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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 시인, 이 책 표지 안쪽에 소개된 작가의 이력을 보니, 1932년생입니다. 우리 나이로 치니, 80세가 넘은 원로 시인입니다. 이 나이에 시집을 낸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인은 1957년에 등단하신 분이고, 등단한 해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셨으니, 쉽게 말해서 의사분이 시인으로 등단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알기로 시는 우뇌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산물이며, 의사의 업은 주로 좌 뇌가 발달한 이공계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 시인의 이력은 이채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이채로움은 시집을 펼치면 금방 확인됩니다. 이 책에 실린 시의 대부분은 시인의 연배에 즐겨 쓰던 서정적인 정률적인 틀을 벗어난 글줄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언어 이전의 별빛]이라는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이 분이 쓴 다른 시, ‘킬리만자로의 시’에서는 ‘시는 만년설처럼 죽음 뒤에 솟구친다’고 표현했는데, 이 시집에서는 시는, 그 정반대의 시제인 ‘언어 이전의 별 빛’정도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이 일찍이, 시를 만년설이나 언어가 있기 전에 있었던 별 빛 정도로 비유한 것은 결국 시의 신비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에 수록된 시어는 모두 서술형식으로 단정적으로 쓰여 있습니다. 시들의 그 단정성은 너무 엄격하게 들려서 독자인 입장에서 감히 이의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이런 유형의 시를 쓰는 것은 시인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들에도 이런 엄격성이 저절로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에는 노래의 형식을 가지는 즉 리듬감을 생명으로 하는 시와 그런 격식을 벗어난 자유로운 시로 구분할 수 있다면, 이 시는 후자에 속한 시들입니다. 내가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시는 긴 설명조가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축약과 단순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그런 제한을 아예 무시하고 산문처럼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책, [첫 추위 오던 날]의 시를 옮겨 보면, ‘인간한테 환멸을 느낀 나무가 초록색 잎새의 꿈을 접고 가린 것 하나 없이 정직한 알몸이 되어 인간의 역사보다 나이 든 땅의 한 장소를 자리 잡아]에서 보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소설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물의 겉모습을 객관적이거나 타자가 아니라 시에 포착된 사물 모두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주관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들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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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보다는 소설에 집중되어 있던 나의 편식적 독서를 변횐시켜주고 시기에 만나게 된 "언어 이전의 별빛" 이라는 허만하 시집은 시집은 이런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나의 편견을 깨주었다. 사랑에 대한 미화적인 면이라거나, 이별에 대한 슬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언어에 집중이 되어있었다. 언어를 표현함에 있어서 시적인 표현이나 어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일상적으로 시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단어들을 나열하면서도 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품고 있는 시가 "허만하"시집이 아닐까 하고 부족하지만 결론을 내려 본다. 그렇다보니 내게는 쉽게 읽히는 시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금은 어려운 시집으로 내 기준에서는 분류할 수 밖에 없었다. 제목처럼 언어이전의 시대는 어땠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내가 지금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하지만 그 이전의 시간 속에서는 어떨까. 사물이 가진 시간의 기억, 추억을 가지고 표현하는 듯도 하다. 이를테면 지층이 쌓이고 쌓이는 시간을 보내온거 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 시집 속의 시들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 더 생각나고 떠오르게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니면서 국어시간에 시를 공부하던것처럼 시어의 의미와 뜻을 전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시를 읽으면서 시를 곱씹어보게 되는 듯하다.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표현이 아닌, 주관적 표현들로 가득차있다보니 내가 시인이 아닌 이상 그 의미를 다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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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들을 접하며 시상을 즐기는 시간을 탐하는 나로서는 때때로 시집을 이 책 "언어 이전의 별빛"은 시집이라기에는 난해하고 산문이라기에도 난해한 아마도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시집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유성호 평론가의 해설 중에 이런말이 있다. 시를 좋아하고 시적 사유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남다르지 않는 한 저자의 시집을 고령의 시인이 보여주는 언어 자체의 체온과 시인이 생각하는 형이상학적 인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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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탄생과 존재와의 관계를 깊이 천착해온, 한국의 대표적 시인의 도저한 철학적 사유와 빛나는 감성이 담겨 있는 시집이라는 소개 문구에서 모르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말을 모르는 인류 최초의 시인이라고 하니 내게는 너무 어려울 것 같지만 어떤 시집일지 무척 궁금했는데 역시나 나에겐 어려웠다. 한국적 사유의 전통, 근원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언어의 탄생과 시의 기원에 관하여 깊이 탐구해 온 분이어서 그런지 가볍고 잘 읽혀지는 시들에 비해서 확실히 낯설기는 했다. 언어의 일상적인 관념을 배제하고 언어의 낯선 배치로 언어 자체에 대해 그것이 나타내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진행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고 하니 목적에 부합하는 시집인 것 같다. 모르는 단어들이 종종 있어 검색해보고 무슨 말인가 곱씹어보기도 하고 시집을 읽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된 적은 없었지만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말은 뛰어오르기 직전이다>라는 시 구절 중에 손의 자유를 얻은 최초의 직립인간의 분하고 외로운 캄캄한 목의 어둠에서 최초의 발은 태어났다 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말이 외롭고 뜨거운 것일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초의 지각> 중 시위를 떠난 화살 그늘이 실체보다 1초 늦게 과녁에 꽂히는 겸손한 지각처럼, 풀입에 베인 상처가 쓰리기 시작하는 것은 그 순간이 아니라, 여린 풀잎이 선을 그은 살갗에 피가 배어나는 것을 알고부터 한 순간 지나고 나서다 라는 문장에서도 시인은 참 관찰력이 좋구나, 찰나의 순간을 잘 표현하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나에게는 너무 어려워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시가 더 많았지만 백화점 회전문을 볼 때마다 <회전문 단상>이 떠오를 것 같다. 지하철을 볼 때마다 중학생 시절 읽었던 최영미 시인의 시 구절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한 사람이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고 동시에 한 사람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효율보다 탄생이 동시에 죽음의 시작이 되는 뜻밖의 은유의 현장에 들어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기처럼 조용히
하늘로 올라갈 다음 절차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