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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관련된, 혹은 야구 선수가 한 명언들이 의외로 꽤 많다. 대표적으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 요기 베라가 있고,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인용하는 어니 뱅크스가 한 말 “야구하기 좋은 날이군. 오늘 한 경기 더 어때?” 같은 말도 그렇다. 왜 야구에 명언들이 많을까? 그건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에서 온 게 아닐까 싶다. 야구는 무척 정적(靜的)인 경기다. 3시가 넘게 진행되지만 실제 인플레이되는 시간은 16분 가량 밖에 되질 않는다. 그 사이사이에 준비하는 시간이 많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중계할 때도 해설자나 캐스터의 말도 많고, 선수들도 생각한 게 많으니 이야기할 것도 많다.
야구를 좋아한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시절, 고교야구 경북고와 선린상고 결승 경기를 숨 죽여 보던 기억, 친구와 매일매일 캐치볼을 하고, 동네 대항 야구 경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부터 좋아하던 팀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비록 팀 이름은 한 차례 바뀌었지만). 그 팀이 오랜 암흑기 동안에도 비록 외면을 가장할지언정 좋아하는 팀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런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던 해의 감격도 잊을 수 없다. 이용균 기자가 쓰고 있듯, “야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운명이다.”
지금은 야구 시즌이 아니다. 프로야구도 한국 시리즈를 끝으로 마감을 했고, 조금 흥미를 끌었던 프리미어 12 국가대항전도 끝이 났다.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스토브리그의 웅성거림이 있다. 이런 시점에 이용균 기자의 야구 칼럼집 《야구의 인문학 9》는 그런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고, 야구에 대해 생각하기에, 삶에 대해 생각하기에 좋은 기회를 준다. 비록 2018년까지의 글이라 올해 벌어졌던 그 뜨거운 움직임들은 없지만, 여기에 적힌 이름들은 그 당시로 가게 하고, 지금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용균 기자의 이 책은 다양한 야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유명 선수가 유명해지기까지의 노력도 그리고 있고, 아직도 무명이고, 무명인 채로 은퇴한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나 감독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연도 흥미롭다. 선수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새로운 운용 방침으로 보스턴을 우승시키고, 또 다시 시카고 컵스를 우승시킨 엡스타인이나 선수들의 특성을 살린 경기장 관리인 얘기도 있다.
야구는 희생(sacrifice)를 기록으로 남기는 거의 유일한 운동 종목이다. 야구는 킥 오프(kick off)하지 않고, “놀자(Play ball)”고 하며 시작하는 경기다. 공을 어느 지점을 통과시켜 점수를 얻는 경기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여 점수를 얻는 경기다. 그 사람이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집(home)으로 돌아와야 한다. 수많은 기록으로 정신이 없는 경기이기도 하지만, 그 기록으로 모든 것을 잡을 수도 없는 운동 종목이다. 그래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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