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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보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바로 오늘 마음이 바뀌어서 이 책 리뷰를 먼저 올리기로 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곰이라는 점, 그리고 '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제 봄이구나!'하는 순간, 봄은 이미 떠날테니, 짧은 봄을 기념하는 의미로 이 책의 리뷰를 먼저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깐 2014년 봄을 이 책으로 기념하고 싶었어요.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2014년 봄을 떠올릴 때 이 책이 생각나면 좋겠거든요.
에린 E. 스테드가 작업한 그림책을 이미 두 번 소개해드렸는데, 이 책이 이전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그림책의 경우 글을 쓴 작가가 에린의 남편인 필립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깐 부부가 함께 만든 그림책입니다. 아름답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그걸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그림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매우 귀하고 소중한 일인데, 그 작업을 부부가 함께 한다니 어찌나 부러운지요. 아마도 이 부부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저는 이 곰을 맨 처음 봤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이전에 소개해드린 <and then it's spring!>에도 곰들이 있었어요? 기억나세요?
저같은 경우는 죽기 전에 이 세상의 모든 곰들을 다 만나보는 게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일 만큼 곰들을 좋아하는데, 나처럼 곰을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난 것 같았거든요. '이 사람도 나만큼 곰을 좋아하는 게 분명해!'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무척 기쁘고 반가웠답니다.
그나저나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요? 거의 겨울이 다가 오고 있는 참이에요. 동면을 할 때가 된 곰은 슬슬 졸리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곰은 친구들을 찾아 나선답니다. 쥐를, 오리를, 개구리를, 두더지를. 하지만 모든 동물 친구들은 겨울 날 준비에 여념이 없어요. 할 수 없이 곰은 친구들이 겨울나기를 도와줍니다. 이미 잠들어 있는 두더지에게는 굿나잇 인사를 해주구요.
그리고 첫 눈이 내렸어요. 곰도 동면에 들어갔지요. 그리고 몇 달이 흐른 후 해가 다시 돌아오고, 눈들이 녹고 나무들이 깨어나자, 곰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 풀밭을 뒹굴었어요.
"봄이다!" 곰이 말해요. "이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 곰은 친구들을 찾아 떠난답니다.
봄을 맞은 곰은 쥐와, 오리와, 개구리와, 두더지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은 이 책에 실린 에린의 그림을 "섬세한 연필 드로잉과 수채화 색감이 흩날리는 낙엽, 첫 눈송이, 반짝거리는 밤하늘 등의 자연의 흐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연필로 그린 밑그림이 보이는 에린의 그림들은 언제봐도 사랑스럽습니다. 어른들이 가지는 어떤 강압이나 폭력적인 면도 드러나지 않는,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입니다.
이건 겨울이 오는 숲의 모습이에요. 개구리의 겨울나기를 도와준 뒤 참나무에 기대 하품을 하며 '두더지는 깨어 있을까?'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봄밤의 숲. 곰과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네요? 파란색 붓으로 쓱쓱 칠한 배경이 그대로 밤이 되었어요. 그야 말로 미드나잇 블루. 곰은 겨울이 오기 전 자기가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요? 과연 곰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 짧은 북트레이너를 통해 알 수 있듯, 이 이야기를 통해 필립과 에린 부부는 우정과 인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해요. 어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는 건 아이들만 배워야 할 미덕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오래 인내하며 지켜야 할 것 중 하나가 우정이라는 것두요.
이 책 역시 국내에 이미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출간된 바로 그 해에 국내에 나온 걸 보면, 책의 완성도나 가치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전문가와 편집자들이 좋은 책으로 선택했다는 거니깐요.
[덧붙임] 지금부터는 그림 선물이에요. 첫번째로, 이 책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부터 보여드릴게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죠? 책을 세로로 길게 세운 후, 그림을 그렸어요. 겨울 숲에 있는 곰과 땅속 깊이 잠들어 있는 두더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에요. 가로 그림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깊이감을 책을 세로로 돌려세움으로써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와~' 보자마자 감탄한 그림입니다.
두번째로 다른 그림 찾기. 위의 그림과 아래 그림의 다른 부분을 찾아보세요.
<and then it's spring> 때도 이미 한 번 언급했던 부분인데, 에린은 이렇듯 수미상관식으로 시작하고 끝맺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비슷하지만 다르게. 우리가 일상이라고 말하는 것도 하루하루가 똑같고 무미건조해보이지만, 그건 어쩌면 관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거든요.
위 그림과 아래 그림의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위 그림은 이 책의 첫 장이고, 아래 그림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이에요. 겨울이 시작되기 전 숲속이라 첫 그림에선 낙엽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래 그림에선 첫 그림에 있던 문장을 큰 따옴표로 묶었죠? 바로 이렇게 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예요. 어메이징하죠?
이 부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그림책들 많이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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