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객석에 발표되었던 <전설로 남은 거장> 연재물을 수정 보완하여 엮은 것입니다. 인터뷰를 포함해서 26명의 거장들의 삶, 음악 그리고 음반들에 대해 좋은 글들이 실려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요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에 쏠려 있다. 그 와중에 문화나 예술들은 거의 고사 직전에 처해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문화란, 예술이란 그 자체로 정서이며 정신이다. 정서와 정신을 잃어버리고서야 어떤 경제적인 축적도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집이 불타버린 베를린 시민들은 푸르트벵글러의 연주회장을 찾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때에 푸르트벵글러의 연주를 듣는 것 외에 또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독일군의 포위망에 둘러싸인 페테르스부르크의 시민들은 쥐를 잡아 연명하면서도 므라빈스키의 음악으로 서로를 감싸안았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가? 궁핍하고 힘든 때일수록 오히려 책을 얘기하고 예술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면, 독자들은 그것을 사치라 하겠는지......'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거장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입니다. 다음과 같은 인용문이 처음에 써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것이 나폴레옹을 가리킨다고 어떤 이는 히틀러, 어떤 이는 무솔리니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 이것은 단지 <알레그로 콘 브리오>일 뿐이다. " -- 토스카니니, 1926년,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리허설 중 멋지지요? 토스카니니의 음악에 대한 자세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글을 읽으니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예술의 힘이라는게 바로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지휘봉 하나로 총칼로 무장한 나폴레옹, 히틀러, 무솔리니를 우습게 만들었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21살의 나이에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에서 졸지에 지휘자로 데뷔하게 되었다지요. 갑자기 지휘자에게 문제가 생겨 대타로 나선 그는 첫 연주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토스카니니를 한쪽 끝에 동시대의 푸르트뱅글러를 그 반대쪽 끝에 두고 발터를 그 중간에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음악성이나 생애도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같습니다. 반파시스트, 반나치주의자였으며 폭력에 의연히 저항하였고 철저한 비타협주의자였습니다. 모든 연주회를 암보로 연주해서 단원들을 놀라게 하였고 당시 사교장으로 전락해 있던 오페라 하우스를 현대의 살아 있는 예술의 거처로 변모시켜 하였습니다. 특히 오페라가 작곡자보다 가수 중심으로 공연되는 것에 반발하여 이런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나비 부인'을 공연할 당시 소프라노 제랄딘 파라가 독재적인 토스카니니에게 이렇게 항의했답니다. "나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지 마세요. 나는 스타랍니다." 그러자 토스카니니는 한마디로 몰아쳐버렸습니다. "해가 빛나는 동안 결코 별(스타)을 볼 수 없을 거요" 또한 그는 음악의 모든 명예는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으며 유동적인 템포나 자의적인 강조 등은 엄격히 금해서 리허설 때면 입버릇처럼 고함을 쳤습니다. "이 포르티시모를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야. 바로 베토벤이란 말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지휘자 멩겔베르크가 충고를하자 그는 이랬답니다. "그는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을 예로 들면서 적합한 독일적 지휘 방식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어댔지. 무지하게 심각한 어조로 베토벤 직계 지휘자에게 들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줬지. 나는 베토벤 자신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말이야. 바로 그의 악보에게서" 그는 일생동안 250개의 교향곡과 100여 개의 오페라, 그 밖에 수많은 실내악, 성악곡을 외우고 있었으며 어떤곡은 연주한지 40년이 더 지나서도 전곡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에는 토스카니니도 어쩔 수 없었지요. 1954년 4월 4일 87세의 생일을 막 넘긴 날, 탄호이저를 연주하던 중 순간적인 의식 장애를 일으켜 연주를 중단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결국 그는 지휘대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토스카니니에 대한 요약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거장들의 이야기와 레코딩에 관해 써있고 대표적인 음반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필독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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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눈과 새천년의 시작이라는 떠들썩한 분위기로 별다른 일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 해야할 것 같은 그런 한 겨울의 어느 날 밤, 문득 첫 월급을 받아 오디오를 장만하면서 함께 구입했던 바하의 무반주첼로모음곡을 듣고 싶어졌다. 언제 들어도 좋은 카잘스의 묵직한 첼로 선율이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그러고보니 십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디오도 모습이 바뀌고, CD 꽂이엔 어느새 제법 빼곡이 음반들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절반은 클래식 음반들이다. 살 때마다 조언도 구하고 나름대로 신경 써서 구입을 했다고 하지만, 레퍼토리에 비해 많게만 보이는 연주자들을 곡별로 가려서 구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때마다 좋은 안내서 한 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았지만 막상 서점에 가서 골라볼 만한 여유도 없었거니와 가서 보아도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얼마 전 이곳에 들어와 책을 검색해보던 중 이 책이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첫째 그 주인공들이 비교적 그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작곡가들이 아니라, 이름만 무수하게 들어보았지 막상 아는 것이라고는 별반 없는 연주가들이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 글이 저자가 3년간 월간 객석의 기자로 근무했을 당시 연재했던 글들을 정리해서 펴낸 책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물론 작곡가의 생애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좀더 가깝게 느껴지는, 변변한 음악잡지 한번 사본 적 없는 나로서는 곡을 고르고 듣는 데 있어 정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클래식 전문가라기보다는 같은 감상자의 한 사람으로서 따듯한 감정과 폭넓은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런 작가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 책에는 토스카니니, 발터, 클렘페러,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번스타인, 솔티 등의 지휘자들과 루빈스타인, 하스킬, 호로비츠, 미켈란젤리, 글렌 굴드 등 피아니스트, 하이페츠, 밀슈타인, 그뤼미오 등 바이올리니스트, 카잘스, 드퓌레, 로스트로포비치 등 첼리스트, 그리고 카루소, 비욜링, 페리어, 칼라스, 분덜리히, 테발디 등 성악가들과 마지막으로 기타리스트 세고비아와 부다페스트 현악 사중주단의 생애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세부적인 약력 중심이 아니라 중요한 사건들 중심으로 풀어나가 흥미를 더하고 있으며, 특히 매 인물편의 마지막에는 이들의 주요 레코딩 작업과 감상 포인트, 그리고 음반들을 소개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거장들의 출생과 기질을 배경으로, 이들이 작곡가와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청중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가 재치 있고 발랄한 문장으로 갖가지 에피소드들과 함께 소개되고 있으며, 중간중간 삽입된 많은 사진들이 시대와 장소를 가로질러 그들과의 거리를 더욱 좁혀준다.
이 책에서 아르투르 토스카니니는 타협을 모르는 이탈리아의 열혈남아로 묘사되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많은 음반을 남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음악과 마케팅을 결합한 탁월한 장사꾼"으로 묘사된다. 기인으로 소문난 글렌 굴드는 녹음 때마다 약병 다섯 개와 물병, 장갑, 머플러,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든 의자까지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모차르트와 버금가는 신동으로 일찍부터 주목받던 천재적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이 척추장애로 인해 아리따움을 채 피우지도 못한 채 곱추가 되고 말았으며, 엘가의 첼리스트 재클린 드 퓌레가 병으로 얼룩진 짧은 삶을 어떻게 마감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에 이르기까지... 클래식을 얼마나 아느냐와 관계없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며, 특히 이들에게 바쳐진 눈부신 헌사들은 괜시리 나의 가슴까지 한없이 설레게 만들었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비밀스럽게 변화를 추구하는 자유로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창조의 핵심이었다"는 본문 속 말이 어쩌면 이 책의 주제를 압축해놓은 듯하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지난 20세기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이루었으며, 세계사의 한 부분을 장식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결국엔 인생의 지휘봉을 놓고 땅 속에 묻혀버린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음반을 통해 후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20세기 기술의 발전이야말로 어쩌면 이들뿐만 아니라 이들이 연주한 작곡가들의 생명까지도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게 해준 장본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꼽힌 곡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기도 하는 바하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여러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했지만, 카잘스가 연주한 이 음반은 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세계 최초 녹음인 것과 동시에 카잘스가 가장 원숙했던 60대 초반의 나이에 녹음한 명반이라고 한다. 열세살 나이에 부둣가 악보 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곡으로 카잘스는 '마에스트로'가 되었지만 카잘스로 인애 이 곡은 '첼로의 성서'가 되었다. 한 음악가가 얼마나 큰 애정과 노력으로 평생을 이 연주에 헌신했는지를 알고 나서 듣는 이 겨울밤의 첼로 소리는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감동적이다. [인상깊은구절] 그는 단지 '세상의 규범'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규범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그 창조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오늘날 수많은 '천재'들이 컴퓨터같이 정밀한 테크닉으로 인해 칭송받지만, 역사에 남는 진정한 천재는 항상 '창조'와 '감동'에 있다. |
| - 우연찮은 계기로 요즘들어 클래식에 흥미가 생겼다. 클래식 동호회 등을 기웃거려 봤는데 나같은 초보가 보기엔 너무나 다른 세상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서 전혀 감도 잡지 못하겠고, 그냥 이것 저것 접하기 쉬운 것들을 중심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 일단 너무나 무지한 지금의 상대에서 벗어나보기 위하여 초보자를 위한 클래식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는데, 쉽게 눈에 띠는 것이 서양 음악의 이해나 입문 등의 제목을 지닌 딱딱한 책뿐이라 잠시 괴로워하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옛 시대를 살다간, 그야말로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하여 알아두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현재의 우리와 가까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좀 더 흥미가 생기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 책의 제목은 전설 속의 거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아득한 옛날의 사람이라거나 정말로 전설 상의 인물이라거나...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50년 내외의 가까운 과거, 즉 우리와 동시대를 살다 갔다고도 할 수 있는 음악계의 거장들에 관한 책이다. 나로서는 정말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 들이지만 그냥 위인전(?)을 읽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없이 저절로 전설이 될 수는 없으며, 그들은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억되는 거장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지휘자 파트이다.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 각 악기의 뛰어난 연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양한 악기 파트를 전부 아우르고 조화롭게 이끄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악보 상의 음에 자신만의 참신한 해석을 덧붙여 자신의 색깔이 담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내는 지휘자의 역할이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또한 한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의 영향이란 엄청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느 누가 가장 최고라고 꼽아낼 수 없을 만큼 그들 모두 뛰어난 재능과 눈부신 개성의 소유자였다. 폭발하는 카리스마, 굽히지 않는 엄격함, 뛰어난 상술,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등등. 아직 초보인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좀 더 공부해서 책에 나온대로 지휘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며 들어보고 싶다. 덧) 1시간여에 다다르는 대곡을 계속 서서 지휘하는 지휘자는 체력이 좋아야할 것 같다. 지휘 행위 자체가 엄청난 운동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지휘자들 대부분이 장수한 것을 보고 저 생각이 머리속에 계속 맴돌았다.^^;; |
| <전설 속의 거장>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지휘자, 연주가, 성악가의 평설과 인터뷰로 엮인 책이다.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그리고 너무나 신화적인 존재여서 같은 인간이라 여겨지지 않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일단 20세기의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가령 프루트벵글러와 발터의 베토벤이 어떻게 다른가 알고 싶으면 여러가지 음악 잡지를 뒤지며 고생하지 말고 직접 듣던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또 그들이 했던 유명한 말과 일화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가령 완벽한 암보로 유명한 토스카니니의 "신은 어째서 70대의 나에게 17살 소년의 피를 주셨나이까." 라던가 글렌 굴드의 기행(여름이라도 두터운 코트와 머플러를 두르고 생수병과 특수 피아노 의자를 직접 챙기며,노래를 흥얼거리며 레코딩 작업을 하는 것 등) 같은 것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