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멜과 함께 전선에서. 한스 폰 루크 著
제목부터 이미 내 이목을 끌었다. '롬멜과 함께 전선에서'라니! 게다가 '진중근'이라는 역자의 이름은 일찌기 '전격전의 전설'을 통해 익히 들은 바 있으니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내용이 무척이나 알찼기 때문. 이 책의 저자인 한스 폰 루크는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독일군 장교이다. 최종 계급 대령으로서 경력을 마쳤으며, 프로이센 군인 집안 출신인 엘리트이기까지 하다. 여타 독일군 출신 인물의 회고록과 차별화 되는 요소라고 한다면, 저자의 화려한 이력이 바로 그것. 베르사유 체제,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부터 군에 들어가 제2차 세계 대전의 서막인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프랑스 전역에선 롬멜 휘하에서 활약했으며, 독소전쟁 발발 이후 동부전선으로 배치되어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했다. 롬멜의 요청으로 그의 아프리카 군단에 배속되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후에 다시 서부전선으로 이동 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방어 임무를, 그 후엔 동부 전선에 배치되어 베를린으로 닥쳐오는 소련군에 맞서 싸우다 포로가 된 후 포로 수용소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실로 방대한 이력이 아닐 수 없다. 1939년 9월 1일, 폴란드 침공부터 1945년 5월 8일, 독일의 항복까지 6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이리도 저자만큼 여러 전역에서 임무를 수행한 이는 결코 많지 않을텐데, 각 전역의 중요 전투는 모두 체험했다고 과언이 아니니 한스 폰 루크 대령의 이력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군 경력 전부를 야전에서 지휘자-지휘관으로서 수행하기까지.
회고록인지라 자신에 대한 윤색이 결코 없지 않으리란 점은 차치하더라도, 저자 자신이 귀족 가문 출신이라 그런지 상당히 품위있고 위트까지 겸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 프랑스 침공 당시 현지 유지들을 찾아가 독일군이 범한 실례를 대신 사죄하고 함께 와인을 나누며 문학 얘기를 한다거나, 북아프리카 전선에선 적인 영국군과 일종의 '페어플레이 협약'을 맺기도 하는 등의 일화가 그런 모습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책 제목이 '롬멜과 함께 전선에서'인데 반해, 루크 대령의 군 경력 속에서 롬멜과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 점이다. 아마 저자 스스로는 롬멜 아래에서 근무했던 프랑스 침공 당시와 북아프리카 전역을 자신의 군 경력 최고봉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저자가 미군에 대해 기록한 내용 일부인데,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이라 인용해본다.
회고록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포로 시절의 경험도 정말이지 인상적. 웃음이 나오는 구석도 있었는데, 탈북자들이 증언하던 북한의 부정부패 실황과 여지 없이 닮아있었기 때문. 항상 술에 취해있으며, 에탄올을 빼돌려 뇌물로 바치면 환자 판정을 내려주던 수용소 담당 의사, 공사 자재를 '수용자들의 간악한 사보타주'로 인해 손망실했다고 보고 후 암시장에 팔아치우는 수용소장등 이른바 썩어빠진 관료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 아니던가. 사회주의 계획 경제 체제로 인해 경공업이 붕괴하여 수용자들이 만든 조악한 과도 따위를 식량과 교환해 가는 굴라크 인근 주민들의 모습은 전후 소련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소비에트 연방은 독소전쟁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 최악의 전쟁에서 흘린 피로 초강대국의 지위를 획득했지만 그것은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롬멜과 함께 전선에서'. 제목에 혹해서 선택한 책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내 기대를 아득히 능가하는 책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독일군+기갑부대라는 취향 치트키적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지금껏 읽은 개인의 회고록 중에선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현직 장교와 앞으로 장교를 지망하는 이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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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길찾기에서 밀리터리 관련 서적이 뜸했는데 |
군대 현역 시절 행정반에 비치되어있는 권장도서중 "롬멜" 이라는 이름을 보고 무심코 집어들어 생활관에서 읽었던 도서. 책에 별 관심이 없던 시절,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 전쟁사에 아주 얕은 식견을 가지고 있던지라 그 에르빈 롬멜의 수필 회고록인줄 알고 집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한스 폰 루크의 회고록이고 잠시 롬멜과 함께 참모로서 전선에서 분투하던 그 시기를 적었던 내용이다. 그렇다고 하여 기대감에 못 미친것은 아니다. 한스 폰 루크 또한 누구 못지않게 대전시기에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냈으며 이 책에는 포로생활또한 서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소련군에게 진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이었다. |
히틀러가 독일을 뒤흔들던 시기에 독일 국방군의 청년 장교로 출발해 사관 후보생 시절의 스승인 롬멜과 여러 전선에서 함께하고, 최후의 포위전에서 소련의 전쟁포로가 되어 강제노역을 견디고 분단된 독일에 귀환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참혹한 전쟁부터 전쟁 중에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와 고통스러운 포로 생활, 고국으로 귀환한 후 생활과 교류를 아우르는 이야기. 국방군 최연소 대령 중 한 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거의 모든 주요 전역에 서 활동한 저자 한스 폰 루크는 단순한 참전자의 무용담을 넘어 전쟁 속의 인간에 대해 다채롭고 풍부한 체험을 들려준다. |
한스 폰 루크 작가 선생님께서 지으신 '롬멜과 함께 전선에서' 입니다. 지금까지는 롬멜 원수를 연구한 역사가들이 지은 서적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추축국의 군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가 직접 지은 이야기 혹은 전후 그를 연구한 학자들이 쓴 글 밖에 없었습니다만, 본 서적은 롬멜 원수의 곁에서 직접 근무한 장교가 지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낸 서적 입니다. 롬멜 원수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흥미 깊게 읽실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