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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행 기차표 한 장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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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사람들의 가슴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지난 10년간 서로를 향해 내뱉던 막말대신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모습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이 땅에서 전쟁과 불신이 사라지고 통일이라는 우리들의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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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사람들의 가슴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지난 10년간 서로를 향해 내뱉던 막말대신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모습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이 땅에서 전쟁과 불신이 사라지고 통일이라는 우리들의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문익환 목사를 떠올렸지 싶다. 나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통일에 대한 염원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고 말로는 다들 쉽게 이야기하지만, 문익환 목사만큼 강하고 또 앞장서서 실천으로 옮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1989년 방북하여 김일성주석과 만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3대 원칙을 기초로 통일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4.2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로 인해 구속되어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던 사실까지

 

  지난 61일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서울역에서 평양 행 기차표의 발권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평양 행 기차표를 발권 받고 경의선 철도 연결의 시발점이 될 도라산 역에 내려서 문익환 목사를 추모했다고 하니, 그가 살아있을 때 통일에 대한 열정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

 

  이 책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는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이라고 한다. 문익환 목사가 생전에 펴낸 시집들과 신문에 발표한 시들 중에서 가려 뽑은 시 70편을 싣고 있다. 문익환 목사가 시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지만 그의 시를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시들은 대부분이 민주화운동, 혹은 노동운동을 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들을 형상화한 것, 그리고 통일에 대한 당위성과 염원을 노래한 것이 많다. 한편한편의 시를 읽어갈 때마다 여느 시를 읽는 것과는 달리 숙연한 마음이 들 뿐이다.

 

 

눈물 아닌 것 아픔 아닌 것 절망 아닌 것

모든 허접쓰레기들아 모든 거짓들아

당장 물러들 가거라

온 강산이 한바탕 큰 울음 터뜨리게    전태일 中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 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가는 기차표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잠꼬대 아닌 잠꼬대 中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어가다가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격동과 비장감을 참지 못하고, 시 한 구절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뜻들을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문득 그 시절로 되돌아가 회상에 잠기기도 했고, 이제부터는 지난 10년간 이어져 왔던 서로에 대한 막말이 영원히 사라지길 기원하기도 했다.

 

 

  시집제목인 두 손바닥이 따뜻하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궁금해하다가 그 시를 만났다.

 

이게 누구 손이지

어두움 속에서 더듬더듬

손이 손을 잡는다

잡히는 손이 잡는 손을 믿는다

잡는 손이 잡히는 손을 믿는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인정이 오가며

마음이 마음을 믿는다

깜깜하던 마음들이 이슬 맺히며

내일이 밝아온다                     손바닥 믿음

 

  암울한 시대에 민주화 투쟁을 하던 동지끼리 맞잡은 손일수도 있고, 목자로써 보다 낮은 곳에서 신음하던 사람들과 맞잡은 손일수도 있고, 그 보다는 남과 북이 맞잡은 손일지도 모르겠다.

 

 

늦봄 문익환 목사, 님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가 타계한지도 벌써 이십 수년이 지났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날씨는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때이른 더위와 미세먼지가 심신을 피곤하게 하지만 한 통일꾼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 열망을 되새겨본다. 더군다나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야말로 우리가 문익환 목사를 다시 소환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의 탄생 100주기가 되는 해에 남과 북이 마주앉아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k*****1 2018.06.19. 신고 공감 8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내용보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틀 내내 참담한 기분이다. 내 평생 가장 많은 한숨을 내쉰 것 같다. 벌써 3주 가량 계속되는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열대야에 기진맥진해 있다가 들은 황망한 소식은 도무지 믿기지 않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더위를 느끼는 내 몸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기가 막한 소식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SNS에 올라오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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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틀 내내 참담한 기분이다. 내 평생 가장 많은 한숨을 내쉰 것 같다. 벌써 3주 가량 계속되는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열대야에 기진맥진해 있다가 들은 황망한 소식은 도무지 믿기지 않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더위를 느끼는 내 몸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기가 막한 소식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SNS에 올라오는 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추모의 글들을 읽고, 그의 사망과 생전의 그에 대한 이런 저런 기사들을 접하는 것 외엔 달리 할 것이 없다는 게 가슴 아팠다. 나는 외국에 있으니까. 그러나 애통하는 마음과 함께 계속되는 건 왜 그가 가장 외로울 때 그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한숨을 푹푹 쉴 때마다 돈 벌어서 뭐했나. 정치후원금이나 많이 할걸, 내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는 거다. 멍한 상태로 이틀여를 보내다가 문익환 목사님의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를 폈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는 문익환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펴낸 기념 시집으로, 생전에 출간했던 『새삼스런 하루』(1973), 『꿈을 비는 마음』(1978), 『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1984), 『두 하늘 한 하늘』(1989), 『옥중일기』(1991)와 책으로 묶어내진 않았지만 신문에 발표했던 시들 중에서 70편을 추려냈다.

 

문익환 목사가 1918 6 1일에 태어나셨으니 올해로 딱 100년이 되었다.

사실 이 시집을 읽기 전까지는 이 시집을 읽음으로써 목사이자 신학자이자 재야운동가였던 늦봄 선생의 삶을 반추하며 한국 현대사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너무 순결하고 서정적이며 아름답다. 어떻게 이렇게 여리고 고운 마음으로 우리나라 재야 사회운동의 거목이자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었을까 싶어졌다. 그런데 또이런 마음을 가졌기에 중간에 변절하거나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한 길을 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문익환은 윤동주, 장준하와 친구 사이였다. 윤동주의 친구답게 그는 55세에 첫 시집을 펴내고 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58세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고 일생을 군사 독재와 싸웠다.

 

그의 지난한 삶은 그의 투옥 기간을 보면 잘 이해가 되는데, 일흔여섯을 사는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무려 11 2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이 시집엔 시인의 말을 대신해(이미 돌아가셨으니 쓰실 수가 없다) 첫 시집인 『새삼스런 하루』의 후기를 실었는데, 여기에 문익환 목사가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잘 드러나 있다.

1968년부터 신구교가 공동으로 성경을 번역하게 되었는데, 문익환 목사는 구약 성경의 번역책임위원이 되었다. 그는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성경을 번역하고 싶어 이 일에 몰두하는데, 시가 거의 40%인 구약성서(『시편 The Book of Psalms』을 생각해보라) 30여 년 동안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편』이 단순히 신을 찬양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편』은 인간으로서 다윗이 느꼈던 모든 신산한 삶에 대한 애환과 그 감정들에 대한 솔직한 토로들로 가득한 시들도 많이 있다.

어쩌면 문익환 목사에게는 으로서의 다윗이 누렸던 찬란했던 삶에 대한 시들보다는 왕이 되기 전 사울에게 쫓기던 시절에 쓴 시들과, 왕이 된 이후 아들 압살롬에게 반역을 당하고 쫓기며 쓴 시들이 더 와닿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길어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군가를 거인이나 위인으로 만들어 우리와는 다른 사람처럼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의 사람들이었다. 하나의 육체와 하나의 정신을 가진, 못 먹으면 배고프고, 무리하면 몸이 아픈, 그런 사람 말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그런 인간 문익환을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다윗의 시들이 다윗이 왕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그의 시들은 그가 재야 사회운동의 거목이자 정신적 지주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처럼 인간이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가지고 이 세상을 구원하는 그런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자신의 의지와 신념과 믿음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었다는 것. 그 믿음의 선각자들이 앞서 걸었던 그곳이 길이 되어 열 명의 사람이, 백 명의 사람이, 천 명의 사람이 함께 걷게 되었다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사실 말이다.

 

너무나도 일찍, 너무나도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노회찬 의원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이 시를 그의 영전에 드리고 싶다. 이 시집의 제목인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를 따온 시이기도 하다.

 

 

손바닥 믿음

 

 

 

문익환

이게 누구 손이지

 

어두움 속에서 더듬더듬

 

손이 손을 잡는다

 

잡히는 손이 잡는 손을 믿는다

 

잡는 손이 잡히는 손을 믿는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인정이 오가며

 

마음이 마음을 믿는다

 

깜깜하던 마음들에 이슬 맺히며

 

내일이 밝아 온다

 

 

 

 

당신과 함께여서 우리의 삶이 좀더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깜깜하던 마음들에 이슬에 맺히며 내일이 밝아올 것을 믿으니깐요.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지켜드리지 못해 많이 죄송합니다.

부디 하늘에서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c*****g 2018.07.25. 신고 공감 3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문익환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내용보기
죽음의 시대를 이기는 ‘따뜻한 손’- 문익환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1. 마음의 눈으로 보는 어둠     커튼을 내려 달빛을 거절해라. 밖에서 흘러드는 전등불을 꺼라.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려라 방 하나 가득한 어둠이 절로 환해져서 모든 것이 흙빛 원색으로 제 살을 내비치거든 네 몸에서도 모든 매듭을 풀어라. - 문익환, 「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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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대를 이기는 따뜻한 손

- 문익환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1. 마음의 눈으로 보는 어둠

 

 

커튼을 내려 달빛을 거절해라.

밖에서 흘러드는 전등불을 꺼라.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려라

방 하나 가득한 어둠이 절로 환해져서

모든 것이 흙빛 원색으로 제 살을 내비치거든

네 몸에서도 모든 매듭을 풀어라.

- 문익환, 밤의 미학

 

 

밤이다. 시인은 달빛마저도 가리기 위해 커튼을 내린다. 밖에서 흘러드는 전등불까지 끄니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다. 방은 어둡다. 어두운 방에서 시인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려라.”라고 시인은 쓰고 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시를 쓰는 사람이 언어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듯, 시를 읽는 사람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세계와 연결된 연줄을 상상해야 한다. 시인은 지금 밤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밤을 상상하고 있다. 달빛도 없는 밤이다. 사물들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고, 오로지 몸만 어둠 속에서 감각처럼빛나고 있다. 시인은 자기와 마주하고 있다. 바깥을 어둠으로 내모니 안이 바깥으로 기어 나온다. 바깥으로 나온 안을 보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는 일은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신호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자기 몸을 느끼는 시인이 보이는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어둠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니다. “방 하나 가득한 어둠이 절로 환해져서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둠은 어떻게 절로 환해진 것일까? 어둠은 어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둠은 항상 빛을 내장하고 있다. 어둠만을 보는 눈은 빛을 보지 못한다. 어둠은 어둠이고, 빛은 빛이라는 인식에 빠지면 어둠 속에 있는 빛을 볼 수 없다. 시인은 마음의 눈으로 어둠 너머를 본다. ‘너머라는 말에 주목해 보자. 어둠에 휩싸인 방안에서 시인은 절로 환해지는 어둠과 마주하고 있다. 눈을 감은 채 그는 환한 어둠을 보는 역설에 빠져 있다. 어둠(사물이라고 해도 좋다) 너머로 나아가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는다는 건 어둠에 온몸을 내맡긴다는 의미이다. 인식의 주체라는 허울을 내려놓음으로써 시인은 어둠과 마주하는 힘을 얻는다. 마음의 눈은 무엇보다 이 힘으로 가는 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어둠 속에서 사물들은 제 빛을 잃는다. 어둠을 지배하는 것은 어둠이다.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둠에 적응할 수 없다. “흙빛 원색으로 제 살을 내비치는 사물들은 어둠 속에서 어둠과 하나가 됨으로써 살아남는다. 이것을 굴복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둠을 제 몸으로 받아들이는 사물은 자연스럽다. 어둠이 가고 빛이 오면 사물들은 제 빛을 마음껏 뽐낸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어둠에 몸을 낮추던 사물들이 아침 햇살을 보면 활달하게 몸을 움직인다. 이리 보면 밤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 다르지 않다. 어둠의 바다를 항해하는 존재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바깥은 어둠에 잠겨 있지만 안은 밝은 햇살로 넘쳐난다. 어둠과 햇살을 나누는 게 아니다. 어둠과 햇살은 둘이면서 하나이다. 하나면서 둘인 어둠과 햇살이 모여 우리네 마음을 이룬다.

 

시인은 왜 어둠 속에서 마음의 눈을 뜨려고 하는 것일까? 몸에 얽힌 모든 매듭을 풀기 위해서이다. 매듭은 이것과 저것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인연 줄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인연에 연연하면 우리는 풀지 못한 매듭을 여기저기 쌓게 된다. 인생이라는 게 결국은 매듭짓기가 아니던가. 매듭은 나무로 따지면 옹이와 같다. 흐름이 막히는 지점에 옹이가 진다. 한 맺힌 사람을 생각해도 상관없다. 가슴에 옹이가 지면 몸이 들끓는다. 흘러야 할 자리가 막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네 몸에서도 모든 매듭을 풀어라.”라는 진술로 밤의 미학을 선언한다. 밤은 우리 몸을 안으로 열리게 한다. 밝은 세계에서 쌓은 욕망들(옹이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한다. 욕망을 내던진 자리에서 펼쳐지는 밤의 미학은 시인을 어둠 속에서도 절로 환해지는 존재로 이끈다. 매듭을 푼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도 눈을 감고 어둠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사물들은 어쩌면 우리가 눈을 감고 어둠에 잠기는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2. 차가운 손을 녹이는 따뜻한 손

 

 

눈물겨운 한 친구의 따뜻한 손길이 내 옆구리 살갗 속에서 만져졌습니다. 나는 그 따뜻한 손을 차마 잡지는 못하고 나의 차가운 손을 그 위에 얹고 눈물지으며 속삭여 주었습니다.

 

친구, 자네는 날 맞으러 올 것까진 없네. 나의 원고지 마지막 칸을 메우는 날 나는 내 발로 걸어갈 테니까. 그때 자넨 거기서 날 맞으면 되는 거야. 그때 자네 거기서 그 따뜻한 손으로 내 차가운 손을 녹여 주게나!’

 

원고지 새 칸에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글씨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 눈물방울이 내 눈에서 떨어진 것인지, 나를 두고 발소리를 죽이며 떠나간 그 눈물겨운 친구의 눈물인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 문익환, 하루는

 

 

슬픔에 눈물겨울 때 어깨에 닿는 따뜻한 손길처럼 정겨운 게 세상에 있을까? 엄마 손길이라고 해도 좋고, 친구 손길이라고 해도 좋다. 연인 손길이면 또 어떤가? 시인은 옆구리 살갗 속에서 만져진 눈물겨운 한 친구의 따뜻한 손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만 눈물겨운 게 아니라 친구도 눈물겹다. 시인은 차마 그 따뜻한 손을 잡지 못한다. 다만 그 위에 자신의 차가운 손을 얹는다. 친구 손에서 따뜻함이 밀려온다. 차가운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에 젖어 시인은 그만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갈망했던 따뜻함인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 눌려 차가운 손만 헛되이 매만지며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이다. 희끗희끗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아지는 즈음에 시인은 따뜻한 손을 내미는 친구를 만난다. 옆구리에 와 닿는 손길을 느끼며 시인은 친구를 향해 속삭이듯 말을 전한다. 대화라기보다는 고백에 가깝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남은 사람의 사랑 고백.

 

시인은 여기에 있고 친구는 거기에 있다. “친구, 자네는 날 맞으러 올 것까진 없네.”라는 말에 드러나듯, 시인은 자기가 있는 자리를 아직은 지키려고 한다. 생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이 땅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말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나의 원고지 마지막 칸을 메우는 날을 참조하면 시인이 글쓰기를 삶의 중심에 배치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글쓰기라고? 민주화운동에 매진한 문익환 시인의 이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펄쩍 뛸 만한 얘기다. 하지만 시인에게 글쓰기 말고 중요한 게 어디에 있을까? 민주주의는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필화(筆禍)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 1970년대 상황을 생각해 보라. 시인에게 글쓰기는 곧 민주화를 향한 여정 속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타락한 현실과 맞서 싸운 시인의 손은 한없이 차갑다. 이미 거기에 있는 친구의 따뜻한 손이 시인은 그래서 그립다. 여기와 거기가 대립되고 있지만, 사실 시인이 있는 여기와 친구가 있는 거기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내 차가운 손은 어찌 보면 시대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따뜻한 손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원고지 새 칸에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진다. 튼튼한 몸으로도 버티기 힘든 시간이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은 저 앞에 있다.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길을 바라보며 시인은 거기에 있는 친구의 따뜻한 손을 떠올린다. 그 손을 떠올릴 때마다 시인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떨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글쓰기는 멈춘다. 얼룩진 원고지가 뿌옇게 보인다. 시인은 이 눈물이 자기가 흘린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얼굴을 들어 사방을 둘러본다. 여기로 온 친구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은 것일까? 아니, 어쩌면 이 눈물이 친구가 여기를 다녀간 흔적이지도 모른다. 여기와 거기는 한길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옆구리에 남은 따뜻한 감각이 정말로 현실인 것만 같다.

 

나를 두고 발소리를 죽이며 떠나간 그 눈물겨운 친구의 눈물이라고 시인은 쓰고 있다. 여기와 거기에는 엄연한 거리가 존재한다. 여기에 있는 이가 거기로 가는 길은 죽음밖에는 없다. 이 땅에서 할 일이 남은 사람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럼 왜 친구는 거기에서 여기로 온 것일까? 친구 역시 여전히 이 땅에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인은 친구가 내미는 따뜻한 기억을 떠올린다. 친구는 시인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가 내민 따뜻한 손으로 하여 시인은 차가운 손을 견디는 힘을 얻었다. 돌려 말하면 시인의 차가운 손이 서글퍼 친구는 따뜻한 손으로 여기에 온다. 시인은 친구의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어느 하루에 펼쳐진 이야기로 시인은 친구가 보내준 따뜻한 사랑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눈물겨운 시인과 친구는 지금은 거기에서 따뜻한 손 마주잡으며 살고 있을까? 70년이 넘은 분단현실을 생각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아닐 듯싶다. 여기가 바뀌지 않았는데 거기라고 바뀔 리가 없지 않은가?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여기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서글프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o*****s 2018.06.19.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도서]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도서]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내용보기
#사계절#문익환탄생100주년기념시집#두손바닥은따뜻하다이 시집은 문익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펴내는 기념 시집으로 생전에 펴낸 <새삼스런 하루>,<꿈을 비는 마음>, <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두 하늘 한 하늘>,<옥중일기> 다섯 권의 시집과신문에 발표한 시들에서 가려 뽑은 책이다.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이미 알고 있어서낯설지도 않은 시지만 시 속에담긴 열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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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문익환탄생100주년기념시집
#두손바닥은따뜻하다

이 시집은 문익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펴내는
기념 시집으로 생전에 펴낸 <새삼스런 하루>,
<꿈을 비는 마음>, <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
<두 하늘 한 하늘>,<옥중일기> 다섯 권의 시집과
신문에 발표한 시들에서 가려 뽑은 책이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이미 알고 있어서
낯설지도 않은 시지만 시 속에
담긴 열정과 염원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름이 없을 듯 하다.

우리 민중의 소망과 그들의 숨죽인 고통을
고스란히 시로 표현해 내어
민중들을 달래고 안아주었다.
용기 잃지 않고 스스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등대같은 역할도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엄마같은 역할도
함께 같이 힘을 모을 수 있었던
무이자 친구였던 분이었다.

아마도 지금 한반도에 물들고 있는
북한과 남한의 평화의 봄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셨다면
흐뭇하게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본다.

목사·신학자·시인·사회운동가인
문인환 선생님은
호는 늦봄으로 11년 넘게 옥고를 치르며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헌신하였지만
1994년 1월 18일 꿈에도 그리던 통일을
보지 못하고 운명하신 분이다.

[후기]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

[작품해설] 임헌영- 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이 시집 1부는 시인 자신의 삶의 편린을
담은 소중한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역사의 현장감이 묻어나는 인물들 중심으로
작품이 만들어져 있고,
3부는 통일시들의 모음집.
4부는 신앙시편으로 짜여 있다고 한다.

한 평생 평화를 바라고 원하고
애타게 기다렸던 문익환 선생님의
애틋한 애국심과 열렬한 열정을
그가 쓴 시 한 편 한 편으로 느껴보기를 바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s*******7 2018.06.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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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만나는 문익환 목사님
"시를 통해 만나는 문익환 목사님" 내용보기
벌써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이라니 통일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그 분의 노력이 오늘에서야 하나씩 결실을 맺는 느낌이다. 이 책은 그 분이 생전에 펴낸 시집과 신문에 발표한 시들을 모아 펴낸 것이다. 나에게는 1987년 "열사여!"를 외치고 1989년 방북 길에 올랐던 그 때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시인 윤동주와 장준하 교수와의 인연 역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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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이라니 통일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그 분의 노력이 오늘에서야 하나씩 결실을 맺는 느낌이다. 이 책은 그 분이 생전에 펴낸 시집과 신문에 발표한 시들을 모아 펴낸 것이다. 나에게는 1987년 "열사여!"를 외치고 1989년 방북 길에 올랐던 그 때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시인 윤동주와 장준하 교수와의 인연 역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그의 모습을 시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와 닿는 것은 아버님, 어머니, 할머니, 며느리, 증조모, 자식들, 형님까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다. 그 다음에는 감방 생활에 대한 그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다. 감방을 나왔을 때 그가 가장 기뻐했던 것은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고른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도 북간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전태일, 김근태를 비롯한 다른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공감과 기존 정권의 폭력에 대한 저항 정신, 통일된 민족에 대한 열망, 평양 방문에 대한 여러 가지 소회 등이 담겨 있다. 후반부에는 뿌리가 없는데 민중이 없는데 하느님의 나라가 어디 있는지, 복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자문하는 시도 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시는 "넋두리 아닌 넋두리"라는 시였다. 평양 방문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뒤에 서러움에 눈물을 쏟았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끝자락에 수록된 첫 번째 시집에 붙인 후기는 꽤나 명문이라고 생각된다. 평생에 시를 쓴다는 생각조차 없었지만 구약성서 한글번역이라는 막중한 책무로 인해 40퍼센트 가까이 시적 문장이 이어지는 성서를 잘 번역하고 싶어서 시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밝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작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쓴 시의 가락은 구약성서의 시의 가락과는 퍽이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은 히브리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이 히브리적인 감성에 압도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이라면서 자신의 시가 얼마나 평가를 받느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은 시를 통해 자기를 알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문익환 목사님의 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d****o 2018.06.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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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평화를 꿈꾸던 늦봄 바람줄기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새로운 평화를 꿈꾸던 늦봄 바람줄기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내용보기
편집이 마음에 안 들기에 8점...시를 노래하는 말 334새로운 평화를 꿈꾸던 늦봄 바람줄기―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 사계절, 2018.5.18.나는 70년대에 사내라는 게 그리도 부끄러웠다동일방직 쪼깐이들의 아우성을 들으며걔들에게 똥을 퍼먹이는 것이 사내들이었거든회사마다 여자들은 정의를 외치는데사내라는 것들은 기업주들의 앞잡이였거든 (인숙아/58쪽)  늦봄 문익환 님은 19
"새로운 평화를 꿈꾸던 늦봄 바람줄기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내용보기
편집이 마음에 안 들기에 8점...

시를 노래하는 말 334


새로운 평화를 꿈꾸던 늦봄 바람줄기
―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
 사계절, 2018.5.18.


나는 70년대에 사내라는 게 그리도 부끄러웠다
동일방직 쪼깐이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걔들에게 똥을 퍼먹이는 것이 사내들이었거든
회사마다 여자들은 정의를 외치는데
사내라는 것들은 기업주들의 앞잡이였거든 (인숙아/58쪽)


  늦봄 문익환 님은 1918년에 태어납니다. 2018년은 이녁이 태어난 100돌입니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문익환, 사계절, 2018)는 늦봄 문익환 님 100돌을 기리면서 새롭게 엮은 시집입니다. 그동안 써낸 시집에서 추려서 엮었기에 새로 캐내거나 찾아낸 시는 깃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묵은 시를 새로 엮은 시집에 흐르는 이야기는 해묵지 않습니다. 늦봄 어른은 1970년대에 이녁이 사내라는 몸뚱이여서 부끄러웠다고 밝히는데, 2010년대 사내는 안 부끄럽다고 할 만한 삶인가 하고 돌아보면, 아직도 퍽 많은 사내는 부끄러운 짓을 일삼곤 합니다. 바른 길을 외치지 못하기도 하고, 계급질서를 단단히 거머쥐기도 하며, 가부장 틀을 끝까지 버티기도 하고, 으레 주먹이 앞서 나가기도 합니다.


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인민이라고 부를 생각도 없어
동무라는 좋은 우리말 있지 않아
동무라고 부르면서 열 살 스무 살 때로
돌아가는 거지 (잠꼬대 아닌 잠꼬대/104쪽)


  늦봄 어른한테는 ‘통일 할아버지’ 같은 이름이 곧잘 따라붙습니다. 할아버지 나이에 사회와 정치를 뒤늦게 깨달아 통일운동에 두 발을 성큼 내밀었거든요. 젊은이 가운데에도 한 발 아닌 두 발을 다 빼는 사람이 퍽 많은데, 늦봄 어른은 한 발뿐 아니라 두 발을 성큼 내딛으면서 이 나라가 나아갈 길은 무엇보다 통일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시인을 꿈꾸었고, 젊을 적에는 신학이라는 길을 걸으며 성경을 쉽게 고쳐쓰는 일을 했습니다. 1970년에 서울 청계천에서 앳된 젊은이가 몸에 불을 당겨 ‘근로기준법’을 외치자,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았다면서, 쉰이 넘은 나이라 하더라도 몸을 바쳐 민주운동을 해야겠다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늦봄 어른은 북녘에 사는 한겨레를 ‘괴뢰’도 ‘인민’도 아닌 ‘동무’라는 오랜 한국말로 부르고 싶습니다.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는, 참말로 이런 이야기를 잠꼬대처럼 늘어놓은 노래라 할 텐데요, 이 시를 내놓던 무렵 이런 이야기를 둘레에서는 ‘거 잠꼬대 같은 소리는 그만두시오’ 같은 소리를 익히 들었다고 해요. 독재 서슬이 시퍼런 마당에 독재부터 고꾸라뜨려야지, 통일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는 핀잔을 늘 들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그렇군요
분단의 장벽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었군요
불신 반목 질시 적개심은 마음에 있는 거니까요 (통일은 다 됐어/149쪽)


  저는 늦봄 어른 시를 젊은 날에 문득 만나 하나하나 읽어 보았습니다. 곁에 두면서 으레 읊어 보았습니다. 신문배달을 하며 살던 무렵에도, 어린이 국어사전을 짓던 무렵에도,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도 늦봄 어른이 남긴 노래를 가만가만 되새기면서 “통일은 다 됐어” 하고 외치는 마음을 함께 느껴 보려고 했습니다.

  바로 우리 마음자리부터 정갈하게 다스릴 적에 통일도 민주도 평화도 온다고 여긴 늦봄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정치 지도자가 만나기 앞서 우리부터 마음자리에서 미움을 씻어낼 적에 통일이며 민주이며 평화이며 우리 손으로 가꿀 수 있다고 여긴 늦봄 어른이라고 여깁니다.


국회는 행정부는 사법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겁니까
공장은 병원은 신문 잡지는 TV는
88올림픽은 정치학은 경제학은 철학은 언론은
시는 소설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겁니까

뿌리가 없는데 민중이 없는데
하느님의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복음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우리는 죄인입니다/194쪽)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은 조그맣습니다. 두 발바닥으로, 작은 두 발바닥으로 남녘하고 북녘 사이를 가로지르고 싶던 꿈을, 발바닥만큼 작은 두 손바닥으로 흙바닥에 마주 대면서 풀내음도 꽃내음도 맡고 싶은 숨결을 담은 조그마한 시집입니다.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을 살포시 그립니다. 뿌리 깊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뿌리 깊은 마을이 되기를 꿈꾸며, 뿌리 깊은 수수한 보금자리를 저마다 손수 짓기를 비는 사랑을 한 줄 두 줄 엮습니다.

  두 손바닥을 맞잡기에 한겨울에도 따뜻합니다. 두 손바닥이 만나기에 차가운 바람이 수그러듭니다. 2018년 올해에, 1918년부터 100해가 흐른 올해에, 남북녘 사이에 포근하면서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가 불 만할까요? 두 나라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새로운 나라로 거듭날 만할까요? 이제 모든 전쟁무기를 걷어내고 작은 살림살이를 가꾸는 길로 달라질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늦봄 어른이 늘 가슴에 품은 “꿈을 비는 마음”이라는 말마디를 읊어 봅니다. 2018.6.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h*******e 2018.06.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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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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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시집이 나왔다. 여태 발표되었던 시집들 가운데서 선별하여 출간된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란 제목의 시집이다. 목사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이런저런 출간물들이 나오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나온 시집, 집어 들며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문익환, 그를 가리키는 호칭은 참 여러 가지다. 윤동주 시인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목회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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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시집이 나왔다. 여태 발표되었던 시집들 가운데서 선별하여 출간된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란 제목의 시집이다. 목사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이런저런 출간물들이 나오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나온 시집, 집어 들며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문익환, 그를 가리키는 호칭은 참 여러 가지다. 윤동주 시인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목회자이기에 목사님이 불린다. 아울러 신학교에서 구약학을 연구하고 가르친 교수이기도 하다(개인적으로는 그의 히브리 민중사와 같은 책은 신학에 입문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뿐 아니라, 통일 활동가로 유명하다. 그의 방북사건은 분단 조국의 역사 가운데 두고두고 회자될 한 장면이기도 하다. 뿐 아니라,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그의 시집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던 때가 생각난다.

 

이런 그의 시집이 이번에 나온 건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통일을 외쳤던 그였기에 그렇다. 얼마 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적 장면들을 보며 문익환 목사님을 떠올렸었다. 하늘에서 이 장면을 보시며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할 그 모습을 말이다.

 

그러던 차, 시집이 나왔다니 그냥 지날 수가 없다. 시집은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1부는 시인의 개인적 정서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시들. 2부는 사회정의를 외친 시들. 3부는 통일 시. 4부는 신앙이 스며든 시들. 이렇게 구분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분이 명확한 구분은 아니겠지만, 대략적으로 그런 의미로 구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몇몇 시인들처럼 배배 꼬아 시인 외엔 공감하지 못할 시가 아니기에 참 좋다. 특히, 통일시들은 요즘 남북의 분위기 속에서 읽힌다면 더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다시 만나도 울컥하게 되는 시들이 있어 왠지 가슴에 습기가 찬다. 젊은 시절(지금도 젊지만.^^) 가슴을 뜨겁게 했던 여러 시들을 다시 만난 소회가 남달랐다. <잠꼬대 아닌 잠꼬대>, <두 하늘 한 하늘>, <통일은 다 됐어등 잘 알려진 시들이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덥힌다. 정말 그가 소망하고 고백했던 것처럼, 이제 이 땅엔 남과 북이 서로를 용납하고 포용함으로 평화가 가득 뒤덮게 되길 소망해 본다. 시인의 시 비무장지대처럼 말이다.

 

비무장지대는 무기를 가지고는 못 들어가는 곳이라 / 우리는 총을 버리고 / 군복을 벗고 들어간다 / 막걸리통들만 둘러메고 들어간다 / 너희도 따발총 버리고 / 계급장 떼고 들어오너라 / (중략) / 푸른 하늘 밀어올려라 / 아아아아아 비무장지대 / 너희는 백두산까지 밀어붙여라 / 우리는 한라산까지 밀어 내려가리라 / 비무장지대 만세 만세 만세

비무장지대일부

 

분단역사의 애환의 공간인 비무장지대가 도리어 확장되어져야 할 공간이란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렇다. 진정한 평화란 비무장지대의 소멸이 아닌 확장에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 전체가 비무장지대, 평화의 땅이 되길 소망해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h***r 2018.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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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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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그 역사적 대순간을 저는 티비로 봤습니다만 두근거리고 종국엔 울컥해지고야 마는 가슴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힘들더군요.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두 정상이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서로가 금기시했던 땅을 스스럼없이 넘어가는 모습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그곳의 전세계 외신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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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그 역사적 대순간을 저는 티비로 봤습니다만 두근거리고 종국엔 울컥해지고야 마는 가슴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힘들더군요.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두 정상이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서로가 금기시했던 땅을 스스럼없이 넘어가는 모습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그곳의 전세계 외신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의 분위기가 이렇게 좋아질 때, 호를 늦봄이라 쓰시고 시인이자 목사이고 사회운동가이신 문익환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올해라고 합니다. 그에 맞춰 선생님의 기념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가 새롭게 출간되었고 따뜻한 분홍을 바탕으한 표지에 정갈한 시집을 두 손에 펼치고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역시나 좋더군요......평소 통일이 대중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던 문익환 선생님이 오늘날 대한민국과 북한의 분위기를 보며 하늘나라에서 흡족해하실 것만 같은 느낌을 왠지 이 시집에서도 받았습니다.

 

기존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총 70편의 시들은 1부부터 4부로 나눠집니다. 1부는 시인으로서 면모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의 모습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 4

 

봄이야 오고 있는데//머리맡에선 물이 얼었습니다//얼마나 추우랴 걱정하지 마십시오//가슴은 이렇게 뜨겁습니다//당신 생각을 하며 글썽이니//눈물이야 얼 리 있습니까// 번개로 스치는 시를 잡아//언 손가락으로 자리에 긁적이는//자유야 자랑스럽습니다//이제 일어나 얼음을 깨고 두 손을 잠가//손에서 얼음을 빼겠습니다.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넓은 마음을 자유와 연관 지으면서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시 같습니다)

 

2부는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도 적극 활동하신 선생님의 면모를 시로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남북의 통일운동과 독재 정권에 휘둘려 민주화가 더디게 이뤄졌던 고통스런 현실에서 자신의 몸을 초개로 여기고 열심히 활동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숭고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인숙아

 

나는 70년대에 사내라는 게 그리도 부끄러웠다//동일방직 쪼깐이들의 아우성을 들으며//개들에게 똥을 퍼먹이는 것이 사내들이었거든//회사마다 여자들은 정의를 외치는데//사내라는 것들은 기업주들의 앞잡이였거든//드디어 사내들도 노동운동에 뛰어드는 걸 보며//가까스로 사내라는 부끄러움을 씻어 내고 있었는데//나는 오늘 네 사진을 보면서//사내라는게 또 부끄러워지는구나//이 얼굴에 침을 뱉어라(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이를 개선해보고자 사업자 측과 충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학대 수준의 노동자 인권에 무수히 많은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섰을 때, 이것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분신으로 노동자 인권을 지키고자 했던 전태일 열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현재 노동자의 근무 여건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면, 이처럼 앞선 세대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3부는 남북 분단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4부는 종교인의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권리들이 사실은 문익환 선생님과 같은 진정한 애국자들의 값진 희생때문에 얻어진 게 많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읽은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이 고마움을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a******r 2018.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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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시인의 가장낮은이들을 위한 시
"[서평]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시인의 가장낮은이들을 위한 시" 내용보기
문익환 목사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시인으로서의 문익환 선생님을 알게되어서 새롭고 궁금했었다. 문익환시집은 이번에 문익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시집을 '사계절'에서 출판했다. 나에게는 1989년 평양을 방문해 '4.2 남북 공동성명'합의를 이끌어내신걸로 유명하신 분이신데 시를 쓰셨다는 건 처음알게 되서 궁금했다. 주로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쓰실거라고 예상을
"[서평]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문익환시인의 가장낮은이들을 위한 시" 내용보기

 

문익환 목사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시인으로서의 문익환 선생님을 알게되어서 새롭고 궁금했었다. 문익환시집은 이번에 문익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시집을 '사계절'에서 출판했다. 나에게는 1989년 평양을 방문해 '4.2 남북 공동성명'합의를 이끌어내신걸로 유명하신 분이신데 시를 쓰셨다는 건 처음알게 되서 궁금했다. 주로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쓰실거라고 예상을 했지만 어려운 이웃들, 소외계층의 사람들을 위해서 시를 써오신것을 보고 나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소외계층에 대해서 관심없이 살았던 시간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시를 읽으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밤을 배경으로 쓴 시들도 기억에 남는데 '밤의 미학'이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잠든것 같은 밤이면 많은 생각이 드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뭔가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는 느낌을 받았다. 밤을 밤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편안하게 다가와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밤의 미학

 

커튼을 내려 달빛을 거절해라.

밖에서 흘러드는 전등불을 꺼라.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려라.

방 하나 가득한 어둠이 절로 환해져서

모든 것이 흙빛 원생으로 제 살을 내비치거든

네 몸에서도 모든 매듭을 풀어라.

 

 

그리고 시들을 읽으면서 한편의 역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918년 6웡 1일에 태어나셔서 1994년 1월 18일에 눈을 감으실때까지 문익환시인의 한평생이 담겨있었다. 아직 남과 북이 갈라지지않았던 그 시절부터 마지막까지 통일을 염원하셨던 순간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마음들은 시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꿈을 비는 마음]이 기억에 남는데 그가 바라는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런 꿈들이 담겨있는 시가 읽는 내내 시인의 염원이 얼마나 깊은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못한 내가 좀 더 그 시대의 감정을 알게되고 통일을 바라고 노력해야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하는 내용이었다.

 

 

시인 문익환의 시들은 어쩔때 처절하고 너무나 간절하지만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들과 풍경들을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간절하고 처절했던 시들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슬픔이 떠올랐지만 또 일상의 소소함을 표현했을때는 나도 풍경을 상상하며 읽게 되었다. 시인으로서의 문익환 선생님을 알지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시를 접해서 새로웠고 즐거웠다. 읽는데 차근차근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게 되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후에 다른 시집들도 읽어보고 싶다. 시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8 2018.07.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