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그 음악들을 만들어낸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이 된다. 그들의 음악을 동시대에 호흡한 이들 혹은 동시대는 아니라도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에 동화되어 시간을 조금 건너서 만난 이들의 기억에 그들은 그 전성기의 모습으로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들이 같은 나라에서 음악을 하고 소비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더욱 더 그 이미지는 그 전성기 시절에 고정이 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현재가 조금 그 전성기에 비해서 모자라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지금을 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는 한다. 1990년대를 지배했던 여러 밴드들의 지금을 보면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특히나 스매싱 펌킨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그들과 함께 그 시대를 지배했던 대부분의 밴드들이 활동 중단이나 해체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지금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음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현재의 음악은 다시 그들의 전성기의 음악에 관심을 향하게 한다. 바로 이 앨범 'Siamese Dream'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다른 한 명의 독재적인 멤버에 의해서 지배되는 다른 밴드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매싱 펌킨스라는 팀의 노래는 모두 빌리 코건에, 빌리 코건에 의한, 빌리 코건을 위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곡에 대한 작사와 작곡 그리고 음악적 방향성까지 스매싱 펌킨스는 사실상의 빌리 코건 원맨 밴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외의 다른 멤버들이 이후의 활동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 멤버들이 있었기에 스매싱 펌킨스가 결국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스매싱 펌킨스의 90%는 빌리 코건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 독재적인 형태가 역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그 독재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높은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스매싱 펌킨스 음악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앨범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Siamese Dream'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하고 음악계를 나누어서 지배했던 당대의 밴드들인 너바나와 엘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 가든 등등의 다른 팀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펑크에 기반을 두고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은 그 밴드들 중에서 가장 팝과 펑크의 경계에서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상당히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으며,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해서 상당히 복잡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스매싱 펌킨스는 하지만 그 완성된 음악은 또 그 복잡함보다는 단순하게 직접적으로 듣는 이의 귀에 속속 꽂히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Siamese Dream'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앨범으로서의 완성도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 앨범을 들어야 다음에 사실상 빌리 코건의 음악이 완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단계에 대해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하나의 완성을 통한 다음 단계로의 안내를 확실하게 해 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들 중의 하나를 지금 다시 만나보자. 그 시절을 기억한다면 추억으로,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현재도 여전한 그들을 만날 준비를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