은 선물이다. 그것들이 마음을 어둠속에서 찬란하게 펼쳐질 때 기억은 구원이다. 누군가 구원받았다는 것은 자신과 삶을 바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나를 바꾼다. 마치 <리어 왕>에서 시종일관 나쁜 꾀만 내던 애드먼드가 마지막 순간 내 본성을 바꿔서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한 것처럼. (p.103)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우리는 이미 사소한 것의 도움을 받아 살고 있다. 나는 봄이 오면 온갖 색을 끌어올리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아는 꽃들의 영향권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초록에서 빨간색으로 움직이는 나뭇잎의 풍요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드라운 육각형, 눈송이에서도 벗어날 수가 없다. 라일락 향, 장미향, 갖가지 향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p.137)인생엔 사건도 많지만 평범함 또한 가득하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별일 없는 습관과 반복도 가득하다. 고상한 가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익숙한 애정의 몸짓과 농담과 말장난도 필요하다. 작은 미덕을 다 크게 키울 수 있는 것도 일상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이 좋게[도 나쁘게도 되는 것 또한 일상이다.(p.137)
중요한 게 없다면 지킬 것이 없단다 : 우리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자신을 창조한다.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권태와 추락은 시작된다. 그때 우리 마음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머무를 수 없다. 반대로 무엇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켜낸다면 우리마음은 현재와 미래에 동시에 머무를 수 있다.(p.190)
왜 내가 온 세상의 집을 짊어져야 해? : 당해봐야 안다는 말은 무섭고도 잔인한 말이다. 절망에 빠져봐야 다른 사람의 절망이 보인다는 것도 사무치게 슬픈 일이다. 슬픈 사람 눈에 슬픈 사람이 보인다는 것도 애절한 일이다. 기왕이면 당해보지 않고도 아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당해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p.246) 덧없는 우리에게 구원의 능력이 있다, 덧없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혼자 견디게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 덧없는 우리가 도시의 삭막한 골목마다 꽃을 심는 손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덧없는 우리가 타인의 희망일 수 있다. 우리의 외롭고 폐쇄적이고 부서진 마음을 사랑과 꿈이 얼마든지 합쳐놓을 수 있다.(p.246)
사람들은 왜 자연으로 눈길을 돌리는 걸까. 알래스카 들판을 걷는 그리즐리 한 마리에서,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지저귀는 박새에서 우리는 왜 눈길을 떼지 못할까. 아마도 우리는 그 곰이나 작은 새의 생명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의 생명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다다르게 되는 종착점은 자기 생명, 살아 있다는 것의 신비일 터이기 때문이다.(p.284) 계속 염두에 두는 단어도 대여섯 가지 있다. 앞에서 소개한 ‘덕분에’라는 단어도 더 묵직해졌다. ‘고마움’이란 단어도 더 두툼해지는 중이다. ‘아름다움’도 그렇다. 내 눈에는 전보다 나은 것은 모조리 다 아름다워 보인다. 염두에 두는 단어 중에 보르헤스가 평생 사랑한 ‘시’라는 단어도 있다.(p.315)
가장 좋은 책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을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짐작도 못한 페이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에서 다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p.324) 우리 삶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나서 시작된다. 책 읽기는 살기 위한 준비, 예열 과정이다. 책 읽기를 현실적인 일로 만드는 것은 삶과 작업 속에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시도해볼 만한 일로 생각될 때 갑자기 몸부터 변화하는 것, 이 기쁨과 놀라움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중에는 내 자신이 더 많이 변하는 것도 반드시 포함된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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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마음편히 읽으려고 집어 든 책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뜻밖의 좋은 일'이라는 것도 실은 마음속으로 수 많은 날 기다리던 것이란 걸. 그렇다면 우리에게 한가지 좋은 일이 상기기 위해서 그 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걸까?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그것으로 위로받음과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어쩌면 책 속의 문장들을 찾아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라고, 나만 겪는 쓰라린 일들이 아니라고, 가슴에 담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감정들을 책 속으로 토해 놓아도 온전히 그것으로 받아주는 문장들, 아마 이 책에서도 나는 그런 위로와 공감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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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님이었고, 읽는 동안에도 작가의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관점이 재미있고 또 좋았다. 책 속 하나의 구절에서 찾아내는 삶을 바라보는 변곡점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자신의 변곡점을 생각케하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글을 통해 나를 보며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제시된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특히 몇 권은 장바구니에 넣어 놓을만큼 다시 읽고 싶거나 또는 새로이 읽고싶게 만든다. 워즈워드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한 줄의 문장이 어느날 내게도 뜻밖의 좋은 일처럼 만나러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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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내가 생각했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책은 나에게는 삶을 위한 무기가 되어버렸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언제나 빛나는 무기였다."(p53) 저자는 자신의 초라함, 삶의 무거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책을 최상급의 무기로 삼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기라고 하면 어쩐지 강해야 할 것 같고, 거칠고, 무서운 느낌이 든다.
몇 부분을 지적하다보니 너무 안좋게 말한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 저자는 책을 읽는 내내 내게 묻고 있다.
"좋은 책은 문제와 사태를 다루는 데 있어 내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사태를 보는 다른 눈,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게 나를 돕는다."(p60)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외롭지 않냐는 말에 '나는 고득을 즐긴다. 당신 주위에 가장 가까이 두고자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존재는 우리의 존재를 창조하는 명공이다'라고 했다."(p185)
책의 구성과 서술 방식을 받아들이기에 어지러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름대로 현재의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고민을 여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한 뼘씩, 한 계단씩 확장해 나가고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궁금한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