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빠진 여인을 구하고 이름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남자가 있다. 여인은 곧 깨어나 부끄러워하며 남자의 정체에 대해 알려 하지 않는다. 파도 속에서 두 남녀는 삶을 향해 육지 쪽으로 돌아오는 동안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버렸다. 남자는 젊은 조각가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팔에 안겨 있던 여인을 '구조된 프시케'라는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 프시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질투로 세상에서 가장 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운명이었던 프시케. 아들 에로스는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테오도어 슈토름의 단편 「프시케」는 익사 직전에 목숨을 구해준 여인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신화 이야기를 빌려 그리고 있다. 서풍 제피로스가 불어와 프시케를 아늑한 풀밭 위에 사뿐 내려놓았듯 조각가 프란츠도 허우적거리는 여인을 안아 해변으로 구해 온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젊은 조각가의 친구는 "마치 신들의 시대 같군."이라는 말로 묘사한다. 정신이 든 여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소문에 휩싸일까 봐 두려워한다. 어머니의 하녀 카티에게 그 모든 사실을 함구해 달라고 한다. 조각가는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가 겨울을 보낸다. 그는 작품을 출품하기 위에 두문불출한 채 여름 바닷가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는 그가 여인을 구한 일이 소문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가여운 프시케!"하고 그는 혼잣말했다. '가여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나비여! 네 고향이었던 꽃 핀 초원을 떠나 낯선 바다 위로 떠나보았구나. 아니야, 프란츠! 그는 마치 아침의 여명 속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듯했다. '너 자신을 속이지 마. 더 이상 자신을 속이고 외면하지 말란 말이다! 프시케, 피어나는 장미 같은 소녀, 모든 아름다움에 묻혀 있는 비밀, 그녀는 그 자체였어. 파도가 얼마나 탐욕스럽게 그녀를 핥았던가! 파도는 그 여린 잠자리 날개를 어떻게 희롱했던가! 이 두 팔로 그녀를 안아올렸던 게 진짜 나였나?' (「프시케」中에서, 테오도어 슈토름 ) 생애 폭풍과도 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신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질투와 음모, 파괴의 신화로 기록된다. 신과 인간이 사랑에 빠지기도 한 채 이야기는 파멸로써 혹은 어쩔 수 없는 행복의 마지막 장으로써 끝이 난다. 이 세계의 사랑은 지독한 그리움으로 밤을 새우고 간절히 원하던 만남에 도달하지 못한 채 사그라지고 만다. 언니들이 시킨 대로 남편의 얼굴을 확인한 프시케는 사랑하는 이를 놓쳐 버리고 만다. 호기심을 어쩌지 못하고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했던 대가였다. 젊은 조각가가 만든 소녀상 '구조된 프시케'는 화제가 되어 여인의 귀에도 들어간다.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보러 온 여인은 조각가와 만나고 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다. 서로를 향한 열렬한 감정을 느끼고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쓴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려 한 프시케를 잊지 못한 에로스는 다시 한 번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간청한다. 마법의 잠에 빠진 프시케를 깨우고 그는 불사의 몸이 된 프시케와 결혼한다. 사랑에 빠진 자신을 매 순간 확인한다. 그때의 장면에서 나는 진정한 나로 생각하고 행동했던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힌 채. 이 사랑이 가짜이면 어쩌지 하는 어리석은 절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신과 인간의 세계에서 사랑은 열린 상자 안의 희망만을 남겨두고 부서진다. 사랑은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를 자유롭게 내버려 둔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선택이다. |
|
오늘, 오늘만은 난 이리도 아름답다네. 내일, 아 내일은 모든 것이 다 사라져버리지! 단지 이 시간만은 그대는 나의 것, 죽을 때, 아 죽을 때는 나 홀로여야 하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