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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를 읽고 있다. 빠트리는 달도 있었지만 매달 한두 권씩 읽다가 책꽂이를 보니 남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아서 올해 안에 끝내기 위해 11월에 특히 많이 읽었다. 사실 처음부터 매그레에 빠져들진 않았다. 매그레 시리즈를 읽기 시작한 건 내가 먼저였지만 매그레 반장에게 하트를 날린 건 엄마가 먼저였다. 이제 읽어야 할 책이 세 권만 남은 상태에서 매그레가 좋은 이유를 생각해봤다.
매그레는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다. 범죄자라고 해서 죄만을 따지지 않고 목숨을 잃은 피해자를 향한 관심도 대단하다. 매그레의 수사 과정은 망자를 애도하고 위로하는 시간인 동시에 범죄자의 사정을 이해해보려는 노력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매그레 반장은 친절하지 않다. 직접 보고 들으며 확인한 정보로 묘하게 꼬인 사건을 잘도 풀어내지만 그 과정을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다. 역겹다거나 화가 났다는 정도의 감정은 드러내지만 마지막까지 사건의 실체를 알아챌 수 있는 단서를 흘리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김이 새는 법도 없지만 페이지가 한두 장 남을 때까지도 결말을 가늠할 수 없기도 하다. 매그레 시리즈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까지 등장인물 전체를 용의선상에 두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여기에 있다. 매그레 시리즈 17번 『리버티 바(열린책들)』도 다르지 않다. 이야기 초반에 죽은 남자와 그가 함께 살던 두 여자가 등장하고 두 여자의 수상한 행동이 눈길을 끌지만 남자의 죽음에 연관된 인물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매그레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특별한 지시를 받고 ‘파리’에서 ‘앙티브’로 내려온다. 죽은 남자는 ‘전쟁 때 프랑스군 첩보부에 협조(p.10)’했던 자이므로 ‘시끄러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p.10)’ 요령 있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매그레는 죽은 남자가 칸에서 앙티브로 돌아와 집 앞에서 쓰러져 죽었다는 정보를 듣고 나서 직접 칸으로 이동한다.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부터 죽은 남자가 칸에서 슬롯머신을 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그가 드나들었던 술집을 찾아다닌다. 온종일 골목을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리버티 바’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술집을 발견해낸다.
최근에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나사의 회전’이 부제인 ‘CSI:라스베가스’를 보았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제목과 같아서 멈췄는데 왜 ‘나사의 회전’인지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하나의 사건이 ‘나사의 회전’과 관련 있는 듯했고 내가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은 십대 소녀가 사라진 이야기였다. 사라진 소녀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범인이 엄마로 밝혀졌다. 엄마가 딸을 왜 죽였을까? 엄마의 변은 이러했다. 딸아이가 애인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딸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으려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제일 큰 선물이라고 했던가. 보물이라고 했던가. 조금 전까지 슬퍼했던 얼굴 표정이 바뀌는 모습은 섬뜩했다. 처음에는 무섭고 놀라운 이야기라고 느꼈는데 생각해보니 전혀 허무맹랑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사랑은 딸하고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리버티 바』에서 벌어진 사건도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일어났다. 사랑은 그렇게 강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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