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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곱창 등 부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즐겨 먹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동안은 이름도 이상하고 생긴 것도 이상스러운 부대고기는 먹지를 못하고 100% 순대만 들어있는 순대국밥만 먹었던 적이 있었다. 한창 학기 중이던 어느 하루 대학 동기들과 점심시간에 학교 근처 순댓국집을 가게 됐다. 그날도 어김없이 100% 순대만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자 동기 한명이 막걸리를 딱 주문하더니(아직 오후 강의가 남아있었는데) 술안주로 먹을 때는 부대고기가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여자 동기 포함 같이 온 동기 모두 부대고기가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주문하는데 나만 순대만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먹기가 뭐해서 마지못해 부대고기만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먹게 되었다(여자 동기가 주문하면서 순대는 아예 빼고 부대고기를 듬뿍 달라고 한다.). 예전에 순대국밥을 먹는 도중 친구가 억지로 주는 부대고기를 한 입 물었다가 오묘한 맛에 제대로 먹지 못한 기억이 있던 탓에 국물만 떠먹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막걸리 잔이 여러 번 돌아 취기가 오르게 되었고 동기들 성화에 한입 물은 부대고기가 난생 처음으로 막걸리와 절묘한 맛을 느끼게 되어 그날 부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순대국밥을 국물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먹게 되었다. 그날 깨달은 것은 술과 함께 먹으면 모르고 있던 숨은 음식 맛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권여선의 음식 산문집 “ 오늘 뭐 먹지”는 책 표지에 나와 있듯이 ‘음식’ 산문을 가장한 ‘안주’ 산문집이다. 작년 김금희 작가 등이 가을에 읽을 소설로 적극 추천한 전작〈안녕 주정뱅이〉를 쓴 작가답게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음식 뒤에 ‘안주’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다.”라는 모토 아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환절기 총 5부에 걸쳐서 음식(안주)에 얽힌 추억과 에피소드, 조리 팁 등 맛깔난 음식(안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두는 만두다 저자가 대학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봄날 좀처럼 하지 않던 공부를 하고 늦은 저녁 도서관에서 나오다가 놀랍게도 술집이면 몰라도 도서관 입구 앞에서 평소와 다른 두 선배와 딱 만나게 되었다. 함께 오랜만에 보람찬 하루를 보낸 자들의 유쾌를 잔뜩 과시하면서 교정을 걸어 내려오다 선배의 제안으로 왕짱구집으로 만두를 먹으러 가게 된다(저자는 처음에 술집으로 향하지 않아서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선배가 찐만두 삼 인분을 시켜 실망이 밀려오다가 다른 선배가 “시작은 막걸리로 하는 게 어때?”라는 말에 눈치 없던 선배들이 멋진 선배들로 변하게 되고~ 왕짱구집 주인 부부의 각자 역할을 나누어 정교하게 빚은 만두 맛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날 저자와 두 선배는 도합 12인분의 만두를 먹었고, 만두는 더할 나위 없이 술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저자 스스로 깨달은 것은 만두가 술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만둣국은 해장에도 탁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 칼만두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 착한 가격에 얼큰한 칼만두와 막걸리를 마시면 그 행복감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그 어떤 값비싼 와인과 스테이크보다 더 나을 때가 있다.
여름나기 밑반찬 열전 저자는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고 한다. 큰언니는 엄청난 우량아여서 어머니가 난산의 고통을 겪었다고 하고, 작은언니를 가졌을 때는 어머니가 입덧도 심하고 소화도 안 되어 뭐를 잘 먹지 못 했다고 한다. 작은언니는 태어날 때도 제일 작았고 지금도 제일 작은데 그 작은언니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지독한 설사병이 걸려서 물만 먹어도 설사를 하는 지경이라 약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로도 작은언니가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릴 때마다 까막고기의 기적을 경험한 어머니 덕분에 모든 병의 증상에 상관없이 까막고기를 열심히 먹게 되었고, 이상하게도 까막고기를 먹은 작은언니는 어느 병에서건 쉽게 회복하곤 했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입맛이 좀 까다로웠는데 고구마줄거리를 한번 먹고 나서는 그 맛에 반해(?) 매번 밥 먹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고구마줄거리를 먹겠다고 떼를 써서 어머니께서 한동안은 고구마줄거리를 기본 반찬으로 만드셨다고 한다. 그땐 어린 나이였지만 고구마줄거리를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요즘은 예전 맛이 나질 않는다. 내 입맛이 변했나? 아니면 주변에 먹을 것이 넘쳐서 그런가
솔푸드 꼬막조림 저자의 아버지는 해안가 출신이고 어머니는 내륙 출신이라고 한다. 연애라는 완충 과정 없이 중매로 만나 결혼한 부모님은 하루 세 끼 먹는 음식이 가장 첨예한 갈등의 진원지였다고 한다. 처음에 어머니가 새색시일 때는 양보와 헌신으로 갈등이 훈훈하게 봉합되었고, 어머니의 임신과 입덧으로 이번엔 아버지가 한발 물러섰는데, 아기 셋이나 낳아 더 이상 새색시도 아닌 어머니와 참을성 없는 아버지가 바다 사나이의 호연지기를 드러내면서 음식으로 인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한다. 이 때 부모님이 같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다투고 협상하고 고육지책을 짜내는 과정에서 저자의 솔푸드인 꼬막조림이 나왔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꼬막조림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가댁에 갈 때마다 장모님께서는 언제나 반찬으로 꼬막조림을 내놓으신다. 처가댁에서 꼬막조림을 맛있게 먹을 때면 장모님의 사위 사랑을 물씬 느끼게 된다.
권여선의 “오늘 뭐 먹지 ”는 우리가 평소에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김밥, 부침개, 젓갈, 면, 물회, 감자탕 등에 대해서 때로는 술안주 이야기로, 때로는 맛있는 조리 레시피로, 때로는 옛 추억을 소환하며 저자 특유의 맛깔난 문장으로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음식 산문이다. 이 책을 다 덮고 나면 TV 인기 예능프로인 "냉장고를 부탁해"에서처럼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요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지 모르겠다. (냉장고에서 꺼내 요리할 수 있는 것이 만두튀김 밖에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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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산촌편>을 틀어 놓고 멍하니 보곤 한다. 텔레비전 속 그들이 어떤 음식을 해 먹나. 오늘은 또 어떤 음식을 손이 큰 그들이 많이 하려나. 일종의 대리 만족. 우리 집에는 가마솥도 없고 음식을 휘저을 큰 국자도 없으니. 매번 그들이 푸짐하게 하는 음식을 보며 기뻐하는 것이다. 양 조절을 못해서 며칠 동안 김치찌개만을 먹어야 했던 적도 있어서. 그들이나 나나 다르지 않다는 확인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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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를 한다고 다 맛있게 들리는 건 아니다. 먹방이라고 다 맛있게 보이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책을 만나려고 그동안 별로 맛없는 책들을 그렇게 봤던 모양이다. 그 맛없던 책들까지 모두 용서하겠다. 소설가인데, 이 소설가가 쓴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내 리뷰를 못 찾아 봄), 소설에 대한 감흥은 남아 있는 게 없고 나는 또 이렇게 이 산문집에 빠져 든다. 먹는 이야기가 왜 이리 매혹적이란 말인가. 작가는 제목에 '안주'가 빠져 있는 셈이라고 했다. 술을 어지간히 좋아한다는 거지. 술안주로 해장으로 뭘 먹는 게 좋은 건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음식을 먹어 왔고 어른이 되면서 술과 더불어 어떤 음식들을 먹고 있는지 세세하게 풀어 놓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상까지 구별해 놓고 있어서 때에 맞춰 먹는 일이 더 즐겁게 보인다. 한마디로 딱 먹고 싶다. 그것도 술 한 잔과 함께. 물론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책만으로 먹고 마시고 배부름을 느끼고 취한다. 상당히 경제적인 것인데 한때는 섭섭했으나 이제는 즐기기로 했다. 후유증도 없고 책 덮으면 산뜻한 포만감은 남아 있으니까. 먹는 이야기에 내가 왜 이리 빠져 드는 건지 잠깐 생각해 본다. 결핍일지도 모르겠다. 난 어려서부터 뭘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고, 잘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음을 너무 일찍 알아차리고는 스스로 식욕을 닫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후 성장기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안 먹는 쪽으로 취향을 정해 버린 게 아니었는지. 많이 먹어 생기는 부작용에 더 민감해진 것도 있고. 대신 이렇게 글이나 만화나 사진으로 만족하고 있는 셈인데, 이 과식과 과음은 크게 해로울 게 없어(책값 정도?) 그만둘 생각이 없다. 작가의 소설을 좀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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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출신 작가답게 쓰는 단어도 예스럽고,
중간중간 그려진 삽화도 상상력을 돋우네요ㅎㅎ
어린시절이랑 음식에 관련된 작가의 일화도 같이 들려줘서 더 재밌어요.
음식묘사도 맛깔나게 하구용ㅎㅎ
배고플땐 안읽었어요 ㅋㅋㅠㅠ
입맛없을때 읽는다면 입맛이 돋구어줄것 같은 책입니다
두번정도 읽으려구요~ 2편도 내주세요..!! 향토적인 색감이 묻어나는 음식산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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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하고, 한동안 한겨레신문의 광고면을 통해서 책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일단 먹는 것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저자가 안주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겪은 음식에 대한 체험과 철학이 글속에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애주가를 자처한 저자의 술안주와 해장 이야기들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체로 알고 있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각각의 음식에 담긴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결합되어 때로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음식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봄에서 겨울까지, 그리고 환절기로 구분하여 저자가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놓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그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어떤 음식을 추천해주고 나서,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때도 있다.
그 또한 사람마다 입맛과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각자의 입맛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각자의 혀에는 각자가 먹고 살아온 이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혀의 개성은 절대적이며, 그 개성은 평균적으로 봉합되지 않는다.'
다루고 있는 메뉴로만 본다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연결시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똑같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서술할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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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만사 제쳐두고 냉장고 안에 있는 반조리 식품이나 냉동식품은 몽땅 갖다버리고 싶다는 것. 그것들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그냥 순수하게 자연의 재료와 손맛으로 이루어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기 때문이다. 제조 과정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져나와 냉동되고 포장되서 그럴싸한 디자인으로 맛을 조작하게끔 만든 식품들은 모두 나의 냉장고 속에서 방을 빼게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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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 뭐 먹지? 1. 십년 넘게 한국을 떠나 살다 보니 휴가 날짜가 잡히면 먼저 가서 뭘 먹을지 손꼽는 것으로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데도 막상 뭐 하나 제대로 먹고 온 게 없어 늘 아쉽다. 아내 손맛이 그리 빠지는 편은 아니니 재료만 있으면 비슷하게는 먹을 수 있겠는데, 결정적으로 이슬람 금기인 돼지고기와 술이 없으니 뭐 하나 음식이 갖춰지질 않는다. 여기 와서야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그렇게 많은 줄 알았고, 술이 음식인 줄 알게 되었다. 몇 년쯤 지나서 회를 떠다 먹는 것까지는 터득했지만, 술이 없으니 도무지 식사가 완성이 되지를 않더라는 것이지. 그제야 목사님이신 장인과 사이다 잔 놓고 먹다보니 회라고 다 회가 아니더라는 아들의 불만이 이해되었다. 요즘 먹방이 대세라고 한다. 먹고는 싶은데 살찔까봐 먹지 못하는 이들이 대리만족하느라 보는 모양인데, 나는 고통스러워 차마 먹방을 보지는 못하겠고 그저 온라인에 올라오는 음식 사진이나 보고 이야기나 읽으며 위안을 삼는다. 그러다가 어느 분이 올려놓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2. 저자는 모든 음식을 안주로 여긴다. 안주 많이 먹기로 말하자면 누구에게 빠지지 않는 나도 모든 음식을 안주로 여겨보지는 않았다. 저자는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고, 음식 뒤에 ‘안주’ 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다”고 거침없이 천기를 누설한다. 뭘 먹어도 저자보다 십년은 더 먹었을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그 천기를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 제목인 “오늘 뭐 먹지?”는 “오늘 무슨 안주 먹지?”의 축약형이라고 했다. 나는 술이 없어도 꾸역꾸역 잘만 먹는데, 저자는 아무리 맛난 음식도 술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고 호기를 부린다. 사실 그 호기라봐야 마음만 먹으면 술을 먹을 수 있는데서 사니 부릴 수 있는 것이지, 술 먹다 걸리면 추방당하는 곳에 살면 저자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나. 저자는 안주로 순대를 만난다. 심지어는 만두조차 안주로 여기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만둣국이 해장에도 탁월하다는데, 비록 돼지고기 없이 어찌어찌 만둣국은 끓인다 해도 술이 없어 그것이 해장에 탁월한지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서울 가면 꼭 한 번 해보리라. 3. 서울에 가면 제일 먼저 순댓국부터 찾는다. 언젠가는 며칠을 순댓국으로 점심을, 모둠순대를 안주 삼아 저녁을 해결하기도 했다. 모처럼 본사에 왔다고 밥 사주겠다는 동료들 주머니도 생각해줄 겸. 그래도 저자처럼 식용 비닐에 당면으로 채운 순대를 먹지는 않는다. 그걸 순대라고 부르는 건 순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본사 아래층 상가에 아바이 순대집이 있었다. 두툼한 대창에 선지, 찹쌀, 우거지, 숙주를 꽉 채워 넣은 순대에, 밤새 끓여낸 국물에 토렴한 순댓국까지 맛보고 나니 가히 순대의 진경을 맛보았다 싶었다. 그러고 나니 당면 순대는 순대가 아니더라. 양반은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는 법이라니, 아무리 음식이 궁한 사막 한복판이라 한들 순대의 진경을 맛본 사람으로서 당면 순대를 먹는 건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지난 번 누가 서울 다녀오면서 가져다 준 당면 순대를 과감히 거부하였다. 만두는 기본적으로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십분 동의한다. 만두가 맛없어지기 위해서는 굉장히 ‘만두스럽지 않은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그리고 사막 한복판에서 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터득한 ‘만두스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돼지고기의 부재’였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사람이 어떻게 만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묻지만, 돼지고기 빠져봐라. 그게 만두인가. 눈치가 보여 아내가 애써 해준 만두를 먹기는 해도, 그래서 기쁘지는 않다. 아버지가 술 드신 다음 날이면 어머니는 시장에 가서 생물 오징어를 사오시곤 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부엌에 들어가 차려놓은 밥상조차 챙겨들지 않으시던 아버지가 오징어만큼은 직접 손질하셨다.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채를 썰고, 초장을 풀어 만든 국물에 국수처럼 말아 드셨다. 몇 해 전, 지금은 은퇴하신 사장께서 물회로 점심을 내신 일이 있었다. 물회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그 집 물회가 기가 막혀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다. 저자는 죽변에서 물회를 처음 대했다고 했다. 처음 본 물회에 눈이 팔려 때마침 걸려온 영화관련 원고청탁에 건성으로 대답했다가 돌아와 죽을 고생을 했단다. 저자에게 음식은 그저 안주일 뿐이었을 텐데, 어떻게 초면에 물회의 진경을 깨닫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원고청탁에 건성으로 대답해 고생을 자초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음식을 안주로 여긴 이의 미각이 그닥 대단할리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죽변 항의 비린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폴리만큼이나 아름다운 미항이라는 죽변이었으니, 비린내까지 향기롭지 않았을까. 울진 원전 현장에서 일할 때 죽변 방파제 끝에 있는 횟집에 적지 않게 주머니를 털렸는데. 4. 음식으로는 저자의 고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만두 좋아하고 순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면 어른들이 북한 분이신가 싶기도 하고, 물회 좋아하는 걸 보면 바닷가 출신인가 싶기도 하다. 콤콤한 젓갈 좋아는 것으로는 서해 어디쯤에서 자랐나 싶기도 하고. 뜻밖에도 저자의 친가는 부산이고 외가는 서울이라고 했다. 그렇게 출장을 다녔어도 부산 음식이라고 기억나는 것 하나 없고, 서울은 워낙 여러 곳 사람이 모인 곳이어서 뭐 하나 특징적인 음식이 없으니, 저자의 식성으로 고향을 짐작하기 어려운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만두 좋아하고 냉면 좋아하는 걸 보면 외가가 이북에서 내려오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는 언니 오빠가 계셨어도 돌 넘긴 건 어머니뿐이어서 부엌이 뭔지도 모르고 자라나셨다. 1.4후퇴 때 얼떨결에 나이 많으신 부모님 놔두고 홀로 내려와 힘들게 사시다 보니 어디서 음식을 배울 겨를이 없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연근도 먹을 줄 몰랐고, 김은 참기름에 재어 먹는 걸로 알았고, 버섯도 결혼해서 아내가 해주는 걸 처음 먹어봤다. 그렇게 음식을 배운 일은 없으셨어도 음식에 대한 본능을 남으셨던지 설이던 추석이던 명절음식은 늘 만두에 인절미였고, 별식은 냉면이었다. 그 음식 먹고 자랐고 그게 내 유전인자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맛을 기억하시기만 했을 뿐 배우신 일이 없으니 맛은 뭐... 그러다 보니 만두에 냉면을 좋아해도 솔직히 맛을 가릴 줄은 모른다. 책 재미있게 읽고 옛 기억 소환해 잠시 즐거웠다. 그런데 저자 입맛의 고향이 어딘지는 왜 궁금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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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2007년 제15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 권여선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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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권여선 저 한겨례출판
저자의 말처럼 술꾼들은 모든 음식을 안주로 일체화시킨다. 술을 사랑하는 나도 그렇다.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살기에 나는 여전히 음식이 안주로 보일 때가 많다. 제목에 안주가 살짝 빠져있지만 권여선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안주를 넣어 읽었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오늘 안주 뭐 먹지?
음식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낱낱이 적은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는 음식을 만들고 나는 식탁에 앉아 그 음식이 빨리 완성되기를 목 빼고 기다리는 친구가 된 듯 설렌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음식이란 이렇게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재료를 골라 정성들여 손질하고 그것을 조리하고 먹는 일련의 과정을 언어로 풀어 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먹고자 하는 욕구뿐만 아니라 안주를 근사하게 차려 놓고 달디 단 소주를 넘기는 상상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산문집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계절에 따른 음식을 5부로 소개하는데 순대를 처음 접했던 대학시절의 미각에서 출발하여 독자와의 만남이 돼버린 중국집 간짜장까지 다양한 메뉴와 함께 풍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을 쓰며 먹었을 꼬마 김밥은 우리 집에서도 가끔 먹는 마약김밥이다. 음식들은 안주로써 술과 벗들의 향연으로 이어지고 술이 꾀어내는 술수에 빠져 온갖 감정들을 쏟아내 서로에게 오해가 되기도 하고 슬픔을 나누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런 기능 탓에 음식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혼술 혼밥의 시대라지만 여전히 음식은 함께 만들어 먹는 것이 풍요롭고 행복하다. 가난하지만 충만한 삶을 만드는 음식이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등교시킨 후, 여자들의 점심끼니 걱정은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고모들과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며 라디오를 듣고 고모가 불러주던 동요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닭발 요리가 빠진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작가가 베푼 음식들 앞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인 것 같은 회포는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오늘 뭐 먹지? -돼지 내장이랑 순대 _응 알았어 남편은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는데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이 계절 라일락과 순대를 어떻게 기가 막히게 연결시켰는지 모를 일이지만 오늘 저녁 안주는 이 것으로 결정. 오늘 밤은 서로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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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표지 보고 만화책인 줄 알았다. 저자 소개를 보니 소설집 이름이 <안녕 주정뱅이>라고? 오호 살짝 끌린다. 그래서 서문을 살짝 봤는데..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캬! 이거거든. 이렇게 당당히 술 좋아하고 안주 좋아한다 밝히는 멋진 작가가 재미 없게 썼을리 없다는 확신! 역시 한편 한편 해학이 넘치고 안주가 넘치고 술이 넘친다. 거기에 필력까지 매력 넘친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구절은 이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밥은 소박하지만 맛깔난 손맛이 담긴 밥상을 의미한다. 집밥이란 말을 들으면 누구나 향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입속에 고인 침을 조용히 삼키는데, 이건 순전히 집밥을 하지는 않고 먹고만 싶어 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 뭐 먹지?”라는 잔잔한 기대가 “오늘 뭐 해 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의무가 된다. 그런데, 오늘 뭐 먹지? |