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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헌법, 기초부터 새롭게 이해하자
"어려운 헌법, 기초부터 새롭게 이해하자" 내용보기
우리는 생활하면서 법의 중요성과 관련된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것은 아무래도 법이 질서 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일 텐데, 다양한 종류와 단계로 구성된 여러 가지 법들 덕분에 우리는 아주 평범하지만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일상들을 별다른 고민 없이 안전하게 꾸려나간다.   하지만 정작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가 아니면 나의 안전과 일상을 지탱시키
"어려운 헌법, 기초부터 새롭게 이해하자" 내용보기

 

 

우리는 생활하면서 법의 중요성과 관련된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것은 아무래도 법이 질서 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일 텐데, 다양한 종류와 단계로 구성된 여러 가지 법들 덕분에 우리는 아주 평범하지만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일상들을 별다른 고민 없이 안전하게 꾸려나간다.

 

하지만 정작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가 아니면 나의 안전과 일상을 지탱시키는 구체적인 법률 조항들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법률들도 일단 법이라고 하면 대단히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끼는 선입견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헌법의 경우는 더 그렇다. 헌법은 말 그대로 법률 구성 체계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며 그런 이유로 추상적이면서도 다소 원리적인 규범 같은 무엇이어서, 보통의 경우에 우리의 실생활과는 꽤 거리감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쁜 일상에 찌든 소시민에게는 헌법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거나 헌법에 주의를 기울일 만한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과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이후로, 이런 상식적인 통념은 완전히 깨어졌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는 헌법이 더 이상 우리의 삶과 무관한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살아 있는 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통렬하게 일깨워주었다. 이제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관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정이 급변했다고 해서 헌법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신통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헌법이 주목의 대상이 되긴 했어도 헌법과 관련된 복잡한 전문 서적을 뒤적이는 일은 힘든 공부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썩 내키지 않는다. 헌법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과연 그런 특단의 조처는 있을까?

 

이런 답답함 속에서 읽게 된 양건 교수님의 『헌법의 이름으로』는 나처럼 법률 공부나 법학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헌법과 관련된 온갖 호기심과 궁금증과 질문을 모두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길잡이 같은 작품이었다. 이 책은 우리 헌법의 조항들과 관련된 자세한 풀이와 해설을 제공하는 이론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헌법의 기원, 역사, 연혁, 발전 과정 등을 추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헌법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파악하게 하는 방법을 따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우리의 현실과 직결된 우리 헌법과 아주 무관하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왜냐하면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대두되는 쟁점들(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헌법재판, 헌법재판과 여론, 촛불항쟁의 성격과 의미, 헌법적 가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헌정당해산, 건국절 논란, 남북 분단에 대한 헌법적 이해, 흡수통일과 평화통일의 관계, 집회시위 허가제, 대통령의 통치행위 등)을 책의 후반부에서 자세히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헌법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많은 주장과 쟁점들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저자가 이 책을 구성한 편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헌법의 개념과 원리에 대한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에게 닥친 현안들만 따라가다 보면 중심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물고기를 직접 제공하기보다 오히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겠다.

 

이 서평으로 다루지 못한 이 책의 여러 장점들은 여러분이 직접 읽으면서 하나하나 캐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주문한다. 그러면 여러분도 나처럼 헌법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더 깊어지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s******8 2018.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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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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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헌법제정이든 헌법재판이든 헌법의 영역에서 정치성은 피할 수 없다. 싫든 좋든, 헌법의 정치적 색깔은 숙명이다. 헌법재판이란, 헌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헌법의 이름으로’ 치장된 그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냐가 문제 될 뿐이다. (33쪽)​ 뉴스를 챙겨보고 즐겨본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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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헌법제정이든 헌법재판이든 헌법의 영역에서 정치성은 피할 수 없다. 싫든 좋든, 헌법의 정치적 색깔은 숙명이다. 헌법재판이란, 헌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헌법의 이름으로’ 치장된 그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냐가 문제 될 뿐이다. (33쪽)

 뉴스를 챙겨보고 즐겨본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느 순간 뉴스를 열심히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보다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관심이 늘어난 건 나이를 먹은 탓일까. 어제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다. 때마침 국민권익원회 초대 위원장과 전 감사원장 양건의 『헌법의 이름으로』를 읽고 있어서 병역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쉽게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헌법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가장 익숙한 조항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그러다 일상에서 법률 지식이 필요할 때나 검색을 하거나 알아보는 정도로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헌법에 대한 어떤 생각도 깊게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때문에 『헌법의 이름으로』는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헌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현재 헌법의 의미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과 세계 나라들의 헌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건 아니다. 나는 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며 공부를 하거나 관심이 있던 이가 아니기에 보통의 평범한 독자로 『헌법의 이름으로』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어려웠고 읽기 힘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책은 제1부 헌법사의 흐름과 갈래, 제2부 한국 87년 헌법,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제3부 헌법의 이해와 오해로 나누어 헌법을 설명한다. 제1부의 경우는 헌법의 탄생되는 과정, 그러니까 ​시민 혁명으로 시작한다. 혁명에 있어 아래로부터의 혁명과 위로부터의 개혁이 흥미롭다. 프랑스의 경우 바스티유 함락 후 혁명이 퍼져났고 봉건제 폐지를 선언하고 헌법 제정에 앞서 인권선언문을 작성한 건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은 프로이센의 주도로 독일제국 헌법이 만들어졌다. 헌법의 제정에 관한 부분은 역사를 읽는 일이다.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각 나라별로 헌법사를 아는 과정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정권의 흐름을 읽는 일이었다. 일본의 경우 이토 히로부미가 프로이센 헌법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한국의 헌법은 1948년 제헌 후 1987년 헌법까지 아홉 차례의 개헌이 있었다고 한다. 1987년 헌법의 탄생 역시 6월 혁명의 성공으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87년 헌법은 대통령 5년 담임제, 헌법재판소 설치로 압축된다. 현재 1987년 헌법에 대한 개헌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도 개헌한 발의를 했다. 1987년 헌법의 구체적인 운용 현실로는 대통령제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인지, 그에 따른 권한과 권력에 대한 부분과 5년 담임제에 대한 의견, 여소야대의 현실, 헌법재판제도에 대해 설명한다.

 

 헌법의 이해와 오해란 제목의 3부에서는 헌법이론에 대해 다룬다. 촛불항쟁에 대한 헌법적 해석, 박 대통령 탄핵심판결정, 8월 15일 광복절에 대한 국제법과 헌법적 관점, 남북통일에 대한 법 조항, 이원정부제 등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다루었기에 독자들은 3부를 더 열심히 꼼꼼히 읽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헌법질서는 꼭 헌법적인 조문 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세기 전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경제질서로부터 수정자본주의 경제질서에로의 대변혁을 판례 변경의 방법으로 실현했다. 필요한 개헌은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 헌법질서의 새로운 정립이며, 그 방향에서의 꾸준한 실행이다. 헌법의 의미는 지금도 생성·변화 중이다. 헌법은 현재진행형이다. (566쪽)

​ 오랜 시간 손에 잡고 읽었지만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어렵고 지루한 수업을 드는 것 같다고 하면 맞을까. 그래도 헌법에 대해 접할 기회가 아주 적은 나 같은 보통의 독자에게는 특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헌법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을 수 있었고 한국사회의 정부와 정치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헌법에 정해진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도 말이다.

 

 

r*********s 2018.06.2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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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헌법의 이름으로
"[리뷰] 헌법의 이름으로" 내용보기
<헌법의 이름으로>. 리뷰어 모집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책은 가히 헌법의 바이블이라 할만하다. 헌법재판소의 굵직한 사건들(2004년 행정수도이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17년 박근헤 대통령 탄핵 등)로 인해 '헌법'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단어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 헌법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할 사람은 거의 없고, 헌법을 제대로 읽어본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리뷰] 헌법의 이름으로" 내용보기

<헌법의 이름으로>. 리뷰어 모집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책은 가히 헌법의 바이블이라 할만하다. 헌법재판소의 굵직한 사건들(2004년 행정수도이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17년 박근헤 대통령 탄핵 등)로 인해 '헌법'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단어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 헌법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할 사람은 거의 없고, 헌법을 제대로 읽어본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또다시 헌법을 바꾸자는 개헌논의가 한창 일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개헌안을 내지도 못했다. 대통령은 헌법(제128조 1항)에 따라 개헌안을 제출하였지만 국회는 심의조차 하지 않고, 6월은 지나갔다. 1987년 헌법은 앞으로도 수명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이 두 가지가 일반 대중에게 헌법이 더더욱 익숙해진 주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헌법도 법률도 모른다. 이 둘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조차 모른다. 그래도 사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평범한 시민들은 '난 법같은 거 몰라', '먹고 살기도 바쁜 데 무슨 법타령이야?', 'ㅇㅇ는 법없이도 살 사람이야' 등의 표현에 내포한 것처럼 관심자체가 없다.

 

미국의 시카코대학교와 세인트존스대학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역사'와 '미국의 헌법', '대법원  판례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잘 알고 있듯 이들 대학의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미국을 이끌고 있는 1%'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이 책 <헌법의 이름으로>의 리뷰어로 지원한 계기는, 미국 대학들의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에 크게 공감하였으며,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헌법과 대법원판례를 공부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고대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제1부-제2부-제3부-에필로그 등 5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프롤로그: 헌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헌법의 정의에서 시작해 헌법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1부: 헌법사의 흐름과 갈래'는 헌법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우리 헌법이 나오기까지 우리 헌법에 영향을 미쳤을 세계 각국의 헌법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2부: 한국 87년 헌법,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서는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에 맞춰 대통령 5년 단임제와 헌법재판 등과 관련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제3부: 헌법의 이해와 오해'에서는 '촛불항쟁'에서 촉발된 헌법에 관한 쟁점들을 시민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굵직한 헌법재판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에필로그: 개헌에 대한 다른 생각'에서는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지금은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는) 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헌법의 역사가 궁금한 독자라면 제1부를,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87년 헌법)의 형성과정과 내용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제2부를, 그리고 헌법재판에 부쳐졌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3부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이 책은 헌법사의 여러 이론들을 두루 소개하고,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저자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어떤 대목에서는 강력하게 주장(예: 헌법재판의 다중적 정치성을 감안할 때... 제도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인가(355~356쪽),촛불항쟁은 혁명이 아니고 저항권의 행사도 아니었다(370쪽), 촛불항쟁은 시민주권의 행사였다(376~377쪽), 말하자면 남북정상회담은 열든 안 열든, 그 개최 여부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다. 곧 합헌이요 합법이다(469쪽), 예컨데, 어떤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인가 여부는 정치성이 강한 문제이지만 곧 통치행위는 아니다(471쪽) 등)하는가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소위 '유체이탈화법'을 구사(예: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이를테면 학생 '대중'을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283쪽),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305쪽), 본질적으로는 제도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볼 것이다(323쪽), 헌재의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헌정 위기를 극복하고 87년 6월 시민혁명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하겠다(385쪽) 등)하기도 한다.

 

이 책 한권으로 일반 시민에게 필요한 헌법에 대한 소양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집집마다 한 권씩, 식탁이나 거실과 같이 손 뻗은 잡을 수 있는 곳에 두고 때때로 펼쳐 읽으며 토론하는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본문 속으로
청아한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퍼졌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한민국 헌정사에 처음 보는 일이 일어났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탄핵결정 주문 낭독이 끝나는 순간, 대통령이 그 직을 잃었다. 헌법의 이름으로 재판소가 국가원수를 쫓아낸 것이다(12쪽).

 

헌법이라는 한자어는 영어의 constitution, 프랑스어 constitution, 독일어 Verfassung의 번역어이며, 본래의 사전적 의미는 '구성', '구조'라는 뜻이다. constitution, Verfassung이라는 단어는 국가의 구조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그 구조에 관한 기본적 법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33쪽).

 

프랑스혁명은 강력한 절대왕정을 철저히 타파하고 봉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프랑스는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의 세 요소인 권리보장, 권력분립 및 국민주권 원리를 정면 수용하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준다. 혁명후 첫 헌법인 1791년 헌법은 군주와 타협하는 듯한 면모를 보여지만, 1793년 헌법은 가장 근대적인 민주적 헌법으로 꼽힌다(50쪽).

 

특히 평화적 정권 교체가 수차례 이어지고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정착되어온 사실은 가히 혁명적 변화라 할 만하다. 그 결정적 계기가 1987년 6월의 시민항쟁이었다. '6월혁명'이라는 칭호에 아무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279쪽).

 

한국의 6월시민혁명과 유럽 시민혁명의 대비가 갖는 의미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유럽의 시민혁명과 달리 한국의 시민혁명은 산업화 이후 성취되었다. 또한 한국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은 모두 단기간에 이루어진 점 자체가 경이롭다(285쪽).

 

훗날 드러난 87년 헌법의 실제 운용을 보면, 가장 결정적으로 헌정에 영향을 미친 조항은 대통령 5년 단임제, 그리고 헌법재판소 신설이다(290쪽).

 

결국 87년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주장은 엄격히 말하면 잘못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만 떼어놓고 보면, 현행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은 일부 개헌론자,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305쪽).

 

정략적 계산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87년 이래 헌정운용에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민주화의 정착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는 87년 헌법 이후 처음 이뤄졌고, 지금껏 이어지며 정착됐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퇴진도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로 보아 무방하다(308쪽).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초래한 최대 병폐는 국가 장기정책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309쪽).

 

여소야대의 빈발은 첫째,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여대야소의 단일정부를 보장해주던 여러 장치, 특히 선거제도의 불공정성이 제거됐다. 둘째, 다당제로 변화한 시기가 많았다. 셋째,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불일치로 인한 중간선거가 원인이었다(312쪽).

 

효율성 측면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부작용이 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민주성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유일한 전 국민 직선에 의한 공직이라는 권위 및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결합으로 인해 대통령제 '운영'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할 것이다(323쪽).

 

수도 이전 위헌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비중을 갖는 정치권력의 결정을 사법권력이 뒤엎은 것이었다. 그때까지 헌재가 다룬 그 어느 사건보다도 강력한 사법적극주의적 결정이었다. 한국에도 법률가통치 또는 사법통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준 결정이라고 할까(341쪽).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사법기관이 선거에 의해 직접 선출된 의회나 행정부의 결정을 뒤엎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배치되지 않는가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345쪽).

 

'국민과 헌법재판소는 서로 의존한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국민은 헌재의 결정 속에서 자신의 고양된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354쪽).

 

촛불항쟁은 혁명이 아니고 저항권의 행사도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이 집회시위의 자유권을 행사한 직접민주주의적 항쟁-대의기관인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 탄핵결정의 연속으로 이뤄진 새롭고도 복합적인 주권행사 방식이었다. 촛불항쟁은 시민주권의 행사였다(376-377쪽).

 

남북정상회담을 하든 안 하든 그 자체는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는 정치외교적 사안일 뿐이다. 거기에 위헌이나 위법 여부의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말하자면 남북정상회담을 열든 안 열든, 그 개최 여부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다. 곧 합헌이요 합법이다(469쪽).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국방외교 문제의 대부분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외교 문제로서 합법적 영역에 속한다. 예컨데, 어떤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인가 여부는 정치성이 강한 문제이지만 곧 통치행위는 아니다. 고도의 정치성을 띠고 있다고 하여 모두 통치행위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471쪽).

 

대통령의 직무행위 중 엄밀하게 '초법적인 통치행위'라고 인정된 것은 오직 국군 해외파병 사안뿐이다. 여기서 '초법적'이란 뜻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477쪽).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행사에 관한 문제이다. (...) 지금껏 들려온 큰 목소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쪼개 국무총리와 나누자는 것이지만 이것은 위험한 도박처럼 보인다(554쪽).

 

중요한 것은 실질적 헌법질서의 새로운 정립이며, 그 방향에서의 꾸준한 실행이다. 헌법의 의미는 지금도 생성·변화 중이다. 헌법은 현재진행형이다(556쪽).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y 2018.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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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이름으로 쓰는 새로운 헌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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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를 맞아 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을때 흔히들 거론하는 단어가 아홉수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정부수립부터 여러 우여곡절 끝에 9차례 개정이 이루어졌고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으로 인해 심의 불성립 상태를 맞았다. 1987년 민주화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지난 30여년의 사회적 변화에
"국민의 이름으로 쓰는 새로운 헌법을 위하여" 내용보기

고비를 맞아 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을때 흔히들 거론하는 단어가 아홉수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정부수립부터 여러 우여곡절 끝에 9차례 개정이 이루어졌고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으로 인해 심의 불성립 상태를 맞았다. 1987년 민주화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지난 30여년의 사회적 변화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신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시각에서 헌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책으로「지금 다시, 헌법」, 「헌법의 상상력」등을 꼽을 수 있는데 정작 헌법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저서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한양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이명박 정부시절 초대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한 양 건 교수가「헌법의 이름으로」라는 묵직한 저서를 내놓았다.

 저자는 책에서 시민혁명의 여부와 사회경제적 갈등에 대한 대응 등에 따라 제정된 대표적인 헌법의 역사와 갈래, 민주화 운동의 결실인 우리의 1987년 헌법, 즉 현행헌법의 위상과 주요 쟁점 그리고 헌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시민혁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그 나라 헌법의 행로와 운명이 갈리고 이후 역사의 향방이 좌우되는데 근대화에 성공해 세계적 강국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시민혁명이 좌절했던 독일과 그런 시도조차 없었던 일본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종 청소 등을 감행했던 어두운 역사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시민혁명의 소산인 ‘근대 입헌주의 헌법’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외견적 입헌주의 헌법’이라는 기준에 따라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헌법의 역사도 꼼꼼하게 펼쳐보인다.

 저자가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이 되었고 진정한 의미의 헌법제정권력으로서의 국민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들어 혁명으로 평가하는 1987년 당시 일련의 민주화 운동의 산물, 우리나라의 87년 헌법은 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본으로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국군의 정치적 중립 등을 명시하고 기본권 조항에서 입헌주의 원리 회복, 적법절차 신설 등이 이루어졌으며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는 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현행 헌법의 쟁점으로 현 정부에 이르까지 학계 등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사법화 경향을 보여주는 헌법 재판을 선택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전 국민 선출직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권위와 이를 증폭시키는 우리 사회의 강고한 위계적‧수직적 인간관계의 편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권한을 남용한데서 나오는 것으로 반대론자들의 과장된 수사라고 평가한다. 헌법재판에 대해서는 다중적 정치성을 띠고 있는 행위이므로 재판관의 자격 확대, 재판관 선출방식에서 민주적 정당성 제고, 재판관의 임기 장기화, 재판관의 정치적‧이념적 편향 축소 장치 제도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법학분야와 같이 헌법학도 여러 쟁점마다 다수설, 소수설, 통설 등의 여러 갈래로 학설이 나뉘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가지 주제들에 대해 나름의 학설을 밝히고 있다. 저항권의 행사냐를 두고 여러 학문분야에서 논쟁의 대상이었던 촛불항쟁의 헌법적 의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기준으로 할때 다른 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으며 탄핵절차에 의해 종결되었기 때문에 혁명이나 저항권 행사가 아니라고 한단한다. 뉴라이트 세력이 등장하면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간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던 8.15는 건국절인가 편에서는 이는 법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영토조항, 흡수통일의 위헌성 문제, 집회‧시위 허가제의 위헌 여부 등에 대해 저자 나름의 견해를 펼치고 있다.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 원포인트 개헌 제의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국회 시정연설 중 행했던 기습 제안 등이었는데 시기나 의도가 적절치 못해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개헌 논쟁은 새로운 정부 출범때마다 초기에 의례적으로 제기되는 정치적 이슈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지난 촛불항쟁을 통해 헌법조항의 실현과 그 영향력을 시민들이 몸소 느끼게 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초 및 토대로서의  헌법에 대한 바램이 커져 있는 상태이다. 비록 2018년 전반을 달구었던 개헌 논쟁은 잠시 잦아들었지만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실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바람직한 권력 구성을 마련하는 뼈대로서 새로운 헌법을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어떤 책보다 헌법의 역사를 풍부하게 기술하고 여러 논쟁에 대한 저자 자신의 관점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양 건 교수의「헌법의 이름으로」는 독자들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비교해 읽어본다면 헌법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d*****a 2018.07.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헌법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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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수단을 사용했든 간에 권력을 차지한 집단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을 위해서만 그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집단은 자신들을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모든 사람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 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세상을 바꾼 법정」중 pp306~307, 궁리, 2006.이 책의 저자 양건은 "대통령 박근혜의 비극은 '권력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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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수단을 사용했든 간에 권력을 차지한 집단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을 위해서만 그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집단은 자신들을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모든 사람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 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세상을 바꾼 법정」중 pp306~307, 궁리, 2006.


이 책의 저자 양건은 "대통령 박근혜의 비극은 '권력의 사유화'를 사유화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 연유"(p20)한다라 적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박근혜가 대통령의 직에서 탄핵당해야 했던 공식적인 이유는 아니었겠죠.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공식적 사유는 당연히! 다음과 같은 '법'에 근거한 결정이었었던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 즉,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를 말한다. (p379)1  


"질서의 유지 또는 평화의 확립 … 정의 구현"2이라는 존재 이유를 갖고 있는 '법'에 근거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인해 '박근혜​'라는 이름 앞에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의 명칭 대신 '수형번호 503호'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라는 것만으로는, '정의(justice)의 실현'이 담보된 것3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 사회가 더욱 평화스러워졌다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외려 '촛불'4과 '태극기'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사회의 (기존의 '세대 간' 혹은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와는 또 다른 새로운) 대립이 생겨나기도 했었죠. 잔혹한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라는 등에도 의견이 나누어지겠거늘,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란 표현이 이끌어 낸 (결국 '파면이란) 결론에 대한 '촛불'과 '태극기'라는 상극의 반응은, 위와 같은 법령 문구가 지니고 있는 기준의 모호함/주관성이 자아낸 (민주주의 체제가 지니고 있는) 당연한 현상일 겁니다. 그러한 모호함의 결과란 게 --- '파면했을 때의 이익'과 '파면하지 않았을 때의 이익'과 비교하여 더 큰 이익을 채택하겠다라는 기준 하에서의 2017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키는 것의 이익이 더 크다라는 판단/선택이었었으나, 그 이익을 비교함에 있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집단을 향한 설득/설명의 근거로 사용될 객관성의 확보라는 의미에서의) 어떠한 계량적 분석이 있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게 있었었는지조차 의심스럽죠. 그렇다고 하여, 


한국에선 군중의 감정이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야수로 돌변해 의사결정과 기존 법률을 제쳐버릴 정도로 사나워진다. 이걸 민심이라고 내세운다. 그러면 한국 권력기관들의 의사결정은 가두시위, 온라인 댓글, 신문 기사 등에 표현된 군중의 주문에 응대해 따라간다. … 한국에선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다. 대신 국민을 신으로 받들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단의 길로 잘못 들어서 국민이 아닌 최ㅇㅇ을 섬기고 그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이게 국민이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의 1계명을 어겼다며 대통령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pp 386~387)5

 

헌법재판소가 (시니컬하기 그지 없는 Foreign Policy의 위 기사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여론을 따르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것이고, 민주주의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헌법재판을 하는 권력도 국가권력의 일종이며, 무릇 모든 권력행사는 국민의사에 쫓아야 하는 것"(p353)이란 단순하기 그지 없는6 논리에 따라 탄핵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법의 해석·적용은 다소간 불확정성 문제를 안고 있지만, 헌법의 경우엔 그 정도가 훨씬 크다.(p28) …… 헌법은 강한 이념성, 추상성, 정치성을 갖는다. 법률, 명령 등 다른 어떤 법형식보다 원리 성격의 규정들로 가득하다. 때문에 헌법의 해석·적용의 불확정성은 크게 증폭된다. 헌법재판에서 재판관들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p503)


위와 같은 헌법의 특성으로 인해 결과되는 다음의 두 문장이, 이 두꺼운 책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즉, ---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란 헌법 정신에 대한 판단이란 게 계량적인 것이 아닌, 

 

헌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 싫든 좋든, 헌법의 정치적 색깔은 숙명이다. 헌법재판이란, 헌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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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 사실(fact)은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무엇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보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우리가 딛고 사는 세계에서 해석은 늘 강자들의 몫이었다. 진실의 상대성은 법률과 국가의 이름으로 오용되어왔다."


- 손아람, 「소수의견」중 p439, 들녘, 2010.

 

'제한속도 시속 100Km'라는 법령에 대한 위반 여부는 개인적 가치관이 개입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회사에 지각해서 빨리 달렸다라는 등의) 개인적 억울함은 있을 수 있으나, "법규범은 그 규범의 준수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규범"7이란 특성에 따라 가해지는 제재에 대한 집단적/체계적 저항은 있을 수 없게 되지요. 그러나! 


헌법재판에 관한 논쟁들은 헌법재판의 정치성에 기인한다. 헌법재판의 정치성은 세 가지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헌법재판의 대상인 법률이나 처분 등이 정치적 성격을 지니며, 헌법재판의 기준이 헌법 또한 정치성을 갖는 데서 오는 정치성이다. … 둘째,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재판에 투영되는 데에서 오는 정치성이다. 이 점을 재판관 스스로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 … 셋째, 헌법재판소가 기관 차원에서 재판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가설에 기초한 정치성이다.(p355) 


"서구의 근대화는 … 토론과 대화로 정신을 설득하는 관념론적 과정이 아니라, 감시와 처벌의 채찍으로 신체를 길들이는 유물론적 과정이었다"란 미셸 푸코의 설명을, 앞뒤 다 잘라낸 뒤, "서구의 근대화도 어차피 감시와 처벌, 군대식 훈육의 결과였다"라는 오역으로 치환시켜, 박정희로 상징되는 근대화 주역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근대화의 폭력성'에의 기억을 아직은 완전히 떨쳐낼 수 없겠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작금의 사법통치 확대8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대한 우려/공격에 유난히도 취약할 수 밖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나 법원은 국민의 선거로 구성된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과 의회는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기관이다. 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사법기관이 선거에 의해 직접 선출된 의회나 행정부의 결정을 뒤엎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배치되지 않는가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법통치 현상은 이런 비판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p345)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판결 역시, 위와 같은 비판을 겪었어야 했지요. 저자 양건은 당시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전략(재판관 만장일치 결정)"(p347)으로 그같은 비판을 극복해내었다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의 정치성에 대한 비판을, 또한 그 정치성을 발휘하여 극복해냈다라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 위와 같은 정치적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제가 이해하는 바, 이 책의 주장입니다만 글쎄요... '이것이 내게 주어진 한계야!'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단지 '찜찜함'이란 단어만으로는 표현해낼 수 없는 큰 모자람이 있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백 번을 양보하여, 


………………………………………………………………………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원인과 과정과 결과라는 게 공존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흔히 결과만을 두고 모든 것을 판단하므로 오류가 발생하기 쉬우며 그러한 집단 오류가 또 다른 이차적인 문제를 만들어낸다."


- 도선우, 「저스티스맨」중 p13, 나무옆의자, 2017.


"재판은 전지전능한 절대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 직접 사건을 목격한 증인이 아니라 사건을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법관이 하는 것"9이란 사법부의 억울함에 대하여 인간적 동의를 한다 하여도, 그러한 인간적 동의를 헌법재판의 결과에까지도 가감없이 적용시키기엔, --- (양보의 숫자가 백 번보다 더 많이 더해진다 하여도 감당되어질 수 없을만큼) '헌법'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역사적 무게가 너무도 무겁다라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헌법이 정치의 소산이고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헌법의 해석·적용 역시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지만, 헌법의 해석·적용이 정치적이라 함은 그런 의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석하고 적용하는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투영된다는 말이다. 여러 원리적 규정들을 담고 있는 헌법의 추상성과 이로 인한 그 해석의 불확정성 때문에 헌법의 해석·적용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치적 색깔로 물든다. 헌법재판에서 재판관의 의견은 객관적인 듯한 법리의 외관을 띠지만 그 밑에 잠재하는 것은 재판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다. 이 점에서도 헌법재판은 정치재판이다. 재판관이 정치적 성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떠나, 이것은 회피하기 힘든 현실이다. 다만 입증이 쉽지 않을 뿐이다. 비단 헌법만이 아니다. … 모든 법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p30)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수없이 반복하여 주장하고 있는, 저의 견해로는 아마도 가장 강조하고픈 내용이 아닐까 싶은 위와 같은 법에 대한 해석/변명이 그리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시키려는 노력에 대한 언급보다, 애초부터 헌법의 성격이 그러한 걸 어쩌겠어!라는 의미로만 들리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 이 책 「헌법의 이름으로」가 지니고 있는 전반적 톤과는 사뭇 다른, 김두식 교수의 다음과 같은 견해가 저에겐 훨씬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헌법을 이해하는 열쇳말은 '인정한다, 그러나'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제 생각합니다. … 권력자들은 누구나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인정한다. 그러나'의 논리를 들이대며 자기 눈에 거슬리는 것을 마음대로 제한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막지 못하면 이미 헌법이 아닌 것이지요"


- 김두식, 「헌법의 풍경」중 p243, 교양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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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justice)는 또한 정의롭게 추구되어야 합니다. 목적으로서의 정의는 수단으로서의 정의를 요구합니다."


- 김석, 위의 책 p165.


"헌법은 해석되고 재해석되는 지속적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지니면서 새롭게 형성되고 재형성되어 간다"(p554)란 저자의 일갈 속에도 예의, 위와 같은 '수단으로서의 정의(justice)'가 담겨져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일국의 '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및 재판관들의 '정치적 결정'이 이러한 '수단으로서의 정의'마저 담보해낼 수 없다면, "사회의 총체적 변화"10를 쟁취해낸다라는 의미로서의 '혁명'11이 또다시 필요해지겠죠. 


세계  각국의 헌법사를 다룬 <1부>는 차치해버린다 하더라도, 저의 청춘이 시작되었던 시점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와 당시 헌법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2부>와, 건국절에 대한 논란이라든가 남북분단에 대한 헌법적 해석 등을 설명해주고 있는 <3부>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개헌'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중이 현 시점에서, 당신 삶의 목표가 밥만 먹으면 된다가 아니라면, 또한 --- 읽는다라는 노동으로부터의 재미를 뛰어넘을 독서가 되어주리라, 더 나아가 2018년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일원으로서 '헌법'이라는 존재가 지닌 의미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읽어보길 권하여 드리는 책들

- 김두식 : 「헌법의 풍경

- 김석 : 「법철학 소프트

- 김영란 :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 세상을 바꾼 법정

- 유시민 : 「후불제 민주주의

- 손아람 : 소수의견



  1.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라'의 일부.
  2. 김석, 「법철학 소프트」중 p30, 박영사, 2015.
  3. "우리의 분노는 나쁜 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 놈이 충분히 처벌받는 것을 보면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허태균, 「어쩌다 한국인」중 p183, 중앙Books, 2015.
  4. ​촛불항쟁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 "촛불항쟁은 … 그 중심이 집회시위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적 의사 관철 방식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방식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어야 한다. 자칫 관습화된다면 폐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집회시위는 국민의사의 확인 방법으로서는 부적절하다. 이를테면 그 '확성 효과' 때문이다. 잘 조직된 집단의 집회시위는 국민의사를 왜곡하고 실제보다 크게 들리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 촛불항쟁은 '성공 사례'였다. 다행히도 가두정치가 이성적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거리정치가 항상 이성적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에서 보듯, 한쪽의 거리정치는 다른 쪽의 거리정치를 부른다. 그뿐만 아니다. 거리정치 성공의 기억은 의회정치와 법 집행 등,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행사에서 '눈치보기' 습성을 내면화할 수 있다. 이것은 때로 독이 될 수 있다. 거리정치의 지향점이 항상 정의도 아니고 항상 현명하지도 않다. 촛불항쟁식 주권행사 방식은 어디까지나 예외에 그쳐야 한다" (pp387~388)
  5. Foreign Policy의 기사라 소개되어 있는데, 표시되어 있는 미주 번호를 따라가보니 정작 해당 미주에 대한 내용은 없네요. 편집에서의 결정적 실수... --;;
  6. '단순하기 그지 없는'이란 형용구를 제 임의대로 붙였습니다만, 이같은 논리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의 민주주의라는 게, 참 이처럼 복잡하고 애매한 것인지요. --- "국민과 헌법재판소는 서로 의존한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그 국민의 의사가 일시적으로 표출된 국민의사는 아니다. 국민 속에 잠재된, 미래에 표출될 수도 있는 이상적 국민의사이어야 한다. 헌재는 진정한 국민의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표현하며, 종국적으로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헌재의 결정 속에서 자신의 고양된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p354)
  7. 김석, 위의 책 p13.
  8. "정치적 쟁점이나 기타 공공적 쟁점이 행정부나 의회 차원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같은 사법기관을 통해 해결되는 일이 증가하는 현상"(p326)
  9. 김석, 위의 책 p130.
  10. 자오팅양·레지 드르베, 「상실의 시대」중 p31, 메디치, 2016.
  11. 저자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성공한 '혁명'은 1987년의 '6월 항쟁'이 최초였다라 적고 있습니다. --- "한국 근현대사에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한 적이 있었는가. 숱한 국민적 항쟁이 있었지만 훗날의 변화를 위한 밑거름이었을 뿐, 당시로서는 모두 실패한 좌절의 역사가 아니었는가. 3·1운동이 그랬고 4·19가 그랬으며 80년 서울의 봄에 이은 5·18광주항쟁이 또한 그러했다. 87년 '6월 혁명'은 첫 번째 성공의 경험이었다"(p277)


k******k 2018.07.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