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맞는 말이고, 멋진 철학임도 분명한데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 무척 어렵게 읽었다.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고, 나머지는 사진이로구나'로 끝내버렸을지도 모를 이 책은 다행히도 독서모임을 통해서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비로소 이 책이 선사하는 지적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학자들은 아마 이 맛에 연구를 하나 보다. 특히 철학자들이 그런 것 같다. 깊이 읽고 깊이 이해하는 사고력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이 책에 대해서 만큼은 내 생각보다는 책 속에서 고른 나의 베스트를 다시 옮겨 적으며 곱씹어 보기로 했다.
한 장의 사진은 사진에 담긴 사건을 한때 담아두고 있던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킨다. 모든 사진은 과거에 속한다. 사진 속에서 과거의 한순간은 우리가 살았던 과거와는 달리 결코 현재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진은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는 사진 찍은 사건에 대한 메시지. 다른 하나는 불연속성의 충격을 전하는 메시지. 기록된 순간과 지금의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 삶에서 의미는 순간적인 것이 아니다. 의미는 연결하는 데서 발견되며 전개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줄거리 없이, 펼쳐짐 없이 의미란 있을 수 없다. 사실과 정보는 저절로 의미를 이루지 못한다. 사실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계산을 위한 요소로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컴퓨터에선 절대로 의미가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할 때, 그 의미는 알려진 것에 대하나 반응일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미와 수수께끼는 불가분의 것이며, 둘 다 시간의 흐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확실성은 순간적일 수 있고, 의심은 지속을 필요로 하며, 의미는 이 둘로부터 생겨난다. 사진에 찍힌 순간은 보는 이가 그 순간 속으로 지속을 읽어 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사진에서 의미를 찾아낼 때 우리는 이미 그 위에 과고와 현재를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인용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에라도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 점이 거짓말을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중략) 사진은 원래 거짓말을 못하지만, 마찬가지로 진실도 말하지 못한다. 설사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말하는 진실, 그것이 주장할 수 있는 진실은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은 사진을 보고 시간을 느끼고 생각해 보기, 의미를 투영시키고 찍는 사람과 찍힌 사람의 생각을 읽어보기의 시간을 가지면서 말하기의 다른 방법으로서의 사진 보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게 한 책이다. 이미 사진에 관한 자신의 철학이 만들어져있는 사진 전공자나 관련 업무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 책만큼은 혼자 읽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